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02

태풍 뒤의 삼성산에 오르다

태풍 '갈매기'가 이틀간 200 mm 가까운 비를 뿌렸다. 태풍은 다행히 서해안에서 소멸되어 피해는 적었다. 비는 그쳤으나 잔뜩 흐리고 바람이 세게 부는 속에서 삼성산에 올랐다. 아내가 동행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는 삼성산 성지였다. 이곳은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앵베르, 모방, 샤스탕 신부의 유해가 모셔졌던 곳이다. 이분들은 교우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관가에 나가 자수하여 신앙을 고백하고 군문효수형을 받았다. 유해는 20여 일간 새남터 모래사장에 버려져 있다가 뒤에 이곳에 안장되었다. 현재 세 신부의 유해는 명동성당 지하묘지에 옮겨져 있지만, 1984 년 세 분이 시성되자 이곳은 성지로 만들어졌다. 성지는 세 분의 무덤을 중심으로 간소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아래에는 큰 수련..

사진속일상 2008.07.22

대모산과 구룡산길을 걷다

집이든 직장이든 예전에 살던 곳을 다시 찾게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옛 장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던 그렇지 않던 세월의 무상함을 상기시켜 준다. 그래선지 옛 장소에 가면 쓸쓸함과 아쉬움 같은 것, 삶 뒤켠의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누구나 젊었을 때의 꿈과 치기를 다시 기억해내는 데 대한 어색함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또 다른 나를 대면하기가 두려운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모산은 내 인생의 중심이었던 삼사십대 시기에 가장 가까이 했던 산이었다. 서울의 남쪽에 있는 대모산과 구룡산은 해발 300 m 정도의 아담한 산으로가볍게 산길을 걷기에 아주 적당하다. 두 산은 능선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쉼없이 걷는다면 두 시간 정도면 두 산을 종주할 수 있다. 불현듯 옛 생각이 나서 아내와 같이 전철을 타고..

사진속일상 2008.07.12

힘들게 관악산에 오르다

왜 자꾸 걷고 싶을까? 왜 자꾸만 산에 들고 싶을까? 한 마디로 대답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길과 산이 주는 위로 때문이라고 하겠다. 답답한 세상사에 우울해지고 그저 그런 일상이 무겁고슬퍼질 때 날 위로해 주는 친구가길과 산이다. 묵묵히 한결 같은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키며 생명을 품고 길러내는 산이 좋고, 나그네가 되어 한없이 걷고 싶은 길이 좋다. 어제는 과천에서 발걸음을 시작하여 관악산에 올랐다. 예전에는 늘 과천을 들머리로 하여 등산을 하곤 했다.그때는 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능선길로 들었다. 길은 힘들지만 대신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날씨는더웠고, 땀도 많이 흘렀다. 아내도 나도 무척 힘이 들었다. 가지고 간 물병 3 개는 중간에서 바닥이 났다. 능선길이니 그늘이 적어 더욱..

사진속일상 2008.05.26

북한산 북장대지에 오르다

꽃산행 팀의 K, S 형과 함께 북한산 북장대지에 올랐다. 아침 9 시에 지하철 무악재역에서 만나 704 번 버스를 타고가 북한산성 입구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구름이 약간 덮인 청명한 날씨였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산길을 걷기에는 최적이었다. 우리는 산행보다는 꽃과 나무를 살피고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북한산성 계곡을 따라 올라가 중성문을 지나 훈련도감유영지를 거쳐 북장대지까지 오른 후 다시 돌아나오는 길을 택했다. 주등산로는 사람으로 가득했지만 이 길은 거의 찾는 사람이 없어 호젓했다. 두 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짧은 길이지만 우리는 여섯 시간이나 걸렸다. 등산로 초입에서 키 큰 포플러를 만났다. 포플러의 추억은 세 사람 모두가 같았다. 그 옛날 신작로의 가로수는 거의가 포플러였다. 그런데 포..

사진속일상 2008.05.10

청계산에 오르다

자연은 마술사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옷 색깔을 바꾸는 마술사처럼 이즈음의 나무에서 돋아나는 새 잎들의 색깔 변화는 신기한 마술 그대로다.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의 색깔은 미묘한 변화를 연출한다. 사계절이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4월의 지금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산 위에서 초록과 연둣빛의 물결을 바라보노라면 그 안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봄 숲은 매혹적이다. 봄의 산길에서 나는 초록과 하나가 된다. ‘신록예찬’에 나오는 말대로 나의 안중(眼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다. 빨리 가자는 재촉이 없다면 몇 시간이고 앉아 이 봄의 향연에 함께 하고 싶다. 어제는 삼삼회 회원들과 청계산을 올랐다. 원터골에서 출발하여 매봉과 망경대, 이수봉, 국사봉을 거쳐 정신문화연구원으로..

사진속일상 2008.04.21

용마산과 아차산길을 걷다

천마산의 봄꽃을 보려고 청량리에서 S 형, K형과 만났다. 그러나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잔뜩 흐린날씨에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예보까지 있어서 가까운 용마산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망우리에서 시작하여 능선을 따라 아차산까지 이르는 산길을 걷기로 했다. 산에 드니 언제 이렇게 봄이 가까이 왔나 싶게 벌써 연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다.특히 용마산과 아차산에는개나리와진달래가많다. 둘은 한국의 봄을 대표하는 꽃인데,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나리와 진달래에서는 아릇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가장 흔하게 만나면서도 늘 친근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꽃이 개나리와 진달래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그만큼 우리들 가슴 속에 살아있는 꽃들이다. 대개 새롭고 신기한 것을 찾아 나서지만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사진속일상 2008.04.09

예봉산에 오르다

팔당까지 전철이 연장되어 예봉산 가는 길이 가까워졌다. 토요일 오전의 팔당행 전철은 전부 등산객들 뿐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길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길이 사람을 불러 모은다. 그러니 아무리 길을 만들어도 그 길은 곧 포화 상태에 이르기 마련이다. 서울 근교에 있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한적했던 예봉산이 전철이 이어진 이후로 몸살을 앓는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지만 예전에 버스 타고 갔었던, 사람이 드물었던 예봉산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줄을 잇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니 더욱 그렇다. 아침에 K 형에게 연락하여 같이 에봉산을 올랐다. K 형은 전화만 하면 언제나 OK다. 오늘도 방콕할 예정이었다며 반가이 나와주었다. 둘은 혹시나 이른 봄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일부러 계곡..

사진속일상 2008.03.08

수암봉에 오르다

변산아씨를 만나러 아내와 같이 수리산을 찾아갔다. 그러나 변산아씨는 빗장을 꼭 잠그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면서 그 고운 자태를 숨기고만 있었다.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수암봉에 올랐다. 제 3 산림욕장에서 시작하여 네거리 쉼터를 거쳐 수암봉에 오른 뒤 삼거리를 지나 담배촌으로 내려왔다. 약 두 시간여의 산행 중 수암봉에서 삼거리까지의 능선길이 제일 좋았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걸을 때만큼 행복할 때도 없다. 살아있다는 존재감에 절로 감사하고 행복해지는 때다. 무엇을 가지고 못 가지고는 별로 의미가 없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존재한다는 사실, 뭇 생명들과 함께 숨을 쉬고 보고 느끼며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 같고 그지없이 고마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조용하고 ..

사진속일상 2008.03.01

산행 뒤의 폭음

Y를 만나면 대개 술독에 빠진다. 30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술로 시작된 관계였는데, 지금까지도 술은 우리 둘 사이를 매개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Y는 나의 가장 오래된 술친구이다. 어제도 둘이서 3차까지 가며 소주 여덟 병을 마셨다. 그러나 기분 좋게 마셔서 그런지 술이 별로 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술만 마시면 꼭 담배를 찾게 되고, 줄담배를 피우게 되는 것이 문제다. 다음 날 아침이면 목이 칼칼하고 입안이 텁텁해서 술보다도 담배를 피운 것에 대해서 늘 후회를 한다. 친구 중에서 이렇게 마음 놓고 폭음할 수 있는 친구는 Y가 유일하다. 젊었을 때는 호기있게 술을 마셨지만 지금은 대부분 술을 끊거나 양이 줄어 들었다. 그러나 나나 Y나 30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한 주량이다. 물..

사진속일상 2008.01.09

삼성산에 오르다

삼성산과 관악산을 멀리서 보면 두 형제가 나란히 서 있는 것 같다. 삼성산은 키가 작은 동생 산이다. 삼성산에는 가톨릭 성지가 있어 등산도 하고 성지도 들릴 겸 아내와 같이 집을 나섰다. 서울대 입구에서 무너미고개로 향하는 계곡길을 가다가 삼거리에서 깃대봉으로 올랐다. 높이가 500m도 안되는 산이라 오르는 데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좋은 계절의 휴일이어선지 등산객들이 너무 많았다. 산에 들어서도 사람에 치이고, 사람 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조용히 쉴 장소를 찾기도 어려웠다. 제 3 야영장을 거쳐 성지로 내려갈 계획이었으나 길을 잘못 들어 활터라는 엉뚱한 곳으로 나왔다. 작은 산줄기 너머에서 성가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방향이 약간 어긋났던 것 같다. 삼성산(三聖山)이라는 이름은 신라 시대 때 원효,..

사진속일상 2007.10.22

너무 일찍 찾아간 민둥산 억새

가을의 억새 무리를 보고 싶어 아내와 함께 민둥산으로 달려갔다. 6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새말IC와 평창을 거쳐 민둥산 아래 산행 기점인 증산초등학교에 도착하기까지 4시간여가 걸렸다. 중간에 정선읍내에서 올갱이국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아직 억새꽃이 피지 않았을 거라는 옆 동료의 경고가 있었지만, 정선군에서 지난 28일부터 억새꽃 축제를 시작했으니 설마 준비 안 된 채 손님맞이를 하겠느냐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결국 오판이었다. 하얀 억새꽃밭은 아직 시기상조였다. 적어도 10월 중순은 지나야 제대로 된 억새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민둥산은 1000m가 넘지만 산을 오르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산행기점이 고도가 높아서 1시간 3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부는 이..

사진속일상 2007.10.01

관악산에 오르다

동료들과 태백, 봉화, 울진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 계획이 비 때문에 취소되었다. 일이든 사람이든 인연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애써도 성사되기 어렵다. 이번 경우도 그런 것 같다. 아쉽지만 뒤로 미루어야 했다. 원래 계획은 다음과 같이 잡았다. 9/15 23:00, 청량리역 출발 - 9/16 03:00, 태백역 도착 - 낙동강 발원지 황지(黃池) - 본전식당에서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 - 함백산 정상에서 일출구경 - 승부역 - 점심 식사 - 각화사와 태백산 사고지(史庫址) - 각화산 등산 - 저녁 식사 - 통고산 자연휴양림에서 일박 - 소광리 소나무숲 - 9/17 16:00, 태백역 출발 - 20:00, 청량리역 도착 비 때문에 여정을 취소시켰는데 오늘 서울은 비가 그쳤다. 그러나 남쪽과 강원도 지방은..

사진속일상 2007.09.15

관악산과 다시 가까워지다

관악산 가까이 이사를 온 탓에 늘 이 산을 보면서 산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 커튼을 젖치면 관악산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나는 매일 아침 관악산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셈이다. 그런데 서로 눈맞춤만 하다가 석 달이 지나서야 그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매인 일에서는 떠났건만 마음 바쁘기는 마찬가지여서 바로 옆에 있는 이 산 조차 이제야 찾을 생각이 난 것이다. 마음이 게을러지니 몸도 늘어져 베낭을 맨 걸음이 천근같이 무거웠다. 관악산은 서울 근교 산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은 찾은 산이다. 관악산에 나 있는 대부분의 등산코스는 다 다녀보았다. 90년대 초반에는 매주 토요일이면 이 산을 넘어 퇴근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살았던 동네가 주로 남쪽이어서 관악산이 제일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악..

사진속일상 2007.07.15

평창 백운산과 육백마지기

직장 동료들과 같이 강원도 평창의 백운산과 육백마지기를 다녀왔다. 원래는 1박2일로 하여 다양한 코스로 계획되었으나 갑자기 당일 여정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둘로 축소되었다. 백운산(白雲山, 882m)은 평창군 미탄면에 있는 산이다. 특히 동강이 이 산을 휘감아 돌기 때문에 더욱 유명한데, 동강의 풍경 중에서 이곳 백운산 지역이 가장 수려함을 자랑한다. 문희(文希)마을에서 등산을 시작했을 때는 잔뜩 흐린 날씨에 보슬비가 살짝 내렸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급경사로를 택한 탓인지 오르기에 무척 힘이 들었다. 가벼운 트레킹 정도로 생각하고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결코 만만치 않은 산이었다. 백운산 정상에서는 동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나무들 때문에 시야가 완전히 열려있지 못하지만 S자의 곡류와 산이 멋진 풍경..

사진속일상 2007.06.11

고대산에 오르다

고대산으로 가는 길은 멀다. 집에서전철을 1시간 30분 타고 가, 동두천에서 경원선 열차로 갈아타고 다시 50분을 가야 신탄리역에 도착한다. 경원선은 예전에 금강산으로 가는 철로로 지금은 열차가 신탄리역까지밖에 가지 못한다. 신탄리역도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종착역이다. 고대산(高臺山, 832m)은 경기도 연천에 있는 산으로 군사분계선과 이웃하고 있다. 정상에 서면 북녘 땅이 가까이 바라보인다. 골이 깊고 경사가 급해 산을 오르기에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가 아주 좋다. 이번에 K 형과 둘이서 고대산을 찾았다. K 형은 가끔 열차를 타는 재미로 고대산을 찾는다고 하는데, 나는 고대산이 초행길이었다. 봄꽃이 가고 아직 여름꽃이 나오지 않은 지금은 꽃이 드문 철이다. 풀꽃은..

사진속일상 2007.06.07

관악산에 오르다

아내와 관악산에 올랐다. 서울대 정문에서 시작해 4 야영장을 거쳐 연주암을 지나 사당동으로 내려오는 산길을 걸었다. 아내와 함께 이렇게 정상까지 올라가는 온전한 등산을 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전에 관악산은 서울 근교 산 중에서 가장 자주 찾던 산이었다. 아마 관악산에 난 등산로의 대부분은 걸어보았을 것이다. 토요일에는 퇴근길에 관악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 관악산을 오르게 된 것이 거의 6년 만이다. 등산로 초입은전의 모습과 달라져낯이 설었다. 갈림길에서는 방향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길이 나타나고 예전 그대로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전에 비해 나무들이 크고 많아진 것 같고,주말 오후여서인지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지나갔다. 늦가을의 날씨는 마침 아주 좋았다. 땀이 적..

사진속일상 2006.11.19

사패능선을 걷다

서해안 쪽에 나가볼 계획이었으나 K와 연결이 안되는 통에 혼자 사패산을 찾았다. 사패산(賜牌山)은 북한산국립공원의 북쪽 끝에 있는 높이 552m의 산으로 도봉산과 포대능선, 사패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난 몇 년동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터널을 사패산에 뚫는 문제로 시끄러웠던 현장인데, 어떻게 종교계와 타협이 되어 지금은 터널을 뚫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패산과 수락산, 천성산은 터널이 뚫리고 새만금은 바다가 막히고, 결과적으로는 모두 개발의 논리가 이긴 셈이 되었다. 산으로 구멍이 뚫리고 산자락이 잘려 나가는 현장을 보는 느낌은 많이 착잡했다. 전철 망월사역에서 내려서 사람이 적게 다니는 천문사 옆길로 해서 능선까지 올라갔다. 올라가는 중에 꽃들은 거의 볼 수 없었는데 능선가까이에 이르러 반..

사진속일상 2006.05.15

검단산과 용마산을 종주하다

검단산과 용마산을 종주하다. 창우동-호국사-검단산-용마산-거문다리(10/22, 10:30-15:30) 하남에 있는 검단산(黔丹山, 657m)과 용마산(龍馬山, 596m)은 서로 이웃해 있는 산이다. 천천히 걸어서 1 시간 반 정도면 닿을 수 있는 두 산 사이의 능선길이 팔당호를 옆에 끼고 있어 아주 좋다. 나무들 때문에 전망이 열려 있지는 않으나 가끔씩나타나는 아랫 마을의 풍경이 시원하다. 검단산은 그 이름으로 봐서 백제 시대의 검단선사(黔丹禪師)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하는데, 만약에 그런 유적이라도 나온다면 대단한 발견이 될 것 같다. 특히 검단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남한강과 북한강과 만나는 양수리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팔당댐으로 인해 거대한 호수로 변해 있다. 강을 따..

사진속일상 2005.10.23

삼각산에 오르다

어제는 삼각산에 올랐다. 구기동-대남문-대동문-위문-우이산장-도선사-우이동, 10:00-16:00. 삼각산(三角山)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서로 이웃하며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예부터 이 이름이 널리 쓰였으나 일제 시대 이후로 주로 북한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 다시 원래 이름인 삼각산으로 부르자고 산림청에서 정부지명위원회에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삼각산은 서울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다. 연간 500만 명이 찾는다고 하니까 휴일이면 사람들로 포화 상태가 된다. 어제는 평일인데도 일부 구간에서는 잠시 기다려야 서로 교행을 할 수 있었다. 대남문에서 위문까지는 산성을 따라가며 걸었다. 길은 산성에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데 비슷한 고도라 힘들지 않으면서도 산길을 걷..

사진속일상 2005.10.19

아차산에 오르다

설을 고향에서 보내고 온 뒤로 하루를 푹 쉬었건만 몸은 천근같이 무겁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여간 힘든 노릇이 아니다. 예전과 달리 이젠 고향에 내려가도 부모님이나 친척 분들 대개가 연로하시고 병마에 시달리시기 때문에 마음마저 편치 않다.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명절이라고 내려가건만 자식 도리 못하는 걸 확인하는 절차 같아서 회한만 더해서 돌아오곤 한다. 오늘은 더 피곤해하는 아내를 억지로 앞세우고 아차산에 오르다. 아차산은 서울의 동쪽 끝에 있는 산으로 집에서 20분이면 걸어 도착할 수 있다. 해발 300m 정도로 높지 않은 산이기 때문에 가볍게 등산하기에 좋다. 처음에는 어떻게 올라갈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조금 걸으니 몸이 풀리고 발에 힘이 생긴다. 날씨가 풀린 토요일 오후라 등산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진속일상 2005.02.12

인왕산에 오르다

어제는 가을 하늘이 높고 파란게 너무 좋았다. 동료 셋이서 오늘 오후에 짬을 내어 뒷산을 오르기로 약속했는데 오늘은 구름이 온 하늘을 덮었다. 청명한 하늘 구경은 못했지만 대신에 산길을 걷기에는 적당한 날씨였다. 일터에서 약 10여분을 걸어가면 인왕산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인왕산은 그동안 쭉 폐쇄되어 있다가 문민정부 들어서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별로 높지는 않지만 사방으로 서울을조망하는데는 가장 좋은 산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산의 등산로를 따라 철조망과 초소가 있고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지만 그걸 무시한다면 가벼운 산책으로 나서기에는 알맞은 산이다. 다만 시멘트로 만든 계단이 많아서 걷기에는 불편하다. 개인적으로는 산에 오른 것이 참 오랜만이다. 작년 가을에 북한산을 찾은 후로는 처음이니 꼭 1년..

사진속일상 2004.09.03

겨울 산길을 걷다

어제는 직장 동료들과 예봉산(禮峰山)을 올랐다. 예봉산은 경기도 남양주군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683m이다. 옛날에는 겨울 한양의 땔감을 대부분 이 산에서 벌채해 한강을 따라 날랐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큰 나무는 별로 없고, 다만 군데 군데 눈에 뜨이는 노거목들이 그 때의 정황을 전해주고 있다. 산의 이름이나 생김새는 다르지만 산에 들면 그런 구별은 사라지고 어느 산에서나 공통된 마음의 넉넉함과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이런 마음의 여유일 것이다. 그것은 아직 우리가 이해하기 못하는 산의 정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산 기운이 우리 마음을 순화시키고 세상의 욕망을 잠재워 준다고 말이다. 바닥에서 아웅다웅 다투며 속 끓이고 하던 것들이 산길을 걸으면 기이하게도 봄 ..

사진속일상 200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