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638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오늘은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을 찾아 읽는다. 옆 방에 들릴까 봐 혼자 작은 소리로 음송하니 흔들리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특히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말씀에 울컥해진다. 세상만사 새옹지마가 아니던가. 궁(窮)이 통(通)이요, 통이 궁이다. 잔물결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자. 무슨 바람이든 고맙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뿐이다. 바위처럼 진중해지자.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

참살이의꿈 2017.12.16

잘 지는 법

이기고 지는 것은 기자지상사(棋者之常事)다. 이기면 좋지만 늘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번 이기면 한 번 진다. 바둑을 두면서 요사이 깨달은 점은 질 때 잘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기는 것보다 어떻게 지느냐가 중요하다. 패한 바둑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 바둑이 수세로 몰리면 마음이 흔들린다. "졌습니다" 하고 깔끔하게 돌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도 별 위로가 안 된다. 이럴 때 감정을 추스르고 냉정하게 패배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졌을 때의 태도에서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 지더라도 상큼하게 지자고 다짐하며 바둑판 앞에 앉는다. 자꾸 연습하다 보면 습관이 되기도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기고 지는 데서도 벗어나고 싶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다. 잘 지는 훈..

참살이의꿈 2017.12.09

다만 어리석을 뿐

매일 저녁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겨우 잠에 든다는 한 지인은 잠 못 드는 괴로움을 자주 토로한다. 사위가 고요한 한밤중에 깨어 있으면 과거에 자신이 잘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 괴롭다고 한다. 아름다운 기억이야 즐겁게 반추할 수 있지만, 하필 후회스럽고 자책할 일만 생각나니 죽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잠 잘 자는 나도 어쩌다 불면의 새벽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런저런 상념이 오가는데 옛 생각에 사로잡히는 건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인과 마찬가지로 자랑할 일보다는 후회되고 아쉬운 일들로 머리가 꽉 찬다. 어떤 때는 이불킥을 하기도 한다. 노인이 되면 추억으로 산다는 데, 노년에 되씹는 추억이 꼭 감미롭지만은 않다. 그중에 제일 가슴 아픈 것이 셋째를 낙태시킨 일이다. 딸 둘을 두고 수년이 지나 아..

참살이의꿈 2017.12.04

500원

500원 줄서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모 종교 단체에서 주는 500원을 받기 위해 모여드는 노인들로 긴 줄이 생긴다는 것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고 어떤 노인은 새벽에 집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도 생기고 싫은 소리도 나오는 모양이다. 500원 때문에.... 500원 주기는 IMF 때 시작했다는데 찾아오는 노인들이 줄지 않으니 중단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고작 500원을, 하는 서글픈 마음이 든다. 몇 년 전 보도에서는 꼭 돈이 궁해서 줄 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혔다. 무료해서 놀이 삼아 나온다는 노인도 있었다. 사연도 여러 가지겠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66~75세의 빈곤율은 43%, 76..

참살이의꿈 2017.11.19

타고나야 해

은퇴한 야구 선수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구의 자질은 타고난다고 한 마디로 단언했다. 연습벌레로 소문난 유명 야구 선수도 자신이 옆에서 봤을 때 타고난 타격의 재질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노력이 더해져서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었겠지만 어떤 수준 이상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한 야구 선수들의 천재성과 노력의 비율을 9:1까지 봤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온 에디슨의 말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는 선한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거짓말이란 걸 깨닫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학생일 때 반에서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시험 기간이 되어 우리가 약을 먹어가며 밤을 새워 책과 끙끙댈..

참살이의꿈 2017.10.30

자발적 고독

'자발적 가난'이 조용한 흐름을 타고 있다. 서구에서부터 시작된 '심플 라이프(Simple Life)' 운동의 일환이다. 재물을 더 모으려 하지 않고, 실생활에 불필요하거나 거추장스러운 것은 없애며, 간소한 삶을 지향한다. 요사이는 '자발적 고독'이라는 말도 간간이 들린다.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자면 자발적 고독 역시 자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자발적 가난과 무관하게 인간관계가 피곤해서 고독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자발적 고독은 부정적 의미의 고독과는 다르다. 대인기피증이나 노년에 어쩔 수 없이 맞이하는 외로움은 본인 의사와 별개로 스트레스를 주는 고독이다. 그러나 자발적 고독은 스스로가 선택한 삶의 태도다. 경쟁 사회에 대한 저항이자 인간다운 삶을 찾기 위한 나름의 투쟁이다...

참살이의꿈 2017.10.23

사과 한 알

해마다 주로 먹는 과일이 다르다. 어떤 해는 토마토, 어떤 해는 복숭아가 최고의 과일이 된다. 올해는 단연 사과다. 봄부터 습관이 하나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과 한 알을 먹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입이 칼칼해서 냉장고에 든 사과를 꺼내 먹었는데 상큼하고 좋았다. 아침에 먹는 사과 한 알은 보약보다 낫다는 말도 생각났다. 그 뒤로 일어나면 자연스레 사과로 손이 가게 되었다. 머리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 몸이 저절로 그렇게 움직였다. 가을 들어서는 고향에서 계속 사과가 올라오고 있다. 벌레가 먹어 상품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이웃에서 거저 준 것이다. 썩은 데를 도려내면 성한 사과나 별반 차이가 없다. 사는 경우는 낱개로 포장되어 껍질째 먹는 사과를 고른다. 아무래도 정성을 들인..

참살이의꿈 2017.10.15

기다려 주기

아파트 현관으로 가는데 젊은 여인이 앞에 가고 있다. 이럴 때는 속도를 늦춘다. 먼저 보내고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다. 모르는 사람과 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느릿느릿 걸어 들어가는데 복도 안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엘리베이터가 왔어요." 내가 뒤에 따라오는 걸 알고 같이 올라가기 위해 기다려 준 것이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대개 뒤에 오는 사람을 무시하고 먼저 올라간다. 나부터도 그렇다. 같이 타게 될까 봐 발걸음을 빨리 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닫힘 버튼을 부리나케 누른다. 못 된 짓이란 걸 알지만 그렇게 살아왔다. 사람 기척이 있는데도 미리 가버리는 행위는 얄밉다. 도시에서는 서로가 그런 무례를 주고받으며 산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올라가게 되었지만 기분은 무척..

참살이의꿈 2017.09.29

무릎 꿇리지는 말았어야 했다

사진 한 장이 가슴을 울린다.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은 사진이다. 어제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주민들의 항의로 무산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지적장애인 140명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 설립을 4년 전부터 추진해 왔다. 이런 소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수학교가 들어선다 하면 주민 반대 데모가 벌어진다. 이 때문에 서울 지역에서는 지난 15년간 공립 특수학교가 한 군데도 생기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 서울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1만 명이 넘는다. 이중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4천여 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통학하는데 두 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다...

참살이의꿈 2017.09.09

인생을 향유하는 능력

분당을 지나는 탄천 산책로를 저녁나절에 걸을 때가 있다. 도시를 관통하는 위치 탓인지 늘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다. 넓은 공터에서는 함께 모여 에어로빅을 하는 팀도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힘찬 기합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린다. 그 소리만 들어도 절로 기운이 솟는다. 가까이 가서 보면 대부분이 아줌마들이다. 백 명은 넘어 보이는데 남자는 가뭄에 콩나물 나듯 서넛 정도 끼어 있을 뿐이다. 마음은 있어도 쑥스러워서 들어서지 못할 것 같다. 반면에 여자들은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리듬에 몸을 맡기고 땀을 흘린다. 무척 적극적이다. 누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남녀 성의 구분이 뚜렷이 나타난다. 노년이 되면 여자들이 훨씬 더 활동적이면서 다양한 관계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대신에 남자들은 퇴직하고 나서 움츠러든다..

참살이의꿈 2017.08.20

더 살아봐야 돼

10여 년 전쯤 주변 상황이 무척 힘들 때였다. 벌여놓은 일이 걸림돌이 되어 모든 것이 꼬이기만 했다. 한 친구가 여주로 찾아왔다. 친구가 내 사정을 자세히 알 리는 없었다. 저녁을 같이 먹으며 친구는 자기 집의 행복을 자랑했다. 부모님이 이웃에 덕을 베풀며 살기 때문에 자신들이 복을 받고 있다는 말이었다. 친구네 집은 우리보다 훨씬 더 형제간에 우애가 있고, 걱정거리가 적은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비교되는 처지에서는 심사가 편안치 않았다. 덕에 반드시 어떤 보상이 따라온다는 논리는 단순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현실은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흔하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선행하는 행위와 인과관계로 연결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복잡하다. 우리가 덕으로 생각하는 것이..

참살이의꿈 2017.08.14

이런 노년도 가능하다

며칠 전 신문에 '일본의 100세 할머니 베스트셀러 저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요사이 일본에서는 100세를 전후한 할머니들이 낸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였다. 일본 출판계에서는 이런 책을 가리켜 '100세 전후'라는 뜻의 영어 'Around Hundred'를 줄여 '아라한' 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출간된 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치고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93세의 할머니 작가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거침없는 입담으로 풀어내 인기를 얻었다. 지금까지 100만 부 가까이 팔렸다. 그 외에도 많다. 지난해 9월 출판된 100세의 다카하시 사치에가 쓴 는 26만 부가 팔렸다.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대단한 말이 쓰여있지는 않지만 연륜의 무게로 공감을 얻는다고 한다..

참살이의꿈 2017.08.06

과하면 체한다

손발이 차서 집안에서 덧신을 걸치고, 잘 때는 수면양말을 신는다. 혈액 순환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젊을 때부터 그랬는데 나이가 드니 증상이 더 심해진다. 찬 방바닥에 맨발이 닿으면 얼음장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발 운동을 권했다. 발 부딪치기인데 두 다리를 쭉 펴고 발을 모은 다음 뒤축은 고정한 채 앞부분을 좌우로 움직여 부딪치는 운동이다. 발에 자극을 주니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열심히 따라 했다. 다다익선이라고 많이 할수록 좋다고 해서 욕심을 부렸다. 장난 같아 보이는 운동이지만 실제 해보면 만만치 않다. 다리 근육을 많이 써야 한다. 언제부턴가 엉덩이 근육이 아파오더니 결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다. 빨리 효과를 보려는 욕심에 너무 과했던 것 같..

참살이의꿈 2017.07.30

혼자 있고 싶은 병

혼자 있고 싶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 있고 싶다. 나만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더 혼자 있고 싶어진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귀찮다. 한둘 정도 잠깐 만나는 일이야 괜찮지만 여럿이 모이면 너무 피곤하다. 나는 천성적으로 고독한 동굴인인가 보다. 혼자서 빈둥거릴 때가 제일 행복하다. 산에 갈 때도 주로 혼자다. 이유는 없다. 혼자 걷는 게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런 증상이 더 심해졌다. 심지어는 손주가 찾아와도 빨리 돌아갔으면 싶다. 물론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한다. 혼자 지낸다고 외로운 건 아니다. 혼자 있는 데 재미를 붙이면 스스로 고독을 선택하게 된다. 선택한 고독은 쓸쓸하지 않다. 내적으로 충일한 고독이 있고, 즐거운 고독도 있다. 나는 고독의..

참살이의꿈 2017.07.19

대물림

어렸을 때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다. 어쩌다 아버지 옆에서 잠자게 되면 숨소리조차 내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따라서 아버지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서워할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매를 맞거나 꾸중을 들은 기억도 별로 없는데, 그냥 아버지이기 때문에 무서웠던 것 같다. 아버지는 엄격한 원칙주의자셨다. 동네 사람들도 아버지를 어려워했다고 뒤에 들었다. 아버지가 길을 가시면 미리 피했다고 한다. 나는 한 번도 아버지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면장으로 계실 때 지역 국회의원이 면사무소를 방문했다. 국회의원이라고 내가 왜 마중 나가냐며 아버지는 면장실에서 그를 맞았다고 한다. 그만큼 꼿꼿하신 분이었다. 내가 자식을 키우면서 지나고 보니 후회되는 바가 한..

참살이의꿈 2017.07.05

강자와 약자

일부러 약자가 되려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강자가 될 수는 없다. 일부 사람은 강자에게 빌붙어 강자 행세를 한다. 일종의 호가호위다. 위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도 있다. 자발적으로 몰려든 무리로 인하여 강자는 지배를 정당화한다. 찾아온 알렉산더에게 디오게네스는 "거참, 햇빛이나 가리지 말아주쇼"라고 답했다. 강자가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을 만난 것이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다." 알렉산더는 이런 말로 존경을 나타냈다고 한다. 강자에게는 욕심 없는 사람만큼 두려운 사람이 없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강자는 아니다. 성공했다고 강자는 아니다. 살아남았다고 강자도 아니다. 진정한 강자는 주체적으로 제 삶을 사는 사람이다. 자기가 제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세상의 ..

참살이의꿈 2017.06.26

빈집

고령사회가 되면서 일본의 빈집이 800만 채가 넘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체 주택 수 대비 비율로는 13.5%에 해당한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2030년에는 전체의 1/3이 빈집으로 변한다고 예상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도 마찬가지다. 농촌의 인구 감소로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가 이미 수두룩하다. 이것은 어찌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젊은 사람이 농촌에서 살 리가 없다. 수입, 자녀교육, 문화생활 등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귀농 지원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되었다. 도시인은 전원생활을 그리워한다.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시골에서 보내는 '5도2촌'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 삶은 도시인의 로망이다. 그러나 누구나 세..

참살이의꿈 2017.06.17

피타고라스의 가르침

피타고라스는 신비에 싸인 인물이다. 피타고라스가 살았던 시대는 BC 500년경으로 그 시대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물론 그의 저작도 없다. 피타고라스는 그리스 사모스 섬에서 태어나 이집트 등 선진 나라를 전전하며 지식을 습득했다고 한다. 뒤에 이탈리아 크로토네에서 피타고라스 학교를 세우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오비디우스의 말미에 '피타고라스의 가르침'이라는 항목이 나온다. 책에서는 피타고라스를 거의 신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독특한 심안(心眼)을 가지고 사물의 본질과 원리를 터득했다고 한다. 희대의 천재성에 지칠 줄 모르는 탐구의 열정이 더해졌다. 그가 이해하는 우주를 보면 신비주의자를 닮았다. 에 나오는 피타고라스의 가르침 중 일부를 옮겨본다. "그대들이여, 음식으로 그대들 육체를 더럽..

참살이의꿈 2017.05.31

애착 줄이기

심란한 날이 있다. 그런 날 마음을 관찰해 보면 무언가에 애착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애착에서 괴로움이 생긴다. 집착을 없애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살아가면서 마음이 편한 것이 제일이다. 노년에는 더 그렇다. 구분하자면 집착은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밖에 있는 대상을 향한 집착이다. 돈, 명예, 자식 등이다. 늙으면 대체로 돈과 명예에는 초연해지지만 자식에 대한 애착은 더해진다. 자식에는 손주도 포함된다. 그러나 돈 욕심이 줄어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물욕에 찌든 노년만큼 추한 것도 없다. 다른 하나는 자신에 대한 집착이다. 건강이나 오래 살고 싶은 욕심 등이다. 노쇠해지면 건강에 관심이 가는 건 어찌할 수 없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생명의 자연스러운 현상을 인위적으로 바..

참살이의꿈 2017.05.14

내 탓이오

접촉 사고가 나더라도 절대로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말라. 무조건 네 탓이라고 우겨라. 30년 전에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샀을 때 선배 운전자한테서 들은 충고였다. 큰소리치는 사람이 이긴다는 통설이 널리 퍼졌던 시기였다. 지금은 보험회사에 전화만 하면 과실 비율을 판정해 준다. 네 탓, 내 탓으로 낯 붉힐 일이 별로 없다. 겨울 스포츠로는 배구를 좋아한다. 특히 여자배구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즐겨 본다. 배구는 실수가 자주 나오는 경기다. 그럴 때는 손을 들거나 가슴에 손을 대면서 미안함을 표시한다. 대신에 동료들은 괜찮다고 격려해 준다. 배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반대로 상대 팀에 대해서는 자기 잘못을 드러내지 않는다. 블로킹을 하다가 손가락에 맞았더라도 모른 척한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

참살이의꿈 2017.04.15

세계행복지수

얼마전 유엔에서 2017년 각 나라의 행복지수 랭킹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155개 국가의 3천 명 이상의 사람을 조사해서 순위를 매겼다. 행복을 수치로 나타낸다는 게 얼마나 타당할까 싶기도 하지만 일면의 참고 자료는 되리라고 본다. 평가 항목은 일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 수명, 인생 선택의 자유도, 관용 정신에 국민의 사회 의식 수준을 포함했다. 심리적 행복도보다는 물리적 행복 조건에 대한 반영 비율이 높다. 객관적 평가라고 보여지며 당연히 선진국이 앞자리를 차지한다. 랭킹 1위부터 10위까지의 나라는 이렇다. 1. 노르웨이 2. 덴마크 3. 아이슬란드 4. 스위스 5. 핀란드 6. 네델란드 7. 캐나다 8. 뉴질랜드 9. 호주 10. 스웨덴 우리나라는 56위에 등장한다. 가까운 일본은 51위,..

참살이의꿈 2017.03.24

폭풍의 날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별로 일을 만들지 않고 평온하게 지내는 편이지만 가끔 폭풍이 몰아칠 때가 있다. 내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어느 날 갑자기 닥쳐와서는 일상을 휘저어놓는다. 며칠 내에 잠잠해지기도 하지만 여파가 오래 가기도 한다. 인생길 곳곳에 지뢰를 숨겨둔 신은 심술궂다. 10년 전에 끊은 담배 한 갑을 태웠다.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니 담배 생각이 저절로 났다. 흩어지는 담배 연기를 보니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었다. 중간에서 조정 역할을 하는 데 담배의 공이 컸다. 담배와 알코올에 있는 심리적 위안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일은 돌이켜 보니 내 인과응보인 측면도 있다. 일을 명확히 처리하지 못하는 습성이 한몫을 했다. 마찰이 두려워서 무마한다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 증폭되면..

참살이의꿈 2017.03.21

그런 일이 있은 뒤

然後列子自以爲未始學而歸 三年不出 爲其妻찬 食豕如食人 於事無與親 雕琢復朴 塊然獨以其形立 紛而封哉 一以是終 "그런 일이 있은 뒤, 열자는 비로소 자기가 아직 참된 학문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3년 동안 밖에 나가지 않으며 아내를 위해 밥도 짓고, 돼지 기르기를 사람 먹이듯이 하며, 세상 일에 좋고 싫음이 없어졌다. 허식을 깎아 버리고 본래의 소박함으로 돌아가, 무심히 독립해 있으면서 갖가지 일이 일어나도 거기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이와 같이 하여 일생을 마쳤다." '응제왕' 편에 나오는 구절로, 처음 를 읽었을 때 매우 감명을 받은 부분이다. 고상한 철학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삶과 직결되는 내용이 좋았다. 열자에게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결정적인 '그런 일'이 있었다. 그 일..

참살이의꿈 2017.01.21

행복불감증

연구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행복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행복한 사람이 되느냐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뜻이 된다. 행복은 타고난 성격이 어떠냐에 따라 좌우된다. 같은 조건에서 비관파보다는 낙관파가 훨씬 더 행복을 느낄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행복유전자가 있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나는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분류하자면 비관파에 속한다. 한 예로, 바둑을 둘 때는 형세 판단을 하게 된다.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알아야 작전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하면 안전하게 마무리하려 할 것이고, 불리하면 무리가 되더라도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 그런데 내 경우는 집이 많은데도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잦다. 아무래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판을 그르친다. 바둑만이 아니라 삶의 곳곳에서 이..

참살이의꿈 2017.01.03

자괴감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다. 순자(荀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원문은 이렇다고 한다.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성난 민심이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냈으니 '군주민수(君舟民水)'는 현 시국을 적절히 반영한 말이다. 헌법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나라의 주인이 임금이었던 시절에도 혁명의 정당성을 부여했는데 현대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되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로는 '자괴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 담화를 발표하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는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참살이의꿈 2016.12.30

지혜로운 노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80세 생일을 맞아 노숙자들을 초청해 아침 식사를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리고 미사에서는 "노년이 지혜롭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고도 고백했다. 아마 나이가 들어도 지혜로워지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일 것이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쌓인 시기가 노년이다. 아는 것도 많고 세상 경험도 풍부하니 노년이 되면 자연스레 지혜로워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아니다. 불행하게도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지식과 경험이 족쇄가 되어 옹고집만 더 생긴다. 주변에 나이 든 사람을 떠올려보면 안다. 늙으면 몸만 아니라 정신도 굳어진다. 제 세계관에 갇혀 버리는 것, 이것이 노년에 제일 경계해야 할 일이다. 살아 있는 것은 말랑말랑하다. 버드..

참살이의꿈 2016.12.20

모르고 지낼 권리

주민끼리 인사를 금지하는 규칙을 정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며칠 전에 있었다. 그것도 일본의 아파트 단지에서다. 처음에는 잘못 본 게 아닌가, 내 눈을 의심했다. 친절하며 인사성 밝기로 유명한 일본인이라 더욱 그랬다. 이 아파트 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이웃과 마주칠 때 인사를 나누고 있나?"라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매번 인사한다"고 답한 사람은 22%, "가끔 인사한다"는 50%, "거의 하지 않는다"는 28%로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마 더 심할 것이다. 엘리베이터와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는 가끔 목례를 하지만, 어른들이 길거리에서 인사를 나누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파트 생활의 장점으로 익명성을 든다. 서로를 알 필요가 없고, 각자의 생활에 간섭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참살이의꿈 2016.11.18

사람

경지 정리가 매끄럽게 잘된 땅에서 누구나 심으려고 하는 작물을 심고 남들보다 더 잘되기만을 바라는 경쟁적인 요행심을 갖는 것보다 차라리 측량도 안 된 황량한 들판에 서서 땅과 자신의 관계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시 고민하는 우직한 자, 자와 컴퍼스로 그려진 정치한 설계도에만 의지하는 것보다 집 지을 땅 위에 서서 바람의 소리를 따르고 태양의 길을 살펴 점 몇 개와 말뚝 몇 개로 설계를 마무리할 수 있는 자, 외국 철학자들 이름을 막힘없이 들먹이면서 그 사람들 말을 토씨 하나까지 줄줄 외우는 것보다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애써 자기 말을 해보려고 몸부림치는 자, 이념으로 현실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현실에서 이념을 새로 산출해 보려는 자, 믿고 있던 것들이 흔들릴 때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축복으로 받아들..

참살이의꿈 2016.11.10

세 가지 불행

송나라 때 철학자로 정이(1033~1107)란 분이 있다. 중국 성리학의 기초을 놓은 분이라는데, 후세에 남긴 잘 알려진 글이 있다.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다. 少年登科 席父兄弟之勢 有高才能文章 人生三不幸 소년 시절에 과거급제하고, 부모 형제의 권세가 대단하고, 재주와 문장이 뛰어난 것, 이것이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이다. 삶의 늘그막이 되어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아마 젊은이는 공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금수저로 태어나느냐, 흙수저로 태어나느냐에 따라 삶이 거반 결정되어 버리는 요즈음 같은 시대는 더욱 그렇다. 아마 정이가 살았던 송나라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까 이런 말을 남긴 것이리라. 정이는 왜 이 세 가지를 불행이라고 했을..

참살이의꿈 2016.10.17

얀테의 법칙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나라와 선진국을 비교하는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 여러 얘기가 있었지만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하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양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개인의 일상 생활부터 정치판까지 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난폭한 사회라는 것이었다. 모임 중의 한 사람이 북유럽 정신의 토대가 된다는 '얀테의 법칙(The Law of Jante)'을 소개해 주었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You're not to think you are anything special. 2. 당신이 다른 사람처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You're not to think you are as good as we are. 3. 당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

참살이의꿈 201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