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6

그날, 바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객관적인 자료를 통한 과학적 분석이 돋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월호 침몰은 왼쪽 앵커 때문에 일어났다. 무슨 이유에선지 출항한 뒤부터 왼쪽 앵커가 아래로 늘어졌고, 수심이 얕은 곳을 지날 때 앵커가 땅과 충돌하며 항로가 변했다. 이런 현상은 여러 차례 일어나며 누적되다가 사고 지점에서 결정적인 충격을 받았다. 영화를 만든 사고 조사팀은 사고 시간과 항로 기록 데이터가 수정되고 조작되었음을 밝힌다. 은폐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AIS 항적도는 가짜다. 실제 항로는 남서 방향, 병풍도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그곳은 수심이 얕아 앵커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굳이 이 사실을 감추려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

읽고본느낌 2018.06.17

팽목항과 무위사

가만히 있으라, 해 놓고는 자기들은 허겁지겁 탈출했다. 그러면서 발걸음이 떨어졌을까. 너무 어이없으니 그 뒤에 어두운 음모가 있다고 여겨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기울어진 선실에서 아이들이 천진스레 찍은 동영상을 보았다. 다가오는 마지막을 예감하지 못한 채 아이들은 끝까지 구조의 희망을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물이 코 밑까지 차올랐고, 뒤에 발견된 아이들 손가락은 전부 상처투성이였다고 한다. 팽목항에 찾아간 어느 날 저녁, 화나고 슬프고 많이 많이 미안했다..... 숨가쁘게 기다리다 끝끝내 접히고 만, 저 여리디 여린 꽃잎들에게 무슨 말을 드려야 할까. 태초로 돌아가는데도 말이 필요하다면 그 중에 가장 선한 말을 골라 공순하게 바쳐 올리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해도 나는 사랑한다 미안하다 이..

사진속일상 2018.04.21

세월호를 기록하다

낡은 배가 도입되도록 선령 규제를 완화하지 않았더라면 청해진해운이 무리한 증개축을 하지 않았다면 화물 적재 기준에 따라 화물을 실었다면 위험한 출항을 거부할 수 있도록 선원들에게 발언권이 있었다면 운항 관리자가 규정대로 출항을 통제했더라면 평형수가 좀 더 채워지고 화물이 단단히 고박되었다면 조타수가 대각도 조타를 하지 않았다면 배가 쓰러진 뒤 선원들이 현명하게 대처했더라면 비상시 선내 방송 매뉴얼이 갖춰져 있었다면 진도VTS가 퇴선 결정의 책임을 세월호에 맡길 게 아니라 직접 지시했더라면 구조 세력들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협력하는 훈련이 되어 있었다면 출동한 123정 해경이 더 적극적이고 판단력이 뛰어났더라면 뒤돌아보면 아쉬운 게 한둘이 아니다. 300명이 넘는 생때같은 목숨이 수장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읽고본느낌 2015.05.20

세월호

4월 16일은 온 나라를 슬픔에 잠기고 분노에 떨게 했다.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고 나라를 혁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그리고 다섯 달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하나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해경을 해체하는 등 국가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중요한 건 잘못된 국가 체제를 뜯어고치는 것인데 곁다리로만 변죽을 울리고 정작 핵심은 회피하고 있다. 엉뚱한 한 사람을 잡는다고 헛발질만 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교묘하게 따돌린 꼴이 되었다. 이젠 세월호 피로증까지 언급하니 세상 변화에 대한 기대는 물 건너갔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줄을 서서 분향소를 참배하며 흘린 눈물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냄비 근성이라고 우리 국..

참살이의꿈 2014.09.18

의심하라

"가만히 있으라!" 배는 계속 기울어가는데 선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으라는 말만 방송되었다. 어린 학생들은 그 말을 믿었고, 결국 삼백 명이 넘는 생때같은 생명이 수장되었다. 안타깝고 통분한 일이다. 갑판으로 대피하라는 말 한마디만 했다면 이런 억울한 희생은 없었을 것이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이었으니 모두가 탈출하기에 충분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 의심을 품은 사람이 어째서 한 사람도 없었을까?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앞장선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까? 그렇지만 내가 인솔교사로 거기에 있었더라도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선장의 지시를 거역하고 아이들을 밖으로 나가게 할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더 큰 혼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모험보다..

참살이의꿈 201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