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하이쿠로 본 노년

샌. 2020. 10. 4. 10:27

일본노인요양협회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이쿠를 모집해서 입상작을 뽑고 있다. 매년 여는 행사라고 한다. 아래는 올해의 수상작이다.

 

나도 이제 노년에 들고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 세월을 이길 장사가 있는가. 몸과 정신이 쇠해지는 걸 지긋이 바라보며 살고 있다. 일본 노인의 심정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연상이

이상형인데

더 이상 없어

 

전철 개찰구

안 열려 봤더니

이거 진찰권

 

LED 전구

내 남은 수명으로는

다 쓰지도 못해

 

도쿄 올림픽

어디서 보려나

하늘인가 땅인가

 

이생의 미련

없다고 하지만

지진엔 도망가

 

주변 사람들이

칭찬하는 손글씨

사실은 손떨림

 

사랑인 줄

알았건만

부정맥

 

펜과 종이

찾는 도중에

쓸 문장 까먹어

 

세 시간 기다려

진찰받은 병명

노환

 

의사가

갑자기 상냥해지면

불안해

 

만보계

절반 이상이

물건 찾느라

 

코골이보다

조용한 게

더 신경쓰임

 

건망증

이대로 모든 것을

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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