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05

논어[200]

계강자가 정치에 대하여 선생님께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치의 정(政)은 바를 정의 정(正)이니, 임자가 바르게 이끌면 누가 바르게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季康子問 政於孔子 孔子對曰 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 顔淵 12 "정(政)은 정(正)이다." 지도자가 바른 마음으로 나라를 이끌면 누가 바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였던 계강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층에게도 주고 싶은 말이다. 제 수신(修身)도 못 하는 사람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 수는 없다. '바르다'의 첫째 조건이다. 다음으로는 세상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구조와 제도의 개혁이다. 복잡한 사회가 되면 인치(人治)에는 한계가 있다. 정의로운 시스템이 갖추어지는 게 중요하다. ..

삶의나침반 2016.06.15

논어[198]

자장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똑바로 앉아서 꾸준히 노력하며 정성껏 일해야 한다." 子張 問政 子曰 居之無倦 行之以忠 - 顔淵 10 자장에 대한 맞춤형 충고이리라. 게으르지 말고 정성껏 일하라는 공자의 말씀에서 자장의 품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의 기본은 결국 수신(修身)이다. 마음 바탕이 안 된 사람, 제 가정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은 비극이다. 현실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삶의나침반 2016.06.03

논어[194]

자공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식량이 넉넉하고, 군비가 충실하고, 백성들이 믿게 되어야 한다." 자공이 말했다. "할 수 없을 경우에 이 셋 중에서 어느 것을 버릴까요?" "군비를 버리지." 자공이 말했다. "할 수 없을 경우라면 이 둘 중에서 어느 것을 버릴까요?" "식량을 버리지. 옛날부터 사람이란 죽게 되어 있는 것이지만 백성들은 믿음 없이는 지탱 못한다." 子貢 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 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 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 顔淵 6 당시 춘추전국 시대 상황으로 볼 때 공자의 이 말씀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군사력이 없으면 나라가 버텨낼 수 없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경제, 국방, 믿음 중 제일 먼저 ..

삶의나침반 2016.05.10

헬조선인 이유

올해의 유행어에 '헬조선'도 후보에 오를 만하다. 한국에서 살기가 지옥 같다는 데서 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이다. 어릴 때는 입시 경쟁에, 대학에서는 스펙 쌓기 바쁘고, 졸업해도 취직하기 어렵고, 그나마 직장인이 되어도 야근이 다반사다. 집 하나 장만하는 데 평생을 보내고, 돈 버느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는 현실을 '헬조선'이라는 말이 담고 있다. 돈 없고 빽 없는 보통의 청년이 살아가기에는 참으로 갑갑한 나라다. 인터넷에서 어느 분이 우리나라가 헬조선인 이유 60가지를 TV 뉴스 화면을 캡처해서 정리했다. 자막을 정리하면 이렇다. - 한국, GDP 대비 복지 비율 OECD 최하위 - 아이들 '삶의 질' 꼴찌 - 직장인 유급휴가 한국이 '꼴찌' - 한국 아동복지 지출 OECD 최하..

길위의단상 2015.12.15

상어가 사람이라면

"만약 상어가 사람이라면 상어가 작은 물고기들에게 더 잘해줄까요?" K씨에게 주인집 여자의 딸아이가 물었다. 그는 "물론이지." 하고 대답했다. "상어가 사람이라면 작은 물고기들을 위해 바닷속에 거대한 우리를 짓도록 할 거야. 그 안에는 식물은 물론 동물까지 포함한 온갖 종류의 먹이를 넣어놓겠지. 상어들은 그 우리 안의 물이 항상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할 것이고 온갖 위생 관리를 할 거야. 가령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지느러미를 다칠 경우 즉시 붕대를 감아주겠지. 잡아먹기 전에 때 이르게 죽어나가면 안 되니까 말이야. 작은 물고기들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가끔씩 커다란 수중 축제가 열리기도 할 거야. 우울한 물고기보다는 기분 좋은 물고기가 맛이 있거든. 그 커다란 우리 안에는 물론 학교도 있겠지. 이 학..

참살이의꿈 2015.11.18

2015년이잖아요

지난달 캐나다 선거에서 야당인 자유당이 338석 중 184석을 차지해 보수당 정권을 무너뜨렸다. 보수당은 99석에 머물렀다. 부유층 증세, 난민 수용, 마리화나 합법화 등의 진보적 공약을 내건 40대의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를 이끌게 되었다. 트뤼도 총리는 새 내각을 구성하면서 30명의 각료 중 남녀의 수를 15:15로 맞추었다.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트뤼도는 쿨하게 대답했다. "2015년이잖아요." 변화를 바란 캐나다 국민의 멋진 선택과 함께 파격적인 신임 총리의 행보가 무척 신선하다. 트뤼도의 내각에는 무슬림과 시크교도, 장애인, 원주민, 버스기사 출신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트뤼도는 이같은 내각을 구성하며 "캐나다와 닮은 내각을 구성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재작년에 캐나다 여행을 갔을 때 ..

길위의단상 2015.11.10

국정

'국정(國定)'이란 말 그대로 나라에서 정한다는 뜻이다. 일단, 나라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유신 때도 교과서를 국정화하면서 독재를 미화하고 한국적 민주주의로 포장해서 가르쳤다. 이름만 국가를 내걸었을 뿐 실은 권력자의 입맛에 불과하였다. 역사상 수많은 민중의 희생이 국가 폭력 아래 자행되었다. 국가를 우상화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가는 역사 가치관의 기준을 정할 자격이 없다. 상식적 수준에서 생각하면 된다. 역사 교과서가 잘못되어 있다고 본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재의 검정제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검정 기준을 강화한다든지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된다. 일본이 하는 방법이다. 일본은 비난하면서 더 나쁜 짓을 지금 정부는 하고 있다. 마음에 안 든다고 국정 체제로 가는 건 선친..

길위의단상 2015.11.07

마우스콘신

쥐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 그들도 4년마다 투표를 하는데 묘하게도 늘 고양이를 대통령으로 뽑는다. 그러니 쥐의 상황은 불안하기만 하다. 마우스콘신의 법률은 고양이를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고양이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쥐구멍 크기를 제한하거나 쥐의 속도를 규제하는 것 등이다. 쥐들은 다음 선거에서는 흰 고양이 대신 검은 고양이를 선출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고양이 언론에서는 고양이를 대통령으로 뽑는 게 당연하다고 선전한다. 마침내 한 쥐가 외쳤다. "이제 고양이를 뽑는 일은 그만두고, 우리의 대표로 쥐를 뽑자!" 쥐들을 박수를 치고 미몽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마우스콘신'이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의 내용이다. 우리 현실의 비유이기 때문에 무척 착잡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늘 이 모양 이 꼴인 게 ..

길위의단상 2015.08.25

자발적 복종

16세기에 쓰인 글이지만 지금 읽어도 신선하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독재자가 출현하고 민중이 이를 방관하거나 지지까지 한다는 건 수수께끼다. 현대라고 예외가 아니다. 대중은 자본의 독재에 너무 쉽게 길들여지고 있다. '자발적 복종'이라는 이 거대한 뿌리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이라는 소책자를 쓴 라 보에시는 1530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는데 학생 시절에 이 글을 썼다. 재판관이자 철학자였으며 시인이기도 했던 라 보에시는 33세의 이른 나이에 전염성 복통으로 요절했다. 친구였던 몽테뉴에게 원고를 넘겼고 뒤에 이 책도 빛을 보았다. 라 보에시는 자발적 복종의 이유로 습관을 들었다.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성장한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 비겁하고 나약해진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읽고본느낌 2015.04.13

야만인들을 기다리며 / 카바피

- 우리가 이렇게 광장에 모여서 기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야만인들이 오늘 도착한다고 한다. - 원로원은 어째서 저렇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가? 왜 의원들은 아무 법률도 통과시키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가? 그것은 야만인들이 오늘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의원들이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가? 법률은, 야만인들이 도착하면,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 어째서 우리의 황제는 오늘 저렇게 일찍 일어나서 도시의 가장 큰 관문 위에 자리를 잡고 엄숙한 모습으로 왕관을 쓰고 옥좌에 앉아 있는가? 그것은 야만인들이 오늘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황제는 그들의 지도자를 맞이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황제는 양피지 두루마리까지 갖고 나와 그 지도자에게 많은 명예로운 칭호와 작위를 수여할 준비를 갖추었다. - 어..

시읽는기쁨 2014.12.14

이 땅의 주인

나 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아무리 애써도 이해 안 되는 게 있다. 나라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다른 나라에 주어놓고는 되찾아올 줄을 모른다. 도리어 사정을 하면서 우리 군대를 지휘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2020년대 후반까지 환수를 연기해 놓았다. 그걸 자랑이라고 협상을 잘했다고 한다. 전쟁이 났을 때 자기 군대 통솔도 못하는 나라가 주권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비상시에는 미국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우리의 주인이 된다. 미국의 허락이 없으면 군대를 움직일 수 없다. 예를 들어, 옛날 삼국시대 신라에 당나라 군대가 주둔하고 당나라 장수가 신라군을 지휘하며 전쟁을 치른다면 우리는 신라를 어떤 나라로 평가할 것인가. 생존의 위기에 몰렸을 때는 외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자립할 수준..

길위의단상 2014.11.06

가슴 따스한

대안 미디어 '너머'에 재미있는 내용이 실렸다. '거리의 인문학자'라 불리는 최준영 님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22명의 정치인에 대해 짧은 평을 한 것이다. 이라는 책을 소개하며 인물 품평이 중국 전통이었다고 한다. 공자도 자신의 문하생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을 간명한 말로 평가했다. "자로는 과감하다", "자공은 사리에 통달했다", "염유는 재주가 많다" 등이다. 문학적으로 멋진 건 루쉰의 천두슈(陳獨秀)와 후스(胡適)에 대한 비교 품평이다. "두 사람의 도략을 창고에 비유한다면, 천두슈는 창고 앞에 '안에 무기가 가득 들어 있으니 조심하시오!'라고 쓴 깃발을 꽂아놓은 것 같다. 그러나 깃발과 달리, 막상 문을 열어보면 총 몇 자루에 칼 몇 자루가 전부라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후스는 꼭꼭 걸어 잠..

길위의단상 2014.09.21

옛 마을을 지나며 / 김남주

찬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 옛 마을을 지나며 / 김남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가 조선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는 등의 망언을 한 전력 때문에 시끄럽다. 젊은이들이 대기업만 선호하는 것도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는 성향 탓으로 돌렸다. 또, 6.25 전쟁을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시련이라는 말도 했다. 복지가 부패보다 더 무섭다는 칼럼도 있다. 역사와 현실 인식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이 사람은 개신교 근본주의 신앙에 친미 친일적인 식민사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라의 지도자라면 사회 현상에 대한 올바른 원인 진단과 균형된 시각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총리감이 아니다. 이런 인물을 총리랍시고 추천한 걸 보면 ..

시읽는기쁨 2014.06.17

시절이 하수상하니

어느 시대나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세상을 제일 난세로 믿는다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인간사가 원래 하루도 편할 날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수십 년을 돌아보아도 그렇다. 매 시기마다 힘들고 어려운 무엇이 있었고, "세상이 왜 이래?"라는 한탄이 안 나올 때가 없었다. 일체개고(一切皆苦)라는 속세의 삶이 갖는 숙명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작금의 세상 돌아가는 상황은 '시절이 하수상하다'는 탄식을 절로 나오게 한다. 연초의 경주 리조트 화재가 세월호 참사로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을지로 지하철 추돌, 고양터미널 화재, 도곡역 지하철 방화, 급기야는 요양원 화재로 스무 명 넘는 노인이 죽었다.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고, 또 어디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불안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너무 자주 터지니 이러..

길위의단상 2014.05.29

불통 / 홍해리

이번 시집 제목이 무엇입니까? ''입니다. 시집 제목이 무엇이냐구요? '비밀'이라고요. 제목이 뭐냐구? '비밀'이라구. 젠장맞을, 제목이 뭐냐니까? 나 원 참 '비밀'이라니까. - 불통 / 홍해리 "민영화를 반대한다." "민영화가 아니다." "민영화하지 마라니까." "민영화 아니라니까." 철도노조와 정부가 불통을 작정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민영화는 핑계일 뿐 이참에 상대의 기를 꺾어버리려 한다. 도대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불통은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데서 온다. 설득하고 타협해서 통합을 이끌어내는 게 정부가 하는 일이다. 내가 옳으니 너희들은 무조건 따라와라, 하는 건 민주 정부가 아니다. 철도에 왜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하는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전면적 민..

시읽는기쁨 2013.12.28

안녕들 하십니까?

어느 대학생이 붙인 대자보가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과 부드러운 내용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다. 보통 대자보라고 하면 운동권 용어를 쓰는 격문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변했다. 원리주의적 이념이나 투쟁적 언어는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피부에 닿는 소통과 공감의 언어가 아니면 관심을 끌 수 없다. 학생의 대자보는 사회 현실이나 정치에 무관심한 학우를 비판하기에 앞서 안녕들 하시냐고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감성적으로 접근하니 마음이 열린다.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하는 많은 대자보가 이를 증명한다. 전에 진보 쪽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분이 방송 연설 때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란 멘트를 해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던 것과 비슷하다. 이젠 혁명도 감성..

길위의단상 2013.12.20

우리 시대

아일랜드에 가 있는 친구가 한국이 왜 이리 어수선하냐며 메일을 보내왔다. 차라리 인터넷이 없었으면 싶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봤을 때는 거의 7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나 보다. 신부가 강론 중에 한 시국에 대한 견해를 가지고 국가보안법으로 잡아들이려 한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종북'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우리를 둘러싼 공기가 너무 답답하다. JTBC '뉴스9'에서 손석희 앵커는 이렇게 말했다. "신부가 가난한 이에게 빵을 주면 훌륭하다는 칭찬을 듣지만, 그가 왜 가난한 것인지 사회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면 빨갱이라 비난을 듣게 된다."

길위의단상 2013.11.28

귀태(鬼胎)

민주당 홍익표 대변인의 '귀태' 발언으로 정국이 달아오르더니 이제 진정되어 간다. 여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자 문제의 발언을 한 야당 대변인이 사퇴하고 대표가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있다. 홍 대변인의 발언은 이랬다. "작년에 나온 책 중에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라는 책이 하나 있는데, 그 책에 귀태(鬼胎)라는 표현이 있다. 귀신 귀(鬼)자에다 태아 태(胎)자를 써서,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당시 일본제국주의가 세운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에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다. 아베 총리는 시기 노부스케의 외손자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의 장녀이다." 귀태라는 말의 ..

길위의단상 2013.07.15

논어[24]

어느 사람이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왜 정계에 나서지 않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옛 글에 '효도로다! 효도로 형제끼리 우애하며 집안일을 보살핀다' 하였으니, 이것도 다스리는 것인데, 왜 꼭 정계에 나서야만 되나?" 或 謂孔子曰 子奚不爲政 子曰 書云 孝乎 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 是亦爲政 奚其爲爲政 - 爲政 14 공자에게 있어 사람살이의 기본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효제(孝弟)가 알파요 오메가다. 안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와 우애하는 마음이라면, 밖에서도 어른을 공경하고 다른 사람을 믿고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확장되어 나간 사회가 공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공동체였다. 결국 정치의 근본도 효와 제다. 공자에게 가(家)와 국(國)은 규모만 다를 뿐 질적인 차이가 없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삶의나침반 2013.04.04

논어[23]

자장이 벼슬 구하는 길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많이 듣되 의심나는 점은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그러면 허물이 적을 것이다. 많이 보되 갈피를 못 잡겠거든 아예 해볼 생각을 마라. 그러면 후회가 적을 것이다. 말에 빈틈이 적고, 행동에 거침새가 적으면 벼슬이란 저절로 굴러들게 마련이다." 子張 學干祿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言寡尤行寡悔 祿在其中矣 애공이 묻기를 "어떻게 하면 백성이 따르게 됩니까?" 선생은 대답하기를 "곧은 사람을 골라 굽은 자 위에 두면 백성들이 따르고, 굽은 자를 골라 곧은 사람 위에 두면 백성들은 따르지 않습니다." 哀公問曰 何爲則民服 孔子對曰 擧直조諸枉 則民服 擧枉조諸直 則民不服 - 爲政 13 벼슬을 구하려는 제자와, 사람을 쓰려는 애공의 서..

삶의나침반 2013.03.28

논어[13]

선생님 말씀하시다. "법령만을 내세우면서 형벌로 억누르면 백성들은 슬슬 빠질 궁리만 찾는다. 곧은 마음으로 지도하면서 예법을 가르치면 백성들은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 爲政 3 새 대통령 당선자가 내세우는 게 '법과 원칙'이다. 그러나 법과 원칙이 누구의 편이었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강자에게는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엄격한 게 법이고 원칙이었다. 지배자, 통치자, 권력자들은 '법대로'를 외친다. 그 그늘에서 생기는 민중의 눈물을 부디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는 약육강식의 혼란기였다.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았다. 실제로 진시황은 법가(法家)의 논리를 국가 이념으로 채택해 천하를 통일했다. 그런데 공자는 덕치(德治)와 예치(..

삶의나침반 2013.01.21

토론TV가 있었으면

이번 대통령 선거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관심이 있다 보니 낮에도 TV를 자주 보게 되었다. 지상파 방송은 대선 관련 보도를 거의 안 해서 종편을 주로 봤다. 종편이 여당 편향이라는 걸 알지만, 여와 야를 대변하는 사람들 사이의 토론은 그런대로 봐 줄 만했다. 내가 보기에는 4개의 종편 중에서 그나마 MBN이 가장 나았던 것 같다. 선거 기간 중 종편에 자주 출연했던 사람들이 있다. 정치전문가, 정치평론가라고 부르던데 일부는 정말 자질이 안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세 치 혀만 믿고 까불어대는 세객(說客)이라 불러 적당한 사람들이었다. 어떤 이는 당파에 너무 편향적이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서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 그중에 한 사람이 이번에 박근혜 정권 인수위의 수석대변인으로 뽑힌 윤창중이었다. 이 사람..

길위의단상 2012.12.30

선거의 추억

제18대 대선이 끝났다. 박근혜 후보가 51.6%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비록 내가 선택하지 않은 분이지만 축하를 보낸다. 당신을 지지하지 않은 14,950,303명이 있음을 잊지 말고, 낮고 겸손한 마음으로 나라를 이끌어 주길 부탁드린다.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 민생, 민생 하는데 그것보다 민본(民本)이 우선이다. 나에게도 선거에 대한 직접적인 추억이 있다. 어렸을 때 일이다. 4.19 직후 시행된 지방자치제에 따라서 면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는데 선친이 거기에 출마한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즈음이었는데 집안이 갑자기 사람들로 북적거린 정도와 선거 마지막 날 장면이 기억난다. 투표가 끝나고 선친은 졌을 거라며 술을 드시고 일찍 귀가해서 잠이 들었다. 개표 결과를 볼 필요도 없다고 포기..

길위의단상 2012.12.23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지난 4.11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을 색깔로 표시한 지도다. 부끄러운 우리의 현주소다. 내가 선거권을 가지고 투표를 시작한 이래 동쪽 지역은 언제나 이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할 세월이 흘렀는데도 똑같다. 패거리 의리도 이만하면 알아줄 만하다. 그나마 서쪽은 알록달록 물이 들고 있다.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 뭘까를 생각한다. 나도 고향이 동쪽이지만 고향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인물론이나 정치적 냉소주의는 핑계다. 단순한 지역색 이상의 무엇이 인간을 좌우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인간은 떼로 움직이게 되면 멍청해지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모른다. 지역, 파벌, 민족으로 갈라져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역사는 수도 없이 많다. 선거만 끝나면 뒤를 덜 보고 나온 것처럼..

길위의단상 2012.04.24

애절양 / 정약용

갈밭 젊은 아낙 오랫동안 울더니 관문 앞 달려가 통곡하다 하늘 보고 울부짖는다 출정나간 지아비 돌아오지 못하는 일은 있다 해도 사내가 제 자지 잘랐단 소리 들어본 적 없구나 시아버지 삼년상 벌써 지났고 갓난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다 이 집 삼대 이름 군적에 모두 실렸다며 억울한 하소연 하려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으르렁대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간다 남편이 칼 들고 들어가더니 피가 방에 흥건하다 스스로 부르짖길 '아이 낳은 죄로구나!' 누에치던 방에서 불알 까는 형벌도 억울한데 민땅의 자식 거세도 진실로 슬픈 것이거늘 자식을 낳고 사는 이치는 하늘이 준 것이요 하늘의 도는 남자 되고 땅의 도는 여자 되는 것이라 거세한 말과 거세한 돼지도 오히려 슬프거늘 하물며 백성이 후손 이을 것을 생각함에 ..

시읽는기쁨 2011.11.28

시작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 바츨라프 하벨

일단 내가 시작해야 하리, 해보아야 하리. 여기서 지금, 바로 내가 있는 곳에서, 다른 어디서라면 일이 더 쉬웠을 거라고 자신에게 핑계 대지 않으면서, 장황한 연설이나 과장된 몸짓 없이, 다만 보다 더 지속적으로 나 자신의 내면에서 알고 있는 존재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어 살고자 한다면. 시작하자마자 나는 홀연히 알게 되리. 놀랍게도 내가 유일한 사람도 첫 사람도 혹은 가장 중요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그 길을 떠난 사람 가운데에서 모두가 정말로 길을 잃을지 아닐지는 전적으로 내가 길을 잃을지 아닐지에 달렸다는 것을. - 시작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 바츨라프 하벨 홍세화 씨가 이 시를 인용하며 진보신당 당 대표에 출마하는 변을 밝혔다. 그분이 당 대표에까지 나서게 된 것이 의외이긴 하지만 작금의..

시읽는기쁨 2011.11.14

당황과 황당

티뷰론을 타고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이며 달릴 때... 스쿠프가 추월을 하면 당황스럽지만 티코에게 추월당하면 황당하다. 맛있게 사과를 먹다가... 벌레 한 마리가 나오면 당황스럽지만 벌레 반쪽만 있으면 황당하다. 그이가 외박을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팬티를 뒤집어 입고 있으면 당황스럽지만 여자 팬티를 입고 있으면 황당하다. 여자가 트럭 뒤에서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데... 트럭이 앞으로 가버리면 당황스럽지만 뒤로 후진해 오면 황당하다. 남자가 트럭 옆에 서서 볼일을 보는데... 트럭이 앞으로 가버렸는데 상대편에서 남자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으면 당황스럽지만 여자가 쪼그려 앉아 있다면 황당하다. . . 그리고 최근에는 . . . .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시장직은 목 매달아 놓고 무릎 꿇고 ..

길위의단상 2011.08.22

장두노미

장두노미(藏頭露尾),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0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다.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고 있다는 뜻인데,진실을 숨기면서 들통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꿩이 매를 만나면 혼비백산하여 땅에 머리를 처박는데 몸은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숨으나마나다. MB 정권이 하는 짓거리가 꼭 그와 같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유난히 장두노미스러운 말잔치가 성행하고 있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인 녹색성장, 공정사회, 국격 등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최근에 MB가 한 발언이다. 4대강 사업이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의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그 사람은 강산(江山)이라고 하면 토목공사밖에 연상을 못 하는 것 같다. 착각이라고 하면 그런대로 봐 줄 ..

길위의단상 2010.12.31

탐욕의 세계를 바꾸자

G20 서울회의가 다음 주에 열린다. 사람들은 별 관심도 없는데 정부에서만 요란스레 나대는 것 같다. 그런 꼬라지가 꼭 장학사가 찾아온다고 한 날의 옛날 학교 풍경을 연상시킨다. 사실 손님맞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의에서 다루는 의제 내용이다. 세계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국 지도자들 모임이기 때문에 무슨 내용을 의논하는지 당연히 국민에게 자세히 알려야 한다. 홍보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청소하고 쓰레기 줍는데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한 시민이 포스터에 쥐를 그렸다고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제발 국격(國格)이라는 말이나 안 썼으면 좋겠다. 너무 호들갑을 떨면 국가 열등감으로밖에 안 보인다. 이번 서울회의의 의제는 환율,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 국제금융기구 개편, 개도국 성장을 돕기 위한 계획 등..

참살이의꿈 2010.11.06

우파와 좌파

일부 사람들이 과거의 노무현과 김대중 정권을 좌파 정권이라고 부를 때는 어이가 없다. 심지어는 대북 지원 정책을 문제 삼고는 빨갱이 정권으로 부르기도 한다. 내가 볼 때 노무현이나 김대중 정권은 우파로 분류해야 맞다. 일부 이념이 진보적이긴 하지만 한미 FTA를 체결한 것이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하는 등 그들이 추구한 정책이 지금의 자본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공고히 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좌파나 우파, 진보나 보수라는 구분이 말하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뒤죽박죽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개념 정리나 통일된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를 하더라도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기 어렵다. 어느 분의 글에서 본 것인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하여 사..

길위의단상 2010.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