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01

검단산을 넘다

연일 안개 자욱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안개 때문에 헬기가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오늘 검단산 산행도 한낮이 지날 때까지 짙은 안개와 구름을 헤치며 걸었다. 산봉우리 정상부만 제외하고 모든 게 구름의 바다에 묻혔다. 600m급의 낮은 산이지만 덕분에 고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특별한 경치를 즐겼다. 안개와 구름의 차이를 설명할 때 지면에 접해 있으면 안개, 떨어져 있으면 구름이라고 가르쳤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어디까지가 안개이고 구름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 출발할 때는 안개였는데, 산에 올라서니 구름이었다. 안개나 구름이나 같은 원리로 생기는 것인데, 억지로 나누는 건 인간의 머리 궁리일 뿐일 것이다. 검단산(黔丹山)의 '검(黔)'은 검다, '단(丹)'은 붉다는 뜻이다. 직역하면 검..

사진속일상 2013.11.16

명지산에 오르다

명지산(明智山, 1,267m)에 올랐다. 가족과 2박3일 가평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나만 하루 짬을 내어 명지산을 찾았다. 꽤 높은 산이어서인지 그동안 명지산은 올 기회가 없었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올라보랴 싶었다. 가평군에 있는 명지산은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과 가평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화악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 명지산이다. 이 지역은 경기도에서 제일 가는 심산유곡 지대로 마치 강원도 깊은 산골에 든 것 같은 느낌이다. 오랜만에 천 미터급 산을 오르니 수년 전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던 생각이 났다. 익근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시에 산행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계곡길 대신 사향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택했다. 덕분에 정상에 오르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호젓한 산행..

사진속일상 2013.10.24

청계산 북쪽 능선을 걷다

용두회에서 전철 신분당선을 이용해 청계산에 올랐다. 청계산입구역에서 만나 산에 오른 뒤 북쪽 능선을 타고 양재화물터미널로 내려가 양재시민의숲역까지 이어진 산행이었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석 달 만에 만났다. 용두회 산행은 회원들 체력 관계로 짧고 쉬운 코스를 택한다. 이번에도 정상까지 오르지는 않고 산의 한쪽 면만 걷는 길이었다. 원터골에서 진달래능선을 따라 옥녀봉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경로였는데 두 시간이면 될 길이 세 시간이나 걸렸다. 어제까지는 맑은 가을 날씨였는데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고 간간이 비도 뿌렸다. 바람도 차게 느껴졌다. 용두회 산행은 각자 준비해 오는 간식거리가 즐겁다. 특히 M 형의 도시락은 소녀가 갖고 온 것처럼 이것저것 오밀조밀해서 늘 감탄한다. 양재동 원주추어탕에서 늦은 점심을 하..

사진속일상 2013.09.28

국수봉에서 본 광주

광주 시내를 조망하기에는 동쪽에 있는 국수봉(國守峰)이 제일 낫다. 국수봉 일대는 병자호란 때 인조를 구하기 위해 남한산성으로 가던 지원군과 청군이 격전을 벌인 곳이다. 산 밑에 쌍령동(雙嶺洞)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아마 이 쌍령 고개를 중심으로 전투가 벌어졌을 것이다. 아군은 참패를 하고 결국 인조의 항복으로 이어졌다. 가을 하늘이 맑게 펼쳐진 날, 국수봉에 올랐다.

사진속일상 2013.09.26

관악산을 넘어 사당에 가다

사당에서 저녁 모임이 있던 날, 겸사겸사 관악산을 넘어서 가기로 했다. 서울대 정문에서 연주암으로 올라 사당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전에 수도 없이 지났던 길이었다. 20년 전 S공고에 있었던 때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관악산을 넘어 퇴근을 했다. 2학기가 되면 3학년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나가 수업 시간이 왕창 줄었다. 어떤 해는 주당 8시간만 하면 되었다. 이틀은 아예 수업이 없었다. 인문계 과목에 담임도 하지 않았으니 출근해도 그저 탱자탱자였다. 게다가 전공마다 사무실이 다르고 교사들이 흩어져 있으니 통제하기도 어려웠다. 내 교사 시절 중 맘껏 농땡이를 부렸던 황금 시기였다. 그때 관악산을 가장 많이 찾았었다. 옛길을 걸으니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같은 사무실에 있었던 동료들은 지금은 어디서..

사진속일상 2013.08.02

덥고 힘들었던 중원산

어제는 트레커 팀 열 명이 양평에 있는 중원산(中元山, 800m)에 올랐다.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고 온통 구름과 안갯속에 덮인 날이었다. 후덥지근하고 땀이 많이 났다. 산도 생각한 것보다는 상당히 험하고 거칠었다. 산행 들머리인 중원리에서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은 급경사였고, 능선길은 날카로운 바위를 타고 오르내려야 했다. 중원계곡 역시 돌길을 걸어야 했다. 늘 긴장해야 하는 길이었다. 더구나 하산하면서 길 없는 길을 헤치고 내려오느라 많이 지쳤다. 산의 기를 받는 게 아니라 도리어 빼앗기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산행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이젠 산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 포근히 안기는 것 같은 산이 있는 반면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산도 있다. 이번에 중원산이 그랬다. 내가 참가할 때마다 오지산행을 하..

사진속일상 2013.07.07

홍천 팔봉산

친구가 팔봉산 자락에 전원주택 터를 가지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마치고 들어갈 살려는 장기적인 목적으로 산 것이다. 작년에 그 터를 구경하고 팔봉산을 처음 보았다. 아담하고 아기자기하게 생긴 산의 풍광이 좋았다. 산을 에두르며 홍천강이 흐르고 있어 산과 강이 잘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팔봉산(八峰山)은 여덟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인데 봉우리 높이는 3백m급이다. 그래서 동네 뒷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어제 아내와 함께 산을 찾았다. 그런데 웬걸, 바위로 된 여덟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게 만만치 않았다. 상당히 위험한 구간도 있었다. 작년 가을에는 5봉에서 추락사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쉽게 생각했다가 네 발로 엉금엉금 기느라 땀깨나 흘렸다. 팔봉산 최고봉이 해발 327.4m인 2봉이다...

사진속일상 2013.07.02

도봉산을 넘다

도봉산은 나에게 각별한 산이다. 서울 올라와서 맨 처음 오른 산이 도봉산이었고, 여러 가지 아기자기한 추억이 많다. 가족과 계곡에서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고, 카메라를 처음 사서 사진을 찍기 위해 친구와 도봉산을 찾기도 했다. 포대능선을 지나던 아슬아슬한 순간이며, 겨울철에 눈에 미끄러져 죽을 뻔했던 기억도 있다. 서울을 둘러싼 산 중 제일 가까웠던 산이었는데 어느 때부터 멀어졌다. 오랜만에 도봉산에 올랐다. 전철 도봉산역에서 내려 이번에는 계곡 대신 능선을 택했다. 반대편 송추로 내려갔는데 전 구간을 능선으로만 걸었다. 보문능선, 도봉주능선, 오봉능선, 송추북능선, 송추남능선을 지났다. 도봉산을 오르는 길 중 보문능선이 제일 수월한 것 같다. 힘든 깔딱고개 하나 없다. 뒷산 오르는 정도로 계속 걷다 보면..

사진속일상 2013.06.27

우리나라 100대 명산

난 목표를 정하는 게 싫다. 그런 걸로 남이나 나를 다그치는 건 영 질색이다. 성인이 된 뒤로는 무엇이 되려고 끈질기게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사이 들어 등산 목표를 하나 세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100대 명산 목록을 보고 나서부터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죽기 전에 100산 정도는 올라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다음이 100대 명산 목록이다. 좁은 국토인데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여럿 있다. 내가 정상을 찍었던 산은 붉은색으로 표시해 보았다. 수도권 15 감악산, 관악산, 도봉산, 마니산, 명성산, 명지산, 백운산, 북한산, 소요산, 용문산, 운악산, 유명산, 천마산, 축령산, 화악산 강원권 22 가리산, 가리왕산, 계방산..

길위의단상 2013.06.24

산성역에서 남한산성에 오르다

용두회 정기 산행으로 남한산성에 올랐다. 이번에는 산성역을 들머리로 하는 코스였다. 이 코스는 남에서 북을 향해 가게 되어 있어 여름에 오르기에 적당하다. 나무도 우거져 거의 그늘 속 흙길이다. 성벽을 만난 뒤 오른쪽으로 꺾어져 남문으로 내려갔다. 수어장대 방향은 너무 길다고 모두가 반대했다. 산성리 오복손두부집에서 점심을 했다. 단주 두 주일째인데 내 결심을 밝히고 건배주 한 잔만 받았다. 일행은 버스편으로 하산했고, 나는 벌봉을 거쳐 위례둘레길을 따라 산곡초등학교까지 걸었다. 사미고개에서 산곡초등학교까지 구간은 처음 걸어보는 길이었다. 산곡초등학교는 검단산 등산의 입구이기도 하다. 체력만 된다면 이 길을 따라 검단산과 남한산성을 이어 걸어볼 수도 있겠다. * 산행 시간; 6시간(10:00 ~ 16:0..

사진속일상 2013.06.22

광주 노고봉

노고봉(老姑峰, 578m)은 경기도 광주와 용인을 나누는 태화산 산줄기에서 가운데쯤에 있는 산이다. 이 산줄기를 10시간 정도 걸려 하루에 종주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여러 구간으로 나누어 오르고 있는데 이번이 세 번째다. 함 선배님과 함께 걸었다. 서울서 내려오신 선배님과 광주터미널에서 만나 버스를 갈아타면서 외대 용인캠퍼스 앞까지 갔다. 학교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산을 오르는 게 허리 아프고 난 뒤 처음이니 거의 3개월 만이었다. 30도가 넘는 날씨까지 더해져 처음부터 무척 힘들었다. 나중에는 물까지 떨어져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여름 산행은 물만은 넉넉히 준비해야 하는데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선배님은 나보다 15살이나 연상인데 내가 따라가기가 벅찼다. 몸이 불편..

사진속일상 2013.06.09

광주 관산

넓은고을 광주에서 이태째 살고 있다. 처음 왔을 때 광주에 소재한 산을 모두 올라가 보리라 마음먹었다. 오늘은 열두 번째로 관산을 찾아간다. 관산(冠山, 555m)은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데 무갑산과 앵자봉을 연결하는 산줄기에서 북쪽으로 갈라져 나온 줄기에 있는 산이다. 생긴 모양이 갓을 닮아서 관산이라 불린다 한다. 이 산을 경계로 무갑리와 우산리가 나누어진다. 대개 무갑산과 관산을 연결하여 산행한다. 무갑리계곡을 타고 올라 웃고개에서 능선과 만났다. 여기서부터는 능선만 타고 가면 된다. 완만한 굴곡이 계속 이어지는 길이다. 출발 세 시간만에 관산 정상에 닿았다. 별로 높지 않은 산인데 은근히 힘들었다. 처음에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빨리 헤어나려고 서두른 게 오버페이스가 되었던 것 같다. 등산은 마라톤..

사진속일상 2013.03.25

남한산성을 종주하다

페스탈로찌 K 형이 이번에 명퇴를 했다. 그리고는 곧 강릉으로 이사를 간다. 2년 전에 내가 명퇴를 하고 탈서울을 한 것과 비슷한 행보다. 얘기를 들어보니 K 형은 시골에 터를 구해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할 계획인 것 같다. 늦게 나왔지만 나보다 훨씬 걸음이 빠르다. 오랜만에 만난 S 형이랑 셋이서 남한산성에 올랐다. 지하철 마천역에서 만나 계곡을 타고 서문으로 향했다. 계곡을 택한 건 혹시나 복수초 같은 봄꽃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옛날 직장 생활 하던 때의 추억을 나누며 오르니 급경사 산길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서문 전망대에서 보이는 서울 강동구 지역. 산 아래로 위례 신도시가 들어설 지역이 보였다. 군부대와 골프장이 있던 자리였는데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몇 년 뒤..

사진속일상 2013.03.15

무갑산에 오르다

너도바람꽃을 보기 위해 무갑산을 찾았다. 계곡이 시작되는 등산로 입구에 무갑사 주지 스님께서 직접 지으신 시를 걸어놓으셨다. 제목이 '너도바람꽃들의 아우성'인데, 앗 뜨거라, 얼굴이 화끈했다. 얼굴이 갈기갈기 찢어져서 내 목이 부러졌어 내 허리가 꺾어졌어 조용히 피고 지고 했는데 왠 전쟁이야 야생화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에 꽃이 몸살을 앓고 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도리어 꽃이 수난을 당한다. 땅은 패이고 무심한 발길에 짓밟히기도 한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자신의 사진에만 관심이 있고 꽃이야 어떻게 되든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심지어는 배경이 좋은 곳에 옮기기도 한다. 그러면 꽃은 죽는다. 여기 무갑산도 너도바람꽃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엄청 몰리고 있다. 오늘은 평일인데..

사진속일상 2013.03.11

트레커 시산제

트레커 시산제 겸 보리산 산행을 했다. 트레커 회원 중 한 명만 빠진 14명이 참석했다. 보리산(627m)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산으로 산줄기를 따라 3개의 봉우리가 있다. 나산 1, 2, 3봉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걸로 보아 나산이라고도 불리는 것 같다. 산은 작지만 경사는 꽤 험한 편이다. 겨울동안 너무 걷지 않아선지 마냥 헉헉거렸다. 블루밸리 골프장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나산 3봉과 정상을 거쳐 원점회귀했다. 산길에는 잔설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아이젠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시산제 포함하여 5시간 걸렸다.

사진속일상 2013.03.10

김유정 생가와 금병산

춘천시 신동면 증리는 소설가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이 태어난 마을이다.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하여 실레마을이라고 불린다. 이곳에 김유정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김유정 생가는 'ㅁ'자 모양으로 방이 4칸인 꽤 큰 집이다. 그의 조부가 지었는데, 조부 김익찬은 춘천 의병 봉기 때 재정 지원을 하였으며 당시 이 마을 대부분의 땅이 그의 소유였다고 한다. 당시에 6천석 추수를 하는 춘천의 명가였다. 중부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ㅁ'자 형태를 하고 기와집 골격이지만 초가를 얹은 이유는 헐벗고 못 먹는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라 집의 내부를 보이지 않게 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의 집에 들면 포근한 느낌을 받는다. 안뜰에서는 하늘이..

사진속일상 2013.02.03

겨울 무등산

무등산은 오래전부터 찾고 싶었던 산이었다. 그곳은 민주와 저항을 상징하는 산으로 각인되어 있다. 무등(無等)이라는 이름이 주는 아련한 동경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 후보가 패배한 뒤에는 더욱 무등의 품에 들고 싶었다. 새해 첫 산행으로 경떠회에서 무등산에 오르기로 했다. 사정이 생긴 여러 명이 빠지고 결국 셋이서 단출하게 출발했다. 셋은 전날 담양의 몇몇 정자를 둘러보고 국립 5.18 묘지를 참배한 후 산 아래 허름한 모텔에서 하룻밤을 잤다. 아직도 이런 숙소가 있나 싶게 70년대 여관 분위기가 나는 숙소였다. 남쪽 지방인데도 영하 7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였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남광주시장으로 나가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김밥을 준비한 후 증심사(證心寺)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사진속일상 2013.01.11

불암산과 천마산

이틀 연속 등산을 했다. 그저께는 용두회에서 불암산에 올랐고, 어제는 전 직장 동료와 천마산에 올랐다. 용두회의 불암산 산행에는 4명이 함께 했다. 이 정도면 출석률이 양호한 편이다. 화랑대역에서 모여 백세문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잔뜩 흐렸던 하늘이 낮이 되면서 파랗게 변했다. 불암산 둘레길에서 시작한 길은 완만한 오르막으로 걷기에 아주 좋았다. 정상 암봉에 가까워지면서는 사방으로의 시야가 탁 틔였다. 특히 북한산, 도봉산 병풍이 한 눈에 들어오는 서울 방향으로의 조망이 멋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M형이 함께 해서 산에서는 막걸리와 양주, 내려와서는 소주와 맥주를 섞었다. 다음날의 산행 때문에 조심하느라 취해서 조는 척도 했다. * 산행 시간; 4시간 30분(10:00 ~ 14:30) * 산행 거리; 8k..

사진속일상 2012.11.19

단풍 여행 - 동강 어라연

다음 날은 동강을 찾아갔다. 첫째가 마련해준 숙소가 마침 동강 어라연 가까이에 있었다. 원래 계획은 아내의 상태를 고려해 강변을 따라 걷기 편한 길로 어라연까지 갔다오는 것이었다. 거운리 어라연탐방안내센터에 주차를 하고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10여 분 올라가니 잣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누어지는 지점이 나왔다. 다시 걷기 열병이 발동했고 잣봉으로 올라 라운딩하는데 아내도 동의했다. 등산은 생각지도 않았으므로 운동화 차림의 아내는 나무 작대기를 찾아 짚었다. 잣봉(537m)으로 가는 길. 힘들게 올라서니 편안한 능선길이 나오고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능선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동강과 어라연. 청옥빛 물 색깔이 보석 같이 아름다웠다. 잣봉에서부터 동강으로 내려가는 길은 ..

사진속일상 2012.10.26

도드람산 나들이

아름다운 가을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누구 말대로 날씨를 저축할 수 있다면 요사이 가을 하늘은 날씨 은행에라도 저금해 두고 싶다. 그래서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도드람산을 찾았다. 도드람산은 이천에 있는 높이 349m의 아담한 산이다. 중부고속도로 서이천IC 가까이 있다. 작은 산이지만 능선을 따라 배열된 암봉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다. 등산로 입구에 멧돼지 상이 있다. 도드람산이 한자로는 저명산(猪鳴山)이다. '돋(돼지)울음산'으로 불리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도드람산'으로 변한 것이다. 돼지에 얽힌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이 산 근처에 있는 마을에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가 살고 있었다. 효자는 정성을 다해 어머니를 간호했으나 어머니의 병환은 점점 위독해 갔..

사진속일상 2012.10.15

원적산 천덕봉에 오르다

백수가 되어 좋은 점은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일어나서 본 아침 하늘이 좋아 배낭을 꺼내어 길을 나선다. 이천에 있는 원적산(員寂山, 564m)을 찾아간다.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황금 들판은 그저 바라만 봐도 넉넉하다. 영원사에 주차를 하고 산에 든다. 행복한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이처럼 조용한 산길을 걸을 때라고 대답하겠다. 특히 가을산은 홀로 산행이 어울린다. 동행이 없어도 외롭지 않은 계절이 가을이다. 출발해서 20여 분 정도 일정한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면 안부에 이른다. 이마에 맺힌 땀을 시원한 산바람에 식힌다. 이 뒤부터는 원적산과 천덕봉이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원적산 정상 표석. 가운데 멀리 추읍산이 보인다. 원적산 정상에서는 이천 너른 들판이 한눈에 내..

사진속일상 2012.10.11

갈기산에 오르다

트레커와 갈기산에 올랐다. 갈기산(585m)은 충북 영동에 있는 산으로, 옆으로는 금강이 흐르고 있다. 위에서 바라보는 조망과 함께 아기자기한 능선길이 멋진 산이다. 갈기산으로 산행지가 결정되었을 때 처음 들어보는 산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매력이 없다는 뜻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기산에 오르면서 그것이 잘못된 선입견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에는 어디에나 알려지지 않은 보석이 숨어 있는 법이다. 산 아래로 금강의 곡류가 흐른다. 강 쪽은 '양산덜게기'라 부르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 일진이 이 길을 따라 북진했다고 한다. 가을 산하가 예뻤는데 안개 때문에 조망이 흐린 게 아쉬웠다. 안개는 오후가 되어서야 걷혔다. 갈기..

사진속일상 2012.10.07

광주 두리봉

경기도 광주에 있는 두리봉(457m)은 남한산성 남쪽에 있는 산이다. 망덕산에서 동쪽으로 뻗어가는 산줄기가 두리봉을 지나 군두레봉까지 이어진다. 이배재고개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망덕산을 거쳐 두리봉으로 향했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깨끗했고 공기는 맑았다. 망덕산을 지나서부터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알맞은 길이다. 부드러운 산길이 능선을 따라 꼬불꼬불 이어졌다. 달콤한 숲의 향기가 가득했다. 여기는 인간의 소란함으로부터 벗어난 별천지였다.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렇다. 소유하지 않아도 내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 때나 찾아가 마음껏 걸을 수 있으니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러나 결국은 내 것, 네 것의 구분도 없어진다. 아서라, 다 부질없는..

사진속일상 2012.09.19

은고개-남한산성-검단산-이배재

집에서 하루를 보내려 했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고운 하늘에 끌려서 배낭을 꺼냈다. 집에 그냥 있기가 너무 아까운 날이었다. 이런 때는 무조건 집을 나서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가면 된다. 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은 일하기가 너무 싫었다. 그때는 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를 얼마나 동경했는지 모른다. 이제 그런 자유와 행복이 주어졌다.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은고개에서 내렸다. 그리고 남한산성으로 연결되는 산길을 걸었다. 시야가 열릴 때마다 눈부신 가을 하늘이 축복으로 다가왔다. 벌봉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남한산성 본성으로 들어가 성곽길을 따라 걸었다. 북문을 거쳐 남문에 이르렀다. 남문에서 성곽을 빠져나와 검단산 쪽으로 향했다. 시멘트 길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 검..

사진속일상 2012.09.11

선자령과 권금성

궂은 날씨 가운데에서 맑은 초가을 하늘이 열렸다. 강원도의 산과 바다로 훌쩍 길을 떠났다. 아내와 동행했다. 먼저 대관령에서 선자령을 오가는 산길을 걸었다. 갈 때는 능선길을, 돌아올 때는 계곡길을 따랐다. 능선길은 전망이 시원했고, 계곡길에서는 많은 꽃을 만났다. 왕복 9km 정도 되는 길을 걷는데 4시간이 걸렸다.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매력 있는 길이었다. 선자령은 눈꽃산행을 많이 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계절에 찾아가더라도 특색 있는 풍경을 볼 것 같다. 속초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설악산 권금성에 올랐다. 처음으로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로 논란이 많은데 무조건 반대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유럽 알프스처럼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시설..

사진속일상 2012.09.08

이열치열 산행

올 여름 불볕더위가 대단하다. 연일 폭염경보다. 서울 지역에서는 열이틀 연속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요사이는 에어컨 덕을 톡톡히 본다. 작년에는 에어컨을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올해는 에어컨 없이는 못 살 것 같다. 전 직장 동료 H와 아차산과 용마산을 걷는 짧은 산행을 했다. 늦으막한 시간인 오후 4시에 만났다. 간단히 생수병 하나만 들었다. 산에 들어 땀을 흘리니 몸이 개운해졌다. 덥다고 집에서 빈둥댈 일만 아니다. 용마산에서는 서울 시내의 전망이 환했다. 태평양고기압의 영향 탓인지 대기가 맑고 쾌청했다. 기분도 환해졌다. 밖에 나오길 잘 했다. 저 산 아래는 20대 때 내가 살던 곳이다. 그때 오르내리던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산은 그대로인데 인간 세상은 많이도 변했다. * 산행 시간; 16:00 -..

사진속일상 2012.08.08

중국 여행 - 태산

밤새 시끄러운 중국 사람들 목소리로 잠을 설쳤다. 태산 일출을 보기 위해 4시 모닝콜이 되어 있었으나 이미 그 전에 잠이 깼다. 문을 열어서야 왜 그렇게 시끄러웠는지를 알았다. 호텔 복도와 로비는 온통 텐트로 가득 차 있었다. 산을 올라온 사람들의 임시 숙소였다. 더 놀라운 광경은 호텔을 나섰을 때였다. 사람들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밤새 태산을 걸어 올라온 행렬이었다. 인민군복 같은 두꺼운 코트를 걸치고 꾸역꾸역 정상으로 밀려 올라가는 광경은 나그네의 눈에는 낯설고 기이했다. 귀기(鬼氣)마저 서리는 풍경이었다. 종교적 순례 행렬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일부는 그냥 길바닥에서 비박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대부분이 젊은이들이었다. 어떤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6.25 때 인해전술로 밀..

사진속일상 2012.08.04

은고개-남한산성-샘재

남한산성 숲에 든다. 은고개를 들머리로 하여 샘재로 내려온 긴 산길이다. 햇볕은 따가우나 바람 서늘하다. 숲에 들면 자질구레한 세상사의 시름은 눈 녹듯 사라진다. 나무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주위는 온통 초록의 바다다.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편안함이 이러할지 모른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온종일 가만히 있어도 지루하지 않겠다. 그러나 길은 앞으로 열려 있고 새로운 길 또한 걸어보고 싶다. 벌봉에 이른다. 벌봉[蜂峰]은 바위로 된 봉우리인데 생긴 모양이 벌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무가 우거져 전체 모습이 잘 파악되지 않는다. 벌봉은 높이가 512m로 수어장대(497m)보다 더 높다. 김훈의 에 보면 청나라군이 이곳에서 화포로 성안을 포격했다는 내용이 나..

사진속일상 2012.06.27

광주 노적산

노적산(露積山, 388m)은 남한산성에서 남쪽으로 뻗은 줄기의 맨 끝에 있는 산이다. 지형적으로 군사적 요충지에 해당된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노적'이라는 명칭도 군사 활동과 관계되어 있지 않나 싶다. 경기도 광주시 광지원리의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해공 신익희 선생 추모비가 있는 곳이 들머리다. 경기도 광주가 선생의 고향이다. 시작부터 정상까지 급경사가 이어진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40분 정도 땀을 흘리면 정상에 닿는다. 본격적인 산길 걷기는 정상을 지나면서부터다. 홀로 걷는 산길이 호젓하다. 이름난 명산보다는 가까이 있는 이런 조용한 산길이 좋다. 오르막에서는 호흡이 빨라지지만 이런 길을 만나면 느릿느릿 걷게 된다. 숲은 세상의 소리를 차단하고 조용하다. 심..

사진속일상 2012.06.18

광주 용마산

하남 검단산과 광주 용마산(龍馬山, 595m)은 한 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두 산은 직선거리로 3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둘을 이어서 종주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오늘 산곡초등학교를 들머리로 해서 용마산을찍고 엄미리까지 걸었다. 검단산 정상에 오르지는 않고 바로 밑 삼거리에서 용마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곡초등학교 들머리는 20년쯤 전에 검단산 오를 때 자주 이용했던 코스다. 긴 세월 탓인가, 마치 처음 와 보는 산인 것처럼 많이 변했다. 또, 등산로는 전부 계단으로 바뀌어 있다.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르는데 힘이 많이 들었다. 1시간 정도 능선까지 오르면서 몇 번을 쉬어야 했다. 능선길은 오르내림이 심한 편이었다. 오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쉽게 지쳤다. 가져 간 김밥과 떡을 쉴 때마다 조..

사진속일상 2012.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