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서울 82

올림픽공원 느티나무

올림픽공원에서 제일 유명한 나무는 넓은 잔디밭에 홀로 서 있는 향나무일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왕따나무라고 부른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예전에 찍었던 왕따나무 사진이 놓여 있다. 그러나 나이로 치면 올림픽공원을 대표하는 것은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하나는 구릉 지대 높은 곳에 있어 사람들 눈에 잘 띄지만 다른 하나인 이 느티나무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두 나무의 수령은 비슷한데 대략 450년 정도 되었다. 몽촌토성의 역사에 비하면 일천하지만 이곳이 오랜 역사의 고장임을 말해주는 건 역시 고목이다. 그래서 오래된 나무가 별로 없는 이곳에서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귀하다. 이 동생 느티나무는 두 줄기가 V자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키가 한쪽 줄기는 12.5 m, 다른쪽 줄기는7.5 m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1.06.17

청와대 반송

청와대 앞을 지날 때마다 반송(盤松)이 제일 눈에 들어온다. 정문 진입로 양편으로 20여 그루의 반송들이 도열해 있다. 뒤의 북악산, 청와대 건물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이 집의 주인은 들고날 때마다 아름다운 반송의 환영을 받는 셈이다. 반송은 소나무의 품종 중 하나로 원줄기 없이 여러 개의 줄기가 부챗살처럼 퍼져 있다. 그래서 만지송(萬枝松)이라는 별칭이 있다. 재미있는 건 반송 종자를 발아시키면 15% 정도만 반송의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유전적인 형질은 아닌가 보다. 청와대 반송은 모양도 아름답고 건강하다. 수령은50년에서 100년 사이 쯤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가 볼 수는 없다. 정치도 이 나무들처럼 아름답고 멋지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년의나무 2011.02.26

경운궁터 회화나무

서울시 중구 정동 도심 한복판에 넓은 공터가 있다. 옛 경운궁(慶運宮)이 있던 자리다. 1919년에 고종이 승하하면서 궁역이 축소되고 이 자리에 경기여고가 들어섰다. 1988년에 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빈 터로 되었는데 지나다닐 때마다 늘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미국 대사관이 이곳으로 옮긴다는 말이 있었다. 빈 터 한복판에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들어가보고 싶지만 문이 닫혀 있고, 미국 땅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적혀 있어 멀리서만 바라볼 뿐이었다. 다행히 이번에 지나갈 때는 문이 열려 있어 몇 걸음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나무는 45도 정도 기울어진 채 지지대에 의지해 버티고 있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하다. 몇 년 전에 방화로 큰 손상을 입었다는데 끝내 회복되지..

천년의나무 2011.02.23

마실길 느티나무

그저께 걸었던 북한산 둘레길 중 마실길에서 만났던 느티나무다. 진관사를 중심으로 한 주변 둘레길에는 일이백 년 정도 되는 느티나무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길 옆에 있던 이 느티나무도 그중 하나다. 수령은 150년 정도 되었고, 키는 13 m, 줄기 둘레는 3.8 m 가량이다. 산자락에서 자라고 있어선지 나무는 건강하고 모양도 아름답다. 은평구 진관외동에 있다. 지금은 나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만 여름이면 이 나무 그늘 아래서 많은 트래커들이 땀을 식히며 쉬고갈 것이다. 주변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휴식 시설도 잘 되어 있다.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이런 나무들을 만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천년의나무 2010.12.10

꿈의숲 느티나무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는 '북서울 꿈의숲' 입구에 있다.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우선 이 나무와 눈맞춤을 하고 들어가게 된다. 안내문에 보면 1968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다는데 수령이 갓 200년을 넘은 느티나무치고는 일찍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나무의 키는 13 m, 줄기 둘레는 2.7 m인데 아직 젊은 기개가 씩씩하다. 꿈의숲공원을 대표하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친지 결혼식에 간 길에 옆에 있는 이 공원에 들렀다. 안개 자욱한 날이었다. 전에이곳은 드림랜드라 불린 놀이공원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탈 기구들이 많았다. 그때 왔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꿈의숲이라는 공원으로 새로 조성하고 개장한지 이제 1년이 되었다. ..

천년의나무 2010.11.12

여의도공원 소나무

박정희 시대 때 여의도에 '5.16광장'이 만들어졌다. 12만 평의 넓이였는데 국가적 대형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내 기억에 5.16광장은 1974년에 열렸던'엑스플로'라는 개신교 행사로 남아 있다. 8월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설교와 강의를 들으며 며칠동안 고행을 했다. 저녁에는 그룹별로 성경공부를 하고 학교 교실에서 잠을 잤다. 일부는 광장에서 텐트 생활도 했다. 이 행사가 끝나던 날,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었고 8.15 경축식장의 사건도 일어났다. '5.16광장'은 '여의도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다시 '여의도공원'으로 변했다. 황량했던 아스팔트 광장이 숲으로 변신했다. 물도 흐르고 호수도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여기가 옛날의 그 아스팔트 광장이었던가 싶다. 공원의 많은 나무들 중에서도 소나무..

천년의나무 2010.10.07

중앙고 은행나무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중앙고등학교 정문에 수령이 500 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학교가 세워지기 전에 이 나무는 마을의수호신으로 숭앙되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가을이면 오곡백과를 차려 놓고 한 해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소원을 기원했다고 전해진다. 2008 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은 중앙고등학교는 민족 사학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다. 3.1 운동의 시작도 이곳 중앙고등학교에서였다. 당시에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 선생이 교장으로 있었는데 교장 사택에서의 모임이 3.1 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아마 이 은행나무 아래서 애국지사들이 나라를 걱정하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은행나무는 중앙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나무의 생육 환경이 너무 나쁘다. 수위실과 인근 주택에 갇혀 ..

천년의나무 2010.09.30

재동 백송(2)

백송을 보러 갔다. 헌법재판소 안에 있는데 2004년에 처음 만난 이래 이번이 네번 째다. 백송 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고 오래 되었다. 나이가 600살이고 키는 15 m다. 또한 제일 아름답다. V자 모양으로 뻗은 줄기는 멀리서 보면 눈부실 듯 하얗다. 지금은 헌법재판소가 들어와 있지만 옛날에 이곳은 풍양 조씨 집안이 대대로 살던 터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 풍양 조씨는 판서를 아홉 명이나 배출한 명문이었다. 영조 때는 조상경 판서가 살았던 집이었다. 풍양 조씨가 득세할 때는백송의 껍질이 유난히 희게 보였다 한다. 조선 시대 말에 안동 김씨가 세력을 얻으면서 백송은 흰빛을 잃어갔다는 얘기가 전한다. 물론 풍양 조씨 쪽에서 만들어낸 말일 것이다. 누구나 자기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뒤에 이 ..

천년의나무 2010.09.17

사당4동 은행나무

집에서 가까운 사당4동에 동작구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이 있다. 은행나무 두 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인데, 모두다 수령이 300년 내외가 된 나무들이다. 그 가운데 한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는 다정하게 서로 이웃하고 있다. 윗가지는 서로 겹쳐져 나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좁은 골목길에서 옹색하고 자라고 있지만 예전에는 한양 외곽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동구쯤에 있었을 것 같다. 백 년 전에 찍은 동작구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천지개벽이라 할 정도로 변했다. 낮은 야산을 등지고 드문드문 서 있는 초가집이 백 년 전의 한양 외곽 풍경이었다. 당시에 이 나무들은 마을의 일원으로써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눈을 감으면 그때의 정경이 눈에 잡히는 듯하다. 도시에서 인간들에게 삶의 터전을 ..

천년의나무 2010.06.03

양평동교회 둥근잎느티나무

1885년 4월 5일 장로교회의 언더우드 선교사와 감리교회의 아펜젤러 부부가 인천항에 첫발을 디딤으로써 한국 개신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언더우드는 교육과 복지사업을 병행하며 여러 군데 교회를 세우는데 영등포에 있는 양평동교회는 그가 한국에 들어온지 22년째 되는 1907년에 설립한 교회다. 10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양평동교회에 언더우드가 교회 설립을 기념하며 심었다고 전해지는 둥근잎느티나무가 있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는 언더우드 선교사가 미국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한다. 둥근잎느티나무는 영국이 원산으로 원명은 울무스(Ulmus)이며, 미국 남부 지방에는 오래된 둥근잎느티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일반 느티나무에 비해 잎이 넓고 나무 껍질도 우둘투둘하다. 교회를 세울 당시 이곳은 한양..

천년의나무 2009.10.16

남산 소나무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남산하면 소나무가 연상되는 것은 이런 애국가의 가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남산에는 철갑을 두른 듯한 울창한 소나무 숲은 없다. 그래도 남쪽 기슭을 중심으로 일부가 남아있는데, 남산의 소나무가 사라진 것은 대부분이 일제 강점기 때 남벌한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 남산의 소나무 숲 자체가 인공적으로 조림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때에 장정 수천 명을 동원해 남산을 중심으로 20일 동안 1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궁궐 건축 등을 위한 목재 수요의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 뒤로 소나무의 벌채를 금하면서 남산은 숲이 울창해져 산적이 출몰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소나무가 지금은 전체의 20..

천년의나무 2009.10.07

배재학당 향나무

서울 종로구 정동에는 옛 배재학당 터가 있다. 감리교 소속이었던 아펜젤러(H. G. Appenzeller) 선교사가 1886 년에 세운 학교다. 배재학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남자 중등교육기관이다. 이듬해에는 배재와 이화학당 학생들을 위한 정동교회를 설립한다. 그래서 이곳은 신학문과 개신교의 시발지라고 할 수 있다. 학교는 1984 년에 강동구로이사를 갔는데 터에는 지금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옛 동관 건물만이 남아 있다. 이 건물 앞에 수령 500 년이 넘은 향나무 한 그루가 있다. 높이가 16 m에 이르는데 특이한 것은 아랫 부분에는 가지가 없이 위로만 쭉 뻗어 있다. 나무 줄기도 많이 상해서 대부분이 보형물로 채워져 있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임진왜란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말을 매어둔 나무..

천년의나무 2009.05.10

경복고 느티나무

경복고등학교 구내에는 시 보호수로 지정정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수령은 565 년이라고적혀 있지만 얼마나 사실인지는의문이다. 오래된 나무를 일 년 단위까지 자세하게 나타내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그런 년수를 떠나서 이 나무와는 여기서 근무하는 5 년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초지일관 한 자리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실 나무에 대해 존경의 념을 품는 게 그것이다, 힘들어도 어려워도 나무는 자신의자리를 지킨다. 나무는 인간처럼 촐삭대지는 않는다. 세파에 시들려 축 처진 몸과 마음으로 교정을 나설 때, 세상과 인간을 원망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때 느티나무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봐 주었다. 출근길의 바쁜 발걸음이며 퇴근길의 지친 발걸음을 느티..

천년의나무 2009.01.30

화동 회화나무

지금은 정독도서관이 있지만 예전에는 여기에 경기고등학교가 있었다. 행정명으로는 서울시 종로구 화동이다.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얕은 경사의 오르막길 옆에 이 회화나무가 있다. 보호수라는 입간판이 있지만 주변 환경은 나무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서있는 땅도 옹색하기 그지 없는데 마치 쓸데없는 물건이 괜한 땅을 차지하고 있다는 듯 천덕꾸러기취급을 받는 것 같다. 그래선지 나무도 그 크기에 따르는 위용이 느껴지지 않는다.지금은 주변이 무슨 공사중인지 더욱 어수선하다. 이 나무는 높이가 17 m, 줄기 둘레는 2.9 m이고, 나이는 약 200여 년이 되었다. 이왕 공사가 시작되었으니 나무 주위도 잘 단장해줬으면 좋겠다.

천년의나무 2009.01.05

서초동 향나무

지하철 서초역 사거리에 큰 향나무가 있다. 높이가 15.5 m에나이가 870 살이나 된 서울에서는 가장 크고 오래된 향나무다. 이 나무는 나이에 비해 줄기는 굵지 않은데 키가 커서 무척 날씬하다. 그리고 일반적인 향나무의 특징인 가지의 뒤틀림 현상도 별로 없이 곧게 자랐다. 신촌에 나가는 길에 이 나무를 보기 위해일부러 길을 돌아서 서초역에서 내렸다. 나무는 도로 한가운데 있어서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다. 이곳은 지금은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들어선 법원 단지이지만 전에는 비닐하우스촌이었다고 한다. 개발이 되면서 나무는 고립무원이 되었는데 그래도오래된 나무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배려가 있어 고맙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나무를 인간과 동일시하거나 신성시 하는 민족도 드물다고 한다. 나무를 시집 보낸다는 말도 있고..

천년의나무 2008.12.27

충정로 회화나무

조선의 궁궐들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에는 오래된 회화나무가 많다. 옛 사람들이 회화나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안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다. 아마 고목의 회화나무 밀도로는 이곳이 전국에서 최고일 것이다. 종로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앞 뜰에도 오래된 회화나무가 한 그루 있다. 수령은 약 500 년으로 추정되는데 노쇠한 흔적이 역역하다. 줄기의 대부분은 썩어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가지도 죽어서 그랬는지 여러 개가 잘려나갔다. 겨울이어선지 더욱 앙상해 보여안쓰럽게 느껴졌다. 이 나무는 중국 사신이 와서 기념으로 심은 것이었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이곳은 조선시대 때에는 어느 관청의 마당이었을지 모른다.수백 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제 나무만 홀로 남았다. 그러나 나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나그네 역..

천년의나무 2008.12.22

사직동 향나무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사직단 앞 거리에 이 향나무가 있다. 아마 전에는 여기까지 사직단 경내였을 것이다. 어디나 마찬가지였겠지만 도시가 개발되면서 사직단의 일부가 도로로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향나무는 홀로 쓸쓸하게 서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대개 향나무를 경내로 옮기는 것이 보통인데 그러지 않은 걸 보면 나의 추정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나무의 나이는 230 년 쯤 되었고, 키는 14 m, 줄기의 둘레는 1.8 m이다. 나무는 도시의 매연 탓에 무척 추레해 보이고 줄기는 온통 검게 변해 있다. 큰 키를 버틸 힘조차 없는 듯 철제 버팀목에 기댄 모습이 지팡이를 짚고 겨우 서 있는 할아버지 같이 허약하게 보인다. 도시속의 나무들은 인간의 보호를 받기는 하지만 다들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천년의나무 2008.12.18

행촌동 은행나무

서울 종로구 행촌동 주택가 골목에 큰 은행나무가 있다. 행촌동(杏村洞)이라는 이름도 이 나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연립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예전에는 은행나무들이 자라던 한양 성곽에 인접한 마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모습에서 옛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나무는 수령이 약 420 년으로 추정되고, 높이는 23 m, 줄기 둘레는 6,8 m이다. 길이가 긴 키다리로 보이는 것은 옆으로 난 가지들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나무 바로 옆에까지 주택이 들어서는 바람에 나무는 옆으로 자랄 여유가 없다. 보는 사람도 답답한데 나무는 오죽 하겠는가 싶다.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나무를 위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나무가 있는 곳은 행주대첩의 영웅인 권율(權慄) 장군의 집터였다고 한다...

천년의나무 2008.12.12

일원동 느티나무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있다. 대모산 자락에 숨어있어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90년대에 이곳이 택지지구로 개발되기 전에는 농가 몇 채가 있었던 작은 마을이었다. 지금은 터널이 뚫리고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는데, 나무 주위는 작은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마침 공원 의자에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 두 분이 앉아계시다가 나무를 살피는 나를 보고는 나무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해 주셨다. 당신이 이 마을로 열일곱 살에 시집을 왔을 때 이웃집 마당에 이 느티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도 그늘을 온 집에 드리울 정도로 나무가 컸는데, 개발이 되면서 집이 헐리고 덩그마니 나무만 남았다는 것이다. 한때 나무가 병에 걸려 줄기가 썩으며 쇠약해졌는데 나라에서 주사도 주고 줄기도 때우고 해서 지..

천년의나무 2008.10.04

창경궁 황철나무

아직도 처음 들어보게 되는 나무 이름이 있다. 황철나무도 그랬다. 황철나무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닌데 버드나무과 중에서 사시나무 종류에 들어간다고 한다. 황철(黃鐵)이라는 한자 이름도 특이하다. 창경궁 서편에 큰 황철나무가 있다. 어두운 색의 굵은 줄기가 굉장히 우락부락하게 생겼다. 원래 궁궐에 있을 나무가 아니므로 일본인들이 창경원을 꾸밀 때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두 그루가 나란히 자라고 있었는데 하나는 죽었다고 가지를몽땅 잘랐다. 그런데 아래 밑둥에서는 새 가지가 나오며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아직 뿌리는 완전히 죽지 않은 것 같다. 황철나무의 목재는 가볍고 연하여 상자나 펄프를 만드는데 쓰인다고 한다.

천년의나무 2008.09.18

창경궁 주목

창경궁 함인정(涵仁亭) 앞에 기이하게 생긴 주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두 줄기 중 하나는 꼿꼿이 서 있는데 다른 하나는 45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으면서 잎이 하나도 없다. 바로 서 있는 줄기도 중간에서 잘려있어 제대로 성장한 모양이 아니다. 벼락을 맞아서 저런 기형이 되었다고 한다. 나이는 300 년으로 추정되는데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의 수명에 비하면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다. 삶의 어느 한 시기에 찾아온 충격이 나무에게는 엄청난 고통이 되었는지 모른다. 나이에 비해서는 많이 늙고 힘들어 보였다.

천년의나무 2008.09.18

경복고 무궁화

무궁화가 나라꽃이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오래된 무궁화나무가 없음은 아쉬운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무궁화 중 가장 오래된 것이 백 년 남짓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경복고 교정에 있는 이 정도의 무궁화라면 보기 드물게 크게 자란 것이다. 백단심계의 이 무궁화는 수형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품종도 우수하다고 인정을 받았다. 이 정도면 꽃이 아니라 나무 자체에서도 품격이 느껴진다. 나무를 하얗게 덮던 꽃들도 지금은 듬성듬성해졌다. 무궁화는 초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석 달 정도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매일 새로운 꽃으로 단장하니 한 나무에서 거의 5천 송이 가까이나 피었다가 지는 셈이다. 예쁜 꽃이 단 하루만 피었다가 사라진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끊임없이 꽃을 피워내는 그 생명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

천년의나무 2008.09.10

서울농학교 느티나무

농학교의 고요한 교정에 역시 말 없는 느티나무가 있다.교문을 들어서면 바로 만나게 되는 이 느티나무는 학교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예쁜 의자도 있고, 아이들이 읽을 책도 비치해 두었다. 나무 아래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내 소란스러운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부쩍 말이 많아졌다는 것은 마음이 들떠있다는 얘기다.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남을 쉽게 원망한 적도 많다. 다시 느티나무의 침묵을 배워야겠다. 이 나무는 나이가 250살 정도 되었고, 키는 16 m, 가슴둘레는 4.3 m다. 원줄기에서 바로 세 개로 줄기가 갈라진 것이 특징이다.줄기 사이에는 아이들이 올라가 놀 수 있을 정도로 품이 넓다. 원래는 두 그루가 있었는데, 하나는 고사목이 되었다. 오래도록 해로하다가 짝을 미리 보내고 혼자 남은..

천년의나무 2008.07.04

원터골 느티나무

서울 쪽에서 청계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들머리가 원터골이다. 원터골 등산로 입구에 등산객들의 만남의장소로 이용되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지금은 도로가 생겨서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복잡하게 되었지만 인근에 미륵당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이곳이 절터였거나 미륵신앙에 관계된 기복의 장소였던 곳으로 보인다. 일제시대 때만 해도 이곳에는 미륵당을 중심으로 느티나무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인들에 의해서 느티나무는 대부분 베어지고 지금은 고작 두 그루만 남아 있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약 300 년이 되었다. 전에는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로부터 신령한 나무로 대접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20 세기에 들어 시작된 나무의시련은 지금은 문명에 의한 시달림으로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

천년의나무 2008.05.09

덕수궁 회화나무

고궁에서는 어디서나 오래된 회화나무를 볼 수 있다. 그것은 회화나무가 선비나 학자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옛날 주나라 봉건시대 때는 신분에 따라 무덤 주위에 심는 나무 종류도 달랐다. 천자는 소나무, 제후는 측백나무, 선비의 경우에는회화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것이 유래가 되어 회화나무는 중국에서 학자수 또는 선비나무로 불리었는데, 당연히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전해져서 회화나무는 선비나 학식을 상징하는 나무로 되었다. 덕수궁에도 여러 그루의 회화나무 고목이 있다. 대략 300여 년이 된 나무들이다. 특히 이 회화나무에는 줄기에 큰 옹두리가 달려 있다. 옹두리는 나무 줄기가 상한 자리에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것을 가리키는데 회화나무에 잘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회화나무를 중국에서는 괴(槐)라고 부른다. 중..

천년의나무 2008.04.22

정독도서관 회화나무

1970 년대에 경기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사를 가면서 그 자리가 정독도서관으로 바뀌었다. 반가운 것은 지금까지 옛 교정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특히 오래된 본관 건물이나 강당 등을 그대로 도서관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옛 건물의 고풍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도서관으로는 아주 제격이다. 운동장 한 켠에 수령이 300 년 정도인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아마 70 년대 이전에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분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의 추억 속에 이 나무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에 시달렸는지 나무는 가지가 많이 잘라졌고 줄기마저 쇠 버팀대에 의지한채 불안하게 서 있다. 그 모습이 족쇄를 찬 죄수 같아 보기에 민망하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도 교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 쉬는..

천년의나무 2008.04.05

우정총국 회화나무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는 옛 우정총국(郵征總局) 건물이 한 채 남아 있다. 이곳은 근대식 우편 사무를 취급하기 위해 고종 21년(1884)에 설치한 관청이었다. 이 우정총국 건물이 완공되어 축하 연회를 여는 것을 기회로 삼아 김옥균 등의 개화파는 집권 사대당을 제거하고 신정부를 조직하는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비록 3일 천하로 끝났지만 여기가 바로 그 역사적 현장인 셈이다. 옛 우정총국 마당 한가운데에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나이가 들기도 했지만 나무는 굉장히 허약해 보이고 상처 투성이다. 줄기는 반 이상이 패여 보형물로 채워져 있다. 더구나 줄기는 휘어져 기둥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마치 꼬부랑 할머니와 같다. 이 나무는 갑신정변의 현장을 비롯해 우리의 근대 역사를 바로 옆에서 지켜 보았을 것이다. 그래..

천년의나무 2008.04.01

조계사 회화나무

오랜만에 들린 조계사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의 대대적인 정비로 깔끔해졌지만옛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왠지 낯설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경내에는 아직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조계사 대웅전 마당 한가운데에 오래된 회화나무가 있다. 나이는 450 살로 추정되는데 높이는 26 m, 둘레는 4 m에 이른다. 예전에 여기는 조계사를 중심으로 회화나무 숲이 있었다는데, 그래서 이곳이 회화나무 우물골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언젠가 4 월 초파일에 조계사를 찾았을 때, 이 나무 줄기에서 방사상으로 뻗어나간 오색의 연등 물결이 무척 아름다웠었다. 물론 당시에는 나무에는 관심이 없었고, 이 나무가 회화나무인지도 몰랐다. 경복궁과 같은 궁궐이 많은 이쪽 동네에는 특히 오래된 회화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회화나무는..

천년의나무 2008.03.27

미륵암 느티나무

상도동 서달산 기슭 주택가에 미륵암이 있다. 입구는 일반 주택과 잘 구별이 되지 않아 가까이 가기 전에는 그곳이 절인지를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산에 있는 암자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고려 시대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연혁에 대해서는 안내문이 없어서 알 수가 없다. 미륵암 마당 한 쪽에 1981년에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은 약 220 년 정도로 그렇게 오래된 나무는 아니다. 줄기 둘레 역시 2.7 m로 지금 한창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을나무다. 그런데 아쉽게도 도시의 나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생육조건이 아주 나쁘다. 암자의 부속건물이 나무 바로 옆에 세워져 있어 줄기에는 상채기도 많이 나있고보기에도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그런 탓인지 영양제를 맞고 있는 모습이 안스럽..

천년의나무 2008.03.18

지장사 느티나무

산책길에 들리게 되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에는 여러 조경수들이 심어져 있지만 연륜이 오랜 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만난 유일한 고목이 바로 현충원 경내의 지장사(地藏寺) 입구에 있는 이 느티나무다. 불교에서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지옥에 들어가 중생들을 위무하고 교화하는 살신성인의 부처님이시다. 현충원 안에 있는 사찰 이름이 지장사인 것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뜻과 잘 맞는 것 같다. 이 사찰은 신라 시대 때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나이가 약 330 년이 되었고, 높이는 15 m,둘레는 4.5 m이다.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겨울에 봐서인지 당당하기보다는 좀 쓸쓸하고 외롭게 보였다. 여름 모습을 본다면 아..

천년의나무 200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