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35

봄꽃과 동무하며 예빈산에 오르다

어느 산에 갈까 망설였는데 문득 예봉산 계곡이 떠올랐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산행을 하면서 꽃도 보면 좋을 것 아닌가. 자세히 살핀 것은 아니지만 예봉산과 예빈산 사이에 있는 계곡에는 산에서 피는 봄꽃이 많다. 작년에는 노루귀도 만났다. 예빈산의 명물은 이 소나무다. 예빈산에는 능선을 따라 자라는 멋진 적송들이 볼 만하다. 예빈산 정상은 수도권에서 전망이 제일 빼어난 산이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여기서 찍은 일출과 일몰 광경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비슷한 높이의 직녀봉과 견우봉이 나란히 있다. 이날은 시야가 흐려서 조망이 별로였다. 북쪽으로는 예봉산이 보인다. 꼭대기에 강우 레이더를 갖춘 기상관측소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곱 군데(임진강, 예봉산, 가리산, 소백산, 비슬산, 서대산, 모후산)의 강우 ..

사진속일상 2023.03.29

예빈산에 오르다

팔당의 예빈산(禮賓山)은 예봉산과 마주 보고 있다. 직녀봉과 견우봉의 두 봉으로 되어 있는데, 주봉인 직녀봉의 높이가 590m다. 예전 같으면 예봉산과 예빈산을 연계해서 걸었을 텐데 이젠 하나만 고른다. 일흔이 넘으니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 분수를 알아야지 욕심 내고 무리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딘데, 하며 스스로 대견해한다. 와부제4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산에 든다. 계곡은 예봉산과 예빈산을 가르는 경계다. 입구에서부터 여러 봄꽃들이 반겨준다. 예봉산은 꽃이 많이 피는 산이다. 꽃을 살피느라 발걸음은 느리다. 예빈산 정상부에는 아직 진달래가 한창이다. 북쪽으로 예봉산의 강우 관측 레이더가 보인다. 디지털 30배로 레이더를 당겨 보았다. 화면 가득 담기지만 ..

사진속일상 2022.04.20

집 주변의 풀꽃

오가다 만난 집 주변의 꽃이다. 같은 장소라도 매년 우세종이 다르다. 그런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 봄맞이꽃, 이태 전만 해도 하얀 꽃밭을 이뤘는데 지금은 몇 개체만 남았다. 봄맞이는 봄에 어울리는 예쁜 꽃으로, 청순하고 맑다. ▽ 꽃마리, 꽃 가운데 있는 노란 동그라미 무늬는 봄맞이꽃과 닮았다. 바라볼수록 앙증맞고 귀여운 꽃이다. ▽ 서양민들레, 반갑게 만나던 우리 민들레는 작년부터 눈에 띄지 않는다. ▽ 흰제비꽃, 올해 제일 많이 늘어난 건 흰제비꽃이다. ▽ 남산제비꽃 ▽ 잔텰제비꽃 ▽ 졸방제비꽃 ▽ 왜제비꽃 ▽ 둥근털제비꽃

꽃들의향기 2020.04.20

봄내길 2코스를 걷다

코로나19로 멀리 나가는 걸 자제하다가 두 달만에 동네 밖으로 나갔다. 강촌에 있는 봄내길 2코스를 걷기 위해서였다. '봄내길'이라는 이름이 왠지 이 봄과 어울릴 것 같아 선택한 길이었다. 아내와 함께 손주가 동행했다. 봄내길은 춘천 지역의 트레킹 길이다. 전부 일곱 개 코스가 있다. 이번에 걸은 2코스는 별칭이 '물깨말구구리길'이다. 안내판 설명에 나온 대로 '물깨말'은 '물가 마을'이란 뜻이고, '구구리'는 '골 깊은 아홉 굽이를 돌아드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물깨말과 구구리를 거치는 길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구곡폭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우리는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임도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길게 올라야 한다. 봄내길 2코스는 전체 길이가 7.2km이고, 소요 시간이 두 시간 반으로 나와..

사진속일상 2020.04.14

호제비꽃

제비꽃은 워낙 변종이 많아 하나하나 종류를 구분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냥 두루뭉술 제비꽃이라고 하면 쉽겠지만, 꽃을 보다 보면 제대로 된 이름을 알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우선 궁금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비꽃을 정확히 구분하자면 전제적인 모양과 함께 꽃과 잎의 특징, 털의 유무 등을 살펴야 한다. 그러자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아야 한다. 도감을 보면서 발버둥쳐 보지만 예나 지금이나 헷갈리는 건 마찬가지다. 이놈은 호제비꽃이라 동정하지만 역시 자신이 없다. 호제비꽃은 제비꽃과 제일 닮았다. 잎이 제비꽃에 비해 다소 통통한 편이다. 꽃 안쪽에 털도 보이지 않는다. 외견상 느낌은 제비꽃과 왜제비꽃 사이쯤 되는 것 같다. 서울제비꽃과도 비슷하다. 호제비꽃의 '호'는..

꽃들의향기 2020.04.11

왜제비꽃

꽃 이름에 '왜'가 붙으면 보통 작다는 뜻이다. 왜당귀, 왜갓냉이, 왜모시풀, 왜솜다리 등이 있다. 그런데 왜제비꽃은 꽃 크기에서 눈에 띄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제비꽃의 다른 종류와 마찬가지로 잎으로 구분해야 한다. 왜제비꽃은 잎이 긴 심장 모양이다. 문제는 잎 모양이 다른 종류와 명확히 구별되는 게 아니다. 한참을 고민해야 겨우 이름을 동정할 수 있다. 어쨌든 왜제비꽃은 새로 올리는 제비꽃 종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제비꽃은 50종이 넘는다. 그중에서 내가 만난 것은 이제 고작 16종이다. 아직 한참 멀었다.

꽃들의향기 2020.04.08

곰배령과 불바라기약수

점봉산 일대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점봉산은 2026년까지 출입 통제이고, 곰배령도 하루 입장 인원을 450명으로 제한한다.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다. 곰배령의 별칭이 '천상의 화원'이다. 여름 꽃밭이 유명하지만 사계절 어느 때나 야생화를 한껏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이번에 트레커 팀과 1박2일에 걸쳐 곰배령, 불바라기약수를 둘러보았다. 5월 중순이라 들꽃에는 어중간한 시기지만 역시 곰배령은 이름값을 했다. 얼레지를 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곰배령은 수도권 산보다 한 달 이상 계절이 늦다. 쥐오줌풀 참꽃마리 병꽃나무 졸방제비꽃 벌깨덩굴 미나리아재비 개별꽃 미나리냉이 피나물 현호색 줄딸기 홀아비바람꽃. 정상부에는 홀아비바람꽃 군락이 대단했다. 회리바람꽃 양지꽃 동의나물..

사진속일상 2019.05.19

남산제비꽃(3)

제비꽃은 종류가 50종이 넘어서 이름을 구분하는 데 늘 애를 먹는다. 워낙 서로간에 모양이 비슷해서 도감으로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솔직히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러나 남산제비꽃은 다르다. 척 보면 안다. 잎이 코스모스처럼 깊게 파여 있어 한 눈에 드러난다. 남산제비꽃이 반가운 이유다. 산길에서 싱싱하게 피어 있는 남산제비꽃을 만났다. 카메라를 가까이 하니 더 환하게 웃는 것 같았다.

꽃들의향기 2018.05.02

자주알록제비꽃

제비꽃을 종류별로 구분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꽃보다는 잎에 유의해야 한다. 도감을 들여다보고 이것이다, 싶어도 다시 확인해 보면 자신이 없다. 얘를 자주알록제비꽃이라 동정했지만 백 프로 옳다고는 못하겠다. 알록제비꽃과는 잎의 무늬에서 차이가 난다. 자주알록제비꽃이 맞다면 나의 열네 번째 제비꽃이 된다. 에 나오는 53종 중에서 사분의 일 정도만 직접 본 셈이다. 어쨌든 올봄에 만난 반가운 녀석이다.

꽃들의향기 2016.04.22

우리 동네 흰제비꽃

우리 동네에는 유달리 흰제비꽃이 많다. 빈터 군데군데 흰제비꽃만 자라는 마을이 있다. 그리고 해마다 마을 규모는 확장되어 간다. 여기서 보라색 제비꽃은 손님 취급을 받을 뿐이다. 어느 꽃이나 그렇겠지만 흰색은 순수하고 정결한 느낌을 준다. 바람에 꽃잎이 하늘거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도 따라 맑아진다. 봄이면 흰제비꽃과 재회하는 기쁨이 크다.

꽃들의향기 2016.04.18

오랑캐꽃 / 이용악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백 년이 몇 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도 받지 않았건만오랑캐꽃너는 돌가마도 털미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 보렴 오랑캐꽃 - 오랑캐꽃 / 이용악 오랑캐꽃은 제비꽃을 가리킨다. 옛날에는 제비꽃보다 오랑캐꽃으로 많이 불렀다. 오랑캐와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이름이 그리 되니 괜히 밉상 취급을 받는다. 우리가 오랑캐라 불렀던 여진족도 마찬가지다. 내 이해와 어긋나니 오랑캐라 불릴 뿐 핍박을 받도록 태어난 건 아니다. 중국이 우리를 동이(東夷)라 부르며 오랑캐 취급을 ..

시읽는기쁨 2016.03.28

한국의 제비꽃

이태 전에 신문 보도로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갑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10여 년 전 야생화에 빠졌을 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제비꽃을 모두 찾아보는 게 내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능력이 된다면 우리나라 제비꽃을 찍은 화보집을 내고 싶었다. 단지 꿈으로 그치고 말았지만 내가 상상한 책이 바로 이 이다. 이 책을 낸 박승천 씨는 아마추어 야생화 애호가다. 전공이나 직장이 식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오직 꽃이 좋아 10년 넘게 제비꽃을 찾아다녔다. 제비꽃이라는 단일종으로 이렇게 책이 나온 경우는 처음이다. 님의 열정과 노력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제비꽃이 피는 시기가 봄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맞춰 집중적으로 전국을 찾아다니다 보면 발이 부르트고 체중도 5kg 넘게 빠진다고 ..

읽고본느낌 2015.06.05

허난설헌 묘

허난설헌 묘가 경기도 광주에 있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난설헌을 떠올리면 늘 애잔하다. 시대와 맞지 못했던 인간의 슬픈 삶을 그는 보여준다.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라고 할까, 그때나 지금이나 수많은 난설헌이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다. 행복하고 자유로웠던 초희의 어린 시절은 열다섯에 시집을 가면서 180도로 변했다. 똑똑하고 자부심 강한 여성에게 가부장적 인습의 굴레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다. 시집 입장에서는 반대로 까칠한 며느리와 아내가 탐탁치 않았을지 모른다. 20세기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던 난설헌이 16세기 조선의 답답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묘 앞 안내문에는 그녀의 일생이 이렇게 적혀 있다. "조선 시대 선조 때의 여류시인 난설헌 허초희(蘭雪軒 許楚姬, 1563~..

사진속일상 2014.04.20

졸방제비꽃(2)

졸방제비꽃은 꽃 가운데에 난 털이 특징이다. 긴 눈썹을 가진 사람이 연상된다. 줄기나 잎에도 가늘고 긴 털이 나 있다. 졸방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변종으로는 왜졸방, 참졸방, 큰졸방 등이 있다. 준전문가는 되어야 이런 것들까지 구별할 것 같다. '졸방'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궁금했는데 어느 분이 쓴 글에서 '올망졸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걸 봤다. 작고 도드라진 것들이 고르지 않게 모여 있는 모양을 올망졸망하다고 하는데, 사투리에는 올방졸방하다는 말도 있다. 꽃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꽃들의향기 2013.07.29

알록제비꽃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제비꽃 종류가 대략 50종 정도다. 아마추어 야생화 애호가인 박승천 씨가 펴낸 책에는 52종의 제비꽃이 소개되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본 것은 고작 10종이다.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 지 20년이 되어 가는데 이 정도밖에 만나지 못한 것이다. 아마 더 만났겠지만 이름을 몰라서 그냥 지나친 것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제비꽃을 전부 볼 욕심도 가졌지만, 지금은 하향 조정했다. 20종 정도만 만나도 만족하겠다. 이 알록제비꽃을 나의 제비꽃 목록에 열한 번째로 등록한다. 알록제비꽃의 특징은 심장형 잎에 난 흰 줄무늬다. 잎 자체만으로도 관상용으로 가치가 있다. 잎 뒷면은 갈색을 띈다. 용인자연휴양림에서 이제 막 피어난 알록제비꽃을 만났다.

꽃들의향기 2013.04.26

11월의 팬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어머니는 마당에 있던 화분을 가마솥 둘레에 옮겨 놓으셨다. 아침저녁으로 불을 때기 때문에 따스한 곳이다. 그중에서 팬지가 철을 잊고 꽃을 피웠다. 팬지(Pansy)는 이른 봄에 피어나 도시를 예쁘게 꾸민다.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진 팬지가 도시의 거리를 장식하면 봄이 오는 것이다. 그런데 늦가을에 만나는 팬지는 색다르다. 부엌의 열기를 봄 햇볕으로 착각했는가 보다. 광주 집 베란다에도 봉숭아가 거의 한 달간 피어 있다가 이제 시들었다. 얘들을 보면 꽃을 피우고 씨를 맺어야겠다는 열망으로 가득한 것 같다. 하긴 사람이라고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다만 사람이 피우는 꽃은 눈에 직접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를 보아주세요, 하며 여기저기서 꽃들이 피어난다. 이 블로그 역시 그런 꽃인지도 모른다.

꽃들의향기 2012.11.23

산길에서 만난 제비꽃 다섯 종류

산길을 걷다가 만난 제비꽃이다. 다섯 종류인데 이름을 모르는 게 더 많다. 집에 와서 도감을 찾아봐도 확인이 어렵다. 제비꽃은 우리나라에만 50종이 넘게 있다니 제대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일이다. 얘는 고깔제비꽃이라고 해야 겠다. 그러나 꽃이 작은 걸로 보아 콩제비꽃일지도 모르겠다. 남산제비꽃이다. 잎 모양 때문에 가장 구별하기 쉬운 제비꽃이다. 잎이 하트 모양으로 생겼다. 이름 미상. 역시 이름 미상. 얘는 길고 넓은 잎이 특징이다. 제비꽃 잎의 서너 배는 된다. 잎만 과잉 발달한 건가? 최근에 꽃을 좋아하는 아마추어 야생화 애호가 한 분이 이라는 책을 냈다. 20년 가까이 제비꽃을 찾아 전국의 산과 들을 누볐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제비꽃을 찾아 전국의 산과 들을 다닐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꽃들의향기 2012.05.21

털제비꽃

제비꽃 종류만 60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실제 확인 가능한 종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이제껏 내가 보고 사진 찍은 제비꽃은 9종이다. 제비꽃, 미국제비꽃,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 졸방제비꽃, 삼색제비꽃, 노랑제비꽃, 잔털제비꽃, 흰제비꽃이 그들이다. 아마 이름을 모른 채그냥 지나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의목록에 털제비꽃 하나를 추가한다. 뒷산을 산책하다 만난 녀석이다. '털'자가 들어가는 제비꽃만도 털제비꽃, 잔털제비꽃, 구름털제비꽃, 둥근털제비꽃 등 여러 개가 있다. 이걸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도 죽기 전까지 나의 제비꽃 목록을 풍부하게 하고 싶다. 어느 시인은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간다'고 노래했다. 세상 사는데 제비꽃을..

꽃들의향기 2011.04.30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난 제비꽃

상도동으로 이사와서 세 번째 맞는 봄이다. 3 년 전 어느 봄날, 집 뒤의 산을 오르다가 양지 바른 언덕에서 일찍 핀 제비꽃을 발견했다. 아마 그해의 처음 만난 제비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년 봄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제비꽃을 보는 것으로 나의 봄을 시작했다. 올 봄을 맞으면서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가 그곳에서다시 제비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산길을 오르는데 그 자리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비꽃은 수줍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긴 모양으로 봐서 3 년 전의 제비꽃에서 삼대째 내려오는 자손임이 분명했다. 모양도 같고 장소도 같으니 거의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꽃을 한 해를 지나 또 다시 만난..

꽃들의향기 2010.03.28

흰제비꽃

제비꽃의 색깔은 보라색, 노란색, 흰색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원예종으로 개량된 것들 중에는 알록달록한 무늬를 가진 것도 있다. 흰색을 가진 제비꽃도 여러 종류가 있어, 꽃이 희다고 전부 흰제비꽃은 아니다. 이 흰제비꽃은 보라색의 제비꽃과 잎의 모양이같다. 꽃의 밝고 환한 흰색에서는 청순하고 깨끗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꽃말도 '순진무구한 사랑'인가 보다. 그러나 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사람에 따라다를 것이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시인은 흰제비꽃을 보며 이름 불려지지 않은 존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이렇게 담고 있다. 봄날은 흰제비꽃 시선 하나에도 발부리가 걸려 오래오래 아프다 잊혀져 불려지지 않은 이름들이 흰제비꽃으로 피었나 제비꽃은 지가 꽃피는 게 일이라서 ..

꽃들의향기 2007.05.03

제비꽃(2)

이곳 뒷산에는 제비꽃이 많다. 산책로를 따라 보라색 제비꽃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흔하고 흔한 제비꽃도 여기에서보니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제비꽃은 제비가 올 무렵에 피어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사이는 찾아오는 제비도 보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다행히 제비꽃은 없어지지 않고 끈질기게 피어난다. 제비꽃만큼 생명력이 강한 식물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기어이 꽃을 피운다. 한 녀석이 산책로 한가운데 있는 돌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이 밟는 위치에서 살짝 비켜앉은 탓인지 모양도 튼실하고 꽃도 당당하게 피워냈다. 주변은 온통 단단하게 다져진 흙길인데 독야청청 꽃을 피운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제비꽃 종류 중에서도 이 제비꽃이 ..

꽃들의향기 2007.04.18

남산제비꽃(2)

남산제비꽃은 다른 제비꽃에 비해 구별이 쉽다. 잎이 가늘게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비숫한 것으로 단풍잎제비꽃이 있지만 잎이 갈라진 정도를 통해 그 둘도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하다. 그래서 남산제비꽃은 무척 친근하게 다가오는 꽃이다. 남산제비꽃은 서울 남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전의 남산은 지금의 남산 이미지와는 영 달랐던 듯 싶다.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를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듯이 야생화의 자생지로 남산을 상상하는 것 역시 어렵다. 비록 이름에는 남산이 붙어 있지만 지금은 서울경기 지역 어디서나 쉽게 이 꽃을 만날 수 있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도 볼 수 있는지는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에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남산제비꽃 사진을 한 장 얻었다. 수리산 ..

꽃들의향기 2007.04.17

잔털제비꽃

올 봄에 새로 만난 제비꽃 한 종류가 추가되었다. 잔털제비꽃이다. 그동안 못 보았을 리가 없었겠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으니 그 이름을 몰랐을 것이다. 잔털제비꽃은 꽃의 모양은 여느 제비꽃과 다르지 않다. 잎이 하트형으로 생겼고 넓은데, 가장 큰 특징은 이름 그대로 잎에잔털이 가득 나 있다. 특히 잎 뒷면에 털이 많이 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길을 잘못 들어 간 절개지 한 쪽에 이 잔털제비꽃 한 가족이 오순도순 자라고 있었다. 무엇을 계획하고 찾아갈 때보다는 이렇게 뜻하지 않게 새 꽃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예기치 못한 일이 우리를 찾아준다는 것이 인생살이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꽃들의향기 2007.04.16

노랑제비꽃

노랑제비꽃을 보면 왠지 탈속의 품위가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 산의 높은 곳에서만 자라는 습성 때문일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해발 500 m 이상 되는 곳에서만 볼 수 있었다. 높은 산의 능선, 양지 바른 곳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평지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꽃의 노란색은 모두 밝고 눈부시지만, 이 노랑제비꽃의 노란색은 독특하게 진하고 선명하다. 누구라도 그 생생한 색깔에 눈길이 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산을 오르다가 노랑제비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초록색 잎을 배경으로 샛노랗게 피어있는 꽃을 보면 몸과 마음이 모두 상쾌해진다. 또한 산 속에 숨어사는 고결한 은둔자를 만난 듯 옆에 앉아 한 말씀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 노랑제비꽃은 제비꽃 중..

꽃들의향기 2006.06.08

삼색제비꽃

도시의 거리를 아름답게 장식해 주는 팬지가 삼색제비꽃을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제비꽃으로서는 원색의 화려한 색깔 때문에일찍부터 관상용으로 개발된 듯 하다. 유럽 원산이라는데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야생 상태로 자라지는 않는 것 같다. 팬지는 내한성도 좋고 생명력이 강하도록 품종 개량이 많이 이루어졌다. 다섯 장의 꽃잎 색깔도 삼색(흰색, 노란색, 자주색) 외에 붉은색, 푸른색 등 다양하고, 무늬에도 변형이 많다. 원예종인 팬지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거리에서 매일 만나는 꽃일 것이다. 인공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꽃이지만, 매연과 먼지 속에서도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건조한 도시를 환하게해주는 고마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06.06.08

졸방제비꽃

졸방제비꽃은 산기슭의 습기 많은 땅을 좋아하며 무리를 지어 핀다. 꽃대도 키가 크고 잎도 왕성해서 풍성해 보이는데, 반면에 꽃은 작고 이름처럼 깜찍하다. 꽃 색깔은 흰색 또는 연한 자주색이다. 이 졸방제비꽃은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삼각산 구기동 계곡 입구에서 졸방제비꽃 무리를 만났는데 옆에는 여기저기에 졸방과 닮은 꽃이 있었다. 잎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같은데 다만 꽃의 크기가 훨씬 컸고 자주색이 더 짙었다. 아래 사진이 그 꽃이다. 도감을 찾아보니 큰졸방제비꽃이 있는데 사진상으로는 제일 닮아 보인다. 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다. 제비꽃을 종류별로 나누어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 이웃 나라에서는 제비꽃 만으로 된 책도 있다는데 그만큼 종류도 많고 복잡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새롭게 ..

꽃들의향기 200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