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낙엽 / 구르몽

샌. 2003. 11. 19. 13:26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떨어져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낙엽, 구르몽(R. Gurmon)

아침에 흐린 하늘이 낮이 되면서 개이더니 지금은 가을 햇살이 눈부시다.
이런 날은 하던 일 버려두고 가을 숲길에나 들었으면 좋겠다.

호젓한 산길은 낙엽으로 덮여있을 것이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이 시를 나직이 읊조리면서 걷고 싶다.
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나는 소년 시절로 되돌아간다.

상상 속의 연인이었던가,아니면 짝사랑하던 여학생이었던가. 보이지는 않지만 그리운 사람이 같이 걷고 있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그리고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