10부작의 미국 드라마다. 2천 년 전의 역사적 예수가 현대에 나타났다면 어땠을까, 라는 관점에서 흥미 있게 보았다. 드라마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이 사람이 메시아인지 아니면 사기꾼인지 분명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아마 당시 예수도 그런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 사람 이름은 알마시히다. 이란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전쟁의 포화 속에 휩싸인 시리아에 나타나 모래폭풍을 일으켜 IS를 격퇴한다. 이슬람과 기독교를 아우르는 구세주인 셈이다. 미국 CIA에서는 이 독특한 인물을 추적하며 정체를 밝히려 한다. 알마시히는 돌연 미국으로 가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워낙 화제를 모으다 보니 미국 대통령과도 면담하게 된다.
알마시히는 여러 기적을 행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워싱턴에서 물 위를 걷는 기적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직접 물 위를 걷지만, 믿는 사람도 있고 사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마술사도 그런 연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의 기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믿으면 평범한 것도 기적으로 보이지만, 안 믿는다면 눈속임에 불과할 테니까. 예수도 악마의 술수를 부린다는 비난을 들었다. 기적이 메시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알마시히에게 계속 묻는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러나 알마시히는 자신이 메시아라고 하지 않는다. 단지 신의 뜻을 전할 뿐이라고 한다. 알마시히를 메시아로 만드는 것은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에 의해서다. 예수도 비슷했다. 바울에 의해 만들어진 예수가 아닌 진짜 예수가 어떠했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2천 년 전 예수와 알마시히를 비교해 보며 보는 것도 재미있다.
알마시히가 자주 쓰는 말이 '운명', '선택', '신의 뜻' 등이다. 인간은 자기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거부하는 용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결과한 삶의 총체가 운명인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메시아는 파워풀한 권능자라기보다는 인간 영혼을 일깨워주는 각성자라고 하는 편이 옳다.
드라마 <메시아>에는 한국전쟁 때 노근리 학살이 나온다. 알마시히가 미국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미군의 만행을 지적하는 장면에서다. <메시아>는 종교와 정치가 얽히면서 중동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국제 정세가 드러나 있어 더 실감 난다.
다만 알마시히가 메시아인지 사기꾼인지 애매하게 해 놓아서 끝까지 헷갈리게 만든다. 마지막에는 비행기가 격추되면서 추락하지만 살아난다. 그가 다시 활약한 장이 마련된 셈이다. 그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다음 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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