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43

1984

젊었을 때 읽은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1984년이 다가올 미래였지만, 지금은 지나간 과거다. 소설에서 그린 것과 같은 1984년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래에 대해 자꾸 비관적이 되는 건 왜일까? 시절이 더 수상해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나이가 들어 세상을 더 사실적으로 보게 된 탓일까? 는 철저한 감시와 통제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개인의 마음까지 당이 장악한다. 오세아니아를 비롯한 세 초강대국은 비슷한 구조를 가진 계급사회다. 오세아니아는 맨 꼭대기에 빅 브라더가 있고, 그 밑에 당원이 있으며, 하층의 노동자 계급으로 되어 있다. 세 나라는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지만 이는 공포를 조성하여 지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주민을 통제하기 위해 과거를 조작하고, 아예 인간성을..

읽고본느낌 2013.11.26

엘리시움

서기 2145년의 지구는 전쟁과 환경 오염, 인구 과다로 거대한 쓰레기장 같은 빈민촌으로 변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지구를 도는 궤도에 자신들의 파라다이스를 건설하고 첨단 과학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중의 하나에 무슨 병이든지 몇 초 만에 고치는 의료기가 집집마다 한 대씩 있다. 심지어는 총상을 입은 얼굴도 말끔하게 치유된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무병장수가 기술적으로 실현되었다. 그런 상위 1%의 거주지가 엘리시움(Elysium)이다. 미래의 지구 모습이 궁금해 이 영화를 보았다. 굉장히 가능성 있는 예견이다. 지금도 1:99의 사회라고 하지만 130년 뒤의 세계는 양극화가 우주적으로 확대되었다. 엘리시움이 지금의 선진국이라면, 지구는 제 3 세계의 비유가 될 법하다. 밀입국하다가 죽고 추방되..

읽고본느낌 2013.09.05

설국열차

빙하기로 멸망한 지구 위에서 인류의 마지막 생존터인 설국열차가 17년째 달리고 있다. 질주가 멈추면 파멸에 이르는 비유가 현대 사회의 모습과 아주 닮았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현재 스스로를 파괴하는 중이라는 지젝의 지적대로 종말을 향한 폭주로 설국열차의 이미지가 딱 맞는다. 계급에 따라 칸으로 나누어져 있고 질서와 균형을 강조하는 열차 안은 인간 세상의 작동 시스템과 유사하다. 꼬리칸에 탄 사람들은 체제 전복을 꿈꾼다. 결국 커티스를 중심으로 해서 혁명을 일으키고 앞칸을 차례차례 점령해 나간다. 메시지가 강한 영화다. 나로서는 서구문명의 몰락과 새로운 인류 사회의 탄생이라는 희망으로 읽힌다. 마지막 장면에서 동양 소녀와 흑인 소년으로부터 인류의 새 역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건 15세기부터 역사를 주..

읽고본느낌 2013.08.24

클라우드 아틀라스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는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케일이 큰 영화다. 대신 조금은 난해하다. 나도 두 번째 보고서야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간을 달리 하는 여섯 개의 장면이 교차적으로 나오며 영화는 진행된다. 1. 1849년 남태평양 2. 1936년 스코틀랜드 3. 1973년 샌프란치스코 4. 2012년 영국 5. 2144년 서울 6. 2321년 지구 문명 멸망 후 이 여섯 개의 전혀 다른 배경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관객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윤회를 반복하며 등장하는, 피부에 별 표시가 된 인물을 중심으로 보면 줄거리의 뼈대를 잡을 수 있다. 1849년의 어윙부터 프로비셔, 레이, 캐번디시(레이와 캐번디시의 연결은 의문), 손미를 거쳐 지구 멸망 후..

읽고본느낌 2013.03.14

장기 비상시대

쿤슬러(J. H. Kunstler)가 쓴 는 석유 없는 미래를 다룬 충격적인 책이다. 부제가 '석유 없는 세상, 그리고 우리 세대에 닥칠 여러 위기들'이다. '장기 비상시대'는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가 고갈된 에너지 위기 상황의 시대를 말한다. 그때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제적, 정치적 혼란과 고통이 찾아올 것이다. 인류는 지금 불타는 집을 나서 몽유병 환자처럼 벼랑 끝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고 미래가 묵시론적 종말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는 인구나 기대수명, 생활 수준, 지식과 기술, 품위 등의 측면에서 엄청난 상실을 겪게 되겠지만, 결국은 어둠의 통로를 지나고 살아남으리라 예상된다. 저자는 석유 시대 이후의 '장기 비상시대'가 지역농업 중심 시대가 될..

읽고본느낌 2012.01.02

미래에서 온 편지

편안하게 살아간다. 레버만 돌리면 냉온수가 나오고 버튼만 누르면 똥오줌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전화만 하면 음식을 비롯한 온갖 물건들이 배달된다. 냉장고에는 음식물이 가득하고 여름인데도 집안은 서늘하다. 풍족하면서 차고 넘치는 생활이다. 그런데 두려울 때가 있다. 무슨 큰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이 같은 삶의 태도 때문이다. 아래 글은 ‘미래에서 온 편지’의 일부다. ‘미래에서 온 편지’는 2107년의 미래에 사는 이가현재로 보낸 가상의 편지다. 앞으로 100년 뒤 지구에서 석유파티는 끝나고 자원은 고갈되었다. 경제는 붕괴되었고 물과 식량은 턱없이 부족한 세상이 되었다. ‘내가 십대 후반이 되자 젊은 사람들 사이에 눈에 띄는 감정이 생겨났습니다. 그것은 30-40세 이상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경멸감..

참살이의꿈 2010.08.24

인셉션

후배가 이 영화를 추천하면서 꿈으로 된 세상 운운하며 어려운 얘기를 했다. 당연히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였다. 그런데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지 영화에서 별다른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재미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우선 헐리우드식 액션이 너무 많이 나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꿈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무의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SF적 소재는 신선했지만 너무 잦고 긴 폭력 씬 때문에 도리어 방해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장면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이기도 할 것이다. '인셉션'(Inception)이란 꿈을 통해 상대방에게 특정한 의식을 주입시키는 것을 말한다. 영화에서는 재벌 2세가 상속받은 회사를 분할시키도록 만들기 위해 그의 무의..

읽고본느낌 2010.08.21

아바타

재미있다. 집에서 놀다보니 심심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인데 의외로 괜찮았다. 헐리우드의 내용 없는 블록버스터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명과 자연의 대립 구도로 짜여졌지만 은근히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영화를 보면서 과거에 백인이 아메리칸 인디언을 정복한 역사가 오버랩 되었다. 행성 판도라에 사는 나비족은 사고나 생활 방식이 인디언을 많이 닮았다. 행성 판도라의 묘사가 아주 흥미롭다. 처음 보는 식물과 동물의 모습이 외계 생명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행성에는 인간을 닮은 원시 부족들이 사는데 나비족도 그중 하나다. 행성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큰 나무들이다. 지구의 나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나비족의 근거지는 판도라에서 가장 큰 나무다. 나무들은 뿌리가 서로 연..

읽고본느낌 2010.01.07

마지막 뉴스 / 서정홍

시청자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지금 막 들어온 긴급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차마 고향을 버리지 못하고 농사짓고 살아가던 몇 안 남은 늙은 농민들이, 농사일 힘에 버거워 자기 먹을 농사만 짓기로 결의하고 파업을 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돈이 있기 때문입니다. 돈만 있으면 수입 농산물을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설마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농민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인도, 칠레, 세계 모든 농민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마구 들어오던 수입 농산물마저 완전히 끊겨 버렸습니다. 지금 전 세계, 모든 도시는 거의 먹고살기 위한 전쟁터로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대도시 큰 상점뿐만..

시읽는기쁨 2009.04.23

인류의 미래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결혼제도와 인류의 미래에까지 대화가 미치게 되었다. 서로간에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랐다. 지금의 일부일처 결혼제도가 인간 본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는 대개가 동의했지만 그래도 최선의 제도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성의 독점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문명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들을 했다. 성의 자유화와 가족 붕괴 현상도 결국에는 다시 전통적인 가족 윤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들은 다른 시스템을 거의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남자들이어선지 가부장적인 숫컷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별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사회 시스템은 인류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이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금으로서는 잘..

길위의단상 2007.09.02

Pangea Ultima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과학 이론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지구의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이란 지구의 표면은 십여 개의 판으로 되어있고 이 판들 사이의 운동에 의하여 습곡산맥, 화산활동, 지진 등 지표에서 볼 수 있는 거대 현상들이 모두 생긴다는 이론이다. 대학교 때 처음 이 이론을 접하고 그 간단명료한 단순함에 매료되었었다. 그때 교수님이 판을 보도블록으로 비유하며 비 오는 날 보도블록을 밟을 때 물이 튕겨나오듯 화산활동을 설명하던 기억이 새롭다. 감동을 주는 과학 모델들은 이렇게 단순하다는데 그 공통점이 있다. 이 이론은 20세기 초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에서 시작되었다. 오랜 옛날에 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는 서로 붙어 있었다가 분리되었다는 것인데교과서에서 가르치는증거 중의 하나가 두 대륙 간의 해안선의 일치..

길위의단상 2007.02.21

아일랜드

비디오로 영화 '아일랜드'를 보았다. 가까운 미래의 인간복제를 다룬 SF 영화지만 지금의실제 상황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소재여서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황우석 사태로 민감해진 상황이라 더욱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구상에 일어난 생태적인 재앙으로 인해 일부만이 살아남은 21세기 초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고 있는 링컨과 조던은 수백 명의 주민들과 함께 부족한 것이 없는 유토피아에서 빈틈없는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환경 속에서 사는 이들은 모두 지구에서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이 되어 뽑혀 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매일 같이 똑 같은 악몽에 시..

읽고본느낌 2006.02.18

요즘 사람들은 욕망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인간의 욕망이란 게 뭔지 잘 모르게 된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가치관의 붕괴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더 이상 기름진 것을 즐기려 하지 않고, 집에 많은 물건을 쌓아두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사람들의 소비 관념이 달라지면서 이제껏 유행했던 많은 상품들이 더 이상 팔리지 않게 되자 기업들이 망하는 사태가 속출했습니다. 상품시장 붕괴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으나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동시에 그동안 인기를 누려왔던 소비를 부추기는 직업군들이 사라졌습니다. 소비시장 붕괴는 생산 패러다임이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인간 욕망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효과를 발휘하여 소비와 생산에 관한 근본적인 ..

참살이의꿈 200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