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02

광주 용마산

하남 검단산과 광주 용마산(龍馬山, 595m)은 한 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두 산은 직선거리로 3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둘을 이어서 종주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오늘 산곡초등학교를 들머리로 해서 용마산을찍고 엄미리까지 걸었다. 검단산 정상에 오르지는 않고 바로 밑 삼거리에서 용마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곡초등학교 들머리는 20년쯤 전에 검단산 오를 때 자주 이용했던 코스다. 긴 세월 탓인가, 마치 처음 와 보는 산인 것처럼 많이 변했다. 또, 등산로는 전부 계단으로 바뀌어 있다.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르는데 힘이 많이 들었다. 1시간 정도 능선까지 오르면서 몇 번을 쉬어야 했다. 능선길은 오르내림이 심한 편이었다. 오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쉽게 지쳤다. 가져 간 김밥과 떡을 쉴 때마다 조..

사진속일상 2012.06.04

법수치계곡과 응복산

지난 26, 27일에 걸쳐 강원도 양양에 있는 법수치계곡과 응복산(應伏山, 1360m)을 찾았다. 트레커 팀 일곱 명과 함께였다. 법수치계곡은 남대천의 최상류 지역이다. 오대산 북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이곳을 지나 동해로 흘러간다. 계곡 맨 끝에 있는 민박집에 짐을 풀고 오후 시간은 계곡에서 보냈다. 계곡 바닥에는 다슬기가 많았다. 한 일본인이 홀로 플라이 낚시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국의 깊은 오지까지 찾아온 그의 마음이 궁금했다. 다음 날의 응복산 산행은 너무 힘들었다. 합수골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등산로가 없어 길을 내면서 가야 하는 개척산행이었다. 길은 가파른데 나뭇가지를 헤치며 나가자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난생 처음 경험한 산행길이었다. 산에 들면 산의 기운이 느껴지는 법이다..

사진속일상 2012.05.29

영장산을 지나 태재고개까지 걷다

영장산과 태재고개는 성남과 광주를 가르는 검단지맥 위에 있다. 더 내려가면 불곡산까지 이어진다. 영장산에는 두 차례 올랐지만 오늘은 지맥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보기로 한다. 더없이 상쾌한 날씨다. 지하철 이매역에서부터 산행은 시작된다. 영장산은 400m급의 산이지만 오르는데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산길이 꽤 길기 때문이다. 산에는 평일이어서 사람들과는 드문드문 만난다. 얼마 전에 J 선배와 만났을 때 요사이 등산을 하시느냐고 물었더니 단호히 안 한다고 대답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평일에 혼자 산을 찾으니 자신이 너무 비참해지더란다. 일이 없는 백수 신세를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창피하다고 말했다. 지금 나는 홀로 산길을 걸으며 무척 행복하다. 땀 흘리며 일하고 있을 옛 동료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사..

사진속일상 2012.05.03

광주 태화산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태화산(泰華山)에 올랐다. 해발 644m이니 광주 지역에 있는 산으로는 꽤 높은 편이다. 들머리는 도척면 유정리의 유정저수지가 있는 은곡사 입구였다. 솔숲을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바로 급경사가 나왔다. 태화산은 상당히 급하게 솟은 산으로 경사가 심했다. 걷기에 편한 산은 아니었다. 한 바퀴 라운딩을 했는데 내려오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찾을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 산이다. 병풍바위 옆에 잘 생긴 소나무가 있는데 생김새가 특이하다. 소나무 줄기 안에서 또 다른 나무가 자랐는데 고사해 버렸다. 그런데 안에 있는 나뭇가지가 소나무 줄기를 뚫고 밖으로 나왔다. 만약 살아있다면 더욱 진기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가면 산줄기가 광주시내까지 이어진다. 마구산, 정광산,..

사진속일상 2012.04.13

북바위산과 박쥐봉에 오르다

어제는 트레커 팀과 충주와 제천의 경계에 있는 북바위산과 박쥐봉에 올랐다. 물레방아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팔랑소로 내려온 6시간 30분이 걸린 긴 산행이었다. 변덕스런 날씨였다. 햇볕이 날 때는 따스한 봄이었다가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한겨울이 되었다. 눈도날리고 황사도 나타났다. 그래도 호쾌한 전망만은 일품이었다. 옆의 월악산 능선과 멀리 보이는 부봉 산줄기가 마치 설악산에라도 들어온 것 같았다. 이게 북바위다. 모양이 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북바위산에는 이렇듯 칼로 잘라낸듯한 크고작은 바위가 많다. 바위에는 쪼개지는 결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바위를 지나고도 한참 가야 북바위산 정상이 나온다. 북바위산 정상 표지석이 재미있다. 해발 772m다. 정상에도 멋지게 생긴 소..

사진속일상 2012.04.01

봄눈과 함께 걸은 영장산

어제부터봄비가 내리더니 산에 오르니 눈세상이 되어 있었다. 3월 하순이니 아마 올해의 마지막 눈이 될 것 같다. 25차 물리회 산행으로 친구와 둘이서 영장산(靈長山)에 올랐다. 바람이 세게 불고 쌀쌀한 날씨였다. 분당 이매역에서 출발했는데 영장산에 이르는 길은 산을 돌고돌아 꽤 길다. 대신힘든 구간이거의 없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정상 바로 전에서 잠깐 숨을 가쁘게 한다. 멀리 보이는 남한산성이 하얀 눈을 이고 있는 게 마치 히말라야의 설산 같았다. 봄에 보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그러나 산 아래서 볼 때보다 흰색이 많이 사라졌다. 눈 녹은 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틀 전 고량주와 소주로 과음을 한 탓에 어제는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산길을 걸으니개운해졌다. 마음이 괴로운..

사진속일상 2012.03.24

광주 군월산

군월산(軍月山)은 경기도 광주시청 뒤에 있다. 높이는 376m로 아담하다. 광주IC에서 빠져나오면 앞쪽으로 산 꼭대기가 보인다. 광주로 들어올 때 맨처음 맞아주는 산이다. 산 이름에 '군사 군[軍]'자가 들어있는 걸 보니 가까이 있는 남한산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여기는 남쪽에서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는 요충지에 해당된다. 아마 옛날에는 군부대가 파견 나와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광주에는 유난히 군대와 관계된 산 이름이 많다. 가까이에 무갑산(武甲山)과 국수봉(國守峰)도 있다. 광주 산 답사 일곱번째로 군월산을 찾았다. 들머리는 광주시청이다. 요사이는 어디고 관공서 하나는 그럴 듯하게 지어 놓았다. 건물 안 사무실 환경도 좋다. 공무원 우대 시대가 맞긴 맞다. 군월산은 여느 뒷산처럼 편안하다. 일부..

사진속일상 2012.03.20

드름산길을 걷다

어제는 드름산에 올랐다. 이름이 특이한 드름산은 춘천 의암호에 이웃하며 삼악산과 마주 보고 있다.높이 357m로 야트막하지만 멋진 소나무와 동행하는 능선길이길고 예쁜 산이다. 이곳의 소나무는 마치 깊은 산 속에있는 것처럼 크고 잘 뻗었다. 재미난 모양을 가진 나무도 많았다. 우리는 나무 구경하느라 걸음이 자꾸 느려졌다. 나무 뿐만 아니라 발 아래로 펼쳐지는 전망도 좋았다. 의암호에 떠 있는 붕어섬이정말 호수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생겼다. 산 정상에도 역시 눈길을 끄는 소나무가 있었다. 줄기는 외과수술을 받았지만 버팀대 없이도 튼튼히 잘 자라고 있다. 오늘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했다. 그러나 긴 능선길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가니 잔설이 남아 있고 얼음이 꽁꽁 얼어 있었다. 혹 복수초라도 있을까 좌우를 열심히 ..

사진속일상 2012.02.23

대금산에 오르다

트레커 팀 네 명과 가평 대금산에 올랐다. 대금산(大金山, 704m)은 이곳에 있었던 광산에서 많은 금이 나와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가평 쪽 산 아래 마을이 두밀리(斗密里)다. 예전에는 심심산골 오지였다는데 지금은 산자락까지 팬션과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다. 우리는 마을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산에 들었다. 700m급이지만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 서면 멀리 축령산과 천마산이 한눈에 보인다. 전망이 참 좋다. 정상에서 우리는 청우산 방향으로 향했다. 이러면 두밀리를 출발점으로해서 원을 그리는 모양으로 한 바퀴 라운딩을 할 수 있다. 산길은 명지지맥을 따라 적당한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마을에 다 와서는 길을 가로막은 전기 울타리 때문에 잠시 헤맸다. 가평에 나와 '인천집'에서 먹은 늦은 점심도..

사진속일상 2012.01.19

눈 내린 산길을 걷다

밤새 살짝 눈이 내렸다.셋이서 아차산과 용마산, 망우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었다. 적당히 싸늘한 날씨가 걷기에 좋았다. 스물세 번째 물우회 산행이었다. 망우리 공동묘지를 지나며 방정환 선생 묘소에 들렀다.묘비석 뒷면에 단 네 글자가 적힌 글귀가 간결했다. '동무들이' 세웠다는 뜻이다. 아침 9시 30분부터 산길을 4시간 가까이 걸었다.아차, 용마, 망우, 3개의 산을 지났다. 오랜만에 선배와 만나서 2차까지 하고 나오니길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외버스 유리창에 비친 불빛이 아늑했다.

사진속일상 2011.12.24

행복한 평일 산행

평일에 홀로 여유롭게 산행을 하면서 퇴직의 행복감에 젖는다. 갇힌 방에서 탈출을 꿈꾸며 먼 산을 그리워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자유의 몸이 된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 늦게 일어나도 눈치 볼 일 없고, 가고 싶은 데 아무 때나 갈 수 있다. 도시의 러시아워도 나와는 무관하고,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주말이면 북적이는 산이지만 나와는 무관한 일, 평일의 조용한 길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다. 직장에서 애쓰는 동료들을 떠올리면 더욱 즐거운 일이 아닌가. 마치 정체로 꽉 막혀 있는 상행선 옆으로 뻥 뚫린 하행선을 달리는 기분이다. 어제는 검단산에 올랐다. 영하의 기온이었지만 바람 없고 맑았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서 유길준 묘를 지나는 왼쪽 능선길로 정상에 오른 뒤 현충탑을 지나는 길로 내려왔다..

사진속일상 2011.12.20

광주 국수봉

천변에 나갔는데 앞산이 불러서 무작정 산에 들었다. 광주 국수봉이다. 국수봉(國守峰)은 광주 시내에서 경안천 너머 동쪽에 있는 해발 264 m의 야트막한 산이다. 광주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고가장 가깝다. 이 산은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이 청군에 포위되어 위급할 때 경상좌도 병마절도사 허완(許浣)이 1만의 군사를 이끌고 북상하다 청군과 싸워 패한 곳이다.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민영 등 여러 장수들도 전사했다. 국수봉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산이란 의미다. 국수봉 정상에서는 광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광주를 둘러싸고 있는 산 중에서 이만큼 전망이 좋은데는 없을 것이다. 능선에만 올라서면 산길은 거의 평지 비슷하게 이어진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이런 아담한 산들이 여럿 ..

사진속일상 2011.10.17

광주 무갑산

광주의 산 답사 다섯 번째는 무갑산을 찾았다. 무갑산(武甲山)은 높이가 578m로 광주에 있는 산치고는 높은 편에 속한다. 또한 외지인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산이 아닐까 싶다. 무갑산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산세가 갑옷을 입은 무사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과, 임진왜란 때 무인들이 항복을 거부하고 이 산에 숨어들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산행 들머리는 무갑사(武甲寺)로 했다. 절 옆으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조금 걸어 들어가면 이내 경사가 급해져 숨이 가빠진다. 정상까지 이르는 길은 짧지만 대신 경사가 급하다. 아내와 동행했는데 유람하듯 걸어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정상에서는 나무들 키가 낮아 사방으로 조망이 훤했다. 그러나 시야가 좋지 않아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요사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사진속일상 2011.10.11

광주 백마산

경기도 광주의백마산(白馬山)은 광주시 초월읍과 오포읍의 경계를 이루는 산줄기에 있다. 해발 463 m의 아담한 산이다. 남쪽으로는 용마봉, 발리봉, 노고봉, 마구산을 지나 태화산까지 이어진다. 백마산에서 태화산까지 종주하는데는 8시간이 넘게 걸린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백마산 등산 들머리 중 하나인 초월읍사무소에 닿는다. 처음 가는 터라읍사무소 오른쪽으로 난 큰 골목길을 따라 주택가를 지나서 진새골로 접어들었다. 계속 올라가면 산행 기점이 나오는데 중간에 몇 번이나 산으로 들었다가 되돌아나오기를 반복했다. 안내 표시가 없어 30분 넘게 헤매고 다니다 겨우 산에 드는 길을 찾았다. 산은 높지 않지만 봉우리들 사이의 오르내림이 심해서 쉬운 길은 아니었다. 백마산 정상에는 작은 표지석 하..

사진속일상 2011.10.08

아내와 앵자봉에 오르다

아내와 앵자봉에 올랐다. 오랜만의 햇살이 반가워 산에 들었는데 너무 더웠다. 땀을 엄청 흘렸고 힘들었다. 지지난 주에 환상적인 운무 속을 걸었던 첫 앵자봉 산길이었는데 땡볕 속을 걸으니 산의 느낌이 또 달랐다. 오늘은 주위 전망이 환히 열렸다. 천진암 주차장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라운딩하는데 5시간이나 걸렸다. 몸이 지치니 산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그 긴 길에서 오늘도 다른 등산객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이 큰 산을 우리가 전세낸 것 같았다. 대신 노루도 만났고, 너구리(?)도 만났고, 뱀도 만났다. 원래 산의 주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반가웠다. 지난 비에 등산로가 많이 패여 나갔다. 사람이 만든 길을 따라 빗물이 모이고 흘러 침식이 잘 일어난다. 나무 뿌리도 밖으로 드러나 어쩔 수 ..

사진속일상 2011.08.05

광주 앵자봉

오래전부터 천진암에 들리면서 앵자봉을 바라보기만 했다. 마음만 있었지 앵자봉에 오를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어느 해는 등산 준비를 갖추고 갔지만 등산객은 주차장 이용을 못하게 해서 화만 내고 되돌아오기도 했다. 며칠 전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산 약속을 했고 드디어어제 K와 앵자봉에 올랐다. 천진암 주차장에서 비가 멎기를 기다리다 그냥 우산을 쓰고 출발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비는 그쳤다. 그러나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옷이 젖기는 마찬가지였다. 길은 구름 속이었다. 주변은 온통 안개에 덮인듯 뿌연데 흐릿한 나무의 윤곽들 사이로 지나는길은 환상적이었다. 오르는 길은 완만하면서 부드러웠다. 앵자봉은 육산으로 바위가 전혀 없다. 앵자산(鶯子山)은 '꾀꼬리 앵'자를 쓰는데 꾀꼬리가 알을 품고 있는..

사진속일상 2011.07.26

2박3일 바둑여행

보리기우회 회원 다섯이서 2박3일간 바둑여행을 다녀왔다. H 회원의 천안 별장에서 머물며 잠깐 광덕산에 다녀온 걸 제외하고는 줄곧 바둑만 두었다. 다들 바둑을 좋아해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밥 먹고 바둑 두는 게 일이었다. 술 마실 줄도 밖으로 나들이 할 줄도 몰랐다. 공식전 결과 내 성적이 맨 꼴찌였다. 신입 회원의 신고식을 한 셈이었다. A 8승3패 +26 B 5승4패 +6 C 5승5패 -10 D 3승6패 -8 E 3승6패 -14 개한테 물리는 꿈을 꾸었다. 내 비위가 이렇게 약한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바둑의 즐거움을 만끽한 여행이었다. 바둑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둬본 건 난생 처음이었다. 그러나 줄기차게 두는 바둑에 나중에는 좀 지쳤다. 둘째 날 늦은 오후에는 광덕산행을 하며 바깥바람을 쐬었다. 광..

사진속일상 2011.06.06

광주 문형산

문형산(文衡山)은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해발 497m의 아담한 산이다. '문형(文衡)'은 조선시대 대제학(大提學)의 별칭이라는데 이 산이 벼슬자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산 아래 동네 이름도 문형리다. 들머리는 한국노동연구원이었다. 처음 가는 길이라 등산로 입구를 찾기가 힘들었다. 용화선원에 들어갔다가 쫓겨난 뒤물어서 겨우 입구에 들어섰다. 노동연구원과 용화선원 사이로 약수터 오르는 길이 있다. 산길은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어제 비 내린 뒤라 숲은 습기를 많이 품고 있었다. 쉽게 지치게 되는 날씨 탓인지 여러 번 쉬었다. 날벌레 방역을 또 하느냐 마느냐로 아내와 언쟁을 하고 나온 길이었다. 머리가 무거웠다. 정상에서 전망은 좋지 않았다. 분당 쪽으로만 일부 시야가 트여 있다. 정상 옆에 일출단(..

사진속일상 2011.06.02

검단산에 오르다

물리과 동기들의 19차 정기산행으로 검단산에 올랐다. 하남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앞에서 9시 30분에 네 명이 모였다. 검단산을 추천했던 S는일이 바빠 나오지 못했다. 검단산은 예전에 자주 오른 산이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코스를 택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벗어나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햇살 따갑고 더웠으나 짙은 나무그늘이 보호막이 되어 주었다. 정상 바로 전에 가파른 계단으로 된 불친절한 구간이 있었다. 정상의 넓은 공터에서 간식을 먹고 H가 가져온 진도 홍주를 몇 잔씩 나누었다. 토요일이라 사람들 많았다. 하산길에 전망바위에서 바라보이는 조망이 시원했다. 잠자고 있던 바람도 깨어나 땀을 식혀 주었다. 여기서는 한강과 덕소, 하남, 그리고 멀리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검단산에..

사진속일상 2011.05.28

광주 칠사산

칠사산(七士山)은 광주를 대표하는 산이다. 전라도 광주에 무등산이 있다면 경기도 광주에는 칠사산이 있다. 높이가360 m 정도로 야트막하지만 광주 시내 어디서도 보이고 고려의 일곱 선비에 얽힌 전설이 남아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이다. 칠사산을 찾았다. 집에서 시내를 통과해 30분 정도 걸으면 산 아래에 닿는다. 들머리는 광주고등학교다. 칠사산은 아담한 육산으로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산길 역시 부드럽다.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도 너끈히 오를 수 있다. 어린 아이도 만나고 할머니도 만났다. 산 중턱에 칠보사가 있다. 절 연혁은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절 주위에는 불두화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5월의 산에는 이런 벌레가 많다. 이름이 뭘까? 나무에서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모르고 지나가다가는..

사진속일상 2011.05.23

꽃구경 하며 축령산에 오르다

오랜만에 축령산(祝靈山))에 올랐다. 꽃을 보러 다니던 초기에는 연례행사처럼 축령산을 찾았는데 그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K 형과 함께 했다. 축령산 꽃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여전히 대단한 꽃밭이었다. 현호색, 제비꽃, 피나물, 홀아비바람꽃, 얼레지 등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아쉽게도 얼레지는절정을 지나 시들어가고 있었다. 산 전체가 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곳은 꽃으로 넘쳐났다. 처음에는 꽃을 밟지 않으려 조심했지만 걸음마다 꽃이니 아무 소용 없었다. 예전보다 꽃들이 훨씬 많아진 것 같다. 꽃 속에 묻혔던 행복한 하루였다. 이게 멸가치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전에는 그냥 앉은부채려니 하고 지나쳤었다. 봄산에서 유난히 잎이 커 쉽게 눈에 띄는 식물이다. 꽃은 여름에 핀..

사진속일상 2011.05.08

영장산을 넘어 안말까지 걷다

길게 산길을 걸었다. 분당 이매역에서 영장산에 오른 뒤 산줄기를 따라 광주 안말까지 가는 길이었다.총 5시간 30분이 걸렸다. 영장산(靈長山)은 높이가 413 m라고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꽤 힘들었다. 처음에는 평탄한 길이었으나 막바지 오르막에서 많이 지쳤다. 이매역에서 정상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영장산에서부터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산길은 남한산성과 연결된다. 남한산성까지 가자면 6 시간이 넘게 걸릴 것같다. 나는 망덕산에서 두리봉으로 빠져 광주 송정동으로 내려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집을 중심으로 길게 라운딩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너무 지쳐 끝까지 걸을 수가 없었다. 산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길은 성남과 광주의 시계를 따라 나 있다. 몸 컨디션이 좋을 때라면 기분..

사진속일상 2011.05.05

천마산에 오르다

대학 동기들의 18차 정기산행으로 천마산에 올랐다. 이번부터는 내가 등반대장이 되어 산행지 결정과 안내를 맡게 되었다. 첫 작품으로 천마산을 선택한 것은 친구들에게 봄 야생화를 구경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별꽃, 현호색, 제비꽃, 앉은부채, 산괴불주머니, 얼레지, 미치광이풀, 양지꽃, 노랑제비꽃, 괭이눈.... 그러나 처음에는 꽃이름 하나 외우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산행에는 네 명이 참가했다. 꽃에 관심을 가진 동기는 없다. 다들 관심 분야가 다르다. 그래도 처음 보는 꽃들과 이름에호기심을 보여주어 고마웠다. 호평동 입구에서부터 개별꽃과 점현호색이 반겨주었다. 올해는 꽃 피는 시기가 늦다. 예년 같으면 얼레지가 한창일 텐데 아직 개화를 하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지나야 만개할 것 같다. 산길은 한..

사진속일상 2011.04.24

정암산과 해협산

어제는 히말라야 팀 열 명과 정암산과 해협산에 올랐다. 2010년 송년 산행이었다. 정암산(正巖山, 403m)과 해협산(海峽山, 531m)은 경기도 퇴촌에 있는 산이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세가 부드럽고 흙길로 된 능선이 길어 걷기에 좋다. 왼쪽으로 남한강을 끼고 걷는데 풍경도 좋다. 두 산을 지나는 오르내림도 적당하다. 귀여리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 기온이 영하 13도였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았으나 장갑을 껴도 손끝이 아릴 정도로 공기가 찼다. 모자를 얼굴까지 뒤집어썼다. 눈 예보가 있었으나 하늘은 맑았고 낮이 되면서 기온도 올라갔다. 연초에 시산제 산행을 한 게 눈에 선한데 벌써 일년이 지나갔다. 세월의 물결은 저 남한강처럼 고요하지는 않다. 돌아보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그러나 다른 ..

사진속일상 2010.12.27

북한산 문수봉을 돌아오다

11월 18일, 수능 시험 보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감독이 빠졌다. 주말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북한산에 오르기로 했다. 며칠 전에는 첫째가 떨어지는 문짝에 발을 다쳤다. 발가락뼈가 깨질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아침에는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 받게 하고 광화문에 있는 직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바로 북한산으로 향했다. 가볍게 비봉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는데 산에 드니 아내의 걷기 욕심이 또 발동했다. 늘 그렇다. 이왕에 온 것 좀 더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문수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길은 돌과 계단이 많아 좋지 않았다. 천천히 거북이 산행을 했다. 그래도 우리보다 뒤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햇볕 따스한 대남문 앞에서 도시락을 열었다. 내년에는 이런 시간들이 많아질 것이다. 비봉능선으로 연결..

사진속일상 2010.11.19

구봉산에 오르다

지난 주말에는 히말라야 팀과 1박2일로 산행을 다녀왔다. 전북 진안에 있는 운장산과 구봉산이었다. 운장산 자락에 있는 S형의 별장에서 묵었다. 첫째 날은 운장산에 올랐는데 나는 몸도 아낄 겸 뜨끈뜨끈한 황토방 바닥이 좋아 집에 남았다. 일행이 산에 다녀오는 6시간 동안 허리 찜질도 하고 책도 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산골 마을도 산책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좋은 날이었다. 별장은 두 채로 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작은 황토방이 부러웠다. 여유가 된다면 산속에 이런 작은 집 하나쯤 갖고 싶다. 언제라도 가서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 며칠 빈둥거리다 보면 지친 심신이 활기를 얻게 되는 그런 집을 상상한다. 둘째 날은 구봉산 산행에 함께 했다. 구봉산(九峰山, 1002m))은 아홉 개의 봉..

사진속일상 2010.11.16

청계산을 넘다

늦더위 기세가 거세다. 전국이 폭염주의보와 경보의 빨간색으로 덮였다. 이럴 때는 집안에 있기보다는 차라리 산에 드는 게 낫다. 베낭을 챙겨 아내와 청계산을 찾았다. 처음에는 산자락을 도는 산림욕로를 걸을 예정이었으나 입구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왕이면 청계산을 조금이라도 올라보기로 한 것이다.올라가다 보면 산림욕로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기에 힘들면 그리로 내려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통로가 폐쇄되어 있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청계산을 넘어야 했다. 피서를 겸해 산에 쉬러 갔다가 제대로 된 등산을 한 셈이 되었다. 아내의 체력이 걱정이었지만 잘 버텨주었다. 아내로서는 오늘 산행이 자신을 갖게 되는 의미 있는 걸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산을 다 내려와서는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에너..

사진속일상 2010.08.20

은고개에서 남한산성에 오르다

어제는 새로운 길로 남한산성에 올랐다. 천호동에서 13번 버스를 타고 광주 은고개에서 하차했는데 이곳이 산행 들머리였다. 1년 만에 만난 Y 등 세 명과 함께 했다. 길은 괜찮은 편이었지만무척 힘이 들었다. 배낭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자꾸 뒤로 처지는 바람에 산행 속도가 느려졌다.히말라야를 걸었던 사람이 왜 이러냐는 핀잔도 들었다. 좀 쉬엄쉬엄 갔으면 좋으련만 맨 앞에 선 일흔이 넘으신 H 선배는 잠깐이면 눈에서 사라졌다. 아침부터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에 걱정을 했는데 산에 드니 그늘이 지고 시원했다. 다행히 오후에는 구름도 햇빛을 막아주었다. 벌봉에서 점심을 먹을 때는 어찌나 산바람이 시원하게 불던지한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걷는 중에 땀은 엄청나게 쏟았다. 여섯 시간이나 걸린 이번 산행 코스..

사진속일상 2010.07.29

소백산 연화봉에 오르다

고향에 내려가 있는 동안 소백산 연화봉에 올랐다. 날이 더워서 물통을 세 개나 준비했고 슈퍼에서 빵과 토마토를 샀다. 희방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는데 희방폭포로 오르는 길이 안전상 문제로 통제되어 희방사까지는 절 차가 다니는 시멘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희방사에서 연화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소백산을 오를 때 가장 많이 이용했던 길이다. 이곳이 고향집에서 가까우면서 교통이 가장 편리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버스를 타고 30여 분 정도면 이곳에 도착했다. 희방사와 희방폭포는 여름철가족 나들이 장소였고, 중학교 때는 기차를 타고 소풍을 오기도 했다. 이 코스는 처음이 가장 힘들다. 깔딱고개까지 이어지는 긴 계단길을 한 시간 가까이 걸어야 한다. 이곳만 지나면 완만한 산길이어서 연화봉까지 오르는데 별 어..

사진속일상 2010.07.25

파주 비학산길을 걷다

히말라야 팀과 산길을 걸었다. 파주 법원읍에 있는 비학산을 중심으로 여러 산들이 이어진 산줄기를 따라 걷는 길이었다. 비학산(飛鶴山, 454m)은 해발 500m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산이지만 산길은 고만고만한 산들이 연이어 있어 쉼 없이 오르내림이 반복되면서 아기자기했다. 대부분 걷기 좋은 흙길이었고 쉼터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산길이 U자형으로 되어 있어 자연스레 원점 회귀가 된다는 점이다. 이 비학산은 1968년의 청와대 습격 사건 때 무장공비들의 침투로였다. 지금도 산에는 그들의 은거지였던 장소가 남아 있다. 산에서는 여러 종류의 버섯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망태버섯을 본 것은 제일 큰 수확이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망태버섯을 비학산에서 드디어 만난 것이다. 망태..

사진속일상 201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