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훈
고개를 들어 별을 보라.
숙여서 발을 보지 말라.
당연하다는 듯 누구에게나
별을 보라고, 별만 보라고
서로 얼마나 다그쳐왔던가?
되려 이제는 고개 숙여 발을 보라고,
제 발에 뭐가 묻었는지
어디를 무엇을 밟아가며
여기까지 왔는지를
똑바로 들여다봐야 할 때
멀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든 제대로 가기 위해선
별을 올려보듯 발을 봐야 하리
고개 숙여 제 발을 보는 사람만이
마음속에 뜨는 별을 마주치게 되리
- 급훈 뒤집기 / 박완호
불가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이 있다. 중국 송나라 때 법연(法演) 선사가 세 제자와 함께 밤길을 가고 있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등불이 꺼지자 사위가 칠흑으로 변했다. 한 발자국도 옮길 수 없었다. 법연은 제자의 수행력을 알아볼 셈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두 제자는 '철로 된 뱀이 옛길을 가로지른다'는 등 뜬구름 잡는 대답을 했지만, 한 제자가 이렇게 말했다.
"불을 밝혀 발밑을 봐야 합니다[照顧脚下]."
'조고각하'는 항상 자기 자신을 성찰하며 정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높은 이상이라도 근본은 수신(修身)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철학의 아버지라는 탈레스에게도 한 일화가 전한다. 탈레스는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느라 하늘만 바라보고 걷다가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옆에 있던 하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발 아래 있는 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하늘에 있는 것을 알려고 나서는군요."
세상은 꿈과 야망을 가지라고 한다. 한 발이라도 남보다 앞서라고 한다.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것과 같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서 바로 서지 못한다면 지위와 명성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세상의 가르침을 뒤집어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시인의 말처럼 "고개 숙여 제 발을 보는 사람만이 마음속에 뜨는 별을 마주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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