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몇 발자국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한낮 햇살은 따가워도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선선해졌다. 매미 소리는 잦아들고 풀벌레들 노랫소리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 간다. 하늘도 가을이 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뜨거운 열기에서 벗어났는지 더 푸르러 보이고, 구름 모양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붓을 부드럽게 터치해서 그린 듯한 권운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에 하늘을 자주 쳐다봤다.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구름의 움직임이 재미있었다. 꽤 오래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구름이 있는가 하면, 어떤 구름은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금방 변신을 했다. 하늘이 연출하는 변검술이었다. 하늘 하나만으로도 오가는 길이 즐거웠다. 이 또한 파적(破寂)의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흐뭇해하면서. 도종환 시인의 시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