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20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소견

점잖게 말하면 '수출 규제'이고, 사실은 '경제 보복'이다. 위안부 합의 사항을 파기한 것과, 개인의 불법 징용에 대해 일본 기업의 배상을 결정한 우리나라 대법원판결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역시 아베다운 행동이다. 첫째, 정치 문제를 무역으로 보복하는 일본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일본은 한국 반도체 제조에 꼭 필요한 소재의 수출 길을 막으려 한다. 자기들만 가지고 있는 핵심 기술이니 대체재도 마땅치 않다.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가하려는 치졸한 짓이다. 이렇게 하면 세계 자유무역의 질서는 깨진다. 상대국 정책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는 한국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음이 명약관화하다. 껄끄러운 문재인..

길위의단상 2019.07.22

외계인이 와야 한다 / 이영광

콩가루 집안도 옆집과 싸움 나면 뭉치고 툭탁거리는 아이들도 딴 학교랑 축구 하면 함께 응원을 한다 딴 동네 딴 도시 딴 지방과 다툼이 나면 한 동네 한 도시 한 지방이 된다 전라도와 사이가 틀어지면 경상도가 된다 경상도와 맞설 때면 전라도가 된다 북한과 다툴 때면 남한이 되고 일본 중국과 분쟁이 나면 한 민족이 된다 월드컵만 열렸다 하면 아우성치는 대한민국이 된다 그러므로 외계인이 쳐들어와야 한다 성간우주를 안마당처럼 누비고 다니는 외계 우주선들의 어마어마한 습격 앞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을 것이다 서방과 아랍이 연대할 것이다 동아시아 제 국가들이 단결할 것이다 외계인이 와야 한다 기독교와 무슬림이 형제가 될 것이다 흑 백 황 적, 모든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이 하나가 될 것이다 인간과 사자와 뱀..

시읽는기쁨 2019.05.22

한국은 노래방 / 김승희

당신은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사람 노래방에서 당신 혼자만 노래를 부르지 않고 삼십분 넘게 앉아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의 친구들은 당신에게 노래를 부를 것을 권한다 강요한다 애소하고 명령한다 노래방에서 당신 혼자만 노래를 부르지 않고 삼십분 넘게 앉아있어 본 적 있는가 당신은 남북통일에 반대하는 사람 DMZ를 만드는 사람 수원지에 독극물을 붓는 사람 성수대교를 무너뜨리는 사람 백범 김구를 암살한 바로 그, 그, 그 장본인이 된다 길은 이것뿐이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남겨두고 노래방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당신은 아웃사이더가 된다) 노래를 부르라고 부르라고 잡아끄는 친구들의 팔목을 절단해 버리고 친구들을 모조리 죽여버린다 (당신은 체제 부정자가 된다) (이제 당신은 비로소 노래부르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시읽는기쁨 2019.04.03

로이터 선정 올해의 사진

로이터통신이 올해를 대표하는 사진 100장을 선정했다. 로이터통신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밝은 뉴스보다는 어두운 뉴스가 많지만 보도사진의 특성상 어찌할 수 없는 것 같다. 어느 해나 그렇지만 내전이나 테러, 자연재해 사진이 주를 이룬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사진을 골라보았다. 우리나라 관련 사진도 5장이나 된다.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흘러내리는 용암(5월). 내전중인 시리아의 한 마을에서 아이가 가방 안에서 자고 있다(3월). 그린랜드에서 녹고 있는 빙산(6월). 미투 운동이 활발한 한 해였다. 우리나라도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뉴욕 재판소에 들어가는 하비 웨인스타인(5월). 미국은 더 힘이 세지고 있다. 미 육군 훈련을 참관하는 트럼프 대통령(8월). 나치의 망령은 아직 살아 있..

길위의단상 2018.12.16

노무현과 문재인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 때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정책 입안자 상당수가 당시의 아픈 체험을 겪었을 텐데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듯하여 안타깝다.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리고 나서야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다. 사후약방문이다. 이런 즉흥적 처방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순진한 생각을 하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때려잡겠다고 얼마나 큰소리를 쳤는가. 그러나 시장은 콧방귀도 안 뀌었다. 그런 데서 뭔가를 배웠어야 하는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 폭등의 쓰린 과거를 갖고 있다. 서울 집을 처분하고 시골로 내려간 건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믿은 일면도 있었다. 시골에 잘 정착했으면 서울 집값이 오르든 말든 ..

길위의단상 2018.09.14

어느 정치인의 죽음

그저께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소식을 처음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노 의원은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 중 한 분이었다. 노동자와 서민 편에 섰던 분을 잃게 되어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다. 그분을 자살로까지 내몬 정황이 그렇게 심각했는지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라는 의문이 자꾸 든다. 고인은 드루킹으로부터 4천만 원을 불법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한다. 액수가 많지도 않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이런 일은 정치판에서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러나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고인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수모였는지 모른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정의당과 진보 정치에 대한 염려가 담겨 있다. 아마 본..

길위의단상 2018.07.25

논어[297]

선생님 말씀하시다. "구야, 참된 인간은 '욕심이 납니다'라 하지 않고, 무어니 무어니 핑계를 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내가 듣기에는 '나라나 집을 지닌 사람은 사람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공평할까 걱정하며,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안정할까 걱정한다'고 한다. 대개 공평하면 가난하지 않고, 화목하면 사람이 적지 않고, 안정하면 기울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기 때문에 먼 데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다면 문화의 힘으로 따라오게 만들며, 이미 왔거들랑 안정을 시켜 주어야 한다. 이제 유와 구는 그 분을 돕되 먼 데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 것을 따라오게도 못하며, 나라는 갈가리 찢어져도 걷어잡지 못하고, 그러고서 국내에서 병력을 동원하려고 하니, 내 짐작에는 아마도 계손씨의 근심은 전유에게 있는 것..

삶의나침반 2018.07.10

4월 27일

하루 종일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아침 식사를 단식하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자는 본당 신부님의 부탁이 있었다며 아내는 아침을 걸렀다. 나도 덩달아 따라 했다. 4월 27일 오늘,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평화로 나아가는 선언을 했다. 전에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보다 이번 판문점에서의 만남이 훨씬 더 극적인 효과가 있었다. 생중계의 효과인지 몰라도 군사분계선에서 둘이 악수하고 북쪽으로 넘어갔다 돌아오는 퍼포먼스부터 도보다리에서의 밀담 등 가슴 뭉클한 장면이 많았다. 몇 달 전까지도 한반도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덮여 있었다. 평창올림픽 이후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통일이 되지는 않더라도 제발 좀 사이좋게 지내자. 이번 '판문점 선언'에 밝힌 대로 한반도의 주인은 우리다. 지금까..

길위의단상 2018.04.27

하나씩 차근차근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되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분위기였다.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한반도를 감쌌다. 다행히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 입장이 합의되고, 여자 아이스하키에서는 단일팀이 만들어졌다. 예술단과 응원단도 내려왔다. 갈등의 구조는 여전하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북에서 내려온 대표단은 문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보여 반갑다. 10일 저녁에 남북 단일팀의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었다. 남북의 지도자들이 일반 관람석에 나란히 앉아 응원했다. 남과 북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한마음으로 환호하는 모습이 감격스러웠다.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불과 한 달 전만 해..

길위의단상 2018.02.13

대단하다

오늘 뉴스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랄 사진을 보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영부인들이 찍은 기념사진이다. 그런데 남성이 한 명 끼어 있다.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의 동성 연인이라고 한다. 베텔 총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고 2015년에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당시 두 사람의 결혼은 유럽연합 국가 지도자 중 최초의 동성 결혼이어서 화제를 모았단다. 총리의 연인은 이날 영부인의 자격으로 당당히 사진을 찍었다. 서양 사람들 의식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와 비교하니 더욱 그렇다. 지난달 대선 토론회에서는 동성애를 찬성하느냐의 여부로 논란을 벌였다. 진보 성향의 후보조차 찬성한다고 밝힐 수 없었다. 아마 소신껏 말했다면 우수수 표가 떨어졌을지 모른다. 만약 자신이 ..

길위의단상 2017.05.29

내 탓이오

접촉 사고가 나더라도 절대로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말라. 무조건 네 탓이라고 우겨라. 30년 전에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샀을 때 선배 운전자한테서 들은 충고였다. 큰소리치는 사람이 이긴다는 통설이 널리 퍼졌던 시기였다. 지금은 보험회사에 전화만 하면 과실 비율을 판정해 준다. 네 탓, 내 탓으로 낯 붉힐 일이 별로 없다. 겨울 스포츠로는 배구를 좋아한다. 특히 여자배구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즐겨 본다. 배구는 실수가 자주 나오는 경기다. 그럴 때는 손을 들거나 가슴에 손을 대면서 미안함을 표시한다. 대신에 동료들은 괜찮다고 격려해 준다. 배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반대로 상대 팀에 대해서는 자기 잘못을 드러내지 않는다. 블로킹을 하다가 손가락에 맞았더라도 모른 척한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

참살이의꿈 2017.04.15

2016. 12. 9.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여섯 차례에 걸쳐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매운 시민의 외침이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남아있지만, 대통령 퇴진이라는 시민의 요구를 결코 무시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 2016년 12월 9일, 이날은 역사에 시민 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 농단에 분개했지만, 촛불을 통해 시민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헌법 1조의 생생한 교육장이었다. 어떤 어둠의 세력도 빛을 이길 수는 없다. 수백만 명이 모였지만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폭력 사태와 계엄령 선포라는 대혼란을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은 분노를 표현하되 마치..

길위의단상 2016.12.12

논어[220]

자하가 거보 지방 원이 되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성공을 서둘지 말고, 잔 잇속에 팔리지 마라. 서두르면 사리가 툭 트이지 않고, 잔 속수에 팔리면 큰 일이 되지 않거든." 子夏 爲거父宰 問政 子曰 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 子路 13 지금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작은 이익[小利]'에 급급하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 이런 때일수록 욕심을 버리고 정도(正道)를 걸어가길 충고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좋아하는 문구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한다. 안연편에 나온다. 자공이 정치에 대하여 선생님께 물으니, 국방, 민생,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중에서도 제일 귀한 것이 신뢰이고, "백성들은 믿음 없이는 지탱 못한다[民無信不立]"라고 ..

삶의나침반 2016.11.19

2016년 가을

충격적인 일이 닥치면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분노하게 되고, 그 뒤에는 우울증이 찾아온다. 암 판정을 받았을 때도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사회적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몇 주째 허탈과 우울증에 빠져 있다.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는 설마 그랬을까, 라고 생각했다.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분노하게 되고, 그 뒤로 우울증이 찾아왔다. 지금은 화를 내기도 지쳤다. 가슴이 답답하고 무기력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십 년 넘게 블로그를 하면서 거의 매일 글을 올렸다. 집에 있으면서 컴퓨터를 열지 않은 적은 드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리가 텅 빈 듯해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다. 바깥나들이도 귀찮다. 세..

길위의단상 2016.11.14

서프러제트

100년 전 영국에서 일어났던 여성 참정권을 얻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인 '모드 와츠'는 남편과 함께 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당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여성은 아직 참정권도 얻지 못했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였다. 모드는 우연히 거리에서 서프러제트의 시위 장면을 보고 차별적인 현실에 눈을 뜬다. 서프러제트인 동료 노동자의 권유로 집회에 참석하면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에게 딸이 있다면 그 딸은 어떤 세상을 살까요?"라고 남편에게 하는 질문에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모드는 서프러제트의 일원이 되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폭력 시위에 나선다. 감옥에도 가고 단식투쟁도 한다. 그 결과 집에서도 쫓겨..

읽고본느낌 2016.09.10

논어[200]

계강자가 정치에 대하여 선생님께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치의 정(政)은 바를 정의 정(正)이니, 임자가 바르게 이끌면 누가 바르게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季康子問 政於孔子 孔子對曰 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 顔淵 12 "정(政)은 정(正)이다." 지도자가 바른 마음으로 나라를 이끌면 누가 바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였던 계강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층에게도 주고 싶은 말이다. 제 수신(修身)도 못 하는 사람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 수는 없다. '바르다'의 첫째 조건이다. 다음으로는 세상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구조와 제도의 개혁이다. 복잡한 사회가 되면 인치(人治)에는 한계가 있다. 정의로운 시스템이 갖추어지는 게 중요하다. ..

삶의나침반 2016.06.15

논어[198]

자장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똑바로 앉아서 꾸준히 노력하며 정성껏 일해야 한다." 子張 問政 子曰 居之無倦 行之以忠 - 顔淵 10 자장에 대한 맞춤형 충고이리라. 게으르지 말고 정성껏 일하라는 공자의 말씀에서 자장의 품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의 기본은 결국 수신(修身)이다. 마음 바탕이 안 된 사람, 제 가정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은 비극이다. 현실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삶의나침반 2016.06.03

논어[194]

자공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식량이 넉넉하고, 군비가 충실하고, 백성들이 믿게 되어야 한다." 자공이 말했다. "할 수 없을 경우에 이 셋 중에서 어느 것을 버릴까요?" "군비를 버리지." 자공이 말했다. "할 수 없을 경우라면 이 둘 중에서 어느 것을 버릴까요?" "식량을 버리지. 옛날부터 사람이란 죽게 되어 있는 것이지만 백성들은 믿음 없이는 지탱 못한다." 子貢 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 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 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 顔淵 6 당시 춘추전국 시대 상황으로 볼 때 공자의 이 말씀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군사력이 없으면 나라가 버텨낼 수 없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경제, 국방, 믿음 중 제일 먼저 ..

삶의나침반 2016.05.10

헬조선인 이유

올해의 유행어에 '헬조선'도 후보에 오를 만하다. 한국에서 살기가 지옥 같다는 데서 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이다. 어릴 때는 입시 경쟁에, 대학에서는 스펙 쌓기 바쁘고, 졸업해도 취직하기 어렵고, 그나마 직장인이 되어도 야근이 다반사다. 집 하나 장만하는 데 평생을 보내고, 돈 버느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는 현실을 '헬조선'이라는 말이 담고 있다. 돈 없고 빽 없는 보통의 청년이 살아가기에는 참으로 갑갑한 나라다. 인터넷에서 어느 분이 우리나라가 헬조선인 이유 60가지를 TV 뉴스 화면을 캡처해서 정리했다. 자막을 정리하면 이렇다. - 한국, GDP 대비 복지 비율 OECD 최하위 - 아이들 '삶의 질' 꼴찌 - 직장인 유급휴가 한국이 '꼴찌' - 한국 아동복지 지출 OECD 최하..

길위의단상 2015.12.15

상어가 사람이라면

"만약 상어가 사람이라면 상어가 작은 물고기들에게 더 잘해줄까요?" K씨에게 주인집 여자의 딸아이가 물었다. 그는 "물론이지." 하고 대답했다. "상어가 사람이라면 작은 물고기들을 위해 바닷속에 거대한 우리를 짓도록 할 거야. 그 안에는 식물은 물론 동물까지 포함한 온갖 종류의 먹이를 넣어놓겠지. 상어들은 그 우리 안의 물이 항상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할 것이고 온갖 위생 관리를 할 거야. 가령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지느러미를 다칠 경우 즉시 붕대를 감아주겠지. 잡아먹기 전에 때 이르게 죽어나가면 안 되니까 말이야. 작은 물고기들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가끔씩 커다란 수중 축제가 열리기도 할 거야. 우울한 물고기보다는 기분 좋은 물고기가 맛이 있거든. 그 커다란 우리 안에는 물론 학교도 있겠지. 이 학..

참살이의꿈 2015.11.18

2015년이잖아요

지난달 캐나다 선거에서 야당인 자유당이 338석 중 184석을 차지해 보수당 정권을 무너뜨렸다. 보수당은 99석에 머물렀다. 부유층 증세, 난민 수용, 마리화나 합법화 등의 진보적 공약을 내건 40대의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를 이끌게 되었다. 트뤼도 총리는 새 내각을 구성하면서 30명의 각료 중 남녀의 수를 15:15로 맞추었다.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트뤼도는 쿨하게 대답했다. "2015년이잖아요." 변화를 바란 캐나다 국민의 멋진 선택과 함께 파격적인 신임 총리의 행보가 무척 신선하다. 트뤼도의 내각에는 무슬림과 시크교도, 장애인, 원주민, 버스기사 출신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트뤼도는 이같은 내각을 구성하며 "캐나다와 닮은 내각을 구성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재작년에 캐나다 여행을 갔을 때 ..

길위의단상 2015.11.10

국정

'국정(國定)'이란 말 그대로 나라에서 정한다는 뜻이다. 일단, 나라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유신 때도 교과서를 국정화하면서 독재를 미화하고 한국적 민주주의로 포장해서 가르쳤다. 이름만 국가를 내걸었을 뿐 실은 권력자의 입맛에 불과하였다. 역사상 수많은 민중의 희생이 국가 폭력 아래 자행되었다. 국가를 우상화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가는 역사 가치관의 기준을 정할 자격이 없다. 상식적 수준에서 생각하면 된다. 역사 교과서가 잘못되어 있다고 본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재의 검정제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검정 기준을 강화한다든지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된다. 일본이 하는 방법이다. 일본은 비난하면서 더 나쁜 짓을 지금 정부는 하고 있다. 마음에 안 든다고 국정 체제로 가는 건 선친..

길위의단상 2015.11.07

마우스콘신

쥐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 그들도 4년마다 투표를 하는데 묘하게도 늘 고양이를 대통령으로 뽑는다. 그러니 쥐의 상황은 불안하기만 하다. 마우스콘신의 법률은 고양이를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고양이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쥐구멍 크기를 제한하거나 쥐의 속도를 규제하는 것 등이다. 쥐들은 다음 선거에서는 흰 고양이 대신 검은 고양이를 선출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고양이 언론에서는 고양이를 대통령으로 뽑는 게 당연하다고 선전한다. 마침내 한 쥐가 외쳤다. "이제 고양이를 뽑는 일은 그만두고, 우리의 대표로 쥐를 뽑자!" 쥐들을 박수를 치고 미몽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마우스콘신'이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의 내용이다. 우리 현실의 비유이기 때문에 무척 착잡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늘 이 모양 이 꼴인 게 ..

길위의단상 2015.08.25

자발적 복종

16세기에 쓰인 글이지만 지금 읽어도 신선하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독재자가 출현하고 민중이 이를 방관하거나 지지까지 한다는 건 수수께끼다. 현대라고 예외가 아니다. 대중은 자본의 독재에 너무 쉽게 길들여지고 있다. '자발적 복종'이라는 이 거대한 뿌리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이라는 소책자를 쓴 라 보에시는 1530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는데 학생 시절에 이 글을 썼다. 재판관이자 철학자였으며 시인이기도 했던 라 보에시는 33세의 이른 나이에 전염성 복통으로 요절했다. 친구였던 몽테뉴에게 원고를 넘겼고 뒤에 이 책도 빛을 보았다. 라 보에시는 자발적 복종의 이유로 습관을 들었다.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성장한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 비겁하고 나약해진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읽고본느낌 2015.04.13

야만인들을 기다리며 / 카바피

- 우리가 이렇게 광장에 모여서 기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야만인들이 오늘 도착한다고 한다. - 원로원은 어째서 저렇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가? 왜 의원들은 아무 법률도 통과시키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가? 그것은 야만인들이 오늘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의원들이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가? 법률은, 야만인들이 도착하면,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 어째서 우리의 황제는 오늘 저렇게 일찍 일어나서 도시의 가장 큰 관문 위에 자리를 잡고 엄숙한 모습으로 왕관을 쓰고 옥좌에 앉아 있는가? 그것은 야만인들이 오늘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황제는 그들의 지도자를 맞이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황제는 양피지 두루마리까지 갖고 나와 그 지도자에게 많은 명예로운 칭호와 작위를 수여할 준비를 갖추었다. - 어..

시읽는기쁨 2014.12.14

이 땅의 주인

나 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아무리 애써도 이해 안 되는 게 있다. 나라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다른 나라에 주어놓고는 되찾아올 줄을 모른다. 도리어 사정을 하면서 우리 군대를 지휘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2020년대 후반까지 환수를 연기해 놓았다. 그걸 자랑이라고 협상을 잘했다고 한다. 전쟁이 났을 때 자기 군대 통솔도 못하는 나라가 주권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비상시에는 미국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우리의 주인이 된다. 미국의 허락이 없으면 군대를 움직일 수 없다. 예를 들어, 옛날 삼국시대 신라에 당나라 군대가 주둔하고 당나라 장수가 신라군을 지휘하며 전쟁을 치른다면 우리는 신라를 어떤 나라로 평가할 것인가. 생존의 위기에 몰렸을 때는 외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자립할 수준..

길위의단상 2014.11.06

가슴 따스한

대안 미디어 '너머'에 재미있는 내용이 실렸다. '거리의 인문학자'라 불리는 최준영 님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22명의 정치인에 대해 짧은 평을 한 것이다. 이라는 책을 소개하며 인물 품평이 중국 전통이었다고 한다. 공자도 자신의 문하생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을 간명한 말로 평가했다. "자로는 과감하다", "자공은 사리에 통달했다", "염유는 재주가 많다" 등이다. 문학적으로 멋진 건 루쉰의 천두슈(陳獨秀)와 후스(胡適)에 대한 비교 품평이다. "두 사람의 도략을 창고에 비유한다면, 천두슈는 창고 앞에 '안에 무기가 가득 들어 있으니 조심하시오!'라고 쓴 깃발을 꽂아놓은 것 같다. 그러나 깃발과 달리, 막상 문을 열어보면 총 몇 자루에 칼 몇 자루가 전부라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후스는 꼭꼭 걸어 잠..

길위의단상 2014.09.21

옛 마을을 지나며 / 김남주

찬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 옛 마을을 지나며 / 김남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가 조선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는 등의 망언을 한 전력 때문에 시끄럽다. 젊은이들이 대기업만 선호하는 것도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는 성향 탓으로 돌렸다. 또, 6.25 전쟁을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시련이라는 말도 했다. 복지가 부패보다 더 무섭다는 칼럼도 있다. 역사와 현실 인식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이 사람은 개신교 근본주의 신앙에 친미 친일적인 식민사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라의 지도자라면 사회 현상에 대한 올바른 원인 진단과 균형된 시각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총리감이 아니다. 이런 인물을 총리랍시고 추천한 걸 보면 ..

시읽는기쁨 2014.06.17

시절이 하수상하니

어느 시대나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세상을 제일 난세로 믿는다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인간사가 원래 하루도 편할 날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수십 년을 돌아보아도 그렇다. 매 시기마다 힘들고 어려운 무엇이 있었고, "세상이 왜 이래?"라는 한탄이 안 나올 때가 없었다. 일체개고(一切皆苦)라는 속세의 삶이 갖는 숙명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작금의 세상 돌아가는 상황은 '시절이 하수상하다'는 탄식을 절로 나오게 한다. 연초의 경주 리조트 화재가 세월호 참사로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을지로 지하철 추돌, 고양터미널 화재, 도곡역 지하철 방화, 급기야는 요양원 화재로 스무 명 넘는 노인이 죽었다.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고, 또 어디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불안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너무 자주 터지니 이러..

길위의단상 2014.05.29

불통 / 홍해리

이번 시집 제목이 무엇입니까? ''입니다. 시집 제목이 무엇이냐구요? '비밀'이라고요. 제목이 뭐냐구? '비밀'이라구. 젠장맞을, 제목이 뭐냐니까? 나 원 참 '비밀'이라니까. - 불통 / 홍해리 "민영화를 반대한다." "민영화가 아니다." "민영화하지 마라니까." "민영화 아니라니까." 철도노조와 정부가 불통을 작정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민영화는 핑계일 뿐 이참에 상대의 기를 꺾어버리려 한다. 도대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불통은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데서 온다. 설득하고 타협해서 통합을 이끌어내는 게 정부가 하는 일이다. 내가 옳으니 너희들은 무조건 따라와라, 하는 건 민주 정부가 아니다. 철도에 왜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하는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전면적 민..

시읽는기쁨 2013.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