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새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다

샌. 2022. 4. 1. 09:49

 

옥수수를 심을 새 이랑을 만들었다. 돌밭이라 작년에는 놀리던 땅이었는데 올해는 울타리를 겸할 양으로 옥수수를 심으려고 아내는 욕심을 낸다. 머슴인 나야 마나님 하라는 대로 따를 뿐이다. 고민을 하지 않으니 심간이 편하긴 하다. 몸만 움직여주면 된다. 어설프긴 하나 비닐까지 다 씌웠다.

 

아내를 살펴보니 여자에게는 경작 본능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여자의 쇼핑 욕구도 경작 본능의 일부분이지 싶다. 경작 본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대인은 쇼핑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식물을 가꾸는 일이 자식을 키우는 것과 여러 모로 닮아 있다. 며칠 전에는 길을 가다가 밭 옆에서 두 할머니가 대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밭일을 하는 게 너무 재미지다는 것이다. 나는 밭에 억지로 끌려 나가는 편이지만 할머니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채마를 가꾸는 재미에 더해 수확물이 식탁에 올려지고 식구들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보람도 있다. 노년의 건강 지킴이로 이만한 게 없다. 비타민이나 보약보다 텃밭 한 이랑이 훨씬 효과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경궁의 봄  (0) 2022.04.09
13년 만에 예봉산에 가다  (0) 2022.04.04
남한산성 성곽 한 바퀴  (0) 2022.03.28
지금 내 손에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다  (0) 2022.03.26
봄 오는 동강  (0)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