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01

도봉산에 도전하다

그동안 제대로 된 등산이 너무 뜸했다. 주로 뒷산길만 걸었지 500m가 넘는 산을 오른 기억이 까마득하다. 아마 2년 반 전의 월출산 등산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체력 테스트 겸 도봉산을 한 번 올라보기로 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자가용을 몰고 가서 도봉산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료가 5분에 250원이다. 입구를 지나면 등산로는 여러 길로 갈라진다. 다락능선을 타고 포대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를 택했다. 다락능선을 걷다 보면 여러 조망 포인트가 나온다. 첫 번째 조망 포인트에서는 서울 동북부 지역과 그 뒤로 순하게 앉아 있는 불암산과 수락산을 볼 수 있다. 은석암을 지나고, 두 번째 조망 포인트에서는 포대능선과 망월사가 보인다. 도봉산은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많다. 혼자 조용히 걷도록 놓아두지를..

사진속일상 2020.10.06

땀 쏟으며 오른 백마산

올해는 장마가 길다. 중부지방은 다음 주가 지나야 끝난다는 예보다. 8월 초순까지도 장맛비가 오락가락할 모양이다.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비 멈춘 날, 백마산에 올랐다. 산행 장비를 꾸린 건 오랜만이다. 작년 10월이 마지막이었으니 아홉 달이 넘었다. 지금은 발바닥 통증이 많이 가라앉아서 가벼운 산행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습도 높은 눅눅한 날씨 때문에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수건 두 개가 금방 축축해졌다. 산 입구에서는 산모기가 떼로 달려들더니 다행히 산속에 들어가니 덜해졌다. 산모기를 쉼 없이 괴롭히는 잡념과 망상으로 해석한다면, 산에 오르는 과정을 깨달음의 길로 비유해도 괜찮겠다. 번뇌의 바탕은 탐욕과 시기다. 높이 올라가면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지상의 집착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어쩌다 돌..

사진속일상 2020.08.01

백마산에 오르다

올해 들어 산행이 뜸해졌다. 체력이 저하된 탓은 아니고, 발바닥에 생긴 통증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적당한 걸음은 괜찮은데 많이 걸으면 발이 경고를 보내온다. 가능하면 산행을 자제하고 있다. 오랜만에 배낭 속에 한 끼 식사를 챙겨 길을 나선다. 집 가까이 있는 백마산 산행이다. 바로 지척에 있는 산인데 한 해 반만에 찾는다. 새광주주유소에서 버스를 내리면 바로 백마산행의 기점이다. 조금 걸어 올라가면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이 나오는데, 한창 개발되고 있는 광주시의 서부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런 산길 참 좋다. 내 앞에 펼쳐져 있는 풍경만 봐도 마구 엔도르핀이 샘솟는다. 휴일이지만 사람 만나기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좋은 길이 호젓하기까지 하니 금상첨화다. 이 쉼터는 누군가가 항상 깔끔하게 쓸어 놓는..

사진속일상 2019.10.19

이 또한 지나가리라!

김별아 작가의 백두대간 산행기다. 백두대간 종주는 2년에 걸쳐 40차로 진행되었는데, 이 책은 2010년 3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산행에 대한 전반기 기록이다. 부제가 '김별아 치유의 산행'이듯이 단순한 산행기가 아니라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면서 자신을 보듬고 사랑하게 되어 가는 치유의 과정을 담았다. 산행 이야기와 작가가 살며 경험한 내적 고뇌가 반씩 섞여 있다. 작가는 집 가까이 있는 산도 오르지 않던 전형적인 평지형 인간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에서 실시하는 아이와 학부모가 함께 하는 백두대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갑자기 종주에 나서게 되었다. 전문 산꾼도 어려워하는 백두대간 종주다. 등산 초보자가 감당하기에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까. 한 달에 두 번씩 주말을 이용했고, 하루 평균..

읽고본느낌 2019.08.10

불당리 기점 두 번째 산행

알려주기 전까지는 까맣게 몰랐다. 불당리를 기점으로 하는 산행이 첫길인 줄 알고 나갔다. 그런데 5년 전에 같이 올랐던 코스란다. 설명을 듣고 같은 길을 걸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옛 일기장을 확인하고서야 그랬던가 싶다. 이런 멍충이가 있나! 8월 3일, 폭염 경보가 내린 날이었다. 불당리에서 출발하여 검단산과 망덕봉을 지나 원점으로 돌아왔다. 트레커 여덟 명과 함께 했다. 다수가 코카서스 트레킹 한 달을 마치고 온 터여서 여행 얘기가 많았다. 6, 7월의 코카서스는 온통 꽃밭이더라는 전언이 제일 부러웠다. 무릎 연골을 다친 A가 몇 년만에 나왔다. 꾸준한 재활 노력으로 이제 동네 뒷산 정도는 다닐 정도가 되었다 한다. 작년에 퇴직한 뒤로 어학 공부도 부지런히 하는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사진속일상 2019.08.03

곰배령과 불바라기약수

점봉산 일대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점봉산은 2026년까지 출입 통제이고, 곰배령도 하루 입장 인원을 450명으로 제한한다.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다. 곰배령의 별칭이 '천상의 화원'이다. 여름 꽃밭이 유명하지만 사계절 어느 때나 야생화를 한껏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이번에 트레커 팀과 1박2일에 걸쳐 곰배령, 불바라기약수를 둘러보았다. 5월 중순이라 들꽃에는 어중간한 시기지만 역시 곰배령은 이름값을 했다. 얼레지를 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곰배령은 수도권 산보다 한 달 이상 계절이 늦다. 쥐오줌풀 참꽃마리 병꽃나무 졸방제비꽃 벌깨덩굴 미나리아재비 개별꽃 미나리냉이 피나물 현호색 줄딸기 홀아비바람꽃. 정상부에는 홀아비바람꽃 군락이 대단했다. 회리바람꽃 양지꽃 동의나물..

사진속일상 2019.05.19

영장산에서 삼동으로

어제는 초여름 날씨더니 오늘은 가을처럼 선선하다. 봄날씨 변덕은 알아줘야겠다. 휴일에는 외출을 자제하는데 오늘은 예외다. 하늘 쨍하며 눈부시고, 공기는 더없이 맑고 상큼하다. 심호흡을 크게 하며 영장산으로 향한다. 이매역에서 바로 산으로 들어간다. 도시에 인접한 산이고 휴일인데 산길에서는 사람 만나기 힘들다. 걷기 열풍이 약간 수그러들었나 보다. 산길이 조용하니 나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이매역에서 영장산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절로 힐링이 되는 걷기 좋은 평평한 흙길이 많다. 지금의 나한테 딱 맞는 길이다. 이런 길은 하루 종일 걸어도 괜찮겠다. 정상이 빨리 다가오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 영장산에서 북쪽 능선으로 방향을 튼다. 유행이 뭔지, 레깅스를 입고 등산하는 여자들이 자주 보인다. ..

사진속일상 2019.05.06

검단능선을 걷다

검단산에서 용마산을 거쳐 번천리까지 이어지는 능선길 걷기를 다시 시도해 보았다. 14년 전에 걸었다가 중도에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이곳으로 이사와서는 가까이서 자주 보는 산이라, 언젠가는 걸어봐야지, 라는 마음이 늘 있었다. 6개월 만에 하는 등산이라 출발점을 산곡초등학교로 잡았다. 검단산 정상을 지나쳐서 능선에 오르게 되기 때문에 코스가 좀 짧아진다. 그렇더라도 다리 힘을 붙이지 못한 상태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었다. 이 능선길의 단점이라면 오르내리막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쉽게 지친다. 체력 단련 코스로는 좋을지 몰라도 우리 같은 사람이 느긋하게 걷기에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야 한다. 다른 하나는, 옆으로 중부고속도로가 평행으로 지나기 때문에 길 내내 자동차 소음을 견뎌야 ..

사진속일상 2019.04.30

트레커와 남한산성을 걷다

1년 2개월 만에 트레커 산행에 동행했다. 마침 남한산성을 온다기에 남한산 정상부에서 합류해서 광주 엄미리로 내려왔다. 트레커 팀은 서울 거여동에서 출발하여 서문을 거쳐 왔고, 나는 엄미리에서 올라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 내려온 길은 처음 걸어보는 능선길로 길이 순해서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엄미리와 남한산을 연결하는 능선은 세 개가 있다. 라운딩할 수 있는 코스가 다양해졌다. 산행 후 점심을 한 은고개의 두부전골집도 새로이 알게 된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두 가지 수확이었다. 산길에서 재회한 트레커의 옛 얼굴이 반가웠음은 물론이다.

사진속일상 2018.11.17

누비길 대신 청계산

누비길 5, 6구간은 생략하고 대신 청계산에 올랐다. 5, 6구간은 구간 길이나 교통편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용두회에서는 그동안 가벼운 산길만 걷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산행을 했다. 원터골에서 진달래능선으로 올라가 매봉, 망경대, 이수봉을 지나 옛골로 내려갈 계획이었으나 다들 힘들어 해서 혈읍재에서 내려가는 단축 코스를 택했다. 평상시에 산을 다니지 않으니 오백 미터급도 벅찬 건 당연하다. 이 코스도 네 시간이 걸렸다. 산에 게을러진 건 나도 마찬가지다. 올해처럼 산과 멀어진 적도 없다. 기록을 보니 올 등산이 네 차례밖에 안 된다. 내색을 안 했을 뿐이지 이젠 청계산도 벅차다. 다리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는 법이다. 좀 더 부지런해지자고 다짐한다.

사진속일상 2018.11.13

신현회와 남한산성에

신현회원 넷이 남한산성에 올랐다. 12시에 마천역에서 만나 남한천약수터를 지나는 길을 걸었다. 이 길은 거의 20년 만에 찾은 터라 감회가 남달랐다. 초로의 남자가 모이니 온통 건강 이야기다. 누구를 아느냐, 누구는 아프고 누구는 죽었다, 잠깐 슬픔에 젖지만 누구에게나 미구에 닥칠 일이 아닌가. 아직은 휴우, 하고 안도할 뿐이다. 지나가던 젊은이가 남한산성의 높이를 묻는데 대답을 못해 주었다. 미안하면서 고맙기도 했다. 스마트폰 클릭 한 번이면 확인할 수 있을 터인데 묻기도 하는구나. 뒤에 가만히 찾아 보았다. 수어장대가 있는 청량산의 높이는 482m다. 남한산성에서 제일 높은 남한산은 522m다. 맑은 가을날에 감탄하며 한참동안 지형 찾기 놀이를 했다. 꽃에서도 완연히 가을 분위기가 났다. 여름 꽃에 ..

사진속일상 2018.10.02

백마산에서 외대로

경안교에서 출발하여 백마산 줄기를 타다가 이번에는 외대 용인캠퍼스로 빠지는 길을 택했다. 새로운 길을 걸어보는 설렘은 언제나 좋다. 백마산 줄기에 있는 등산 코스는 모두 밟아보고 싶다. 어제 비가 내리고 대기는 깨끗하게 청소되었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지만 배낭을 메고 상큼하게 집을 나섰다. 잠시만 버스를 타면 백마산 등산로 입구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다. 집을 중심으로 고만고만한 거리에 기다리는 산들이 여럿 있다. 내 발이 둔해서 자주 못 찾을 뿐이다. 조금 걸으면 활공장이 나오는데, 날씨 좋은 휴일에는 여기에서 행글라이더가 뜬다. 광주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 포인트다. 새로 들어설 아파트 단지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용인외대를 가기 위해 백마산 줄기를 타다 보면 여러 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차례대..

사진속일상 2018.05.03

월출산에 오르다

친구 모친 문상으로 진도에 간 길에 월출산에 오르기로 했다. 일행은 저녁에 올라가고 나는 홀로 떨어져 월출산온천관광호텔에 들었다. 친구 덕분에 언젠가는 한 번 오르리라 다짐했던 월출산과 만나게 되었다. 월출산 등산은 코스가 여럿 있지만 원점 회귀하는 데는 천황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게 제일 낫다. 경치도 볼 만하고 라운딩 산행이 가능한 코스다. 나는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에 올랐다가 바람폭포로 내려오는, 시계방향으로 도는 길을 택했다. 주차장 부근에 있는 산장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10시에 출발한다. 조금 걸어 올라가면 천황사가 나오는데, 최근에 조성한 흔적이 묻어난다. 이름에 비해 절 규모는 소박하다. 처음은 완만한 흙길이다. 동백꽃이 길 위에 떨어져 있기도 하고, 대나무숲 사이를 지나기도 한다...

사진속일상 2018.04.19

은고개~한봉

등산 목적으로는 올해 들어 처음 배낭을 멨다. 은고개를 기점과 종점으로 해서 남한산성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택했다. 아무리 한적한 경로라지만 산에 있었던 다섯 시간 동안 등산객 한 명 만나지 못했다. 너무 한적해서 조금은 무서울 정도였다. 은고개에서 약수산을 거쳐 남한산성 한봉까지 올랐다. 남한산성의 동쪽 지역에 있는 한봉은 병자호란 당시 청군이 올라와 산성 안 행궁으로 대포를 쏜 곳이다. 그래서 취약한 방어선을 보완하기 위해 한봉성을 쌓았다. 현재 한봉성은 많이 허물어져 있고, 아직 보수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내려갈 때는 엄미리로 바로 내려가는 길을 따랐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일말의 호기심과 함께 긴장도 되었다. 계곡을 끼고 가는 길이라 봄꽃 기대를 했었는데 의외로 삭막했다. 길이는 조금 단축되었으..

사진속일상 2018.04.12

울릉도(1) - 성인봉

울릉도 둘째 날, 천부로 가는 6시 45분 버스를 탔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을 올라 저동으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일주도로를 시계 방향으로 달린 버스는 8시에 천부에 도착했다. 저동에서부터 1시간 10분이 걸렸다. 천부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갈아타니 20분 만에 나리분지에 닿았다. 나리분지에 있는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남은 밥은 비닐에 싸서 배낭에 챙겼다. 간단한 점심 요기로 유용했다. 9시부터 성인봉 등반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평탄하고 너른 길이 30분 정도 이어졌다. 나리분지는 그만큼 넓다. 화산 폭발 후 함몰된 칼데라 지형인데 만약 물이 찼다면 천지 같은 큰 호수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울릉도에서는 보기 어려운 평지다. 숲에는 너도밤나무가 많다. 천천히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이다...

사진속일상 2017.11.04

과천에서 사당으로

가을 짙어가는 때에 과천에서 사당으로 관악산을 넘었다. 사당에서 약속된 저녁 모임에 나가는 길에 가벼운 등산을 했다. 과천향교에서 마당능선을 따라 연주대로 올랐는데 한적해서 전에 자주 다녔던 길이다. 관악산은 붉은 단풍과는 거리가 멀다. 참나무 종류만 있기 때문이다. 가을의 갈색은 쓸쓸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단장이 아닌 수수한 모습이 오히려 가을 분위기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낮 기온이 20도를 넘어서며 여름이 다시 찾아온 듯했다. 어떤 사람은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지만 서울 상공은 뿌연 매연층이 덮고 있었다. 그래도 올 여름과 가을은 미세먼지 걱정을 덜 해서 다행이었다. 시간 여유가 많아서 자주 쉬면서 느릿느릿 걸었다. 내려가는 길, 등 뒤에 내려앉는 가을 햇살이 ..

사진속일상 2017.10.28

아내와 백마산에 오르다

집 가까이 있는 산이지만 아내와 함께 한 건 처음이다. 이만큼이나마 걸을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다. 나도 여름에는 거의 산에 들지 못했다. 다리는 무겁고, 숨은 차고 헉헉댔다. 몸은 예민하다. 산에 적응되어 있자면 꾸준한 산행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한다. 경안교에서 산 능선을 타고 마름산을 거쳐 백마산을 찍은 뒤, 초월역으로 내려왔다. 휴일인데도 백마산은 호젓할 뿐이다. 서울에서 떨어져 사는 이점이 이런 데 있다. 가을 드는 산길을 자분자분 잘 걸었다.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광주시 교외 지역이 많이 변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어느덧 7년째다. 삭막해서 어찌 살까 싶었는데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어느 곳이나 나름의 장점이 있다. 원래 생각은 5년 정도 살고 더 시골로 내려갈까 했는데, 지금은 떠날 이유..

사진속일상 2017.10.15

남한산성에서 이성산성으로

하필 이 계절에 걷는 바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꾸역꾸역 긴 산길을 걷고 싶다. 오늘은 남한산성에서 북동 줄기를 타고 이성산성을 지나 하남까지 이르는 길을 택했다. 남한산성 부근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그래서 가장 많이 찾은 산이 남한산성이었다. 그때는 5호선 전철이 생기기 전이었다. 버스를 타고 거여동 종점에서 내려 남한산성을 오르내렸다.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데리고 다녔던 기억도 난다. 그 때문인지 어른이 된 지금까지 산을 싫어한다. 마천역에서 내려 옛날 길을 찾아 오른다. 길 모양은 그 시절과 많이 달라져 있다. 산길 오르는 중에 만난 뒷산 약수터 풍경. 가뭄 탓인지 약수터는 폐쇄되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매일 관리하는 듯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다. 남한산성 약간 못 미쳐서 하남 덕풍..

사진속일상 2017.06.30

청계산 한 바퀴

서울대공원을 중심으로 청계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을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실천에 옮겼다. 시간을 넉넉히 잡기 위해 일찍 집에서 출발해서 대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그저께부터 장마가 시작되어 이곳저곳에 소나기를 뿌리고 있다. 등산로에도 물이 흐른 자국이 나 있다. 습도가 높아 시야가 흐리고 끈적끈적한 날씨다. 등산하기에 좋은 철은 아니다. 계곡에서는 산모기도 많이 덤벼든다. 계획했던 코스에서 두 번이나 엇박자가 났다. 한 번은 망경대 전에서 왼쪽으로 가야 했는데 오른쪽 우회로로 접어들었다. 다행히 곧 합류되었다. 그러나 대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갈림길을 지나쳐서 통제된 길로 내려갔다. 덕분에 직원한테서 주의를 듣고 현대미술관 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곳은 치유 숲 프..

사진속일상 2017.06.27

양자산에 오르다

양자산(揚子山)은 경기도 광주와 여주의 경계에 있다. 해발 710m로 경기 남부에 있는 산으로는 꽤 높다. 양자산 정상은 우리나라 최초의 천체관측소가 들어설 후보지 중 하나였다. 그만큼 청정 환경 지역이었다. 주어리 마을회관을 들머리로 해서 양자산 등산에 나섰다. 수도권 산이라도 평일에 들면 거의 사람을 보지 못한다. 한적해서 좋기도 하지만 약간 무서울 때도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네 시간 정도 산에 있는 동안 등산객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멀리서 볼 때와 달리 양자산은 경사가 상당하다. 능선을 제외하고는 거의 급경사다. 걷기에는 만만치가 않다. 더구나 초여름이라 날벌레와 산모기도 많다. 뉴질랜드 갈 때 산 얼굴에 쓰는 방충망이 아니었다면 꽤 힘들었을 것이다. 정작 뉴질랜드에서는 안 쓰고, 국내 ..

사진속일상 2017.06.15

백마산길을 걷다

지난해 이맘때 트레커에서 백마산길을 걸었는데, 올해는 나 홀로 같은 코스를 밟았다. 여럿이 시끌벅적한 것보다는 혼자 걷는 산행이 나에게는 맞는다. 평일 백마산 능선은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사람 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다. 금년 들어서는 등산을 거의 하지 못했다. 지지난달에 어쩌다 축령산에 오른 게 전부다. 다시 산과 친해져야겠는데 체중이 불어선지 몸이 무겁고 게을러지고 있다. 아무래도 심기일전해야겠다. 산에 들면 산으로부터 받는 기가 있다. 몸은 피곤해도 활기가 돋는다. 도시 길을 걸을 때와는 완연히 다르다. 산의 정기를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침묵 속에서 걷는 게 좋다. 정신을 흩트리지 말고 자연에 나를 맡겨야 한다. 산길을 걷는 것은 육체의 활동과 함께 정신의 정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럴 때..

사진속일상 2017.06.08

얼떨결에 축령산에 오르다

아내와 축령산 계곡으로 꽃 보러 갔다가 얼떨결에 축령산 등산을 하게 되었다. 이정표가 축령산 정상까지 1.8km로 되어 있어 만만하게 봤다. 둘 다 근래에 등산을 하지 못했고 몸 상태도 온전하지 않았다. 시간이 넉넉하니 느릿느릿 걸으면 되겠지 했다. 정상까지는 그럭저럭 올라갔는데 내려가는 길에서 고생을 했다. 축령산이 886m나 되는 줄 미처 몰랐다. 게다가 바위도 많았다. 등산 준비도 하지 않아 먹을 것도 부족했다. 아내는 나무 막대를 지팡이 삼았다. 3km의 하산길이 너무 길었다. 다행히 산길에 꽃이 많아 눈요기로 피로가 일부 감해졌다. 정산 부근에는 노랑제비꽃 천지였다. 축령산이 야생화의 보고란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힘들었고 다리에 경련이 일어났지만 뿌듯했다. 아내는 관절 치료 뒤 1년 만의 ..

사진속일상 2017.04.25

소백산 1박 산행

밀포드 트레킹 연습 산행을 팀원 7명과 했다. 대피소에서 일박하며 밀포드의 헛(Hut)과 비슷한 체험을 했고, 배낭 무게도 10kg 이상으로 맞추어 걸었다. 이번 산행을 위해 침낭도 새로 장만했다. 마침 소백산에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우리도 올해의 첫눈을 소백산에서 맞았다. 눈은 26일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했고, 다음날 아침에 소백산은 백설의 세상이 되어 있었다. 의외의 선물이었다. 소백산 제2연화봉에 있는 대피소는 작년에 문을 열었다. 그래선지 대피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시설이 좋다.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도록 서로 칸막이가 되어 있고, 온풍기가 가동되어 겨울 날씨지만 침낭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물도 아주 잘 나오고 수세식 화장실도 깨끗하다. 반면에 일부 단체 산객의 무분별한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

사진속일상 2016.11.30

주흘산에 오르다

용두회의 문경새재 트레킹에서 벗어나 나 홀로 주흘산에 오르다. 10년 전에 봄꽃을 보러 계곡에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정상에 오른 건 처음이다. 주흘산(主屹山)은 높이가 1,106m로, 문경을 지나는 소백산맥의 주봉이다. '주흘'은 '가장 우뚝한 산'이라는 뜻이겠다. 돌이 많긴 하지만 산길은 급경사가 없이 부드럽다. 차분히 가쁜 호흡 없이 걷기에 알맞은 산이다. 주흘산은 계곡이 잘 형성되어 있다. 깊은 산이라 늦가을이지만 수량도 풍부하다. 계곡 물소리를 벗삼아 걷는 재미가 좋다. 이미 단풍철은 지났지만 산 아래에는 아직 단풍의 여운이 남아 있다. 화려했던 주흘산의 단풍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제 때에 온다면 멋진 단풍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궁폭포. 정상인 주봉에서 바라본 풍경. 하산길 중간 쯤..

사진속일상 2016.11.06

강원도(2) - 청옥산

만경대의 아쉬움을 달래려 동해시에 있는 청옥산(靑玉山)을 찾았다. 그러나 이날도 역시 무모한 도전이었다. 해발 1,404m인 청옥산을 너무 우습게 본 탓이었다. 때문에 고행의 산길이 되었다. 무릉계곡에서 오르는 청옥산이 경사가 이렇게 급할 줄은 몰랐다. 다른 산의 깔딱고개가 네 시간 내내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한 번의 쉴 틈도 없이 가파른 길이 능선을 따라 계속 되었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무려 여섯 시간이 걸렸다. 내려온 연칠성령 코스도 마찬가지여서 중간쯤에서부터는 다리에 통증이 찾아왔다. 해는 서쪽으로 지는데 못 내려가는 줄 알고 엄청 긴장했다. 나중에는 다리를 질질 끌며 하산했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상가 전등에 불이 들어오고 사위는 어둑해졌다. 올라가는 길에 딱 한 번 나타난 전망. 맞은편 ..

사진속일상 2016.10.16

과천시청에서 관악산에 오르다

들머리를 과천시청으로 잡은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늘 설렌다. 같은 산이라도 어디로 오르느냐에 따라 산의 느낌은 다르다. 이번에는 과천시청능선을 따라 관악산에 오른다. 능선길은 큰 오르내림 없이 꾸준히 이어진다. 전망도 좋다. 관악산은 암산이다. 곳곳에 솟은 바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걸음은 무척 느리다. 2박3일 여행 뒤 쉬어야 하지만 불가피한 산행길에 나서게 되었다. 능선 따라 연주암에 오르는 데만 2시간 30분이 걸렸다. 연주대까지 본 뒤 다른 능선을 타고 내려갈 계획이었지만 체력이 달려 연주암에서 바로 계곡길을 택한다. 과천향교로 내려가는 가장 짧은 길이다. 능선에 비해 계곡은 답답하고 계단이 너무 많다. 주로 돌을 밟아야 한다. 그래도 평일이라 산객이 드물어 ..

사진속일상 2016.09.29

은고개에서 남한산 왕복

집요함에서 산모기를 당할 생물이 있을까? 오늘 산행은 산모기와의 싸움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달라붙더니 산에 있었던 네 시간이 넘는 동안 줄기차게 달려들었다. 얼마나 지독한 놈들인지 하산한 뒤 차 안에까지 따라 들어왔다. 호젓한 산길을 걸으려 했는데 완전히 망쳐버렸다. 산모기가 달려들면 무시하려고 해도 안 된다. 피야 빨려줄 수 있지만 앵앵거리는 소리가 신경이 거슬려 산행 기분을 망쳐버린다. 모기 무게는 0.01g이나 될까, 덩치로 비교하면 백만분의 일도 안 되는데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동물을 만나면 집요하게 달라붙도록 설계된 그 속성이 감탄스럽기만 하다. 오늘은 한봉 가는 길이 헷갈려 몇 번 알바를 하다가 결국은 올라간 길로 되돌아왔다. 여러 차례 다닌 길을 찾지 못하다니, 이럴 때는 나이 든 것을 ..

사진속일상 2016.09.08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오르다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에는 산곡초등학교나 하남에서 오르는 길을 주로 이용했다. 같은 산이지만 다른 길을 걸으면 산의 느낌도 달라진다. 윗배알미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완만한 경사의 길이다. 걷기가 부담 없어 좋다. 다만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계곡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통제가 철저해서 눈과 귀로만 즐기는 계곡이다. 덕분에 조용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집에 일이 있어 일행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윗배알미에 도착했다. 혼자 뒤처져서 따라갈려니 마음이 바빴다. 일행은 오랜 시간동안 정상에서 기다려 주었다. 습도가 높은 날이라 땀 많이 흘렸다. 서울 근교 산을 찾으니 여유가 있어 좋다.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버는 것이다. 천천히 걷고, 충분히 쉬고, 넉넉히 얘기 나누고,..

사진속일상 2016.09.03

이열치열 산행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날씨다. 이번 여름은 에어컨 신세를 톡톡히 지고 있다. 트레커 산행은 이 더위의 한가운데서도 멈추지 않는다. 취소되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없다. 이번 산행지는 금산 성치산이었다. 열두개의 폭포가 있는 무자치골을 택했지만 이 지역은 장마 때도 비가 거의 안 왔다고 한다. 힘 없는 오줌줄기 같은 물만 흐르는 게 고작이었다. 수량만 넉넉하면 괜찮은 풍경을 만들 것 같다. 바삐 지나치느라 1에서 4폭포는 보질 못하고, 5폭포부터 12폭포의 모습만 힘들게 담아 보았다. 제 5폭포[죽포동천폭포] 폭포 아래에 새겨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청뢰(晴雷)'라는 글씨처럼 십이폭포를 대표하는 폭포다. 파란 대나무처럼 우거진 수목이 맑은 물에 비춰져, 마치 수면이 대나무숲처럼 보여 '..

사진속일상 2016.08.07

소백산 비로봉과 국망봉

마당에 나서면 항상 소백산이 보였다. 소백산을 병풍처럼 두른 곳에서 자랐다. 그래선지 소백산이라는 말에는 산 이름 이상이 무엇이 들어 있다. 소백산에서 불어내리는 겨울의 칼바람이 제일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교 해서 집으로 돌아갈 때 조그만 몸뚱이가 날아갈 정도로 세찬 바람이었다. 바람을 피해 둑방 아래로 기어서 다녔다. 트레커에서 소백산에 갔다. 어의곡리에서 비로봉과 국망봉을 거쳐 원점 회귀하는 코스였다. 비로봉과 국망봉을 잇는 길은 늘 바라보기만 했지 직접 걸을 기회는 없었다. 네 명이 함께 한 오붓한 산행이었다. 소백산의 최고봉인 비로봉(1440m)이다. 소백산 능선은 푸른 초원 지대가 특징이다. 파노라마로 넓혀 보았다. 서쪽으로 능선이 뻗어 있다. 서쪽 끝에 연화봉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국망..

사진속일상 201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