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23

삼체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흥미롭게 본 SF 8부작 드라마다. 초반에 나오는 1960년대의 중국 문화대혁명 묘사가 압도적이어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되었다. 칭화대 물리학 교수가 상대성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인민재판을 받고 처형되는 장면인데 끔찍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딸이 결국은 지구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삼체(三體, 3 Body Problem)'란 지구에서 4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항성이 셋인 시스템을 뜻한다. 이곳에서 문명을 발전시킨 삼체인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지구로 향한다. 드라마에 보여진 것으로는 엄청난 기술을 가진 초고도 문명이다. 특히 양성자를 펼쳐 만든 '지자(智者, Sophon)'로 지구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설정은 압권이다. 하지만 그들이 지구까..

읽고본느낌 2024.03.26

SF 소설 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분량이 엄청나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는 6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이다.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져 책 읽는 대신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의 감동이 크면 책을 사서 읽어볼 작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굳이 책을 읽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무 기대가 커서 그렇지 않은가 싶다. '듄'은 10,000년 뒤의 우주를 무대를 한다. 인류는 거대한 은하 제국을 만들고 황제가 통치하면서 귀족 가문들이 각자의 행성을 다스린다. 꼭대기에 왕이 있고 성을 중심으로 봉건 군주들이 통치하던 중세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우주 전쟁도 성 뺏기 전투에 다름 아니다. 아트레이디스 가문은 본거지를 떠나 아라키스 행성으로 이주해 통치하라는 황제의 명령을 받는다. 아라키스는 사막으로 되..

읽고본느낌 2021.12.08

블랙 미러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의 모습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다.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로, 전체가 19편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SF는 먼 미래를 다루어서 황당한 내용이 많지만 '블랙 미러'는 몇 년 뒤의 세상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현실감이 있다. 현재에서 조금만 더 기술이 발전하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들이다. 두 달 전쯤에 본 것이지만 상당히 재미있었고, 일부는 충격적이기도 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몇 편 있다. 하나는 '아크 엔젤'이다. 어린 딸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한 어머니가 딸의 머리에 칩을 이식한다. 그러면 집에서 컴퓨터로 위치뿐 아니라 아이가 보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밖에서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확인 가능하다. 심지어는 스트레스 필터를 통해 아이의 시각도 통제한다. 위..

읽고본느낌 2021.03.10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터미네이터 1편이 나온 게 1984년이니 어느덧 36년이 되었다. 1편 뒤에 시리즈로 다섯 편이 제작되었고, 나는 세 편 정도를 본 것 같다. 이번에 나온 '다크 페이트'는 여섯 번째 작품이다. 옛 작품은 본 지가 오래돼서 기억에 떠오르는 장면들이 어느 편에 나오는 건지 헷갈린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연기한 터미네이터가 차를 몰고 추격하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어느 집 지붕을 뚫고 거꾸로 처박혔다. 죽든지 아니면 큰 부상이라도 당할 줄 알았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 옷의 먼지를 훌훌 털면서 집 밖으로 걸어나오는 장면이 있다. 터미네이터의 위력을 보여준 첫 장면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다. 경찰관 복장을 한 액체 로봇 터미네이터 T-1000도 처음 봤을 때 놀라웠다.형상기억합금을 설명하면서 수업 시간에 써..

읽고본느낌 2020.01.23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나라에서 뛰어난 SF 작가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 도서관에서 SF 분야의 책을 찾아보면 대부분이 외국 작가의 번역서다. SF는 과학과 인문학의 지식을 배경으로 우주적 상상력이 동반되어야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다. 우리에게도 멋진 SF 작가가 탄생할 정신적 토양은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은 김초엽 작가의 SF 단편 모음집이다. 작가는 1993년생이니 20대의 촉망 받는 젊은이다. 2017년에 '관내분실'로 한국과학문학상을 받았다. 책에는 여섯 편의 SF 단편이 실려 있다. 그중에서 제일 흥미를 끈 소설은 '관내분실'이다. 미래의 도서관은 죽은 자의 마음을 업로딩한 데이터를 보관하는 곳이다. 사람들은 도서관에 찾아가서 망자를 만나며 추모한다. '마인드'와 접속하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살..

읽고본느낌 2019.11.27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

화려한 미래 세계를 감상하기에 적당한 영화다. 때는 28세기, 우주 도시인 알파 스테이션에는 3천여 외계 종족이 어울려 살아간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기이한 생김새를 한 생명체를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다. 그러나 종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20세기의 틀을 못 벗어났다. 눈요기에 비해 내용은 별 것 없는 영화다. 특히 진부한 사랑 타령은 영화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감독은 뤽 베송으로 오래전에 봤던 '제5원소'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두 영화의 배경은 다르지만 주제는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을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전작보다 못한 것 같다. 카시안 행성의 빅 마켓, 그리고 우주의 파라다이스라 할 수 있는 뮐러 행성의 풍경은 흥미롭다. 뮐러족은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나비족을 닮았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뮐러족은 그..

읽고본느낌 2017.11.26

라이프

화성 탐사에서 가져온 토양을 조사하던 우주정거장의 과학자들이 화성 생명체를 발견한다. 세기의 발견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자라던 생명체는 전기 자극을 받으며 급속하게 성장하여 괴물로 변한다. 그 뒤부터는 우주인과 괴물과의 생사가 걸린 싸움이 시작된다. 우주정거장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공포는 극으로 치닫는다. SF 영화에서 우주 생명체는 대부분 폭력적으로 그려진다. '라이프' 역시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른다. 우주 생명체가 공격적인 본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것은 인간 본성의 폭력성과 관계있는 것 같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생명이 진화하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면 조화와 평화를 추구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고등생명체의 파멸은 불가피하다. 만약 지능이 높은 우주 생명체가 있다면 ..

읽고본느낌 2017.08.02

에이리언 커버넌트

에이리언 시리즈가 다루는 주제는 거창하다. 인류의 시작과 끝이다. 에이리언은 단순한 우주 괴물 이야기가 아니라, 창조와 파괴에 대한 거대한 서사라 할 수 있다. 엄청한 주제를 그런대로 잘 그려내고 있다. 신작 '에이리언 : 커버넌트'는 인류의 미래에서 AI의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인간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자의식을 갖게 된 AI는 인류는 파멸시키는 데 앞장 선다. 영화에서는 두 AI가 나온다. 선한 월터와 악한 데이빗이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둘은 마치 공모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되든 창조와 파괴에 대한 본능을 갖고 있게 되는지 모른다. 결국은 인류를 멸종시키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 우주를 지배하려 한다. 정확한 결말은 속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A..

읽고본느낌 2017.07.17

패신저스

우주선 '아발론' 호를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하다. 외부 모양도 멋지고, 내부도 우리가 합리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거의 빛의 속도로 항성간 비행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새로운 개척지 행성으로 5천 명의 승객을 싣고 자동 항법으로 날아간다. 120년이나 걸리므로 승객과 승무원은 모두 동면 상태다. 수백, 수천 년이 걸리는 우주 비행에서 인간의 동면은 필수적이다. '패신저스'의 독특한 점은 기기 작동 오류로 승객 중 한 사람이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설정이다. 우주선이 운석과 충돌하면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동면 기계는 다시 작동할 수 없다. 새 행성으로 가는 데는 90년이나 남았다. 그는 무인도에 던져진 셈이 되었다. 외로움 속에서 1년을 버티던 짐은 여성 승객 한 명을..

읽고본느낌 2017.04.27

컨택트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의 조우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나에게는 이 궁금증이 SF를 찾는 이유다. 그래서 이 영화 '컨택트'도 먼저 제목부터 끌렸다. 원제는 'Arrival'인데 배급사에서 만든 'Contact'가 훨씬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느 날 지구 곳곳에 12개의 우주선이 찾아온다. 길이가 450m 정도로 렌즈 같이 생겼다. 그리고 외계인과의 접촉이 이루어진다. 주인공인 언어학자 루이스는 우주인의 언어와 문자를 해독하는 작업을 한다. 그들의 문자는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로 되어 있다. 원형의 무늬인데 우리처럼 시작과 끝이 없는 순환 구조다. 사고 패턴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루이스는 우주인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미래를 투시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선형으로 이..

읽고본느낌 2017.04.08

스타트렉 비욘드

IMAX 3D로 보니까 훨씬 더 실감이 난다. 일반 화면으로 봤던 '스타트렉 다크니스'와 확실한 차이가 있다. '비욘드'를 더 좋게 본 이유는 화면 효과 때문임을 인정한다. 스토리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솔직히 아쉬운 점이 많다. 만화 같은 액션 장면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전투함이 아니라 탐사선이다. 그렇다면 미지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장면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 외계인과 선악 대결의 결말이 뻔한 싸움을 하는 것은 이제까지의 SF로도 충분히 족하다. 그래도 미소를 짓게 하는 유머와 창의적인 장면도 있다. 적의 벌떼 공격을 음악으로 물리치는 발상이 신선했다. 그리고 엔터프라이즈호를 재건조하는 과정을 타임랩스로 보여주는 장면도 좋았다. 그중에서도 영화에서 ..

읽고본느낌 2016.08.28

마션

큰 기대를 하고 봤는데 조금은 아쉬웠던 영화다. '그래비티'의 여운이 너무 강한 탓인지 모른다. 화성이라는 무대는 지구 궤도 이상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 텐데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다. CG를 화려하게 써서라도 화성의 다이나믹한 풍경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미련이 남는다. 과장되어 보이는 모래 폭풍도 그다지 잘 그려낸 건 아니다. 화성에 홀로 남은 마크는 자신이 가진 과학 지식을 활용해 생존의 방법을 찾아낸다. 거주 모듈 안에 밭을 만들고 감자도 키운다. 흙에 파묻힌 옛 탐사 차량을 꺼내 지구와의 통신에도 성공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1년 이상 홀로 화성에서 버틴 이야기 때문에 내용 전개의 긴장도가 떨어지는 게 흠이다. 요사이 나오는 우주 영화는 허황된 내용이 아니라 과학적 사..

읽고본느낌 2015.10.25

인터스텔라

상영 시간 3시간의 대작 SF 영화다. 가슴 두근거리며 봤다.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황당무계하고 폭력적인 SF와는 차원이 다르다. 과학 이론에 기반을 두면서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의 인류는 환경 파괴에 의한 재앙에 시달린다. 모래 폭풍이 지표면을 휩쓸고 옥수수 외에는 어떤 작물도 기를 수 없다. 당연히 외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여느 영화의 스토리처럼 외계 행성 찾기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추진된다. 때마침 외계인이 토성 부근에 웜홀을 만들어주었다. 이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탐사대가 파견된다. 우주선이 웜홀로 진입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이다. 웜홀을 통한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물리학에서 밝혀졌다. 최초로 웜홀을 시각적으로 ..

읽고본느낌 2014.11.12

트랜센던스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고, 인공지능이 가능해진 미래를 다룬 SF 영화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때를 '특이점', 또는 이 영화의 제목처럼 '트랜센던스'라 한다. 얼마 전에 를 읽었는데 책의 내용과 연관지어 보니 영화의 내용이 더 현실감이 났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언젠가는 우리를 이 공상 같은 세계로 이끌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초지능이 만드는 세상이 어떤지에 관심을 가지고 봤다. 중심이 되는 건 역시 나노봇이었는데 이들은 마술 같은 세상을 만들어 낸다. 파괴된 것은 금방 복구되고 손상된 인체도 완벽하게 복구한다. 질병 없는 영생이 가능한 것이다. 윌은 여러 가지 육체를 입고 등장하는데, 다른 사람의 뇌에도 들어가 하이브리드 인간을 만들어 마음대로 조종한다. 마술 같은 상황이..

읽고본느낌 2014.08.02

콘택트

EBS '일요시네마'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오래전에 소설로 읽었고, 영화로도 본 적이 있다. 17년 전에 만든 영화다. 원작은 칼 세이건이 쓴 소설 다. 과학자가 쓴 SF여서인지 황당무계하지 않고 과학적 원리에 충실하다. 보통의 SF처럼 괴상하게 생긴 외계인과 이유 없이 폭력만 휘두르는 장면이 안 나와 좋다. 반대로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우리를 우주의 신비로 안내한다. 외계인과의 접촉을 다룬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다른 영화로는 '미지와의 조우'도 좋다. 우주에 존재할 지적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가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다. 앨리는 고집스럽게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탐색하다가 베가성에서 발신한 인공 신호를 포착한다. 그리고 ..

읽고본느낌 2014.06.07

그래비티

우주를 무대로 한 영화 중에 이만큼 사실적이고 실감 나게 그린 작품도 없는 것 같다. 보는 영화가 아니라 체험하는 영화다. 종래의 영화 인식을 바꿀 만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포스터에 나오는 것처럼 외계인도, 우주전쟁도 없다. 내용은 단순하다. 우주정거장 사고와 그 이후의 귀환 과정에 대한 얘기다. 등장인물도 단 두 명이다. 궤도에서 보는 우주와 지구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화면에 몰입되면서 마치 내가 우주인이 된 듯하다. 그러나 고요하고 평화롭던 우주는 한순간에 공포로 변한다. 진짜 우주의 모습인지 모른다. 지구 품을 벗어난 곳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중력은 만물을 연결하는 힘이다. 중력이 없으면 우리는 모두 절대 고독의 외톨이다. 중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인간 ..

읽고본느낌 2013.11.17

엘리시움

서기 2145년의 지구는 전쟁과 환경 오염, 인구 과다로 거대한 쓰레기장 같은 빈민촌으로 변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지구를 도는 궤도에 자신들의 파라다이스를 건설하고 첨단 과학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중의 하나에 무슨 병이든지 몇 초 만에 고치는 의료기가 집집마다 한 대씩 있다. 심지어는 총상을 입은 얼굴도 말끔하게 치유된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무병장수가 기술적으로 실현되었다. 그런 상위 1%의 거주지가 엘리시움(Elysium)이다. 미래의 지구 모습이 궁금해 이 영화를 보았다. 굉장히 가능성 있는 예견이다. 지금도 1:99의 사회라고 하지만 130년 뒤의 세계는 양극화가 우주적으로 확대되었다. 엘리시움이 지금의 선진국이라면, 지구는 제 3 세계의 비유가 될 법하다. 밀입국하다가 죽고 추방되..

읽고본느낌 2013.09.05

인셉션

후배가 이 영화를 추천하면서 꿈으로 된 세상 운운하며 어려운 얘기를 했다. 당연히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였다. 그런데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지 영화에서 별다른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재미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우선 헐리우드식 액션이 너무 많이 나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꿈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무의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SF적 소재는 신선했지만 너무 잦고 긴 폭력 씬 때문에 도리어 방해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장면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이기도 할 것이다. '인셉션'(Inception)이란 꿈을 통해 상대방에게 특정한 의식을 주입시키는 것을 말한다. 영화에서는 재벌 2세가 상속받은 회사를 분할시키도록 만들기 위해 그의 무의..

읽고본느낌 2010.08.21

아바타

재미있다. 집에서 놀다보니 심심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인데 의외로 괜찮았다. 헐리우드의 내용 없는 블록버스터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명과 자연의 대립 구도로 짜여졌지만 은근히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영화를 보면서 과거에 백인이 아메리칸 인디언을 정복한 역사가 오버랩 되었다. 행성 판도라에 사는 나비족은 사고나 생활 방식이 인디언을 많이 닮았다. 행성 판도라의 묘사가 아주 흥미롭다. 처음 보는 식물과 동물의 모습이 외계 생명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행성에는 인간을 닮은 원시 부족들이 사는데 나비족도 그중 하나다. 행성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큰 나무들이다. 지구의 나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나비족의 근거지는 판도라에서 가장 큰 나무다. 나무들은 뿌리가 서로 연..

읽고본느낌 2010.01.07

2012

사람들은 자신의 마지막은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세상의 종말에는 관심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종말은 그 크기만큼 비현실적이라 별로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종말은 드라마틱할수록 인기를 얻는다. 그것이 수없이 재난 영화가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볼거리가 부족하더라도 종말의 원인과 진행을 그리는 과정이 충분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영화를 기대하지만 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2012'도 마찬가지였다. 제발 헐리우드식의 유치한 영웅담이 나오질 않길 바랬으나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부한 내용에 엉성한 스토리 전개가 영화 관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다만 그림 하나는 칭찬해야겠다. 그러나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에 비해서 알맹..

읽고본느낌 2009.11.16

Wall-E

영화 'Wall-E'를 보았다. 대부분의 SF 영화가 무자비한 살륙전을 벌이는 우주인과의전쟁터를 무대로 하는데, 이 'Wall-E'는따스하고 희망적인우주를 그리고 있다.인간에 의해서 지구가 황폐화되었지만, 사랑은 로봇에 의해 되살아나 지구는 다시 초록빛 행성으로 변한다. 영화는 두 로봇 'Wall-E'와 'Eve'의 가슴 따스한 사랑 이야기면서 문명 비판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다. 'Wall-E'는 인간이 떠난 지구에남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한다. 지구는 황폐화 되었고 온통 문명의 폐기물로 가득하다. 그런데 'Wall-E'는 사랑도 느낄 줄 아는 감성적인 로봇이다.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색의 귀여운 탐사 로봇 'Eve'와 마주친 순간 사랑에 빠진다. 'Eve'를 뒤쫓아 우주로 날아가는 'W..

읽고본느낌 2008.09.02

파피용

'파피용'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 SF 소설이다. '개미'와 '타나토노트'를 통해 베르베르의 기발한 착상과 상상력에 감탄한 바 있기에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너무 컸었던 기대 탓일까, 앞에서와 같았던 신선한 충격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읽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역시 베르베르의 이야기라는상찬을 받을 만한 내용이다. 천재 과학자 이브는 종말을 향해 치닫는 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대형 우주선 파피용을 건조한다. 크기는 길이가 32km, 지름이 500m인 원통형으로, 인공중력을 만들어 지구 환경을 재현한다. 그리고 144000명을 선발해서 2광년 떨어져 있는 미지의 행성을 향해 출발한다. 이 우주선의 추진력은 광자의 압력을 이용한 것으로 두 개의 거대한 돛이 달린 우주 범선이다..

읽고본느낌 2007.08.12

아일랜드

비디오로 영화 '아일랜드'를 보았다. 가까운 미래의 인간복제를 다룬 SF 영화지만 지금의실제 상황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소재여서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황우석 사태로 민감해진 상황이라 더욱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구상에 일어난 생태적인 재앙으로 인해 일부만이 살아남은 21세기 초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고 있는 링컨과 조던은 수백 명의 주민들과 함께 부족한 것이 없는 유토피아에서 빈틈없는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환경 속에서 사는 이들은 모두 지구에서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이 되어 뽑혀 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매일 같이 똑 같은 악몽에 시..

읽고본느낌 200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