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55

피로사회

재독 철학자인 한병철 선생이 쓴 우리 시대를 진단하는 철학 에세이다. 100페이지가 안 되는 소책자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서양 문화의 비판서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그대로 적용된다. 선생은 우리 시대를 성과사회로 규정한다. 과거의 규율사회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병원, 정신병자 수용소, 감옥, 병영, 공장으로 이루어진 규율사회는 이미 사라졌다. 대신 피트니스 클럽, 외피스 빌딩, 은행, 공항, 쇼핑몰, 유전자 실험실로 이루어진 새로운 사회가 등장했다. 이 사회의 주민은 더 이상 '복종적주체'가 아니라 '성과주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기업인이다. 그런데 성과사회는 긍정성 과잉의 사회다.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

읽고본느낌 2016.08.04

소금

박범신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자본주의의 폭력적인 구조를 드러내 보이겠다고 했지만, 이야기 전개가 부자연스러워 효과가 반감된다.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 소설 은 우리 시대와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준다. 자본주의는 빨대와 깔대기의 거대한 네트워크란 작가의 말에 동의하지만 아버지만 희생자라고 할 수도 없다. 피해자는 아버지를 포함한 체제 속의 모든 구성원들이다. 소설은 아버지를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선명우는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 상무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가정에서 그의 자리는 없다. 아내와 세 딸의 화려한 소비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돈 버는 로봇일 뿐이다. 별나긴 하지만 우리 시대 아버지의 표상으로 봐도 무난하다. 어느 날 선명우는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

읽고본느낌 2016.04.27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돈과 경제에 관한 기존 관념을 바꿔주는 책이다. 증식하는 돈이 아니라 썩는 돈, 썩는 경제에 대해 말한다. 일본 가쓰야마에서 '다루마리'라는 작은 빵집을 하는 와타나베 이타루 씨가 실천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 이야기다. 지은이는 회사에 다니면서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회의를 갖게 된다. 기쁘게 노동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직장은 없었다. 진정한 노동의 의미를 찾던 중 빵집을 열어 자립할 결심을 한다. 천연균을 사용해 발효시키는 전통 방식으로 빵을 만드는 방법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전 끝에 지은이는 자신이 원하던 삶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를 보며 인간다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지은이의 열정과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그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

읽고본느낌 2016.01.27

뻔디기 / 서정주

예수의 손발에 못을 박고 박히우듯이 그렇게라도 산다면야 오죽이야 좋으리오? 그렇지만 여기선 그 못도 그만 빼자는 것이야. 그러고는 반창고나 쬐끔씩 그 자리에 붙이고 뻔디기 니야카나 끌어 달라는 것이야. "뻐억, 뻐억, 뻔디기, 한봉지에 십원, 십원, 비 오는 날 뻔디기는 더욱이나 맛좋습네." 그것이나 겨우 끌어달라는 것이야. 그것도 우리한테뿐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국민학교 6학년짜리 손자놈들에게까지 이어서 끌고 끌고 또 끌고 가 달라는 것이야. 우선적으로, 열심히, 열심히, 제에길! - 뻔디기 / 서정주 서정주 시인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한겨레신문에 실린 이 시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정말 미당이 맞는지 이름을 재차 확인했다. 나는 시 작품보다는 시인의 삶과 의식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

시읽는기쁨 2016.01.23

사람도 다 썩었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어느 사진작가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다.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한 이 분은 서울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제주도에 내려가 국화빵 장사를 하며 지내고 있다. 기자에게 한 말 중 뼈 아팠던 게, "한국은 나라만 썩은 게 아니라 사람도 다 썩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었다. 이 분은 일본에서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받은 유명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고 한다. 주변에서 한국으로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20년 만에 귀국했다. 그러나 실제 마주친 한국은 사람이 사는 땅이 아니었다. 일본은 가지지 못한 자의 설움이 한국보다 훨씬 덜하다고 한다. 월세 산다고 서럽지 않다. 주인에게 비굴할 일도 없다. "모두가 썩었다"는 표현이 충격적으로 들렸다. 썩은 물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썩은 줄을 모르는 법이다...

참살이의꿈 2015.12.26

선한 분노

강남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사립 예술고등학교와 외국 대학에 다녔던 사람이 변했다. 자기계발서를 버렸고 혼자만 잘 산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성공하는 방법이 아니라 세상이 어째서 이토록 잘못되었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때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과 희망버스가 계기가 되었다. 는 박성미 씨가 자본에 저항하는 불온한 사랑에 대해 쓴 책이다. 책은 사랑, 돈, 혁명의 3개 단원으로 되어 있다. 제일 긴 '돈'에서는 자본주의의 속성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의자놀이 게임과 폰지 사기와 같은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자놀이 게임으로 끝없는 노동을 강요하고, 폰지 사기 게임으로 풍요롭다는 착각을 심는다. 사람들은 탐욕스런 경제 동..

읽고본느낌 2015.12.12

빈털터리로 행복하게 사는 법

종편 MBN의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를 가끔 본다. 이번 주의 제목이 '빈털터리로 행복하게 사는 법'이었다. 여느 분과 마찬가지로 삶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산속에 들어가 혼자의 행복을 찾은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 성대한 자본주의 나라에서 과연 빈털터리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도시의 빈털터리라면 먼저 노숙자가 떠오른다. 빈털터리란 재산도 수입도 없는 사람이다. 도시에서 돈 없이, 그것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빈털털이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산속에서 홀로 살아간다. 욕심을 버리니 행복이 찾아왔다고 하지만 끊임없이 욕망을 부추기고 남과 비교하며 경쟁을 시키는 시스템 속에서는 평상심을 지키기 어렵다. 빈..

참살이의꿈 2015.12.11

아름다운 가난

"올해 초 우리 가족은 비행기를 타보고 싶다는 아들과 딸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보아야 한다는 앙코르와트를 보기 위해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났다. 우리 가족은 그곳에서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포함된, 물 위에 산다는 수상촌을 방문했을 때였다. 수상촌에 가기 위한 배를 타기 전, 여행가이드는 그곳 마을 아이들에게 나줘 주기 위해서 일행들에게 과자를 몇 박스 사도록 했다. 우리는 당연히 마을의 학교나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그 과자를 기부하는 것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배가 수상촌 초입에 들어갈 즈음 그 가이드는 일행에게 과자 박스를 뜯어서 한 봉지씩 던지도록 했다. 아이들은 줄지어 '강남스타일' 춤을 추고..

참살이의꿈 2015.02.26

낭비 사회를 넘어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계획적 진부화'를 다룬 소책자다. 대표적인 탈성장 이론가인 프랑스 철학자 세르쥬 라투슈(Serge Latouche)가 썼다. 부제가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다. 경제학에서 진부화란 대체로 기술적 진부화를 가리키는 말로 기술 발전에 의해 기계, 설비 등이 구식으로 전락하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기술적 진부화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인간이 고의로 조작하는 진부화가 있다. 하나는 심리적 진부화로 주로 광고를 통해 제품을 빠른 시간에 낙후하게 만드는 것이다. 유행의 변화나 사람 심리를 이용하여 휴대폰이나 자동차의 교체 주기를 빠르게 만든다. 두 번째가 이 책에서 다루는 계획적 진부화다. 계획적 진부화는 인위적으로 공산..

읽고본느낌 2015.02.08

목련에 대하여 / 박남철

1 국민학교 때 나는 학교 화장실 뒤의 콘크리트 정화조 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개 한마리를 보았었다. 지금도 나는 그 생각만 하면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마 그 개는 그 정화조에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을 거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똑같은 상황에서 어찌해 볼 수도 없는 자신에 절망한다.... 덥썩 잡아서 끌어올려야 하는 건데 그러나 개는 잡는 시늉만 해도 이빨부터 먼저 드러낸다 으르렁 2 나는 자본주의의 정화조에 빠진 한 마리의 개다. - 목련에 대하여 / 박남철 어떤 상황을 말하려는 거지, 하며 무심코 읽어내려 가다가 시의 마지막 행에서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똥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개는 결국 나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구해주려는 손길에도 적대감을 드러내며 분노한다. 자본주의가 아..

시읽는기쁨 2014.12.08

분노 사회

며칠 전 일이다. 집 앞 도로에서 좌회전 신호가 끝날 때쯤에 느릿느릿 좌회전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차선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서 창문을 열고 욕을 퍼붓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왜 날 보고 그러는지 어리둥절했다. 집 앞의 워낙 한가한 도로라 그 차와 내 차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평상시에는 황색등만 점멸하다가 출퇴근 때에만 잠시 신호등이 들어오는 도로다. 요지는 내가 신호를 어기고 좌회전을 해서 자기 갈 길을 막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충돌 위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차는 움직이지도 않은 상태였다. 설사 잘못을 했더라도 그렇게까지 쌍욕을 들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길거리에 나가 보면 이런 상황을 비일비재하게 겪는다. 사람들이 전부 시한폭탄을 달고 사는 것 같다. 불만과 분노로 가득하다. 어른은 말할 ..

참살이의꿈 2014.11.28

인간의 선

고분고분하거나 말을 잘 들으면 착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어렸을 때는 이런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나서는 달라진다. 정신적 미성숙자가 아니라면 그런 칭찬은 더 이상 칭찬이 아니다. 권위나 체제는 순종하는 인간을 원한다. 잘 길들여진 국민을 양성하는 것이 근대 교육의 출발점이었다. 겉으로는 그럴싸한 목표를 내걸지만 속내는 지금도 여전하다. 착하다, 선하다, 바르게 산다는 의미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왜곡되어 있다. 선(善)이란 무엇인가? 그 사람은 선해, 착해,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라고 할 때 선하고 착하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 구조 자체가 선하지 않다면 개인의 선량함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체제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결..

참살이의꿈 2014.07.14

생명이 자본이다

'생명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생명'과 '자본주의'라는 두 단어가 어떻게 연결될까? 지난 정권에서 만든 '녹색성장'이라는 이상한 용어와 닮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는 이어령 선생의 최근작이다. 선생은 자본주의의 황혼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제하에 생명 중심의 새로운 자본주의를 제창한다. 생명자본주의 사상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생명애(biophilia), 장소애(topophilia), 창조애(neophilia)의 세 가지 사랑을 중심 테마로 삼고 생명자본주의를 인문학적 입장에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선생은 일본의 사례를 든다. 일본에서 태풍이 불었을 때 과수원의 사과가 90퍼센트 가량 떨어졌다. 일 년 농사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다. 떨..

읽고본느낌 2014.04.29

안나와디의 아이들

책을 읽는 내내 슬프고 우울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가 떠나지 않았다. 안나와디는 인도 뭄바이 공항 옆에 있는 빈민촌이다. 저자인 캐서린 부(Katherine Boo)는 4년 동안 안나와디 주민들과 함께하며 가난한 그들의 삶을 기록했다. 소설 형식을 빌렸지만 허구가 아닌 실제 일어난 사건을 생생하게 그렸다. 글에 나오는 안나와디의 아이들은 공항과 호텔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주워서 연명한다. 그마저도 경쟁이 되어서 살아가자면 도둑질을 해야 한다. 고물을 훔치던 칼루는 불량배들에게 맞아 길거리에서 죽는다. 수닐은 먹지 못해 키가 크지 않는다. 미나는 부모와 오빠들에게 맞다가 자살한다. 압둘은 쓰레기를 분류해서 그나마 안정된 삶을 살지만 파티마 분신 사건에 연루되어 가정이 풍비박산 된다. 소송 과..

읽고본느낌 2014.04.16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딸네 집에 갔다가 책장에 꽂혀 있는 이 책을 펴고는 단숨에 읽었다. 돋보기를 가져가지 않아 침침한 눈이었지만 한 번 빠져드니 헤어나지 못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는 돈과 외모지상주의에 맹종하는 우리 사회의 비인간적 시스템을 고발한다. 소수의 권력자가 다수를 지배하는 전략이 부와 아름다움에 대한 신화를 부풀리는 것이다. 돈과 예쁜 여자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대중은 부나비처럼 부와 아름다움을 향한 경쟁 대열에 뛰어든다. 소수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하는 것이다. 가혹한 세상에 들러리를 선 시녀의 처지가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소설의 이야기는 못생긴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여자는 놀림을 받고, 소외되..

읽고본느낌 2014.03.25

경쟁에서 벗어나기

이 세상을 '싸움터'가 아니라 '놀이터'로 볼 수는 없을까? 우리가 경쟁이라는 늪으로부터 한 발을 뺀다면 탐욕으로 작동되는 이 세상의 시스템은 저절로 무너지지 않을까? 경쟁에 관한 강수돌 님의 글을 요약하다. ----------------------------------------------------- 경쟁은 필요하다고 대부분의 사람이 믿고 있다. 여러가지 폐해가 있지만 발전을 위해 경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경쟁 상황에 빠지면 결코 행복하게 느끼지 못한다.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스트레스를 높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면, 경쟁의 필연성은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체계적으로 교육되고 만들어진 결과다.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면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분명..

참살이의꿈 2013.02.06

아로파

최근에 SBS TV에서 꽤 괜찮은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제목이 '최후의 제국'[The Last Capitalism]인데 병든 자본주의를 고발하면서 대안을 찾는 다큐멘터리였다. 이번 주에 방송된 4부는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에 있는 '아누타'라는 작은 섬을 소개했다. 아누타는 24가구 300명의 원주민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낙원 같은 섬이다. 300년 전에는 이 섬에서도 권력 투쟁이 일어나 고작 4명만이 생존했다고 한다. 그 뒤로 이들은 협력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로파'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아로파'는 사랑, 배려, 돌봄, 나눔 등의 뜻을 가진 단어다. 아로파가 최고의 가치가 된 후 섬은 평화의 섬이 되었다. 물질이 아닌 사람 우선의 공동체다. 농작물이나 수산물은 골고루 공평하게 나눈..

참살이의꿈 2012.12.14

승자독식사회

전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 사회의 병폐를 후련하게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지금은 20:80의 세계를 넘어 1:99의 세계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부와 소득의 독점은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현상이다. 자본주의가 가야 할 운명적 길인지도 모른다. 로버트 프랭크과 필립 쿡이 쓴 (The Winner-Take-All Society)는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현대사회를 분석한 책이다.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을 차지하는 현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강화되고 있는지를 여러 사례를 들며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죽음의 제로섬 게임을 멈출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한다. 승자독식은 원래 스포츠나 연예계에서 통용되었으나 이제는 시장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예술, 언어,..

읽고본느낌 2012.10.17

피에타

나에게는 무척 거칠게 느껴진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눈 감고 싶은 추악한 현실과 인간의 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복수를 통해 돈으로 미쳐버린 세상에 대한 고발과 비판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무대가 된 청계천 공구상가의 어두운 분위기가 영화와 잘 어울린다. 거기는 세상에서 낙오된 패배자들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간다. 주인공 '강도'는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채무자를 불구로 만들거나 목숨까지 뺏는 악마 같은 짓을 서슴치 않는다. 그 자신이 피해자이면서 가장 잔인한 가해자가 된다. 돈의 노예가 된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늘이다. 세련되게 포장하기는 했지만 본질에서는 다름이 없는 우리들 ..

읽고본느낌 2012.09.23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지구라는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는 우리들은 빙산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내방송에서 몇 번이나 “빙산에 부딪힙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모두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왔다. 그 말을 하면 사람들은 “또 그 얘기?”라고 반문한다. 현실적인 경제학자는 타이타닉호에 “전속력으로!” 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재난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이미 차례차례 빙산에 부딪치고 있는 중이다. 는 우리에게 저 위험한 바다를 보라고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타이타닉호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 발전 이데올로기는 1949년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서 처음 제시되었다. 미개발 나라들에 대해 기술적, 경제적 원조를 하고 투자를 하여 발전시킨다는 정책이었다. ‘미개발 국가’라는 용어도 이때..

읽고본느낌 2011.09.15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며칠 전부터 롯데마트에서 튀김닭 한 마리를 5천 원에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 치킨집에서의 가격이 15000원이니까 무려 1/3 가격이다. 당장 동네의 영세 치킨업자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것은 기업의 윤리성을 망각한 대형 유통업자들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과 영세한 자영업자는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헤비급과 플라이급 권투 선수의 시합은 해보나마나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권리를 내세우며 찬성하는 자유시장론자들도 있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고가 나간 뒤 롯데마트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 푼이라도 싸게 파는 곳에 소비자는 몰리게 마련이다. 이기적 기업가와 이기적 소비자로 이루어진 것이 시장의 생리다. 이번 파동은 대기업의 마케팅 차원의..

읽고본느낌 2010.12.13

변화의 씨앗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에, 만약에, 모든 사람들이 지금의 상태에 만족하고 더없이 행복해 한다면 어떻게 될까? 돈을 더 벌려고 하지도 않고, 일류대학에 들어가려고 박 터지게 싸우지도 않고, 굳이 좋은 직장을 찾을 필요도 없고, 더 넓은 아파트를 바라지도 않고, 명품이나 신상품에 눈을 돌리지도 않는다면 과연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아마 현재의 경제 사회 시스템은 붕괴되고 말 것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경제 구조는 한 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 열리게 될 세계는 어떨지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태어나 살면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세상을 해석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한계 때문이다. 경쟁과 욕망 추구가 인간의 본성이라는 생각도 맞는 것인지 회의가 든다..

참살이의꿈 2010.02.12

[펌] 자본주의와 기독교

중세 교회는 봉건 지배체제의 일부였습니다. 교회는 엄청난 땅을 소유했고 평민들에게서 세금을 걷고 사법권의 상당 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회는 이렇게 설교했습니다. “하느님이 준 권력인 국왕과 하느님의 대리인인 교회에 복종해야 한다” “현실은 죄로 물든 고통스러운 것이며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천국에 가는 것이다.” 그럴싸한 말이지만, 이 설교에 따르면 모든 현실적 욕망(부도덕한 탐욕뿐 아니라 인간 해방의 욕망 같은 정당한 것까지 포함한)은 사악하고 부질없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 자체로 봉건체제의 지배이데올로기였습니다. 성직자와 귀족을 제외한 전체 인구의 95%가 넘는 사람들이 그런 신앙의 사슬에 묶여 수입의 8할 이상을 귀족과 교회에 바치며 평생 죽도록 일만 했습니다. 죽어서 천국에 가기 위해서 말입..

길위의단상 2007.11.13

백색 마녀의 저주

백색 마녀는 천사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보통의 마녀는 검은 옷에 무시무시한 차림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어린아이도 좋아할 정도로 밝은 외모의 마녀입니다. 그녀는 풍요와 행복의 미래를 약속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뒤를 따라 갑니다. 그리고 그녀의 주술에 빠져듭니다. 사람들은 마녀를 따라가는 자신의 발걸음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매 순간 제공되는 달콤한 유혹에 넋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마녀의 무서운 저주가 숨어 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들려준 ‘백색 마녀의 저주’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백색 마녀란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친구가 설명했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우리 모두는 마녀의 주술에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일부는 주술의 효력이 미치지..

참살이의꿈 2005.02.03

빈곤 사회

얼마 전에 두 가지 조사 결과가 신문에 보도되었다. 하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분야를 물었는데, 재테크가 1위를 차지했다. 두 번째가 건강이고, 세 번째가 가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은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자본주의 사회이니까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성공의 기준이 돈이고, 돈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에서는 그 구성원들의 선택이란 어쩔 수 없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 번째 조사 결과였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앞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이었는데, 대상자의 60%가 돈 잘 버는 직업을 고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물신숭배(物神崇拜)에 젖어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젠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돈이 최..

참살이의꿈 200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