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테헤란로를 지나게 되었다. 서울에 살면서도 가보지 않은 거리가 많다. 테헤란로를 지상으로 지나가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길 양편으로 솟은 빌딩들, 깔끔한 거리 모습이 선진국의 도시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만큼 잘 살게 되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왠지 주눅도 들었다. 같은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설명을 해 주었다. 저건 무슨 빌딩이고, 저게 그 유명한 ○○○이라고 했다. 이때 같이 있던 한 사람이 무심결에 "에라, 확 무너졌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다들 에이 하면서 핀잔을 주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마음 속에도 그런 감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무서웠다. 그만큼 빈부격차의 문제는 심각하다. 전체적 평균은 나아지고 있을지라도 이런 상대적 소외감이 우리 모두를 아프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