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베란다 유리창으로 바깥 풍경이 보인다. 드문드문 사람이 오가고, 가끔 차들이 지나갈 뿐인 길이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되면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로 분주해진다. 여름이라 창문을 열어놓으니 바깥의 소리가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생활 소음을 들으며 지켜보는 것도 재미난 구경거리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사는 집의 제일 조건은 절간처럼 조용해야 했다. 에어컨을 들여놓은 것도 더위보다는 소음 차단이 주목적이었다. 산과 마주한 옆 동에 사는 사람이 제일 부러웠다. 너무 조용한 것이 싫다고, 밤이 되어 깜깜한 숲을 보는 게 무섭다고 한 그분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적막을 좋아했고 작은 소음에도 노이로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두 달 가까이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는 경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