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서울 82

정동 회화나무

서울에 있는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꼽으라면 정동의 덕수궁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길은 덕수궁 대한문에서 서대문 쪽 경향신문사까지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곡선의 길인데 문화와 역사가 서려있는 무척 분위기 있는 길이다.이 길을 한 번 걸어보면 서울에도 이런 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이 길에 오래 된 회화나무가 있다. 바로 앞에는 이번에 신축한 캐나다 대사관이 있는데 이 나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건물을 뒤로 물러서 건축했다고 한다. 공관 착공 당시에 이 나무는 고사 직전이었다는데 나무를 살리기 위해 애를 많이 썼고, 그리고 건물도 뿌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뒤로 물러 짓는 등 많은 노력 끝에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은 이런 공로로 이번에 환경재단이 ..

천년의나무 2008.01.02

통의동 백송

서울 종로구에 있었던 통의동 백송은 지금은 없다. 한때는 우리나라 백송 중에서 가장 크고(높이 16m, 둘레 5m), 수형이 아름다웠던 나무였으나 1990년 7월에 닥친 태풍으로 넘어져 고사되었다. 지금 그 터에는 죽은 그루터기만이 남아 옛날의 흔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는 청와대 가까이에 있는 이 나무가 죽는 것은 불길한 징조라 하여 나무를 살려내라고 지시했다 한다. 서울시는 '백송회생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나무가 쓰러진 상태에서 살려내기로 하고 경찰관을 배치하여 보호했다. 다음 해에 새싹이 나는 등 살아날 조짐이 보였으나,누군가가 나무에 제초제을 뿌리는 사고가 생겨 결국 죽었고 1993년 5월에 나무는 잘려 나갔다고 한다. 이 나무의 수령이 600년이었다고 알려져 있..

천년의나무 2007.11.23

창덕궁 뽕나무

농상(農桑)이라는 말이 있듯 옛날에는 농사 짓는 일과 누에 치는 일이야말로 무척 소중했다. 둘 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용품인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에치기는 요사이로 말하면 섬유산업에 해당된다. 그래서 궁궐에서 뽕나무를 만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창덕궁에는 수령이 400 년 된 뽕나무가 있다. 높이가 12 m, 둘레가 2.3 m에 이르는데 이만한 뽕나무는 궁궐에 있는 것으로는 가장 크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예전에는 창덕궁에 거의 천여 주의 뽕나무가 심어져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서 행한 행사가 친잠례(親蠶禮)인데, 궁에서는 왕비가 직접 뽕잎을 따고 누에에게 먹이는과정을 시연했다. 백성들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한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창덕궁에 남..

천년의나무 2007.11.22

창덕궁 향나무

창덕궁 서편에 천연기념물 194호로 지정된 향나무가 있다. 궁궐이나 사찰에서는 이런 오래된 향나무를 볼 수 있는데, 강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 향나무가 귀하게 취급 받은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실용적으로도 제례용으로 쓰이는 향을 충당하기도 했을것이다. 옆에 있는 선원전(璿源殿)이 역대 임금을 위한 제례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향나무는 수령이 750년으로 추정하며, 높이는 12m, 줄기 둘레는 6m에 이르는 우람한 나무다. 마침 옆을 지나던 외국인이 "Oh, my God!" 하며 감탄을 하며 다가왔다. 향나무 특유의 용트림 하듯 가지가 뒤틀린 모습 하며, 이 향나무의 우람하고 당당한 밑줄기는 그런 감탄사가 충분히 나올 만하다. 비록 무거워진 몸을 철제 기둥에 의지하고는 있지만 노거수의 위용 ..

천년의나무 2007.11.17

창덕궁 다래나무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청산별곡은 일부 외우지만 그러나 부끄럽게도 실제머루와 다래를 구별하지는 못한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머루, 다래를 잘 모른다. 나에게는 산에서 그 열매를 따먹고 논 기억이 별로없다. 창덕궁에는 엄청나게 크고 오래된 다래나무가 있다.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650년이 되었고, 굵은 줄기 둘레가 72cm에 길이가 20여 m에 이른다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다래나무다. 그리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다래나무는 이것이 유일하다. 3층 높이에 해당되는 인공적인 구조물을 휘감고 있는데, 원뿌리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이리저리 뒤엉켜 있어 장관이다. 마치 거대한 아나콘다를 보는 것 같다. 이 머루나무는 창덕궁 건축 ..

천년의나무 2007.11.16

홍릉수목원 백송

홍릉수목원에 갈 때면 꼭 이 백송을 찾아가서 만난다. 1938년 생이니 나이는 그리 많이 되지 않았지만 백송 자체가 워낙 희귀해 비록 큰나무는 아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히 눈요기가 된다. 그런데 홍릉수목원의 백송은 피사의 사탑 마냥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중국 원산인 백송이 우리 기후에 잘 맞지 않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소나무 종류 중에서 가장 보기 어렵고 그래서 귀한 대우를 받는다. 천연기념물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모두 백송들이다. 예로부터 백송은 양반 중에서도 내노라 하는 집안에서만 기를 수 있었다 한다. 백송은 흰색의 수피가 특징이다. 그래서 전에는 백골송(白骨松), 백피송(白皮松)으로도 불렸다. 잎은 세 가닥이어서 다른 소나무와 구별된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잣나무에 더 ..

천년의나무 2007.11.13

봉원사 느티나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봉원사(奉元寺)는 신라 시대에 도선국사에 의해 '반야사'라는 절로 창건되었다. 그 뒤 조선시대 영조대에 이웃인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고 한다. 이곳에 자리잡은 지는 300년 정도가 되는 셈이다. 봉원사는 우리나라 태고종(太古宗)의 총본산이다. 태고종은 해방 후 대처와 비대처 제도간의 갈등이 심할 때 대처승들이 조계종에서 분리, 독립해 나온 종단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스님의 결혼을 허락하는 유일한 종단이다. 봉원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이 느티나무는 밑둥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특이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보통 느티나무는 하나의 원줄기에서 가지가 방사형으로 뻗어나는데, 이 나무는 줄기 자체가 처음부터 갈라지고 뒤틀린 기묘한 모양이다. 마치 분재 같은 느..

천년의나무 2007.11.05

궁정동 회화나무

궁궐이나 그 주변에서는 오래된 회화나무를 자주 볼 수 있다. 회화(懷花)나무를 중국에서는 '학자수(學者樹)'라고도 부른다는데 주나라 때부터 궁내에 심었다고 한다. 나무 자체가 단정하고 품위가 있으니사대부들이 좋아했을 것은 당연하다. 이 회화나무는 서울시 보호수로 청와대와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예전에 안가가 있던 곳인데 지금은 무궁화공원으로 변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바로 그 역사의 현장이다. 아마 이 회화나무는 안가의 담장 안에서 그때의 비극적 장면을 생생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작은 안내문에는 수령이 3백년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무 가까이에는 접근할 수가 없다. 바로 옆이 청와대라 경비원들이 일반인의 왕래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찍기 위해 조망이 좋은 길 건너편에가..

천년의나무 2007.07.13

월드컵공원 메타세콰이어

메타세콰이어(Metasequoia)는 화석으로서만 그 존재가 밝혀졌다가, 1940년대에 중국 양자강 부근에서 실제 나무가 발견되어 지금은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특이한 나무이다. 이 나무는 공룡시대 때부터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 은행나무와 더불어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나무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용도가 주로 가로수로 심고 있는데,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은 유명하다. 북아메리카에는 세콰이어라는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오래된 세콰이어는 높이가 100여 m에 이르러 세계에서 큰 나무들은 대개 세콰이어가 차지하고 있다. 삼나무과의 이 나무들은 크고 오래 살기가 다른 나무들에 비해 월등한 모양이다. 거목으로 자란 세콰이어는 자연에 대한 외경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웅장하다. 메타세..

천년의나무 2007.04.27

경회루 버드나무

경복궁 경회루 연못 둘레에는 버드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역시 물과 버드나무는 잘 어울려서 물가를 따라 능수버들이 하늘거리는 풍경은 고궁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이곳은 경복궁에서도 경치가 좋은 곳이다. 그런데 버드나무들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는 버드나무가한 그루있다. 얼마나 모진 풍파를 겪었는지 이 나무는 옆으로 누워서 줄기가 비비 꼬여있고, 줄기 가운데로는 구멍까지 나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 마치 누군가가 분재를 만들 듯 일부러 그렇게 장난을 친 것 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나무 끝에서는 지금 여느 버드나무와 마찬가지로 초록잎이 싱싱하게 돋아나고 있다. 안스러운 마음 가운데서도 그 불굴의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이 나무 둘레에 철책을 치고 보호하고 있다. 나무 구실을 못하는 쓸모없는 ..

천년의나무 2007.04.25

방학동 은행나무

세상 사는 일이 허전하고 쓸쓸할 때면 큰 나무를 만나고 싶어진다. 어느 늦가을 날 지하철을 타고 창동역에서 내려 마을버스(1161번이던가?)로 갈아타고 방학동으로 은행나무를 찾아간다.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800여 년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라고 한다. 전날 비바람이 세차게 친 탓인지 은행잎은 거의 다 떨어지고 나무는 맨몸으로 차갑게 서 있다. 잎을 다 떨구고 드러난 거목의 나신이 왠지 마주보기가 부끄럽다. 잎을 달고 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줄기와 가지에 드러나 있어 더욱 그렇다. 마치 주름지고 탄력 잃은 할머니의 속살을 보는 것처럼 안타깝기도 하다. 예전에는 산 속에 있었겠지만 지금은 도시가 팽창하여 인간의 집들이 이 나무를 포위해 버렸다. 오직 한 면만 산자락에 접..

천년의나무 2006.11.20

갤러리''다'' 느티나무

갤러리 '다'에 갔다가 전시보다는 뜰에 있는 느티나무를 더 오래 바라보았다. 마침 갤러리 주인이 옆에 있어서 이 느티나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땅을 구입하려고 왔을 때 집은 폐가 비슷했고 마당에 있던 느티나무도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나무 주위는 동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 느티나무 하나를 보고 터를 구입했다고 한다. 집을 리모델링 해서 전시장으로 꾸미고, 그리고 마당의 느티나무도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맡겨 살려냈다는 것이다. 수령이 약 400년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인데 나무 줄기 중 반 이상이 죽어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싱싱한 잎을 달고 이 전시장의 명물이 되고 있다. 비록 나뭇가지가 대부분 잘려진 안스러운 모습이지만 그래도 이 느티나무 때문에 전..

천년의나무 2006.09.15

화양동 느티나무

내가 살고 있는 광진구에는 서울시 기념물 2호로 지정된 나무가 있다. 화양동 110번지에 있는 이 느티나무다. 원래 이 자리에는 조선시대 세종 14년(1432)에 세워진 화양정(華陽亭)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있다. 나무 옆에는 그 위치를 알리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화양정 아래로는 말을 키우던 목장이 있어서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말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세종 임금은 이곳에 별장을 짓고 휴식을 취하곤 했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또한 세조에게 쫓겨난 단종 임금이 영월로 귀양 갈 때 하루 밤을 울며 지새웠다는 애사가 서린 곳이 화양정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화양정을 검색해 봤더니 세종 때 기록은 나오질 않고 총 14 건이 검색 된다. ‘신빈(愼嬪)이 온양으로부터 돌아오니, 세..

천년의나무 2006.08.28

손기정공원 월계관수

서울 만리동 손기정기념공원 안에 있는 이 나무는 '월계관수(月桂冠樹)'로 불리고 있다. 1936년 제 11회 베를린올림픽의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썼던 월계관과 같은 나무를 가져다 심은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그리스에서는 지중해 부근 건조지대에서 자라는 월계수의 잎이 달린 가지로 월계관을 만들었다는데, 독일 베를린에서는 월계수 대신 북미가 원산인 참나무 가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무의 종류는 월계수가 아니라 북미산 참나무이다. 찾아간때가 겨울이어서 잎은 다 떨어지고 미끈한 줄기가 드러난 이 나무를 볼 수 있었다. 당시에 손기정 선수는이 나무의 묘목을 부상으로 받았다. 시상식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면 부상으로 받은 나무 한 그루를 가슴에 안고 있다. 손 선수는 이 나무로 일장기를 가렸다..

천년의나무 2006.02.06

경복궁 은행나무

경복궁 서쪽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 한적한 곳에 시골 마을의 정자나무 역할을 하는 이 은행나무가 있다. 별로 크지도 않고 눈에 띄는 특징도 없으나 아담한 것이 도리어 더 친근감이 드는 나무이다. 특히 나무 밑에는 줄기를 중심으로 둥글게 벤치가 마련돼 있어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는 아주 좋다. 나도 자주 이 앞을 지나가면서한가할 때는 가끔씩 나무 아래에 앉았다 가곤 한다. 지금 뒤쪽은 경복궁 복원 공사로 어수선하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지 않어선지 조용한 편이다. 가을이 되면서 이 나무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어머니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고, 노란 은행잎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에 발길이 멈추게 된다. 그리고는 나무와 사람들의 어울림을 흐뭇한 마음으로 바..

천년의나무 2005.11.12

명륜당 은행나무

명륜당(明倫堂) 앞마당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조선 중중 14년(1519)에 대사성을 지낸 윤탁(尹倬)이 심었다고 한다. 이 말이 맞다면 수령이 50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두 그루가 있는데 동쪽에 있는 나무가 더 크다. 그런데 이 나무는 전쟁 중에 피해를 입어 가지가 일곱으로 갈아졌는데도 각각이 모두 굵게 잘 자랐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59 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예로부터 은행나무는향교나 문묘 등에 널리 심어 온 나무로 우리나라 보호수 가운데 느티나무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유교와 관련된 기관에 은행나무를 많이 심은 이유는 공자가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가르친 곳이 '행단(杏壇)'이라고불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행단은 일종의 야외학습장인 셈인데, 나무를 뜻하는 '행(杏)'을 은행나무로..

천년의나무 2005.11.07

올림픽공원 부부목

그리스 신화에서는 남자와 여자를 각각 불완전한 존재로 보고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서 결합할 때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올림픽공원을 산책할 때 만나게 되는 이 나무를 보면신화에서 말하는 그런 내용이 떠오른다. 포플러나무인 듯한 이 나무는 멀리서 보면 그냥 온전한 한 그루의 나무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두 그루가 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나무가 키도 같고, 생김새도 비슷하면서 그래서 서로 좌우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오순도순 사이 좋게 살고 있다. 둘이지만 둘이 어우러져 하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은 두 나무 사이에 있는 틈이다. 자연스런 모양인지, 아니면 사람이 전지를 해서 저렇게 된 것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저 틈이 있음으로써 둘의 관..

천년의나무 2005.02.19

선농단 향나무

서울 제기동에 있는 선농단(先農壇)에는 천연기념물 240호로 지정된 향나무가 있다. 선농단은 조선조 때 농업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이때 지내던 제사는 축제의 성격이 컸다고 한다. 경칩이 지난 다음 동대문 밖인 이곳에 왕이 와서 제사를 지내고 직접 쟁기를 잡고 농사짓는 모범을 백성들에게 보여주었다. 행사 뒤에는 소를 잡고 가마솥에 곰탕을 끓였는데, 이 탕을 선농탕(先農湯)이라고 했으며 이것이 뒤에 설렁탕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곳은 설렁탕의 기원지이기도 하다. 나에게 이 장소가 각별한 것은 여기가 모교 캠퍼스였기 때문이다. 그때 선농단은 캠퍼스 안에 있어서 우리들의 휴식 동산이었다. 수업이 없는 시간이면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도 하고 토론도 하던 장소였다. 또 그때는 카드놀이가..

천년의나무 2005.01.26

조계사 백송

경복궁 둘레에는 오래 된 백송(白松)이 몇 그루 남아 있다. 관청이나 양반가에서 고이 길렀던 것으로 보이는데, 전국적으로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백송은 무척 귀하고 상서로운 나무로 대접을 받았을 것 같다. 그 중의 하나가 천연기념물 제 9호로 지정된 조계사 경내에 있는 이 백송이다. 조계사는 한양 도성 내에 있는 유일한 본사로 1395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터는 비좁고 볼 품이 없다. 조선조 시대에 불교에 대한 대접이 시원치 않았음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도성 내에 이런 사찰을 허락한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조계사 대웅전은 지금공사중이어서 경내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하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백송은 대웅전과 공사..

천년의나무 2004.12.26

재동 백송

지난 주말 오후에는 동료 K와 같이 종로구 재동(齋洞)에 있는 백송(白松)을 보러 갔다. 지금은 헌법재판소 구내에 속해 있는데 정문 수위실에 백송을 보러 왔다고 하니선선히 통과시켜 준다. 본관 건물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서니 뒤편 얕은 언덕 위에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비록 철기둥에 몸을 기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품위가 손상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백송은 누가 보아도 절대 그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흰색 줄기가 워낙 특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동 백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 하는데 과히 그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백송은 중국 북경 부근이 원산지로 번식시키기가 까다로워 희귀한 나무이다. 중국에서 ..

천년의나무 2004.10.11

경기상고 반송

경기상고에서 반송을 보다. 경기상고는 역사도 오래 되었지만 학교 본관 건물 앞으로 늘어선 반송이 참 봄직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라면 대부분이 소나무를 말할 것이다. 소나무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야산에서 구불구불 자라는 소나무도 나름의 멋을 지니고 있고, 하늘을 향해 쭉 쭉 뻗은 소나무 또한 시원하고 힘찬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그 중에서도 반송이 좋다. 반송의 가장 큰 특징은 주된 줄기가 따로 없고 땅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들이 뻗어 나온다. 영어 이름이 'Japanese Umbrella Pine'인데 그 이름대로 생긴 모양이 우산을 쓴 것 같이 대칭형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 붉은 색을 띤 줄기도 시원시원하다.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알고 있는데 영어 이름에는 'Japanese'가 들..

천년의나무 2004.10.01

창경궁 회화나무

창경궁에 있는 300여살이 되었다는 회화나무이다. 안내문에 보면 창경원 시절에 수많은 관람객들의 손에 가지가 꺾이고 시달려 수형이 이렇게 불균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세월의 풍파를 견딘 나무의 품위는 더욱 당당해 보인다. 끈질긴 생명력과 바위와 같은 과묵함이 거목에서 느껴진다. 일본에는 나이가 5천년이 넘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삼나무의 일종이라고 한 것 같다. 한 생명체가 우리 나라역사와 맞먹는 세월만큼 살아왔다니 절로 감탄이 난다. 그 나무 앞에서는 누구라도 경배를 하게 될 것 같다. 그 긴 침묵의 세월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얼마나 왜소한가. 자연을 이용 대상으로만 여기는오만한 짓거리는 이제 그만 뒀으면 좋겠다.

천년의나무 200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