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68

원터골 굴참나무

청계산 등산로 입구인 원터골에 있는 굴참나무다. 옛날에는 두 그루였는데 지금은 한 그루만 남았다. 옆에 있던 나무는 아마 병사한 듯하다. 남아 있는 나무도 가지가 많이 잘려나가고 줄기 밑둥에는 약재 처리된 비닐이 감겨 있다. 참나무마름병이라고 한다. 인간의 도움으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이 굴참나무는 수령이 200년이 넘었다. 참나무 종류가 200년을 넘게 살았다는 것은 굉장한 고목이다. 나무 높이는 27m, 줄기 둘레는 3.8m다. 부디 건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란다.

천년의나무 2017.09.06

대안리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279호로 지정된 느티나무다.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에 있는데, '원성 대안리 느티나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는 걸 보니 전에는 이곳이 원성군이었던 것 같다. 거목이면서 단정한 모양새가 우리나라 느티나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을에서 약간 비켜난 산자락에 있다. 느티나무 주변은 축대를 쌓아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했다. 나무 밑에 쉴 수 있는 평상이나 의자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편안한 느낌의 이런 나무를 보면 나무 아래서 잠시나마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 마을 사람들은 여기까지 찾아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나무 높이는 24m, 줄기 둘레는 8.1m, 수관은 동서로 26m, 남북으로 21m다. 나이는 400년 정도로 추정된다. 가지는 약 2m 높이에서 둘로 갈라져, 전체적으..

천년의나무 2017.08.24

대안리 소나무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소나무다. 곧게 자라서 가지가 사방으로 퍼진 모양이 자랑거리였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가지 반쪽은 잘려 나갔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옛날 온전했던 모습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안내문에 수령이 700년이라 되어 있는데, 이곳의 생육 환경으로 봤을 때 그렇게 오래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키는 13m, 줄기 둘레는 3.1m인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7.08.24

서곡리 소나무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에 있다. 용수골이라 불리는데 백운산과 연결되는 계곡이 있어 물이 좋다. 주변은 여름 물놀이 장소로 유원지 분위기가 난다. 이곳에는 150년 정도 된 소나무 예닐곱 그루가 개울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전에는 훨씬 많은 나무가 있었음 직하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제각각 특이한 모습으로 서 있는 소나무가 시야를 당기는 곳이다.

천년의나무 2017.08.23

주암리 은행나무

부여에서 대천으로 가다가 우연히 도로 옆 안내판을 보고 찾아간 나무다. 부여군 내산면 주암리에 있는 은행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 옆 정자에서 홀로 쉬고 있는 할아버지한테서 나무의 내력을 들어볼 수 있었다. 지금은 넓은 공터로 되어 있지만 몇 해 전까지도 나무 바로 밑에 민가의 지붕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이 영목으로 받드는 은행나무라면서 몇 가지 일화를 들려주었다.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기면 나무도 상처를 입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시던 밤에 큰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이 나무의 큰 가지 하나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당신이 직접 보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할아버지는 이 은행나무가 수령이 1,500년이나 된 우리나라 최고령 은행나무로 믿고 있었다. 전설에는 백제의 사비 천도를 전후하여..

천년의나무 2017.07.29

홍산객사 은행나무

홍산(鴻山) 객사는 부여군 홍산면 북촌리에 있다. 객사(客舍)란 관청의 손님이나 사신이 유숙하던 건물이다. 1838년에 재건한 홍산 객사는 가운데에 정당을 두고 좌우에 익실을 붙였다. 동쪽 익실은 대청마루이고, 서쪽 익실은 온돌방으로 되어 있다. 수령이 700여 년인 이 은행나무는 홍산객사 안에 있다. 나무 높이는 15m이고, 줄기 둘레는 7.5m다. 마을의 정자나무이기도 한데 재난이나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면 울기도 하고 불빛이 나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정월 초하룻날에 제를 올리는 풍습이 있었다는데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천년의나무 2017.07.27

대조사 소나무

부여군 임천면에 있는 대조사(大鳥寺)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미륵불이 있다. 신체 비례가 어울리지 않고, 조각 기법이 세련되지 않은 점 등이 이 지방의 미륵신앙을 잘 보여주는 석불이다. 세련되지는 않아도 사바세계로부터 구원을 바라는 민초의 염원을 표상하는 모습이다. 이 미륵불 옆에는 바위 틈에서 자라난 노송이 있다. 앞에서 보면 마치 미륵불을 감싸듯 보호하는 모양새다. 수령이 300여 년 정도이고, 나무 높이는 15m, 줄기 둘레는 1.5m다. 그런데 3년 전 폭설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미륵불의 보관을 때려서 파손 되었다고 한다. 지금 원형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미륵불 쪽으로 방향을 튼 소나무의 선한 의도는 오로지 인간의 해석일 뿐인가, 아니면 더 깊은 뜻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천년의나무 2017.07.25

용소막성당 느티나무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중앙선 열차를 타고 고향을 오갔다. 서울로 갈 때 왼쪽 자리에 앉아 있으면 멀리 이 성당이 보였다. 나무가 있는 풍경이 평화스럽게 보여서 고개를 뒤로 돌리면서까지 오래 바라보곤 했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대여섯 시간 동안 창밖을 스친 풍경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성당을 둘러싼 나무의 인상이 깊었다. 언젠가는 저 성당에 찾아가 봐야지, 하고 다짐도 했을 것이다. 그때로부터 50년 만에 용소막성당에 들렀다. 느티나무는 옛날의 느낌처럼 아름답고 단정했다. 오래된 성당 건물도 운치 있고 경건했다. 성당과 느티나무가 어울린 풍경이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다.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용소막성당은 시잘레 신부가 1915년에 완공하였으니 백 년이 넘었다. 전통적인 성당 건축의 ..

천년의나무 2017.07.20

행구동 느티나무

나무를 처음 봤을 때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올 때가 가끔 있다. 이 나무가 그랬다. 크고 오래된 것은 둘째치고, 모습이 예쁘고 단정하다. 쓰다듬어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1.000년으로 되어 있다. 정말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나무줄기를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나무 높이는 22m, 줄기 둘레는 8.5m다. 나무가 자라는 주변 환경도 넓고 여유가 있다. 나무 아래에는 평상이 두 개 마련되어 있다. 옆에는 어르신을 위한 게이트볼장이 있어서 운동 후 여기서 쉬기에 좋다. 나무에서 느껴지는 기운 밝고 환한, 치악산 아래 원주시 행구동 오리골에 있는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17.07.14

주어리 느티나무

여주시 산북면 앵자봉 남쪽 산자락에 주어사지(走魚寺址)가 있다. 아랫동네 이름도 주어리다. 이름이 특이한데 이는 절을 창건한 설화와 관계가 있다. 한 스님이 절터를 찾던 중 잉어를 따라가 보라는 꿈을 꾸고 실제로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기를 따라가다가 좋은 터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어사는 17세기 초에 세워진 절인데 천주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앵자봉 너머의 천진암과 이곳 주어사가 초창기 천주교 입문자들이 모였던 곳이다. 그래서 두 사찰 모두 폐사(廢寺)되는 운명을 맞았다. 주어사는 1776년 즈음에 권철신을 중심으로 강학이 이루어졌다. 주어사 아래에 있는 주어리에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대략 400년 내외 된 나무들이다. 주어사를 오르내린 선각자들이 아마 이 나무 아래서 다리쉼을 했을 ..

천년의나무 2017.06.23

능내리 느티나무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고향이다. 이곳도 전에는 광주군에 속했다. 강에서 떨어져 예빈산 쪽으로 들어간 동네에 이 느티나무가 있다. 안내문에는 수령 500년, 나무 높이 16m, 둘레 5m로 되어 있다. 그러나 눈짐작으로는 500년까지는 되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마을은 예쁜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와 있다. 나무는 마을 위쪽에 있는데, 옛날에도 여기까지 사람들이 살았던 것 같다. 그 흔적이 이제 나무로만 남아 있다.

천년의나무 2017.06.14

새천년비자나무(2)

제주도 비자림에서 자라는 비자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다. 키는 14m, 굵기는 어른 네 아름에 이른다. 안내문에 보면 고려 명종 20년(1189)에 태어났다고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수령이 800년이 넘는다. 11년 전에 이 비자나무를 처음 만났다. 그 뒤로 제주도에 들리면 이 비자나무를 찾아보곤 했다. 이번에는 장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였다. 비자나무는 자유분방한 나무다. 개성이 강해서 수형도 갖가지다. 그런데 새천년비자나무는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히고 반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랬으니까 오랜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자나무 앞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깊이를 생각한다. 비자나무는 찾아왔다가 사라져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7.05.19

뉴질랜드의 나무

한 달 동안 뉴질랜드에 있으면서 큰 나무를 찾아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단체로 가다 보니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나무가 '카우리'라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가장 오래된 카우리는 2천 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런 카우리 숲에 가 보지 못했다. 헤밀턴 가든(Hamilton Garden)에서 본 흰색 줄기의 나무. 나무 이름이 'Eucalyptus Viminalis'라 적혀 있다. 퀸스타운(Queenstown) 공원에 있는 큰 나무. 혹 이 나무가 카우라인지 모르겠다. 퀸스파크에 있는 같은 종류의 나무. 오클랜드 박물관 앞에 있는 괴목. 이번에는 유명 관광지와 트레킹이 목적이었다. 만약 다음에 뉴질랜드에 갈 기회가 있다면 꽃과 나무 중심의 여행을 해 보고..

천년의나무 2017.03.14

검천리 느티나무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검천리 한강변에 있는 느티나무다. 팔당호의 물과 어울려 전망이 시원하다. 1973년에 준공된 팔당댐으로 강변 마을이 여럿 수몰되었다. 아마 이 느티나무도 옛날에 있었던 마을의 흔적일지 모른다. 느티나무의 모습에서 이 나무가 겪어야 했을 풍파가 읽힌다. 지금은 주변이 잘 정돈되어 있고,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넉넉하다. 고요한 물과 벗하며 이제는 평온한 노년이 되길 기원한다.

천년의나무 2016.12.20

안곡서원 은행나무

서원과 은행나무는 잘 어울리는 짝이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안곡서원 앞에도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다. 수령이 400여 년으로 추산되는데 서원의 설립과 비슷한 시기에 생을 시작했다. 안곡서원은 1668년에 지방 유림들이 박세희(朴世熹)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없어졌다가 1976년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는 높이가 45m, 줄기 둘레는 7.5m에 이른다. 서원에서는 항상 정면에 이 나무가 보인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보며 행단(杏壇)의 의미를 되새겼을 것이다.

천년의나무 2016.10.01

방학동 은행나무(2)

이 은행나무를 첫 대면했던 때는 꼭 10년 전이었다. 전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찾아갔었다. 이번에는 서울둘레길을 걷다가 자연스레 지나치게 되었다. 10년만의 만남이 반가웠다. 안내문에 보니 2013년에 방학동 은행나무는 보호수에서 서울시 기념물로 상향 조정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그리고 정밀 조사를 했더니 이 나무의 수령이 550살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에는 800살로 예상했었다. 바로 옆에 연산군 묘가 있는데 550년 전이면 묘를 조성했던 시기와 대략 비슷하다. 경복궁 증축 당시 이 나무도 징목 대상이었으나 마을 주민들이 흥선대원군에게 간청하여 제외되었다는 일화도 새로 적혀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대감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무 높이는 25m, 줄기 둘레는 10.7m인 거목이다. 서울시 기념물 제..

천년의나무 2016.09.05

우이동 솔밭공원

도봉산을 오갈 때 버스를 타고 이 앞으로 지나다녔다. 지날 때마다 창밖으로 보인 솔밭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서울둘레길을 걸으면서 안을 통과하게 되었다. 공원으로 말끔하게 단장된 것이 옛날과 다른 점이었다. 그때는 아무 시설 없이 소나무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이곳은 원래 사유지였는데 서울시에서 매입하여 소나무를 지킬 수 있었다. 한때는 아파트 개발지로 계획되어 솔밭이 훼손될 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1만 평이 넘는 땅에 수령이 50~100년생 소나무 천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소나무밭을 찾기는 어렵다. 이렇게 균일한 소나무로 보아 백 년 전에 여기에 소나무를 심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분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후손에게 소중한 유산을 남겨준 셈이 ..

천년의나무 2016.09.02

보석사 은행나무

수령이 1,100년 가까이 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다. 886년, 보석사(寶石寺)가 창건될 때 조구대사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나온 금으로 불상을 만들고 세운 절이 보석사다. 조구대사와 다섯 제자는 절을 창건한 기념으로 각각 한 그루씩 은행나무를 절 앞에 심었다고 한다. 여섯 그루의 은행나무는 한데 합쳐져 자라 지금과 같은 거목이 되었다. 그러나 가운데 줄기는 굉장히 오래된 게 확인되지만 주변의 줄기는 나이 차가 있어 보인다. 아마 뒤에 새로 돋아난 줄기가 아닌가 싶다. 이 은행나무의 키는 40m, 줄기 둘레는 10.4m로 용문사 은행나무에 비견된다. 뿌리는 100여 평에 걸쳐 땅 속에 퍼져 있다고 한다. 금산의 자랑거리이며 천연기념물 365호로 지정되어 있다.

천년의나무 2016.08.08

단촌리 느티나무(2)

집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지만 8년 만에 다시 찾아가 보는 나무다. 천연기념물 273호로 고향의 자랑거리인 큰 느티나무다. 수령이 약 700년이고, 줄기 둘레는 10m에 이르는 거목이다. 중심에 서면 지름이 20m가 넘게 가지가 뻗어 있어 하늘을 다 가린다. 탄탄하고 균형 잡힌 외형에 생육 상태도 무척 양호하다. 단촌리의 정자나무로 매년 음력 8월 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나무 아래에 모여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 밭에서 몇 사람이 일할 뿐 동네는 조용했다. 700년 전이면 조선이 건국된 시기다. 인생 백 년에도 수많은 풍파를 겪는데 이 나무는 얼마만 한 시련을 견뎌내고 이런 거인이 되었을까. 그러면서 수십 세대의 사람들이 오고가는 것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뛰어놀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

천년의나무 2016.07.13

토성 느티나무(2)

집 부근에 두고도 이제야 알아보다니, 등잔 밑이 어두운 게 맞다. 성년기에 접어든 듯한 이 느티나무는 부챗살처럼 펼쳐진 균형 잡힌 외형이 아름답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단아한 모양새다. 이것이 곱게 자란 느티나무의 전형적인 외모일 것이다. 지나는 사람마다 "참 곱다!" 하고 감탄한다. 겨울에 볼 때보다 신록의 잎으로 단장한 모습이 더 예쁘다. 내가 사랑하는 나무 목록에 추가해야겠다.

천년의나무 2016.04.27

간월암 사철나무

간월암(看月庵)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떠오르는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 그전에는 피안도(彼岸島) 또는 연화대(蓮花臺)로 불렸다.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폐사된 것을 1941년 만공선사가 중창해서 오늘에 이른다. 간월암 경내에 250년 된 사철나무가 있다. 높이는 3.5m인데 더는 위로 자라지 못한다. 줄기 가운데 부분은 상해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줄기에서는 연륜이 느껴지지만 잎은 여전히 싱싱하다. 2백 년이 넘은 사철나무는 처음 본다. 간월암에는 사철나무 외에 150년 된 팽나무도 있다. 간월암을 멀리서 보면 여러 그루의 팽나무가 호위하고 있는 듯 하다. 간월암 풍경을 살려주는 데 나무가 큰 몫을 하는 건 물론이다.

천년의나무 2016.04.20

평사리 푸조나무

하동 평사리 상평마을 최참판댁 부근에 있는 정자나무다. 수령 500년, 높이 25m, 둘레 4.5m 되는 거목이다. 금줄이 둘러 있는 걸로 봐서도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나무란 걸 알 수 있다. 매년 섣달 그믐날 자정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제를 지낸다고 한다. 나무 옆에는 조선 영조 때 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세운 위민정(慰民亭)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그때는 정자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 휴식하는 장소였을 것이다. 실제로 여기서 내려다 보는 악양 들판은 산, 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양반이 아닌 소작농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을지 모르지만....

천년의나무 2016.03.24

평사리 건팽나무

건팽나무는 처음 들어본다. 비슷한 이름으로 검팽나무가 있는데 둘이 같은 나무인지는 잘 모르겠다. 안내문에는 분명히 '건팽'으로 적혀 있는데, 나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하동 섬진강변에 있는 이 나무는 수령이 300년이 되었다. 나무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5.2m다. 지금은 공원으로 변한 이 자리도 예전에는 강변 마을이 있었던 것 같다. 안쪽과는 도로로 격리되어 지금은 강 따라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가끔 찾을 뿐, 인적 드문 곳이 되었다.

천년의나무 2016.03.24

남한산성 남문 느티나무(2)

남한산성은 인조 2년(1624)에 대대적인 개축을 시작했다. "옛 터를 따라 남한산성을 다시 쌓았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신라 시대의 주장성이 있던 곳이라는 게 정설이다. 2년 간의 공사 끝에 광주목이 남한산성으로 이전했고, 행궁도 완성되었다. 병자호란을 겪은 뒤 숙종 대에 다시 증축 공사를 했다. 길이 약 7.5km의 주 성곽과 외성, 옹성 등으로 되어 있고 네 개의 성문이 있다. 그중에서 한양을 오가는 주 통로가 남문이었다. 지금은 아래로 터널이 뚫렸다. 남문 앞에는 네 그루의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다. 남한산성을 축조할 때 토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 3백 년이 넘는 세월을 견딘 나무들이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이 문으로 허둥지둥 도망 오던 광경을 본 나무도 있을 것이다. 그중에..

천년의나무 2016.02.27

토성 느티나무

할머니와 엄마 뒤를 따라갔다. 머리에 보따리를 인 하얀 행렬이 마을을 나섰다. 기찻길을 걷고 개울을 건너고, 사과 과수원 사잇길을 한참 걸으면 장터가 나왔다. 사람 북적이고, 온갖 물건과 구경거리가 있는 장날이 아이들은 좋았다. 지나는 길에 토성 마을이 있었다. 느티나무도 한 그루 있었을 것이다. 오고 갈 때 잠시 발쉼을 하는 곳이었을 것이다. 50여 년 전 풍경을 잠시 회상해 본다. 공작이 나래를 편 듯한 느티나무가 그 자리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6.02.15

구좌읍 비자림

10년 만에 다시 찾은 숲이다. 인간에게는 짧다고 할 수 없지만 수백 년을 살아가는 비자나무에게 십 년은 잠깐일지 모른다. 제주도 구좌읍 비자림은 500년이 넘는 비자나무 2천여 그루가 자라는 숲이다. '새천년비자나무'라 이름 붙은 수령 820년의 나무가 제일 오래되었다. 상록수라 겨울에도 초록의 잎으로 가득하다. 비자나무 재질은 부드럽고 습기에 강해 관이나 배 만드는 재료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특히 바둑판은 비자나무로 만든 것을 최고로 친다. 돌을 놓으면 표면이 들어갔다가 시간이 지나면 원상회복이 된다고 할 정도로 탄력이 좋다. 현재 생산되는 비자나무 바둑판은 외국에서 수입한 목재로 만드는 것 같다. 오래된 비자나무 사이를 걸으며 1시간 정도 산책할 수 있다.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황토로 된 숲길이다..

천년의나무 2016.01.24

저지리 팽나무

저지오름을 찾아가다가 만난 팽나무다. 오름 가까이 있는 저지리는 꽤 큰 동네다. 나무는 동네에서 저지오름 가까운 곳에 있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350년이고, 나무 높이는 7m, 줄기 둘레는 2.2m로 나와 있다. 이런 큰 나무가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뜻이다. 육지에서 버드나무가 하는 역할을 제주도에서는 팽나무가 한다. 제주도에는 많은 팽나무 노거목이 있다고 알고 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이 나무들을 찾아보도록 해야겠다.

천년의나무 2016.01.16

용문사 은행나무(3)

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러 갔다. 역시 거인인지라 행동이 무척 굼뜨다. 절 입구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노랗게 물들어 있건만 노거수는 이제 채비를 하고 있다. 오늘따라 체구가 더 우람해 보인다. 키가 42m니 아파트로 치면 15층 높이다. 가까이 가면 천 년의 세월을 견뎌낸 위엄이 느껴진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암나무다. 나무 밑에는 은행 열매가 수북이 떨어져 있다. 시들지 않는 생명력이 놀랍다. 천왕목(天王木)이라 붙인 이름이 결코 무겁지 않다. 그리고, 절 뒷산의 단풍....

천년의나무 201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