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39

다육이(7)

이곳으로 이사를 온 초기에는 다육이를 사 모으고 정성들여 키웠다. 대여섯 해 반짝했을까, 그 뒤로는 거의 방치 상태가 되었다. 물을 주는 것도 늘 때가 늦어서 쭈글쭈글해질 정도가 되어야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물통을 든다. 다행히 다육이는 물이 부족해도 잘 버텨냈다. 반면에 풍란은 반 이상이 말라죽었다. 시간이 흐르면 관심은 멀어지고 열정은 시든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한 번 맺은 인연이 무서워 야박하게 내치지 못한다. 상대를 향한 미안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고운 정 미운 정이 아닐까. 십 년 넘게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다육이들이다. 창 밖 낙숫물 소리에 더욱 배가 고플 너희들을 위해 오늘은 시원하게 목을 축여주려무나!

꽃들의향기 2023.05.28

상심을 달래주는 제라늄

하루에 30만 명대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주의 절정기가 되면 40만 명대까지 오른다고 한다. 조심스러워 밖에 나가 타인을 만나지 않은지도 한참 되었다. 딸과 손주까지 코로나에 걸려서 이제야 회복 중이다. 시골에 계신 노모를 찾아뵙지 못한지도 두 달이 넘는다. 방에 있으면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이 보인다. 일 년 내내 한결같이 환하게 웃고 있는 제라늄이다. 제라늄은 코로나나 시끄러운 정치판의 현실과도 아랑곳 없다. 나는 부러워하며 멍하니 제라늄을 바라본다. 이러한 저러한 상심을 달래기 위해 자꾸 눈길을 주는 우리집 제라늄이다.

꽃들의향기 2022.03.12

제라늄의 미소

벌써 10년째, 사시사철 고운 미소를 잃지 않는 네가 경이롭다. 그렇다고 정성으로 돌보는 것도 아니다. 잊어버릴 만하면 가끔 물 주고, 분갈이 안 한 지는 까마득해서 언제였는지도 모른다. 강산이 바뀔 세월이 흘렀는데도 너는 변함없이 밝은 미소를 띠고 있구나. 너에게야말로 '반려'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다. 제라늄이 여러해살이 식물이라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자라는지 궁금하다. 줄기 아랫 부분은 이미 딱딱한 목질로 변한 지 오래되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곧 널 만나고 어느덧 10년, 그 긴 기간 동안 한 번도 꽃을 피우지 않은 적이 없었다. 추운 겨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결같은 네 미소 앞에서 어찌 우울할 수 있으랴. 비 내리는 쓸쓸한 초겨울이지만, 네가 있어 행복한 오늘이다.

꽃들의향기 2021.11.30

똑똑한 풍선초

봄에 이웃에서 준 풍선초 씨를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심었다. 곧 싹이 나오고 하루가 다르게 덩굴이 위로 뻗어올랐다. 천정 빨래건조대에 줄 여러 개를 연결해 줬더니 초록 잎이 병풍처럼 자라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풍선초는 이파리, 줄기, 꽃, 열매의 조형미가 뛰어나서 보기에 좋다. 식물 자체도 깔끔하다. 풍선초는 끝이 없을 듯 성장하며 키가 커 갔다. 천정까지는 줄을 연결할 수 없어 건조대를 넘어가는 줄기는 이발하듯 가위로 잘라줬다. 여름 내내 주기적으로 다듬어주는 게 내 일이었다. 몇 달 동안 그렇게 했더니 어느 때부터는 풍선초가 위로 자라는 걸 포기하는 것이었다. 제 몸을 비비 꼬며 건조대 아래서만 놀지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다. 식물도 제 몸에 위해가 가해지는 걸 감지하고 그에 대응하는..

꽃들의향기 2021.11.01

풍선초

이웃에서 준 풍선초 씨앗을 베란다 화분에 심었더니 한 달여 전에 싹이 나왔다. 힘들게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더니 그 뒤로는 쑥쑥 크기 시작했다. 바라볼 때마다 키가 달라졌고 순식간에 내 키를 넘어섰다. 풍선초는 덩굴식물이라 지지대를 세우고 실로 천정에 있는 빨래걸이와 연결해 줬다. 여름에 들어서는 이놈 바라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 덩굴손으로 실을 움켜쥐는 솜씨가 놀라워 경탄한다. 지금은 꽃을 피우고 풍선 같은 열매집도 생겼다. 풍선초는 꽃이나 열매, 자라는 형태 등이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식물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기르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풍선초는 올해 나에게 생긴 새로운 친구다.

꽃들의향기 2021.07.12

한결같은 제라늄

몇 년 전부터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이 거의 방치 상태다. 처음에 기를 때는 애지중지했는데 오래되다 보니 관심이 시들해졌다. 물 주는 것도 들쑥날쑥하고 분갈이는 생각도 안 한다. 그래도 제라늄은 한결같다. 사람이 쳐다보든 아니든 끝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춥든 덥든 상관없다. 끈질긴 제라늄이다. 생명이 다해야 갖다 버리기라도 할 텐데 죽지도 않는다. 아무리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이렇게 오래 살아갈 줄은 몰랐다. 10년 가까이 되니 줄기 아랫부분은 목질로 변했다. 나무처럼 분재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제라늄 덕분에 우리 집 베란다는 사시사철 꽃색으로 환하다. 대견하고 기특하다. 올봄에는 예쁘게 손질이라도 해 줘야겠다. 이번 겨울만 잘 견디거라. 그동안 신경을 못 써줘서 정말 미안해.

꽃들의향기 2021.01.05

베란다에서 말리는 시래기

텃밭에서 시래기를 거둬와 베란다에서 말리고 있다. 양구의 펀치볼 시래기 씨앗을 8월쯤에 뿌렸으니 두 달여 만에 거둔 셈이다. 사 먹으면 편리하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재미로 심어 본 것이다. 양도 얼마 되지 않아 모자라는 것은 어차피 사서 먹어야 한다. 옛날 시골에서는 잘라낸 무청을 새끼줄로 엮어 처마 밑에 달아매서 시래기를 만들었다. 푸짐하고 큼지막했는데 이번 경우는 시래기용 무우 품종이라 그런지 크기가 훨씬 작다. 대신 질기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직접 가꾸어서 만들어 본다는 데 의미를 둔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말라가는 시래기를 바라보면서 잠시 공상의 나래를 편다. 텃밭이 가까이 있는 마당 넓은 시골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상상이다. 말을 삼갈 뿐이지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

사진속일상 2020.11.15

집에서 보는 매화

밖에 나갔다 온 아내가 작은 매화나무 가지를 하나 꺾어왔다. 매화 보러 멀리 못 나가는데 집에서라도 꽃을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수병에 꽂아두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했다. 코를 갖다대니 향기도 제법이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풍경이다. 전국의 꽃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현지에서는 제발 방문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그래도 찾아가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진해 벚꽃 구경을 아직 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다고 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는 조용할 것 같은 이번 기회에 진해에 한 번 가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진해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시절에 찾아오는 외지인이 반가울 리 없다. 역지사지로 헤아려 보면 누구나 알 ..

꽃들의향기 2020.03.22

거실에 핀 개나리

뒷산에 갔을 때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는 개나리 가지 몇 개를 꺾었다. 뒤따라오던 손주가 말했다. "할아버지, 여러 사람이 보는 꽃은 따면 안 되는 거예요." 멈칫하면서 더는 손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꺾은 것은 어쩌겠는가. 그렇게 들고 온 개나리 가지를 물병에 꽂아 두었더니 병아리 색깔 같은 노란 꽃이 폈다. 밖에 나가질 못하니 집안에서 봄꽃을 본다. 올봄에 계획했던 풍도 야생화, 남도 탐매 여행은 진즉 포기했고 시기도 지났다. 진해 벚꽃 축제도 취소되었다 한다. 전국의 봄꽃 축제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 올 봄꽃은 쉬어도 좋으니 코로나19나 빨리 진정되어라. 거실에 핀 개나리가 동무를 잃은 듯 적적해 보인다.

꽃들의향기 2020.03.12

할머니의 제라늄

제라늄은 희한하다. 어쩜 이렇게 쉼 없이 피고 지기를 멈추지 않을까. 7년 전에 산 제라늄이다. 줄기는 고목처럼 굵고 뒤틀려 있다. 천일홍, 무궁화라는 꽃이 있지만 이름만 그럴 뿐 제라늄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사시사철 꽃을 피워내는 제라늄의 한결같음이 경이롭다. 제라늄의 꽃말을 찾아보니 '우정' '진실한 사랑' 등과 연관되어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고사 속 미생처럼 우직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경박스러운 세태에서 제라늄의 일관성이 더욱 돋보인다. 바라봐주지 않아도 제라늄은 그대 향한 그리움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하철역에 전시된 노인 복지관 어르신들의 작품을 보았다. 이제야 한글을 깨우치신 한 할머니의 시가 눈에 띄었다. 제목이 '아름다운 만남'이다. 나는 글을 몰라 평생을 눈..

꽃들의향기 2019.11.21

사시사철 제라늄

제라늄은 대단하다. 사시사철 꽃을 피운다. 오죽하면 화무십일홍인가. 꽃을 피워내고 지키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한시도 쉼이 없다. 볼 때마다 감탄이다. 특별한 정성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다. 그냥 베란다에 방치 상태다. 심할 때는 한 달에 한 번 물 줄 때도 있다. 그런데도 끈질기게 봉오리를 맺는다. 어떤 때는 지나치다 싶다. 6년 전에 산 제라늄 줄기는 이제 분재처럼 굵어졌다. 유럽에 가면 집 창문마다 예쁜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라늄이 아니었던가 싶다. 제라늄은 큰 정성 없이도 제가 알아서 일년 내내 다양한 색깔의 꽃을 보여준다. 지난 추웠던 겨울을 그냥 베란다에서 버티더니 봄이 되니 꽃색이 화사해졌다. 새 봉오리도 여럿 생겼다. 잘 돌봐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있지만 그것도 인..

꽃들의향기 2018.03.26

7년차 풍란

이곳에 이사 와서 샀으니 우리와 함께 한 지 7년째가 된다.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여름이면 이렇게 멋진 꽃을 보여준다. 가끔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는 것 외에는 한 게 없는데, 야생 환경이 아닌 아파트 베란다에서 살아내는 모습이 장하다. 뭇 생명은 어떤 조건에서도 제 몫을 살아낸다. 살펴주지 않는다고 투덜대거나 떼를 쓰지 않는다.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도 않는다. 작은 풀 한 포기 앞에서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꽃들의향기 2017.07.31

베란다 풍란

풍란의 개화는 종잡을 수 없다. 기다리면 애만 태우게 하다가, 신경을 끄고 있으면 꽃을 피워 깜짝 놀라게 한다. 어떤 조건이 꽃을 피우게 하는지 알 수 없다. 어찌 됐건 올해는 제일 많은 꽃을 피웠다.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오늘에야 거실로 옮겼다. 풍란의 향기를 옆에 두고 싶어서다. 그동안은 어린 손주가 와 있어서 가까이 들여놓을 수 없었다. 자세히 보니 풍란은 잎도 꽃도 무척 아름답다. 특히 늘어진 꽃대의 선이 일품이다. 널 바라보는 즐거움을 당분간은 누리게 되겠구나.

꽃들의향기 2016.08.01

다육이(6)

올 봄에는 베란다에 있는 다육이 중 두 분에서 꽃이 피었다. 긴 꽃대가 나오더니 하나는 작은 흰 꽃이, 다른 건 탐스런 노란 꽃이 달렸다. 흰 꽃에서는 난초 분위기가 풍긴다. 마치 말미잘이 붙어 있는 것 같다. 꽃은 작아도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봄이 다가오면 다육이 화분 중 어디에서 꽃이 필까, 기대하는 재미가 있다. 재스민 화분에서도 순백의 바람개비 모양의 꽃이 피었다. 향기가 좋아 거실에 옮겨 놓고 재스민 향기를 즐기고 있다. 꽃 복판에 있는 옐로우홀에서 제트기류처럼 뿜어져 나오는 향 입자를 상상해 본다. 별과 달리 회전하지 않아도 꽃은 충분히 역동적이다.

꽃들의향기 2016.05.06

베란다의 봄

지난겨울에는 화분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그냥 방치해 놓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봄기운은 베란다에도 찾아왔다. 가까이 가면 색깔과 향기가 완연히 다르다. 그중에서도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제라늄이 기특하다. 지난 연말에 제주도행을 계획했을 때는 이 화분을 전부 어찌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고, 이제는 얘들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지내게 되었다. 가까이 다가가 귀 기울이면, 차라리 잘 되었어요, 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나도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사진속일상 2014.03.21

베란다에 핀 별꽃

베란다에 있는 버려둔 화분에서 덩굴이 나오고 초록 잎이 생기더니 조그만 흰 꽃이 피었다. 뭔가 궁금했는데 별꽃이었다. 산에 있는 흙을 가져와 화분에 담아 놓았더니 별꽃 씨도 같이 따라온 모양이었다. 베란다의 따스한 기운에 제 고향에서보다 일찍 꽃을 내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꽃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들에서는 보잘것없는 잡초라고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별꽃은 그렇게 숨어서 반짝인다. 작은 꽃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얼마나 많은 인연의 씨줄 날줄이 교차해 여기서 꽃이 핀 것일까? 작은 꽃 하나에 경건해지는 아침이다. 땅에 납작 엎드려 피는 꽃, 별꽃을 아시나요 나무들이 눈을 틔우기 전에, 우수 경칩도 오기 전에 볕 좋은 곳이라면 어디서건 순백의 별로 뜨는 꽃 어젯밤 하늘 쳐다보다 떨어져 다친, 사람의..

꽃들의향기 2014.03.18

겨울 제라늄

제라늄이 대단하다. 한겨울인데도 연신 꽃봉오리가 올라온다. 올겨울은 화분에 별로 관심을 주지 못하고 그냥 베란다에 방치해 놓았는데 제라늄만은 쉼 없이 꽃을 피우고 있다. 난방을 위해 유리창에 뽁뽁이를 해 놓아 꽃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제라늄은 주인이 보건 말건 상관없이 자신의 색깔을 지켜낸다. 제라늄은 아프리카 아열대 지방이 원산지로 알고 있다. 품종 개량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겨울에 오히려 더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 찬 바람이 불면 움츠러들고 의기소침해지는 나는 제라늄을 보며 반성한다. 어떤 여건에서도 당당하게 살아야 하리라. 내 색깔을 지켜나가야 하리라. 고맙다, 제라늄아!

꽃들의향기 2014.01.21

달팽이의 귀환

작년 가을에 고향에서 올라올 때 어머니가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싸주셨다. 그 더미 속에 묻혀 달팽이 한 마리가 따라온 걸 집에 와서야 발견했다. 줄을 잘못 섰다가 졸지에 정든 땅과 생이별한 신세가 된 것이다. 다시 돌려보낼 길은 없고 집에서 한 번 길러보자 하고 화분에 배춧잎을 깔아 새 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웬걸,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달팽이가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온 베란다를 뒤졌지만 도저히 찾지 못했다. 새 환경이 낯설었는지 어디로 숨어버린 것 같았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수색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달팽이는 잊혀졌다. 사라졌던 달팽이가 오늘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화분에 붙어 있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여섯 달 만이었다. 살아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돌아온 탕..

사진속일상 2013.04.21

추위를 이긴 제라늄

올겨울에는 화분을 방에 옮기지 않고 베란다에 그냥 두었다. 다육이를 비롯하여 꽃이 활짝 피어 있던 제라늄도 마찬가지였다. 추위에 떠는 모습이 안스러웠지만 강인하고 튼튼해지라고 일부러 그렇게 했다. 작년에는 따스한 방에서 곱게 길렀더니 웃자라기만 하고 때가 되어도 꽃을 피울 줄 모르는 놈도 있었다. 산세베리아만이 동해를 입었을 뿐 대부분이 추위를 잘 견디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라늄은 꽃잎도 시들지 않은 채 혹한을 이겨냈다. 한겨울에도 이렇게 예쁜 꽃을 보여주니 고마우면서 신기하다. 이름에서 받는 느낌과 달리 꽤 추위에 강한 식물인 것 같다. 꽃도 한 번 피면 굉장히 오래간다. 다가오는 봄에는 제라늄을 더 많이 사서 키워봐야겠다.

꽃들의향기 2013.01.26

베란다의 제라늄

베란다에 핀 제라늄이 환하다. 이맘때면 제일 화려하게 피어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식물을 기르다 보면 정성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고운 꽃을 기대한 건 형편 없고,그냥 내버려둔 게 예쁜 꽃을 보여줘 놀란다. 각 식물의 특성을 모르고 물만 많이 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 과잉보호는 차라리 무심(無心)만 못하다. 제라늄을 가만히 보니 금방 핀 꽃은 색깔이 진한데 오래될수록 점점 탈색되며 흰색이 많아지는 게 재미있다. 벌써 한 달째 쉼 없이 피고 지며 우리 집을 곱게 장식하고 있다.

꽃들의향기 2012.06.22

생명

아파트 베란다에서 몇 가지 채소를 길러보고 있다. 상추, 방울토마토, 돌나물, 더덕 등이다. 이름하여 '베란다 텃밭'이다. 상추와 돌나물은 몇 번 뜯어먹기는 했지만, 이건 채소 기르는 게 아니라 거의 화초 가꾸기 수준이다. 천장까지 실로 이어주었더니 더덕 줄기가 줄기차게 뻗어 올라간다. '줄기차게'라는 의미를 이를 보며 새삼 깨닫는다. 천정에 달린 빨래 건조대를 감더니 이젠 허공을 손짓한다. 생명의 상승 욕구에 경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진속일상 2012.06.15

다육이(4)

집 베란다에서 기르는 다육이에 꽃이 피었다. 긴 꽃대가 올라오더니 종 모양의 노란색의 꽃을 달았다. 무척 작고 예쁜데, 이름이 뭔지는 모른다. 그런데 우리 집 다육이는 지난겨울을 지나며 전부 웃자라 버렸다. 실내에 들여놓아서 그렇단다.추위에 떨까 봐 옮겨준 게 도리어 이상한 꼴이 되었다. 보살핌도 지나치면 역효과가 생기는 건 사람이나 식물이나 마찬가지다.

꽃들의향기 2012.06.05

베란다의 수선화

봄은 베란다에서 피어나는 수선화와 함께 시작된다. 이제부터 꽃들과 만날 기대에 가슴이 설렌다. 귀엽고 예쁘면서, 착하기도 한 나의 모델들. 올들어 처음 찍어본 꽃사진이다. 아프고 외로운 그대에게 수선화의 향기를 전합니다. 이 시와 함께.... 우리는 너나 없이 아프고 외로운 존재라는 걸 잊지 마세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

꽃들의향기 2012.03.14

다육이(2)

십여 종류 되는 다육이 중 하나가 두 번째로 꽃을 피웠다. 베란다에 있을 때는 잠잠하더니 겨울이라 방으로 옮겨주었더니 고맙다는 듯 화답한다. 꽃은 꿩의비름을 닮았는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글쓴이는 인간과 꽃 사이의 알 수 없는 강한 유대감을 궁금해한다. 적지 않은 꽃의 모양이 그토록 인간의 부끄러운 부분을 닮게 된 이유, 인간이 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사랑하는 남녀가 하필 꽃을 열심히 주고받는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다. 글쓴이의 유머러스한 해석은 이렇다. '인간에게 꽃의 의미는 이미 문화적이다. 꽃을 가꾸고 꽃으로 장식하고 꽃을 선물로 주고받는 과정에 대해 어느 부류의 인간도 이의를 제기해 본 적이 없다. 이는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육체적인 성적 표현에 대한 사..

꽃들의향기 2012.01.07

다육이(1)

집에서 기르는 다육이 중 하나에 꽃이 피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잎에 털이 보송보송, 애기의 솜털처럼 귀여운 다육이다. 다육이 중에서 제일 건강하게 자라더니 드디어 꽃을 환하게 피웠다. 꽃봉오리가 맺힐 때부터 언제 꽃이 피려나, 학수고대했다. 꽃의 색깔 또한 발그레한 애기 피부처럼 곱다. 얘야, 너는 꽃보다 더 예쁘다. 아름답고 고운 색깔과 향기로 네 주변을 미소 짓게 하렴.....

꽃들의향기 2011.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