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타인의 마음

샌. 2023. 5. 26. 11:06

내가 내 맘을 모르는데 타인의 마음을 어찌 알리요, 책을 읽으며 내내 든 생각이었다. 그러함에도 타인의 마음이 궁금하긴 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할까, 의아하게 여기게 되는 경우가 수시로 생긴다. 도무지 이해 못하는 반응을 해서 나를 힘들게 한다. 작은 궁금증이나마 풀 수 있을까 싶어 읽은 책이다.

 

<타인의 마음>은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선생이 썼다. 실생활에서 생기는 경험을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을 쉽게 풀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타인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는 것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입만 열면 남과 비교하는 사람, SNS를 하면서 내 연락에는 답을 안 하는 사람, 나를 기운 빠지게 하는 비관적인 사람, 한눈 파는 바람둥이, 상습 지각러 등의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여러 유형이 나온다. 책을 보면서 주변의 사람을 떠올리고 적용해 보는 재미도 있다.

 

친구 중에 상습 지각러가 있다. 수십 년 지기인데 이때까지 모임 약속 시간을 지키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꼭 10분에서 20분 정도 늦는다. 30분만 일찍 출발하면 될 텐데 나로서는 이해 못 할 친구다. 이런 상습 지각러는 기본적으로 '미래 계획 기억'이 낮은 사람이라고 선생은 분석한다. 미래에 일어날 일의 순서를 지키는 데도 상당히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비난보다는 이해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또 상습 지각러의 특징은 출발 예정 시간이 될 때까지 무언가를 한다. 일을 마치고 출발하려고 하니 늦을 수밖에 없다. 친구의 변명을 들어보면 꼭 무엇을 하다가 나왔다고 한다. 자기 일이 기다리는 친구들보다 더 소중하다는 게 아닌가. 상습 지각러는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선생의 해법은 미래에도 늦는 모습을 함께 그려보라고 한다. 친구에게는 먹혀들 것 같지 않다. 이젠 완전히 포기했다.

 

책에는 외향성과 내향성의 정의가 나온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외향성과 내향성을 타인에게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다른 것이라고 이해한다. 즉,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다르다. 외향적인 사람은 관심이 외부로 향해 있어 활동적이고, 내향적인 사람은 더 많은 에너지를 내면에 집중한다. 외향과 내향을 나누는 이런 기준이 적절해 보인다. 외향과 내향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의 차이일 뿐이다. 심리학자들은 성공의 핵심이 외향, 내향이 아니라 개방성에 있다고 말한다. 개방성은 '성격의 5요인(외향성, 우호성, 성실성, 신경성, 개방성)' 중 하나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여부다. 개방적인 사람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해 주거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과 교류하려는 특징을 지닌다. 외향, 내향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개방성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과의 관계다. 인간의 마음은 너무나 복잡미묘하다. 평생을 부부로 살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내 안에도 천 개의 마음이 있다. 인간의 마음을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재단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다. 인간은 너무나 복잡한 존재이고,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인간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것은 나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다르지 않다. 삐걱거리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할 윤활유가 있다면 우리 생이 조금은 더 반짝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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