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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이 만든 붉은 달

어제저녁에 개기월식이 있었다. 부분월식까지 포함하면 3시간 40분간 진행되었는데, 개기월식은 19시 16분부터 20시 41분 사이에 일어났다. 개기월식이 시작하고 나서 집 밖에 나가보니 흐릿한 붉은 달이 남동쪽 하늘에 떠 있었다. 달이 지구 그림자 속에 숨는 개기월식이지만 지구 대기층에서 산란과 굴절(+회절)을 한 빛의 영향으로 달은 붉은색을 띤다. 서양 사람들은 '블러드 문(Blood Moon)'이라 부르면서 불길한 징조로 여긴다. 환하던 보름달이 붉게 변하면서 어두워지니 충분히 그렇게 상상할 만하다. 사진을 몇 장 찍어봤는데 오랜만의 동작이라 영 서툴렀다. 위의 사진은 개기월식이 최정점에 달한 19시 59분에 찍은 것이다. 데이터는 f5.6, 1s, ISO800이었다. 달만은 밋밋해서 확대 촬영한 달..

사진속일상 2022.11.09

달무지개

자연/기상 현상에 관심이 많아서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자주 관찰하고 사진으로 찍고 했지만 '달무지개(moonbow)' 현상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 달무지개는 달무리와는 다른 현상이다. 일반적인 무지개는 아침이나 저녁에 비스듬히 기운 햇빛에 의해 생긴다. 대기 중에 떠 있는 물방울에 햇빛이 굴절하면서 분산되어 무지개 호가 나타난다. 여러 조건이 일치해야 하므로 흔히 보기는 어렵다. 달무지개는 말 그대로 달빛에 의해 생기는 무지개다. 달빛은 약하기 때문에 무지개가 생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폭포 주변 같이 물보라가 생기는 곳에서는 달빛으로도 무지개를 만들 여건이 되는 모양이다. 다만 달빛이 강한 맑은 날의 보름달이어야 하고 폭포에서 날리는 물보라가 많아야 한다. 그래도 사람 눈에는 흐릿한 회색의 ..

길위의단상 2022.06.24

저녁 하늘과 그믐달

산책길에서 만난 저녁 하늘의 구름과 그믐달, 음력 그믐날은 내일이지만... 그믐달이나 초승달은 손톱 모양으로 생겼다. 그래서 '손톱달'이라고도 한다. 재미있는 시 한 편이 있다. 어느 분의 작품인지 확인하지 못하고 옮긴다. 비죽배죽 나온 손톱 가지런히 다듬을 때 손가락은 열 손가락 놓인 손톱 아홉 개 톡, 톡, 톡, 톡 깎을 적에 뛰는 소리 내더니 어디까지 뛰었나 하늘까지 뛰었네 하늘에 걸린 달이 왼손 약지 손톱달

사진속일상 2020.08.23

낮에 나온 반달

오후에 집 주변을 산책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반달이 떠 있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반원 모양의 달이 또렷했다. 문득 옛날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중학교에서 물상 과목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태양과 달의 운동 단원이었던 것 같다. 한 아이가 질문했다. "선생님, 달은 낮에 볼 수 없나요?" 나는 순간 멈칫했지만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럼 볼 수 없지. 낮에 달이 떠 있어도 하늘이 너무 밝기 때문에 달은 안 보이는 거란다." 이 대답이 잘못되었다는 걸 몇 년이 지나서야 눈치챘다. 명색이 과학을 전공한 선생이 낮에 뜬 달을 본 적이 없었다니. 아니, 봤더라도 그러려니 했지 앎과 연결되지는 않았다. 낮에는 해, 밤에는 달이라는..

길위의단상 2020.05.31

달 착륙 조작이 가능한가

과거에 물리 선생을 하다 보니 현장에 있을 때 아이들로부터 달 착륙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실제 달 착륙을 생중계로 지켜본 나로서는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딘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무엇이건 의문을 품고 검증하는 것은 좋지만,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너무 쉽게 가짜로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달에 갔다 오는 자체가 워낙 기적 같은 일이다 보니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조작이라고 믿어버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달 착륙 조작이 과연 가능할까. 아폴로 11호부터 17호까지 달에 간 우주인이 열 명이 넘는다. 그들과 직접 관계된 사람이 수백 명은 될 것이다. 음모론자 주장대로 달 착륙 장면이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다면 그 과정에 관..

길위의단상 2018.11.29

퍼스트 맨

인간이 달에 첫발을 디딘 지 50주년이 되는 해가 내년이다. 아폴로 11호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1969년 7월, 인류가 최초로 달에 갔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신문에 난 아폴로 기사를 모두 스크랩하면서 나는 우주과학자가 되는 꿈을 꾸었다. 7월 20일, 암스트롱이 달에 내려서는 모습을 TV로 보던 흥분은 잊히지 않는다. 이 영화 '퍼스트 맨(First Man)'은 최초로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과 아폴로 11호 이야기다. 우주 경쟁에서 소련에 뒤진 미국은 국력을 집중하여 달 정복에 나선다. 1961년에 케네디 대통령은 선언한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 이 장면이 영화에도 나오는데, 달에 가는 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

읽고본느낌 2018.11.28

달 뒷면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27.3217일로 똑 같다. 그래서 늘 같은 면만 지구를 향한다. 달 뒷면은 1959년에 소련 우주선에 의해 최초로 촬영되었다. 학교에서 달의 공전과 자전주기가 완전히 일치한다는 걸 처음 배웠을 때는 무척 신기했다. 우연이라면 너무 기묘한 우연이었다. 그러나 태양계에 있는 대부분의 위성이 달과 마찬가지로 공전과 자전주기가 같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고 조금은 허탈했다.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과학의 원리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위성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일치하는 이유는 행성과 위성 사이의 조석력 때문이라고 한다.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힘이다. 지구의 인력이 달에 영향을 미쳐서 빠른 자전은 느리게 하고, 느린 자전은 빠르게 해서 결국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지게 된다. ..

길위의단상 2012.03.08

2009년의 마지막 석양과 블루 문

저무는 2009 년의 태양을 집에서 지켜보다. 안녕~~~, 2009! 해가 지면서 동쪽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오르다(정확히는 어제가 보름이었다). 이 달을 서양에서는 '블루 문'(Blue Moon)이라 부른다. 지난 1일이 보름이었는데 같은 달에 두 번 보름달이 뜬 것이다. 그럴 때 두 번째 뜨는 달을 블루 문이라고 한다. 자주 보이는 현상은 아니고 대략 2.7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 이번처럼 새해 전야에 생기는 블루 문은 20년 만이라고 한다. 블루라고 해서 달이 푸른색을 띄는 것은 아니고, 중세 유럽에서는 한 달에 두 번 뜨는 보름달을 괴이하게 여겨 부정적으로 본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어찌 되었든 재미있는 현상이다. 1년 가까이 끌어서 마음을 아프게 했던 용산 참사도 해결되었고, 오늘은 일제고사로 해직..

사진속일상 2009.12.31

달의 뒤편 / 장옥관

등 긁을 때 아무리 용써도 손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경상도 사람인 내가 읽을 수는 있어도 발음할 수 없는 시니피앙 '아'와 '으', 달의 뒤편이다 천수관음처럼 손바닥에 눈알 붙이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내 얼굴, 달의 뒤편이다 물고문 전기고문 꼬챙이에 꿰어 돌려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 더듬이 떼고 날개 떼어 구워 먹을 수는 있어도 빼앗을 수 없는 귀뚜라미 울음 같은 것, 내 눈동자의 뒤편이다 - 달의 뒤편 / 장옥관 대통령의 죽음과 로켓 발사 실패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지난 봄 노무현 대통령 타계시에는 북쪽에서 로켓 발사로 시끄럽더니, 이번 여름 김대중 대통령 타계시에는 남쪽에서 또 난리다. 북과 남이 연이어 발사 경쟁을 벌이는 이면에는 복잡한 국제 정치의 역학관계가 있을 것이다. 달의 뒤편이..

시읽는기쁨 2009.08.28

꿈의 달

'꿈의 달'을 보러 일산 호수공원에 갔다. 작품에도 호기심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꿈'과 '달'이라는 말이 주는 울림이 컸기 때문이다. 그 말들에서는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슬픈 느낌이 들고 그곳에 가서 다른 사람의 꿈들이나마 확인하고픈 마음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규모는 거대하지만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지름 15m의 대형 풍선에 세계 140여개 국가의 어린이들이 '나의 꿈'이라는 주제로 그린 작은 그림 13만장을 붙여서 호수에 띄워 놓았다. 밤이 되면 밖에서 여러 색깔의 조명을 비추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구촌 어린이의 수많은 꿈이 모여 분단의 땅 한반도에서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강익중 님의 작품이다. 실제 달처럼 하늘에 띄워놓는다면 더욱 멋있을 것 같은데 지구..

사진속일상 200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