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더 크라운 & 더 퀸 & 스펜서

샌. 2023. 5. 7. 10:42

어제 찰스 3세가 영국 국왕에 오르는 대관식 행사가 있었다. 70대의 찰스 3세는 전임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워낙 장수하는 바람에 왕세자에 오른 지 65년 만에 왕위에 올랐다. 말썽 많았던 커밀라도 왕비가 되었다. 찰스 3세는 1981년에 다이애나와 결혼했으나 커밀라와의 불륜 관계로 이혼했고, 그 뒤 다이애나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떴다.

 

영국 왕실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 중에서 셋이 떠오른다. '더 크라운', '더 퀸', '스펜서'다. 본 지 꽤 되었지만 기억을 되살려본다.

 

 

1. 더 크라운

 

 

영국 여왕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다. 2016년에 시즌 1을 시작으로 작년에 시즌 5가 나왔다. 총 50부작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이 드라마를 보는 데 나는 3년이 걸렸다.

 

엘리자베스 2세는 25세이던 1952년에 국왕에 즉위하여 2022년 사망할 때까지 70년 넘게 재위한 여왕이다. 그가 상대한 영국 총리도 15명이나 된다. 이는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기록이다. '더 크라운'은 여왕의 즉위부터 다이애나 사망 전까지 왕실 이야기를 다룬다. 앞으로 시즌 6이 나온다면 그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더 크라운'에서는 20세기 중후반의 영국을 중심으로 한 현대사가 펼쳐진다. 여기에 왕실 사람들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못 말리는 왕실 가족을 통솔하며 여왕은 홀로 고군분투하는 느낌이다. 여왕 역을 맡은 배우는 나잇대에 따라 세 명이 나온다.

 

시즌 5까지의 '더 크라운'은 50년의 시간을 다루지만 지루할 틈이 없이 빠져드는 명품 드라마다. 영국의 로열 패밀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흥미 있게 지켜볼 수 있다. 인간 사이의 갈등은 왕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2. 더 퀸

 

 

영화 '더 퀸'도 엘리자베스 2세를 다루지만 시기가 특정되어 있다. 다이애나가 사고로 죽고나서 혼란한 영국 정계와 왕실 이야기를 다룬다. 픽션은 배제하고 사실에 충실하려고 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여왕은 블레어 총리와 갈등을 일으키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여왕 역시 국민의 바람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원하지 않았지만 다이애나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추모 연설을 함으로써 민심을 무마한다. 다이애나를 바라보는 왕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3. 스펜서 

 

 

다이애나 스펜서를 다룬 독특한 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스펜서'는 철저히 다이애나의 시각에서 왕실 패밀리로부터 고립된 다이애나를 그린다. 영화 제목이 '스펜서'인 것은 다이애나가 왕실의 윈저 가문이 아니라 스펜서 가문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이애나에게 왕실은 감옥에 다름 아니었다.

 

다이애나의 불행은 남편인 찰스와의 불화가 1차 원인이었지만 기본적으로 왕실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여자였던 것 같다. 다이애나의 예민한 감성이 격식에 갇힌 왕실에 적응하기는 힘들었다. 그녀의 강점은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 용기 있게 나갔다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긴 했지만.

 

'스펜서'는 아름다운 색깔과 영상미도 볼 만하다. 특히 당구대를 사이에 두고 공을 주고받으며 다이애나와 찰스가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은 멋졌다. 잘 모르는 배우지만 다이애나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도 뛰어났다. 영상이 아름다워서 다이애나의 삶이 더 슬프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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