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01

광교산길 걷기

광교산(光敎山, 582m)은 수원을 대표하는 산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산에서 광채가 솟구치는 모습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찌 됐든 이름은 멋진 산이다. 늘 조용한 산만 다니다가 평일에도 줄을 서서 오르는 산을 보니 색달랐다. 경기대학교 쪽에서 오르는 길이 주 코스여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예상외로 사람이 많았다. 산길은 형제봉을 지나서야 조용해졌다. 사람이 많으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단체로 온 사람들이야 신이 나겠지만 홀로 조용한 산행을 하려는 사람은 짜증이 난다. 산에 대한 인상도 좋을 수 없다. 도시 근교 산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쉬고 있던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들었다. "작년과도 달라서 이젠 광교산 오르는 것도 힘들..

사진속일상 2016.06.14

백마산과 발리봉을 지나다

트레커 산행에 오랜만에 참여했다. 직전이 작년 10월이었으니 8개월 만이다. 히말라야를 인연으로 만난 트레커도 어느덧 7년째가 되었다. 늘 산에서 만나서일까, 언제나 즐겁게 동행하는 관계다. 이번 산행은 우리 동네의 백마산 줄기 걷기였다. 쌍령동을 들머리로 해서 백마산과 발리봉을 지나 산이리로 내려오는 경로다.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서울에서 내려온 일행과 등산로 입구에서 만났다. 휴일이라 도로 정체가 있었다. 이 산줄기는 봉우리마다 꽤 오르내림이 있다. 어떤 사람은 힘들어 하고, 어떤 사람은 운동이 되어 좋다고 한다. 같은 여건이지만 마음에 따라 보는 게 다르다. 서울 근교 산이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걸었다. 한 자리에서 1시간 넘게 쉬기도 했다. 대부분이 밀포드를 가는 관계로 뉴질랜드 관련..

사진속일상 2016.06.05

은고개에서 샘재로

제대로 배낭을 꾸려 산에 오르는 게 일곱 달 만이다. 몸 테스트를 할 겸 남한산성의 남북 종주 코스를 골랐다. 광주 은고개에서 하남 샘재까지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직선 길이다. 길이 12km에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다. 산에서까지 사람들로 북적대는 건 싫다. 그러나 기우였다. 적막강산 속을 호젓하게 걸었다. 대신 산모기가 달라붙어 성가셨다. 이 계절에는 어쩔 수 없다. 네 시간이 지나니 많이 지쳤다. 작은 오르막도 4천 미터 히말라야를 걷는 것 같다. 집 뒷산은 두 시간 코스다. 여기에 적응되어 있는데 운동량이 두 배로 늘어나니 당연한 현상이다. 내년 초 밀포드 트레킹을 위해서는 체력을 차차 업그레이드시켜야겠다. 무거운 배낭에도 적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

사진속일상 2016.05.29

암마이봉에 오르다

전주에 간 길에 마이산 암마이봉(686m)에 올랐다. 암마이봉은 그간 통제되었다가 작년부터 출입이 허용되었다. 시간 여유가 넉넉치 않아 가장 짧은 코스인 북부주차장에서 올랐다가 은수사를 둘러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짧고 시간이 적게 걸리는 대신 이 코스는 전부 계단이다. 천황문에서 암마이봉에 오르는 길 역시 계단이 대부분이라 200층 건물을 계단 따라 오른다고 여기면 된다. 편안하지 않은 길이다. 호젓한 산행을 바랐지만 유명한 산이어서인지 평일에도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객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아줌마 부대는 첫째 경계 대상이다. 너무 시끄럽다. 들뜬 나들이길이란 걸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집단이 되면 뻔뻔스럽게 되는 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다. 조심스럽..

사진속일상 2015.10.16

십자봉 등산

트레커와 십자봉에 올랐다. 십자봉은 원주와 제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가 985m다. 백운산과 이웃하고 있다. 이 산 아래 지인이 귀농해서 살고 있는데 재작년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때 일행 중 일부가 이 산에 올랐고 나는 다음에 올라보겠다고 미루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었다. 운계리 산촌마을에서 시작한 길은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졌다. 급한 오르막도 별로 없으면서 솔잎을 밟는 길이 좋았다. 뒤에 처진 두 사람이 알바를 하는 바람에 나중에 정상에서 합류했다. 산길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정상부 헬기장은 억새로 덮여 있었다. 오전에는 잔뜩 흐렸다가 오후가 되면서 햇빛이 나왔다. 환한 가을 햇살 속에서 야생화가 만발한 억새밭은 한 점 오아시스 같았다. 십자봉은 찾는 사람이 적어선지 이정표 표시도 정확히 되..

사진속일상 2015.10.04

태백산에 오르다

강원도에 간 둘째날, 홀로 시간을 내어 태백산에 올랐다. 그동안 이상할 정도로 태백산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도 가족과 함께 한 길이었지만 따로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태백산은 다음으로 미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미룬 숙제를 하나 해결하듯 가뿐한 마음으로 오를 수 있었다. 태백산 등산 시작점은 유일사, 백단사, 당골이 있는데 원점 회귀로는 비교적 긴 편인 당골을 골랐다. 당골에서 천제단, 문수봉을 거쳐 하산하는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순환 코스다. 태백산은 1,500m급이지만 출발 지점이 고도가 높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당골 광장에서 출발하면 반재 밑까지 계곡과 함께 한다. 가을 아침의 청량한 계곡 물소리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 했다.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지 하산하는 등산객이 많았다...

사진속일상 2015.09.15

문장대에 오르다

법주사에는 몇 차례 갔으나 속리산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 마침 처가쪽 가족 모임이 법주사 인근에서 있어서 등산 장비를 챙겨 갔다. 다른 팀보다 일찍 가서 홀로 속리산에 올랐다. 속리산 최고봉은 천왕봉(1,058m)이지만 시간 관계상 문장대(1,054m)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했다. 문장대에 오른 뒤 신선대를 거쳐 하산했다. 시간만 넉넉했다면 천왕봉까지 걷는 능선길이 멋졌을 것이다. 법주사에서 세심정으로 가는 길은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다. 이런 길을 30분 넘게 걸어야 세심정에 닿는다. 세속의 때를 벗는 길인 듯하다. 지도에 나온 세심정(洗心亭)이라는 명칭을 보고 기대가 컸다. 계곡에 있는 단아한 정자를 연상했다. 그런데 정자는 없고 음식을 파는 휴게소다. 안내문을 보니 이곳에는 옛날부터 속리산을 찾..

사진속일상 2015.08.24

일본(1) - 조몬스기 트레킹

7월 31일 아침 5시 30분에 집을 출발하여 저녁 7시에 야쿠시마에 들어왔다. 인천공항에서 가고시마공항까지 비행기로 1시간 30분, 가고시마항에서 야쿠시마 안보항까지는 배로 2시간 30분이 걸렸다. 일본 여행은 처음인데 무척 가까운 나라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비슷했다. 그런데 땅에 내려보니 완전히 다른 문화의 나라였다. 일본의 첫인상은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회색 톤의 단조로운 주택 색깔이었다. 민숙에서 4시에 기상하다. 대절한 택시로 이라카와 등산로 입구로 이동하여 5시 20분에 트레킹을 시작하다.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새벽이다. 우리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다. 길은 철길을 따라간다. 이 철길은 벌채한 야쿠시마 숲의 나무를 아래로 운송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철길만 8.2km를 걸어 ..

사진속일상 2015.08.06

은고개에서 남한산성 라운딩

3월 초에 트레커 시산제 때 산에 오르고 등산이란 게 처음이다. 거의 5개월 만이다. 두 달은 병원 신세 지느라 공쳤다 해도 너무 게을렀다. 야쿠시마 트레킹이 눈앞에 닥쳤으니 트레이닝 겸해 등산화를 꺼냈다. 아니었다면 뒷산 산책 정도로 만족하고 말았을 것이다. 훈련을 위해서 집 가까이에 있는 것으로는 좀 힘든 코스를 골랐다. 은고개에서 약사산을 거쳐 남한산성을 다녀오는 라운딩 코스다. 길이가 10km 정도 되는데 야쿠시마에 비하면 반밖에 안 된다. 그래도 야쿠시마는 평탄한 길이 많으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오랜만의 산행에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가 겹쳐 땀 범벅이 되었다. 여름 산행의 적은 더위보다 더한 게 산모기다. 숲에 들어서부터 집요하게 달라붙는 모기 때문에 너무 성가셨다. 여름에는 양..

사진속일상 2015.07.28

해협산 시산제

트레커에서 신춘 산행 겸 시산제를 해협산에서 가졌다. 회원 19명이 참가한 성황이었다. 나는 작년 여름 이후 7개월만에 동행했다.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 반가웠고, 올해는 출석율을 높이리라 다짐했다. 승용차 4대를 이용해 광주시 귀여리에 주차한 뒤 해협산과 정암산을 일주하는 말발굽 모양의 능선길을 걸었다. 봄기운이 확연한 날씨였다. 긴 산길에 지치긴 했지만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는 게 느껴졌다. 기분은 맑고 상쾌했다. 해협산 정상에서 시산제를 지냈다. 올 한 해도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기를 기원했다. S가 불현듯 행복하냐고 물었다. 지금 산길을 걷는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행복이란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을 잊어버릴 때 느끼는 감정인지 모른다. 루틴한 일상에서 만족을 느끼..

사진속일상 2015.03.07

수리산 수암봉

수리산에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갔다가 가볍게 수암봉에 올랐다. 낮 기온이 8도까지 올라가서 봄기운이 잔뜩 느껴진 날이었다. 자글거리는 햇볕을 받으며 산길을 걷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 길었던 칩거의 시절은 가고 활동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올해는 육체를 좀 많이 움직이자고 다짐한다. 수암봉(秀巖峰, 395m)은 수리산의 연봉 중에서도 높이가 낮은 아담한 봉우리다. 능선 종주 코스에서도 한쪽에 치우쳐 있어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다. 수암봉에서 창박골로 내려가는 길은 그래서 한적하다.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가끔 산길을 같이 걷는 부부를 본다. 다정한 대화 소리라도 들리면 부러워서 한 번 뒤돌아보게 된다. 전에는 같이 다녔지만 지금은 아내 무릎이 아파 산에 오질 못한다. 수 년 전 이 길을 함께 걸었던 기억이 나..

사진속일상 2015.03.02

고불산과 망덕산 일주

집 가까이에 산길 걷는 일주 코스가 있다.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짧게 다녀올 때는 뒷산을 오르지만,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낼 때는 이 일주 코스를 걷는다. 때에 따라 중간에서 내려오기도 한다. 오늘은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았다. 서울에서 좀 떨어져 있다고 한적한 것이 이 길의 장점이다. 평일에는 다섯 시간 동안 한 사람도 못 만날 때가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어서인지 가끔 사람 소리를 들었다. 이 정도라면 사람 소리도 반갑다. 내 나름으로 이 길을 '고독한 산보자의 길'이라 이름 붙이고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서 걷기에는 최고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도 사치스럽다. 머리를 텅 비우고 걸으면 내 마음은 뭔가의 충만함으로 들뜬다. 세상의 잡스러운 것 고요해진다. 그런 느낌이 참 좋은 길이다..

사진속일상 2014.11.16

북한산 늦은 단풍

북한산 단풍 절정 시기가 10월 28일이라는 기상청 발표를 믿고 북한산 부왕사지를 찾았으나 이미 시들해지고 난 뒤였다. 산의 고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중간 지대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대체로 발표 1주일 전쯤이 단풍 구경하기에 적기가 아닌가 싶다. 간 길에 의상능선의 일부를 걸었다. 날카로운 암봉을 지나는 맛이 재미있었다. 의상봉을 넘어 하산하는 길은 너무 험하다고 해서 국녕사를 지나는 길로 내려왔다. 젊었을 때 같았으면 모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도 안전, 둘도 안전이다. 북한산은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너무 많았다. 북한산 탐방지원센터 입구에는 울긋불긋 사람의 줄이 이어졌다. 산 속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좀 조용히 말하면 좋으련만, 산을 전세낸 듯한 태..

사진속일상 2014.10.30

용마산 조망

푸르른 가을 하늘 열린 날, 아차산과 용마산길을 걸었다. 이번에는 용마산 정상에서 대원외고 방향 능선길을 따라 긴고랑으로 내려왔다. 이 능선은 서울을 바라보는 조망이 좋았다. 확 터진 풍경으로는 이만한 데가 없다.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곳은 내가 10여 년을 산 동네다. 여기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이곳은 아직도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촌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재개발 열풍에서 비껴갔다. 옛날 단독주택이 도시형 다가구나 빌라로 대치되었을 뿐이다. 서로 키자랑을 하는 시대에 이런 소형 주택촌이 남아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골목길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도 이런 데다. 아차와 용마는 낮은 산이지만 등산 코스가 아기자기하게 나 있어 가볍게 걷기에는 최고다. 그리고 아직은 인공적인 냄새가 덜 난다...

사진속일상 2014.10.28

월악산에 오르다

고향에 다닐 때마다 옆으로 지나가며 바라보기만 했던 월악산을 드디어 올랐다. 좁은 땅덩어리인데 가보지 못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100 명산을 오르기로 느슨한 약속을 했는데 아직 64 산이나 남았다. 노년의 행복은 무릎 연골에 있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은 든든한 두 다리가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차를 끌고 갔으므로 동창교가 들머리 및 날머리가 되었다. 동창교 코스는 월악산에 오르는 짧은 길이지만 대신 급경사가 길었다. 더구나 대부분이 돌길이었다. 올라갈 때보다 오히려 내려갈 때 조심해야 했다. 정상이 1,097m인데 힘들기는 1,500m급 산을 오른 것과 비슷했다. 시간 여유가 많다면 피하고 싶은 길이다. 월악산(月岳山)은 삼국 시대에 영봉 위로 떠오르는 달이 무척 아름다워 월형산(月兄山)으로 불렸..

사진속일상 2014.09.12

추석 산행

집에 일이 생겨 추석인데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지난주에 미리 성묘하고 어머니에게도 다녀왔다. 추석 차례를 거른 건 20년 전에 독일 연수를 가 있을 때를 빼고는 처음이다. 한가윗날 아침 식탁에는 아이들이 출가하기 전처럼 넷이 오붓하게 앉았다. 그러나 밝게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였다. 아침을 먹고는 혼자 배낭을 꾸려 남한산성으로 갔다. 차는 은고개에 주차하고 남한산성 한봉을 돌아오는 라운드 산행이었는데, 쓸쓸하고 외로운 심정으로 걷는 산길이었다. 산객 서너 명 정도만 만났다. 한 분은 지나치며 "명절이라 전부 고향 찾아가고 사람이 없네요"라며 씁쓰레 웃었다. 갈림길 쉼터에서는 바람이 시원했고, 동쪽으로는 유난히 하늘이 파랬다. 비틀린 자세로 서 있는 서어나무가 멋있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

사진속일상 2014.09.08

화악산 꽃산행

화악산(華岳山)은 높이 1,468m로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신선봉, 중봉, 응봉 등의 봉우리가 있는데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대부분 출입금지다. 그중 중봉은 옹색하긴 하지만 정상에 설 수 있다. 금강초롱을 보기 위해 화악산을 찾아간 길에 중봉까지 오르기로 했다. 들머리는 중봉에 오르기 쉬운 화악터널로 잡았다. 중봉까지 군사용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단점은 시멘트길을 오래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은 금강초롱이 목적이었으므로 길은 무시하기로 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금강초롱 군락지를 여러 번 만났기 때문이다. 한두 개체만 봐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금강초롱이 이렇게 많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금강초롱 외에도 많은 여름꽃이 있었다. 화악산은 '화악'이라는 말 그대로 꽃과 바위산이었다. 화악터..

사진속일상 2014.09.06

버섯 산행

은고개에서 남한산성을 지나 샘재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걸었다. 광주에서 서울을 향해 북쪽으로 난 길이다. 길이가 12km 정도 되니 산길로는 꽤 길다. 몸 상태가 좋을 때도 완주하면 노곤해진다. 축축한 여름 숲에는 다양하게 생긴 버섯이 많았다. 버섯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깊 옆에서 눈에 띈 버섯이 이 정도인데 산속에는 다른 종류의 버섯도 많을 것 같다. 무식하게도 망태버섯 외에는 이름을 아는 게 없다. 이 버섯들은 식용이 아니므로 이렇게 살아남아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망태버섯을 맛있게 먹는 벌레가 있다. 작지만 무섭게 생겼다. 숲은 지금 도토리가 익어 떨어지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여기저기서 투두둑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머리에 맞을까 봐 걱정될 정도다. 도토리 줍는 사람도 많다...

사진속일상 2014.08.17

용마산에 오르다

1년 반만에 다시 만나서 용마산 산행을 했다. K는 아일랜드에서 귀국한 지가 7개월이 넘었는데 이제서야 얼굴을 보게 되었다. 내 무신경 탓이었다. 선배는 걸음이 자꾸 뒤처졌다. 내 짐만 무거운 줄 알았는데, 고민이나 아픔 없는 인생은 없다. 태풍이 지나가고 남겨 놓은 수증기 탓에 대기는 뿌옇게 흐렸다. 산길에서 만난 바위. 돼지코바위와 칼바위라고 이름붙여 본다. 아차산 정상에 있는 고구려군 4보루. 이곳은 고구려가 장수왕 63년(475년)에 이곳에 진출한 후 551년에 물러날 때까지 고구려군의 전진 기지였다. 산 능선을 따라 20여 개의 보루가 설치되었다. 광나루역에서 만나 아차산을 거쳐 용마산에 오른 후 중곡동으로 내려갔다. 3시간 30분이 걸렸다. 우리는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다. ..

사진속일상 2014.08.06

불당리에서 검단산에 오르다

하남과 광주에 검단산이라는 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검단(黔丹)'이라는 말이 '신성한'이라는 해석도 있는 만큼 같은 이름을 쓴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둘 다 외견으로는 평범한 산이다. 이번에 트레커에서 불당리를 기점으로 해서 광주 검단산에 올랐다. 광주 검단산은 아직 정상이 개방되지 않고 있다. 뙤약볕이 따가웠으나 한반도로 다가오는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시원하게 불면서 땀을 식혀 주었다. 5백 미터급의 적당한 산 높이에 산길도 좋아서 산행에 무리는 없었다. 가볍게 뒷산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열네 명이나 되는 회원이 참가해서 시끌벅적했다.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서 트레커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단체가 되면 애초에 조용한 산행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일행과 떨어져..

사진속일상 2014.08.03

수락산에 오르다

여름 땡볕 속에서 수락산(水落山, 637m)에 올랐다. 다행히 습도가 낮고 바람도 선선히 불어 무덥지는 않았다. 당고개에서 오르는 코스는 햇볕을 등지고 걸을 수 있어 따가운 햇볕도 피했다. 서울에 인접한 산이건만 산길에서 사람을 드문드문 만날 정도로 한적해서 좋았다. 수락산 정상은 근 20년 만에 오른 셈이다. 그때 탈서울을 기념한다고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서울 가까이 있는 모든 산을 섭렵했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산에 오른 과정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마치 처음 오르는 산 같았다. 북한산과 도봉산에 가려 수락산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이번에 그 매력을 한껏 접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암봉이 웅장한 멋진 산이었다. 전체적으로 단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이 고양되면서 편안한 그런 산이었다. 이..

사진속일상 2014.07.30

양평 백운봉

두 주일 전에 백운봉을 오르려고 사나사로 갔다가 군대 포사격 훈련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되돌아선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안전한 용문산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해서 백운봉에 올랐다. 꽃 사부님인 Y와 동행했다. 백운봉(白雲峰)은 해발 940m의 꽤 높은 산으로 용문산과 연결되는 줄기에 있다. 서쪽에서 보면 삼각형의 뾰족한 모양이 알프스의 봉우리를 닮았다. 정상부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게 보이는데 오르는 데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는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연봉들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두리봉과 한강이 내려다보인다. 이날은 옅은 안개가 끼어 제대로 전망을 즐기지는 못했다. Y와 함께 걸으며 꽃과 식물 공부를 많이 했다. 꽃이 없으면 풀이나 나무 이름에서 나는 문맹이 된다. 심지어는 철쭉과 진달..

사진속일상 2014.07.22

가은산에 오르다

가은산은 월악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해발 575m의 풍광 좋은 산이다. 청풍호를 옆에 끼고 금수산과 옥순봉 사이에 있다. 멀리서는 그저 평범한 산으로 보이지만 직접 올라보면 주변 조망이 훌륭하고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도 자주 만난다. 오래 걸어도 지루하지 않은 산이다. 오랜만에 트레커에 합류하여 가은산에 올랐다. 마른 장마가 계속되는 습도 높고 무더운 날이었다. 다행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어 연신 흐르는 땀을 식혀 주었다. 산행 들머리는 옥순대교, 날머리는 상천리였다. 비가 오지 않아 청풍호가 바싹 말랐다. 이곳 사람 말로는 수위가 이렇게 낮아진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옥순대교 아래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줄었다. 가은산 능선에서 보는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다. 시야가 뿌연 게 오히려 신비한 느낌을 더해..

사진속일상 2014.07.20

회룡에서 사패산에 오르다

전 직장 동료와 사패산(賜牌山, 552m)에 올랐다. 5년 전에는 같은 직장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치며 일했는데 지금은 모두 퇴직했다. 어느새 평일 날 한가하게 산에 오르는 영감탱이가 되었다고 K가 말해서 한바탕 웃었다. 등산로 옆에는 회룡사(回龍寺)가 있다. '룡'은 이성계를 가리킨다. 태조 7년(1398)에 이성계는 함흥에서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 있던 무학대사를 방문했다. 무학대사는 정도전의 미움을 받아 토굴에 은신하고 있었다. 이성계는 며칠 머물렀고, 임금이 머물렀다 환궁했다는 뜻으로 새로 지은 절 이름을 '회룡'이라고 명명했다 한다. 사패산 정상에 서면 도봉산 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 것과 함께 멀리 북한산 봉우리도 한눈에 보인다. 왼쪽에서부터 포대능선을 따라가면 자운봉이 나오고 도봉능선과 ..

사진속일상 2014.06.18

제주도 4박5일 - 한라산 사라오름

한라산 백록담에 오르다가 체력이 방전되어 포기하고 샛길로 찾아간 사라오름이다. 꿩 대신 닭이었다. 성판악 코스가 이렇게 돌투성이로 험한 길인 줄은 미처 몰랐다. 20년 전 한겨울에 이 길로 백록담에 올랐는데 그때는 눈으로 다져져 있어 평탄했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성판악 코스를 너무 우습게 봤다. 9시에 성판악 탐방안내소를 출발하여 속밭 대피소, 사라악샘을 거쳐 진달래밭 대피소(1,500m)에 도착하니 오후 1시 가까이 되었다. 백록담 등정 제한 시간에는 겨우 맞추었으나 자신이 없었다. 흙길 4시간이었다면 무리가 되지 않았겠으나 돌길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더구나 등산화가 아닌 트레킹화를 신어서 발바닥도 아팠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간단한 점심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들른 곳이 사라오름이다. 사라오름은..

사진속일상 2014.06.15

아내와 비봉에 오르다

아내와 북한산에 올랐다. 원래 계획은 비봉능선을 타고 보현봉까지 갔다가 사자능선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등산로가 가파르고 바위가 많아 일찍 지치는 바람에 계획한 길의 반밖에 가지 못하고 비봉에서 하산했다. 뒷산 정도에 적응된 체력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북한산이 암산(岩山)이라는 걸 이번에 새삼 확인했다. 응봉능선으로 내려가면서 본 의상능선의 연이은 바위봉우리가 대단했다. 언젠가는 지나가 보고 싶은 능선이다. 바위산은 보기에는 좋지만 걸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이제 우리 수준에는 북한산 둘레길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족두리봉. 비봉. 재미있게 생긴 바위들. 7km 정도의 산길이었는데 여섯 시간 가까이 걸렸다. 거친 숨 고르느라 쉬고 또 쉬었던 산행이었다. * 산행 시간; 5시간 30분..

사진속일상 2014.03.31

영장산길을 걷다

홀로 산길을 걷는 것을 나는 '풍요로운 고독'이라고 이름 붙인다. 외롭거나 허기진 고독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떠난 대신 구름 친구, 바람 친구, 나무 친구, 꽃 친구, 새 친구가 나를 반겨준다. 유쾌한 벗들로 둘러싸인다. 평일에 산길을 걸으면 몇 시간 동안 한두 사람 스치는 게 고작이다. 그 여백이 무한 즐겁다. 정신 수양으로 한적한 산길 걷기만큼 좋은 건 없다. 때를 벗기려 목욕탕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이라는 퇴계의 시에 보면, 산을 유람하는 것이 책 읽는 것과 같다는 구절이 나온다. 산길을 걷고 나면 좋은 책 한 권 읽은 것 같은 정신의 청량함을 맛본다. 산에 들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이유는 욕심이 비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땀이 밸 듯 걷다 보면 세상의 근심과 걱정..

사진속일상 2014.03.26

노고산에 오르다

북한산을 보기 위해 노고산(老姑山, 496m)에 올랐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잔뜩 흐린 날씨에 연무가 자욱해 산의 윤곽만 겨우 드러날 뿐이었다. 마치 베일로 가린 듯 북한산은 맨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언제 시야 좋은 날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노고산은 아담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걸어 보니 편안한 뒷산이다. 노고산은 한자로 '늙은 시어머니'라는 뜻이다. 시어머니도 늙게 되면 이처럼 순해진다는 말일까? 재미있는 이름이다. 산에 들면 산이 주시는 말씀을 들을 때가 있다. 물론 사람 목소리처럼 분명히 들리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산길을 걷다 보면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기도 하고, 무언가 망설일 때 확신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걸 산이 주는 선물이라고 믿는다. 내 이..

사진속일상 2014.01.07

트레커 신년 산행

트레커에서 신년 산행으로 안성 칠장산(七長山, 492m)에 올랐다. 겸하여 같은 지맥에 속하는 칠현산(七賢山, 516m)과 덕성산(519m)도 함께 연결하여 걸었다. 회원 일부는 미얀마 여행 중이라 다섯 명이 함께 했다. 2014년을 맞이한 사흘째 날, 날씨는 포근했다. 그러나 뿌연 안개가 낀 듯 시야는 좋지 않았다. 올겨울부터 미세먼지 예보가 나오면서 한반도의 공기를 더욱 걱정하게 되었다. 이 세 산은 오백 미터급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높고 시원했다. 멀리 파도치듯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볼 만했다. 산길도 부드러워 등산이라기보다는 가벼운 트레킹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힘들게 헉헉거리기보다는 걸으며 쉬며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즐거운 수다였다. 그중에서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얘기..

사진속일상 2014.01.04

제주도(3) - 한라산 영실

겨울 산행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길이 미끄러우면 적당한 데서 내려오면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조심해야 할 구간은 그늘진 곳 일부였고, 나머지는 보통의 운동화로도 충분했다. 영실에서 한라산을 오르는 들머리는 해발 1,280m에서 시작한다. 영실에서는 한라산 백록담까지 오를 수는 없고, 대부분은 윗새오름(1,711m)을 거쳐 어리목으로 하산한다. 우리는 영실에 차를 주차해 놓았으므로 윗새오름까지 오른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약 4시간이 걸렸다. 영실기암. 이곳 영실 계곡의 웅장한 모습이 부처님이 불제자들에게 설법하던 영산과 비슷하다 해서 영실(靈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작은 바위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제자들 모습이다. 영실 계곡의 중심인 병풍바위로 수직 암..

사진속일상 201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