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02

감사하며 오른 백마산

아내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요 몇 년간 산행이라면 엄두를 못 냈는데 꾸준한 치료와 트레이닝으로 다시 도전하게까지 되었다. 몸 상태를 체크할 겸 같이 백마산 등산에 나섰다. 무리가 되면 되돌아오려 했으나 예상외로 가뿐했다. 도리어 내가 뒤따라가기 바빴다. 아내는 하루도 빼지 않고 뒷산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하루 운동량이 내 열 배는 될 것이다. 이러다가는 체력이 역전될지 모르겠다. 몸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타난다는 걸 아내가 증명해 보이고 있다.  백마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백마산은 500m가 채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그럴지라도 부부가 같이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중년 부부는 가끔 만나지만 우리처럼 7학년 부부는 드물다.   내려오는 길에는 종교 문제로..

사진속일상 2024.10.21

마름산을 걷다

산길을 걷기에는 지금이 제일 좋은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발걸음이 자꾸 산으로 향한다. 오늘은 마름산을 걸었다. 백마산까지는 가지 않고 중간에서 빠져나와 초월읍사무소로 하산했다. 정충묘의 적목련을 보기 위해서였다. 너른골 풍경은 해가 다르게 바뀐다. 내가 이사 올 때만 해도 앞에 보이는 아파트는 없었다. 지금은 바로 밑에서 종합운동장 공사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역 주변으로는 상업 시설물이 엄청나게 들어설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진달래와 산벚꽃을 품고 숲은 연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산자락에 있는 닻미술관 벚꽃이 눈부셨다. 화사한 벚꽃 아래 벤치에 앉아 꽃비도 맞았다. 걷기의 끝인 대로변에는 자목련으로 유명한 정충묘가 있다. 이곳 자목련은 절정을 지나고 있다. 작은 배낭을 메고 봄 산길을 걷는 걸..

사진속일상 2024.04.11

사기막골에서 오르다

남한산성에 난 길은 대부분 걸어보았으나 성남의 사기막골에서 오르는 코스는 이번이 초행이었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발길이 멀어졌다. 이번에는 작심하고 찾아갔다. 버스에서 내리면 황송공원을 지나 사기막골근린공원에서 산에 들게 된다. 산은 춘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사기막골에서 오른 목적은 남한산성의 얼레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얼레지가 나타나기 전에 만개한 진달래가 먼저 반겨주었다. 검단산 부근에서 시들기 시작하는 얼레지를 만났다. 며칠만 늦었어도 얼레지를 보지 못하고 올해를 넘길 뻔했다. 제비꽃 종류로는 태백제비꽃(?)이 많았다. 꽃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니 꽃 이름 불러주는 것도 자신이 없다. 사기막골에서 검단산까지 올라 얼레지를 보고 뒤돌아나와 망덕산을 거쳐 이배재까지 걸었다. 이배재터널이 ..

사진속일상 2024.04.09

예봉산의 봄맞이

다시 찾아온 봄을 맞으러 예봉산에 들었다. 계곡의 노루귀가 제일 궁금했고, 다른 꽃들과도 눈맞춤할 생각에 들떴다. 지난 가을 이후 산행은 다섯 달만이다. 예봉산은 높이가 683m지만 능선의 경사가 급해 만만찮은 산이다. 이번에는 계곡을 타고 올라가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기로 한다. 산은 진달래가 한창이고 초입에는 제비꽃을 비롯해 많은 야생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들을 구경하면서 느릿느릿 정상에 올랐다. 등산객이 놓아준 먹이에 곤줄박이는 신이 났다.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먹이를 물고 날아갔다가 눈치를 봐서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새로서는 엄청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나마 곤줄박이니까 가능하지 다른 새들은 감히 접근을 못한다. 예봉산 정상은 조망이 좋다. 북서 방향으로는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멀리 ..

사진속일상 2024.04.03

강원도 가을 여행(2) - 성인대, 중앙시장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밖에 나오면 잠을 설친다. 익숙한 잠자리가 아닌 탓이다. 특히 베개가 문제다. 다음부터는 내 베개를 갖고 다녀야 할지 고민을 해 봐야겠다. 젊었을 때는 아무 데서나 단숨에 잠들었는데 늙어서는 잠이 까다로워졌다. 외부 잠자리의 불편은 여행을 다니는 것이 귀찮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일찍 잠을 깨서 빈둥거리다가 바깥 산책에 나섰다. 마침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숙소에서는 설악산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보였다. 여행 둘째 날은 울산바위를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성인대에 오르는 날이다. 이쪽은 외설악이나 내설악만큼 단풍이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다. 성인대(聖人臺, 645m)는 화암사(禾巖寺)에서 오른다. 절 안내문에는 '금강산 화암사'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 산줄기는 금강산에 속하는가 보..

사진속일상 2023.10.28

신현회 셋이 부용산을 걷다

코로나 이후로 첫 만남이니 거의 4년 만이다. 신원역에서 다섯 명이 만나기로 했으나 실제 나온 사람은 셋이었다. 한 사람은 아침에 갑자기 불가피한 일이 생겼고, 다른 한 사람은 여름에 산에 오르기가 망설여졌는가 보다. 점심 자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부용산에 오르기 위해서 몽양기념관을 지난다. 작년에 공사를 시작하더니 왼편에 번듯한 새 건물이 자리 잡았다. 바로 산을 타지 않고 신원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과거 인연이 있는 분의 집에 들리기 위해서다. 정원을 잘 가꾸어놓은 집이다. 노쇠한 어머니 대신 지금은 아들이 거주하면서 관리한다. 구름 끼어서 덥지 않고 바람 시원한 날이었다. 대신 하계산 전망대에서 보이는 양수리는 선명하지 못했다. 6월의 녹음 속을 걷는다. 부드러운 전나무 숲길이 콧노래라도 나올 듯 ..

사진속일상 2023.06.07

봄꽃과 동무하며 예빈산에 오르다

어느 산에 갈까 망설였는데 문득 예봉산 계곡이 떠올랐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산행을 하면서 꽃도 보면 좋을 것 아닌가. 자세히 살핀 것은 아니지만 예봉산과 예빈산 사이에 있는 계곡에는 산에서 피는 봄꽃이 많다. 작년에는 노루귀도 만났다. 예빈산의 명물은 이 소나무다. 예빈산에는 능선을 따라 자라는 멋진 적송들이 볼 만하다. 예빈산 정상은 수도권에서 전망이 제일 빼어난 산이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여기서 찍은 일출과 일몰 광경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비슷한 높이의 직녀봉과 견우봉이 나란히 있다. 이날은 시야가 흐려서 조망이 별로였다. 북쪽으로는 예봉산이 보인다. 꼭대기에 강우 레이더를 갖춘 기상관측소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곱 군데(임진강, 예봉산, 가리산, 소백산, 비슬산, 서대산, 모후산)의 강우 ..

사진속일상 2023.03.29

양평 청계산에 오르다

'로쿠스 솔루스(Locus Solus)'라는 말이 있다. 라틴어인데 우리말로 풀면 '외딴곳' '은밀한 장소' 쯤 된다. 사람들에게서 떨어진 나만의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뒷산에 오를 때면 앉아서 쉬는 장소가 있는데, 나에게는 그곳이 '로쿠스 솔루스'다. 더 넓게 해석하면 산 자체가 '로쿠스 솔루스'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양평에 있는 청계산을 찾았다. 국수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지다가 형제봉에 오를 때에 거친 숨을 쉬어야 한다. 형제봉은 청계산에 오르는 중간 지점에 있다. 형제봉에서는 아래로 남한강이 내려다 보인다. 새로 건설되는 도로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다. 미세먼지가 있어 시야가 좋지 못했다. 소나무 위에 플라스틱 동물 모형을 올려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산에 오는 손주..

사진속일상 2023.03.22

2023년 첫 등산(검단산)

올 들어 첫 등산을 했다.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오르는 코스였다. 얼음 풀린 산 계곡에서 명랑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좋았다. 이 코스는 계곡과 능선길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어 산행의 첫 번째 선택지다. 오르막 경사도 급하지 않다. 검단산은 수도권의 인기 산행지이지만 윗배알미는 외진 곳이라 평일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오붓한 것도 장점이다. 몇 달만의 등산이라 몸이 어떨까 싶었는데 가뿐하게 다녀왔다. 아직 이 정도 산행은 감당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정상에 올랐을 때는 좀 더 높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살짝 들었다. 적어도 한 달에 두세 번은 산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잘 지켜질지는 자신이 없지만. 정상에서는 청년이나 중장년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전과 달라진 변화다. 모든 세대가 산과..

사진속일상 2023.03.15

가을이 무르익는 검단산에 오르다

가을이 무르익는 검단산에 올랐다. 기점은 윗배알미다. 윗배알미는 집에서 가까우면서 외진 곳이라 찾는 사람이 적어 좋다. 언제 가도 산길이 한적하다. 산 전체를 전세 낸 듯 혼자 독차지한다. 윗배알미 산길은 계곡을 끼고 있어 청량한 가을 물소리를 옆에 두고 걷는다. 계곡의 바위 사이를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계절마다 다르다. 이 계절에는 살을 모두 발라내고 남은 생선뼈 같은 소리를 낸다. 오르는 길은 단풍이 화려했다. 검단산 단풍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가을 향연에 초대받은 횡재를 했다. 검단산 정상은 조망이 좋다. 북쪽 방향으로는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남쪽에는 팔당호와 양수리/두물머리가 있다. 내려오는 길도 단풍 구경으로 황홀했다. 갑자기 강원도 정선의 동강 따라 단풍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

사진속일상 2022.10.26

초여름 백마산

여름 산행의 방해꾼은 산모기와 날벌레들이다. 이놈들이 따라붙으면 여간 성가시지 않다. 몇 해 전 여름에 백마산에 갔다가 너무 심하게 달려들어서 등산을 포기하고 돌아선 적이 있었다. 집 주변에 있는 산 중에서는 유독 백마산이 제일 심하다. 이번에는 모기 기피제를 몸에 뿌리고 산에 들었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을 할 때는 악명 높은 샌드플라이를 막느라 얼굴 방충망을 가지고 갔다. 실제로 현지에서 효과를 톡톡이 봤다. 우리나라 여름 산은 방충망을 덮어쓸 정도까지는 아니다. 써 보면 생각보다 많이 답답하다. 이번에 사용한 모기 기피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모기는 많이 막아주는 것 같은데 날벌레는 여전했다. 얼굴 앞에 안개처럼 모여 있다가 가미가제 특공대 마냥 눈으로 돌진해 왔다. 대여섯 마리가 눈 속으..

사진속일상 2022.06.03

비 온 뒤 검단산

봄 가뭄 속에서 어젯밤에 단비가 내렸다. 작은 텃밭 하나 있는데도 이렇듯 비가 반가운데,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반가운 비였을 것이다. 덕분에 대기도 깨끗해졌다. 집에서 가까운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올랐다. 검단산에서는 윗배알미 계곡이 제일 크다. 어제 내린 비로 졸졸 물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서 오르는 산길은 급한 데 없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길에 떨어진 꽃을 보고 쪽동백나무가 있음을 안다. 올라가면서 다섯 사람을 추월했다. 요사이는 늘 추월당하는 처지지만 오늘은 달랐다. 워낙 느리게 걷는 사람 때문임에도 괜히 뿌듯했다. 사람한테는 남을 앞서려는 기본 욕구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심하게 나타날 때가 도로 위에서 운전할 때다.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경쟁 사회의 슬로건이 우리 무의식에 깊이 ..

사진속일상 2022.05.26

도락산에 오르다

충북 단양에 있는 도락산(道樂山, 965m)은 오래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산이다. 마침 트레커에서 산행을 한다기에 동행했다. 트레커와는 3년 만의 산행이었다. 도락산이라는 이름에서는 우선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떠오른다. 물질을 탐하면 도의 길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예수님도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정도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닌가. 조금은 숙연한 마음으로 도락산에 들었다. 상선암에서 출발했는데 도의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말해주듯 길은 급경사의 오르막이었다. 10분 이상을 걷지 못하고 쉬어야했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나면 도락산은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도락산이 끌린 건 소나무 때문이었다. 암반 지대에 뿌리를 내리..

사진속일상 2022.05.22

북한산 숨은벽

북한산 숨은벽은 오래전부터 가 보고 싶던 곳이었는데 드디어 오르게 되었다. 날씨 좋은 봄날이었다. 고양시 효자동에 있는 북한산국립공원 밤골공원 지킴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숨은벽능선을 타고 올라가 숨은벽 아래까지 간 다음 밤골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순환 코스였다. 그런데 초입부에서 엉뚱하게 계곡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역으로 돌게 되었다. 30분 정도 올라가다가 알아챘으니 되돌릴 수도 없었다. 계곡 따라 올라가는 게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능선을 타고 숨은벽으로 접근한다. 계곡길은 그늘 지고 사람 없어서 말 그대로 유산(遊山)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계곡은 가물어서 물이 말랐다. 지도에 '숨은폭포'라고 나와 있다. 묘하게 생긴 나무가 눈길을 끈다. 철쭉은 한창을 지나서 지고 있다...

사진속일상 2022.05.10

부용산길을 걷다

새로 개통한 경의중앙선 전철을 타 볼 겸 부용산을 찾은 것이 13년 전이었다. 그때는 국수역에서 출발해서 형제봉과 부용산을 거쳐 양수역까지 걸었다. 한여름이라 무척 힘들었다고 옛날 일기장에 적혀 있다. 이번에는 짧은 거리인 신원역에서 시작한다. 차는 양수역 주차장에 세워두고 전철로 신원역까지 이동했다. 이곳은 독립운동가였던 몽양 여운형(呂運亨, 1886~1947) 선생의 고향이다. 선생을 낳을 때 어머니가 꾼 태몽이 커다란 해를 품에 안는 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호가 '태양을 꿈꾼다'는 뜻의 몽양(夢陽)이 되었다. 당시 지명은 경기도 양근군 서시면 묘곡리(묘골)이고, 현재 지명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신원리다. 부용산으로 가자면 묘골애오와공원과 몽양기념관을 지나야 한다. '묘골'은 지명이고 '애오와(愛..

사진속일상 2022.05.03

예빈산에 오르다

팔당의 예빈산(禮賓山)은 예봉산과 마주 보고 있다. 직녀봉과 견우봉의 두 봉으로 되어 있는데, 주봉인 직녀봉의 높이가 590m다. 예전 같으면 예봉산과 예빈산을 연계해서 걸었을 텐데 이젠 하나만 고른다. 일흔이 넘으니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 분수를 알아야지 욕심 내고 무리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딘데, 하며 스스로 대견해한다. 와부제4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산에 든다. 계곡은 예봉산과 예빈산을 가르는 경계다. 입구에서부터 여러 봄꽃들이 반겨준다. 예봉산은 꽃이 많이 피는 산이다. 꽃을 살피느라 발걸음은 느리다. 예빈산 정상부에는 아직 진달래가 한창이다. 북쪽으로 예봉산의 강우 관측 레이더가 보인다. 디지털 30배로 레이더를 당겨 보았다. 화면 가득 담기지만 ..

사진속일상 2022.04.20

13년 만에 예봉산에 가다

예봉산은 집에서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어쩌다 보니 다시 오르는 데 13년이 걸렸다. 왜 그렇게 잊어버렸는지 나도 모르겠다. 10년이 넘으니 예전에 걸었던 산길은 까마득히 멀어져 갔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처음 찾아온 길인 것 같다. 와부제4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 들머리로 향했다. 날은 맑았지만 시야는 뿌옇게 흐렸다. 중턱을 넘었을 때 시야가 트인 곳이 나왔다. 밑에 팔당역과 팔당대교가 보이고, 강 건너편은 하남시다. 산 정상에는 강우 관측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다. 산 아래와 관측소를 연결하는 궤도가 깔려 있어 차량이 운행한다. 인접한 관악산에도 기상 레이더가 있는데 서로 기능이 다른가 보다. 어쨌든 환경 훼손은 피할 수 없다. 북쪽으로 보이는 서울은 흐릿했다. 재미로 셀카를 찍어보았다. 새..

사진속일상 2022.04.04

정개산에 오르다

이천에 다녀오는 길에 가볍게 정개산에 올랐다. 도로 옆에 있는 산 들머리를 자주 지나가면서 언젠가는 한 번 올라가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천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정개산(鼎蓋山, 407m)은 이천시 신둔면에 있으며 한자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솥뚜껑' 산이다. 아마 산이 솥뚜껑 모양이라고 본 것 같다. 정상부가 뾰족 튀어나온 게 솥뚜껑의 손잡이 부분으로 보였나 보다. 산 입구인 넉고개 주차장이다. 작년에 찾아왔을 때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차 세울 데가 없어 되돌아간 적이 있었다. 이제 넓고 말끔하게 정비되었다. 약 20분 정도 이런 임도를 따라 걸어 들어간다. '정개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나온다. 본격적인 등산이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능선에 오르면 걷기 좋은 산길이다. 전날 비가 내려 물기 머금은..

사진속일상 2022.03.16

불암산 바위종다리

바위종다리를 만나기 위해 불암산에 올랐다. 산행 들머리는 불암사였다. 불암사(佛岩寺)는 남양주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쪽에 비하면 찾는 사람이 적어 조용하고 주차 공간이 넉넉했다. 낮 기온이 10도까지 올라 겨울 점퍼는 일찍부터 벗어야 했다. 불암사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석천암(石泉庵)을 지난다. 이름으로 볼 때 바위에서 석간수가 솟아나는가 보다. 수직으로 선 너른 바위에는 푸근한 느낌의 미륵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겨울이 지나가는 한낮의 따스한 햇살에 절집의 개 두 마리가 오수중이시다. 가까이 다가가니 귀찮다는 듯 무거운 눈을 겨우 뜨고 쳐다보더니 이내 무시해 버린다. 절집에서는 개들도 순해진다. 불암사에서 정상까지는 1.6km 정도밖에 안 된다. 한 시간 정도면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불암산 등산 길..

사진속일상 2022.03.03

100명산 중간 점검

10년 전에 퇴직을 한 뒤 우리나라의 100명산을 오르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그때까지 오른 산을 제외하니 남은 산은 68개였다. 한 해에 예닐곱 산을 오른다면 일흔 살이 될 때까지는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도전해 보니 일 년에 서너 개 산이 고작이었다. 그것마저 발이 고장나는 바람에 몇 년을 쉬게 되었다. 이제 일흔이 되어 점검해 보니 그동안 13 산을 더한 게 고작이었다. 남은 산은 55인데 이미 날은 저물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는 글렀다. 수도권 15[완료 15] O - 감악산, 관악산, 도봉산, 마니산, 명성산, 명지산, 백운산, 북한산, 소요산, 용문산, 운악산, 유명산, 천마산, 축령산, 화악산 강원권 22[완료 11] O - 가리산, 두타산, 백덕산, 백운산, 설악산, 오대산, 오봉산,..

길위의단상 2021.11.28

베틀바위와 울산바위

어쩌다 베틀바위를 가게 되었다. 자리 하나가 있다길래 좋은 기회라 여겨 꼽사리를 끼게 된 것이다. 베틀바위와 울산바위를 보러 가는 1박2일의 일정인데, 두 곳 다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 선뜻 승낙했다. 둘째가 동해에 살 때 두타산은 여러 차례 들어갈 기회가 있었지만 베틀바위 코스는 그때보다 한참 뒤인 작년에 개방이 되었다. 워낙 유명세를 타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한 번쯤 다녀왔을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게 아니라 베틀바위는 충분히 이름값을 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도 멀리 제주도에서 단체로 온 탐방객이 있었다. 두타산 550m에 위치한 베틀바위를 중심으로 다섯 구간의 산성길이 있다. 우리는 오후에 도착한 관계로 전체 구간을 돌지는 못하고 A, B, E 구간을 거쳐 D구간 계곡길..

사진속일상 2021.11.14

가을 여행(3) - 두륜산

사흘째 날, 일행은 관매도 섬 트레킹을 하지만 나는 두륜산에 오르기로 한다. 등산 후에는 바로 귀가할 예정이다.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친구도 있다. 아침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친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백 호 가까이 되는 큰 동네였다는데, 지금은 40호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중부 지방은 빈 밭으로 변했는데, 여기 배추는 아직 싱싱하다. 해남으로 가는 길에 진도타워 전망대에 잠깐 들린다. 울돌목을 지나는 명량해상케이블카는 올 9월에 개통했다. 주차장에서 대흥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에서 단풍을 만끽한다. 대흥사와 두륜산은 30년 전 쯤에 직장 동료들과 찾은 적이 있다. 전날 여관에서 밤새 술 마시고 화투 치며 노느라 두륜산을 오르다가 포기했다. 이번에는 어떻게라도 올라보고 싶었다. 두륜산(..

사진속일상 2021.11.11

은고개 - 남한산 왕복

가을이 짙어간다. 울긋불긋 눈요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등산하기에는 최적의 계절이다.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모든 산길이 아름답다. 발길은 가까운 남한산으로 향한다. 은고개가 출발 지점이다. 은고개는 경기도 하남과 광주의 경계에 있다. 왜 '은'고개라는 지명이 생겼는지 궁금하지만 유래가 확실치는 않다. 옛날에는 엄고개로 불렀다고 하는데, 고개 옆 마을이 엄미리인 걸 보면 수긍이 간다. 은고개에서 능선을 타고 남한산까지 올라가는 길은 초반 된비알만 지나면 수월하다. 산 중턱에서부터 노랗게 물들어가는 참나무들이 보인다. 정상부는 완연히 색깔이 다르다. 남한산까지 산길을 왕복해서 걸으며 가을 분위기를 물씬 느꼈다. 네 시간 가까이 걷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인적 끊긴 산길이었다. 살짝 무섭기도 했다..

사진속일상 2021.10.26

단풍 드는 소요산

소요산은 여러 차례 찾았지만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못했다. 주로 단풍 구경하러 자재암 정도까지 갔다 온 게 고작이었다. 이번에는 단풍과 무관하게 오로지 등산 목적으로 소요산을 찾았다.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逍遙山, 587m)은 이름이 매력적이다. 에 나오는 소요유(逍遙遊)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절대자유의 경지를 말한다. 이 산과 관련이 있는 원효대사, 서화담, 매월당 등과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소요산에 들면서 그분들의 체취 한 자락이라도 맡아볼 수 있을까. 자가용으로 집에서 소요산까지 오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주차장에서 등산 준비를 하고 진입로에 들어선다. 산길 초입에서 공주봉과 하백운대로 갈라지는데 나는 공주봉 방향으로 향한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고 한다. 능선에 올라가서야 제대..

사진속일상 2021.10.19

영장산 북능선을 타다

3년 전에 영장산을 찾았을 때 발이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려갈 때는 친구의 스틱을 빌려서 짚고 절뚝거리며 걸었다. 나는 다리나 무릎은 괜찮은데 발이 말썽을 부린다. 그때 이후로 등산을 접고 가벼운 뒷산 정도로 만족하며 지냈다. 오래 쉬고 무리를 하지 않았더니 지금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집에서도 쿠션이 있는 실내화를 신으며 조심한 결과다. 그래서 지난달부터 다시 등산을 시도해 보고 있다. 길게 걸으면 발바닥에 신호가 오지만 무시하고 여러 산길 테스트를 해 보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등산과는 영영 멀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내 발이 스스로 단련이 되면서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십여 일 정도 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가 이어지다가, 오늘은 화창한 가을날이 열렸다. 이매 전철역을 기점으로 ..

사진속일상 2021.10.13

백마산 왕복

며칠 비가 내린 뒤라 산길은 폭신하다. 10월은 산길 걷기 좋은 때다. 살갗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의 감촉이 새롭다. 땀이 나도 금방 마르니 훨씬 덜 지친다. 또한 성가신 날벌레가 사라져서 좋다. 익어가는 숲의 향기도 달다. 흠흠,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걷는다. 곤지암으로 가는 이웃 차에 편승해 경안교 들머리에서 내려 산에 오른다. 전망 좋은 활공장이 곧 나타난다. 경기광주역 주변으로 새로운 주거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산 아래 공터에는 종합경기장이 세워진다. 백마산에 오르는 중간 지점에 있는 쉼터다. 정자가 새로 만들어졌다. 여름에는 이곳까지 오는 데도 헐떡였지만 오늘은 쉬지도 않고 가뿐하게 왔다. 가을이라는 계절 때문이다. 가을 산길에서 흔히 보는 누리장나무 열매다. 백마산은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 길면..

사진속일상 2021.10.11

옛골에서 청계산 한 바퀴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청계산으로 빠지는 길을 지나쳐 제2경인고속도로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는 데 30km나 헛바퀴를 돌렸다. 나이가 드니 총기가 떨어진 탓이다. 청계산 옛골에서도 원래 생각한 코스의 입구를 찾지 못하고 마을 끝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엉뚱하게 계곡길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길은 급경사의 긴 계단이 호흡을 가쁘게 했다. 능선에 올라서서야 시원한 바람이 고된 걸음의 보상이 되어 주었다. 이수봉, 석기봉을 지나 망경대로 가는 길은 평탄했다. 망경대를 오르려고 하다가 너무 경사가 가팔라 우회길로 돌았다. 청계산은 여러 차례 왔으나 꽤 오래전이라 길이 눈에 익은 듯 낯설다. 잘못 들어 되돌아 나오기도 한 차례 했다. 길은 성남누비길과 겹친다. 성남누비길 일곱 구간 중에 여기가 제일 난..

사진속일상 2021.09.23

감악산에 오르다

파주에 있는 감악산(紺岳山, 675m)에 올랐다. '감악'은 이름대로라면 '감색 바위'라는 뜻인데 굳이 찾자면 산 아래 운계폭포 부근 암벽이 감색에 가까운 데가 있었다. 감악산에서 제일 큰 임꺽정봉을 비롯해 대부분은 밝은 화강암이다. 감악산 지역은 옛날 군대 생활할 때 우리 사단 관할이었다. 산악 행군을 할 때 감악산을 지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기억이 가물거린다. 집에서 가까운 산에 가기로 하고 배낭을 꾸리면서 불현듯 감악산이 떠올라서 행선지를 바꿨다. 집에서 감악산까지는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거의 두 시간이 걸린다. 산행 기점은 출렁다리로 정했다. 등산이 아니라 출렁다리만 구경하러 온 사람이 훨씬 많았다. 2016년에 개통한 이 출렁다리 덕분에 감악산이..

사진속일상 2021.09.14

다시 등산을 시작하다

작년 10월에 도봉산을 찾은 이래(힘들어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음) 등산과는 거리가 멀었다가 이제 다시 시동을 건다. 스틱을 꺼내는 것도 11개월 만이다. 뒷산은 심심치 않게 가지만 낮은 산이라 그저 산길 걷기 정도이니 등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시 시작하는 등산의 첫 상대는 검단산(657m)이다. 집에서 가까운 윗배알미에서 출발한다. 단점은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하산할 때도 같은 코스로 내려온다. 대신 사람이 적은 한적한 산길이다. 마스크를 신경 안 써도 되니 요즈음 같은 코로나 시대에 맞는 길이다. 윗배알미 쪽은 계곡이 길다. 검단산에서 가장 계곡이 깊고 수량이 많지 않나 싶다. 이곳 물은 경안천으로 들어가 팔당호에 합류한다. 상수원 수질 보호를 위해 상당한 높이까지 계..

사진속일상 2021.09.02

여름 속 가을 하늘

파란 하늘, 향기로운 바람, 녹색 숲길, 일 년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청명한 하늘이 열렸다.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울 텐데 마침 트레커에서 아차산 등산이 약속된 날이었다. 트레커와 함께 산행하는 것은 8개월만이다. 오랜만의 만남을 축복하듯 이렇게 복된 날씨가 펼쳐졌다. 우선 산 아래에서 커피 한 잔으로 담소를 나누고, 김밥을 사 가지고 산에 올랐다. 아차산 산길은 전망대도 많고 쉼터도 많았다. 아래로는 아무리 봐도 신기하고 감사한 하늘이 눈이 시리게 빛났다. 산길에서 체력 테스트 겸 속력을 내 봤는데 몸은 그런대로 쓸 만했다. 우리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오솔길을 따라 4보루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걸음수가 18,000보가 찍혔다. 멋진 날씨에 상쾌한 걸음이었다.

사진속일상 2021.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