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24

처녀치마를 찾아간 천마산

처녀치마를 보러 아내와 천마산 팔현계곡을 찾아갔다. 10년쯤 전에 팔현계곡에서 처녀치마를 본 기억을 더듬으며 올라갔다. 차는 다래산장에 주차했는데 내려와서 비빔밥을 먹기로 한 조건이었다. 너무 시간이 흘러선지 그때 처녀치마 있던 곳을 찾지 못했다. 거의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처녀치마가 있는 곳이었다. 사진을 찍자면 줄을 서서 대기해야 했다. 순서가 왔지만 뒷사람 눈치가 보여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잠깐동안 사진 석 장만 찍고 자리를 떴다. 맘껏 바라볼 순 없었지만 처녀치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그때보다 개체수가 늘어나서 감사했다. 처녀치마 외에 팔현계곡에서 만난 봄꽃이다. 큰괭이밥, 꿩의바람꽃, 들바람꽃, 얼레지, 산자고, 미치광이풀, 족두리..

꽃들의향기 2021.04.01

마지막 변산바람꽃

수리산에 핀 변산바람꽃을 처음 본 건 15년 전이었다. 병목안 계곡을 따라 작은 꽃밭이 펼쳐진 광경은 넋을 잃을 정도로 황홀했다. 바람 따라 살랑거리는 가녀린 변산아씨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 뒤로 3월 초순이면 수리산을 찾아 변산바람꽃과 만났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소문이 나고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변산바람꽃은 사람의 발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눈을 부릅떠야 겨우 몇 송이를 만날 수 있었다. 너무 안타까워 더는 찾아갈 수가 없었다.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 궁금증이 일어 어제 수리산 그 장소를 찾아갔다. 찾는 사람 없이 입구가 조용한 걸 보니 예상대로 변산아씨가 사라진 게 분명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며 들어가 봤지만 역시 변산바람꽃은 없었다...

꽃들의향기 2021.03.04

회리바람꽃

작년 곰배령에 이어 강촌의 구곡폭포 가는 길에서 회리바람꽃을 다시 만났다. 비록 인공으로 조성한 화단이지만 깊은 산에서 피는 야생화를 여럿 볼 수 있어 좋았다. 야생화를 찾아다니던 초기에 자주 만난 뒤 한동안 뜸했던 회리바람꽃이다. 노란 좁쌀이 모여 있는 듯 아주 작은 꽃이다. '회리'는 회오리의 준말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꽃 모양에서는 회오리가 연상되지 않는다. 회리바람꽃은 바람꽃 종류 중에서도 모양이 특이한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무척 깜찍하고 귀여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4.14

무갑산의 너도바람꽃

3월 초중순이면 무갑산 계곡에 너도바람꽃이 핀다. 가까이 있는 무갑산이지만 6년 만에 찾았다. 그때에 비해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어 안타까웠다. 사진을 찍으러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이다. 한 번 소문이 나면 어디서나 이런 시련을 겪는다. 그동안 무갑산에 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수리산 변산바람꽃 군락지는 보호하기 위해 아예 폐쇄해 버렸다. 무갑산도 극단적인 조치를 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드문드문 피어 있는 너도바람꽃이 반가우면서도 애처로웠다. 굳이 꽃사진을 찍으러 다녀야 하나, 회의를 품으며 돌아선 날이었다.

꽃들의향기 2019.03.15

들바람꽃

깽깽이풀을 만나려고 가평천에 갔다가 깽깽이풀은 흔적도 찾지 못하고 대신 들바람꽃을 선물로 받았다. 사실 들바람꽃이라는 꽃 이름도 이날 처음 들었다. 내가 아는 바람꽃 종류는 꿩의바람꽃, 변산바람꽃, 만주바람꽃, 회리바람꽃, 너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정도다. 들바람꽃은 겉모습으로는 꿩의바람꽃과 닮았다. 꽃잎이 작고 도톰하지만 분위기는 비슷하다. 가녀리면서 순백의 단아한 느낌이 좋다. 내년에 깽깽이풀과 함께 제대로 재회해야겠다.

꽃들의향기 2018.04.24

청계산에서 봄꽃과 놀다

산에 들어 꽃과 놀 때가 제일 행복하다. 꽃을 찾고 사진을 찍는 행위에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이다. 잡념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깊은 명상에 들었을 때와 비슷하다. 사람의 마음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에 집중하고 몰입할 때 맑고 투명해진다. 오늘은 청계산 옛골에 들었다. 골짜기에는 환상적일 정도의 아름다운 화원이 펼쳐져 있었다. 꿩의바람꽃, 노루귀, 복수초는 원 없이 만났다. 가까운 곳에 이런 야생의 꽃밭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기쁨이고 행복이다. 꿩의바람꽃 노루귀 복수초 현호색

꽃들의향기 2014.03.25

너도바람꽃의 미소

무갑산 계곡에서 너도바람꽃과 만나다. 올해도 너의 예쁜 모습 보여줘서 고마워.... 무갑사 주지 스님께서 계곡 입구에 손수 쓰신 시를 걸어 놓았다. 우리들을 보려고 먼길을 달려 숲속까지 눈꽃송이 같은 꽃망울을 터트리며 와~ 모두 예쁘게 활짝 피고 고요한 마음을 내어서 기다려 세상에 우리들이 알려진다네 - 바람꽃들의 마음 / 법수 스님 세상에 알려지는 게 너에게는 수난의 시작이구나. 너의 모습은 새디스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련한 여인 같다. 그래도 예쁜 미소 잃지 않는 네가 대견하구나, 사랑스럽구나....

꽃들의향기 2014.03.12

수리산 변산바람꽃과 노루귀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만나는 것으로 한 해의 꽃 데이트가 시작된다. 산에 피는 꽃 중에서는 변산바람꽃이 제일 먼저 개화하기 때문이다. 수리산을 기준으로 한다면 2월 하순에서 3월 중순 사이에 활짝 핀 변산바람꽃을 볼 수 있다. 올해는 평년보다 약간 빠른 편이다. 병목안에서 올라가는 계곡에 변산바람꽃이 피어난다. 2006년에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그때는 수백 송이가 피어 있던 군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이 사라졌고, 십여 포기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은 탓이다. 몇 년 전까지도 사진사들로 북적댔는데 꽃이 별로 없으니 이젠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다. 소문에 의하면 옆 계곡으로 몰려갔다고 한다. 이곳의 변산바람꽃에게는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이 그래서일까, 금년의 변산..

꽃들의향기 2014.03.04

무갑산 너도바람꽃

무갑산을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조심스레 너도바람꽃을 찍었다. 계곡에는 사진 동호회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야생화 꽃밭이 많이 망가진 게 가슴 아팠다. 나도 거기에 일조를 하는 듯 해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 발길이 잦으면 이런 꽃은 견뎌내지를 못한다. 해가 바뀔 때마다 개체수가 줄어든다. 사진보다 더 중요한 건 얘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 것일 텐데....

꽃들의향기 2013.03.11

홀아비바람꽃

홀아비바람꽃은 중부 지방의 산 속에서 많이 자란다. 내가 본 중에서 가장 큰 군락지는 축령산에 있다. 산의 한 쪽 사면 전체가 홀아비바람꽃으로 덮혀 있다. 홀아비바람꽃은 바람꽃의 한 종류인데 이름에 '홀아비'가 붙은 이유는 한 꽃대에 꽃이 한 송이만 달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바람꽃도 그런 게 많기 때문에 홀아비바람꽃만의 특징은 아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꽃은 이름과 달리 예쁘고 단정하다. 산골에 숨어 사는 가녀리고 청순한 소녀를 연상시킨다. 이번 산행에서는 막 피기 시작하는 홀아비촛대도 만났다. 홀아비바람꽃과 홀아비촛대, 둘 다 홀아비의 이미지와는 아무 연관 없는 꽃들이다.

꽃들의향기 2011.05.08

수리산 노루귀와 변산바람꽃

수리산 변산바람꽃을 보러 가자고 Y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미 때가지난 것 같다고 했더니 올해는 꽃 피는 시기가 늦으니 혹 게으른 변산아씨가 있을지 모른다며 가 보잔다. 마침 어제 눈이 내려서 땅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이런 데 변산아씨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실망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으며 길을 나섰다. 안양역에서 만나서 10번 버스를 타고 병목안 입구에서 내렸다. Y 형의 동료 한 분도 함께 했다.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는 것도 재미나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시간이 절약되고 편리하긴 하지만 오순도순 걸어가는 재미를 잃는다.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아름다움도 놓친다. 눈의 찬 기운 탓인가, 노루귀는 아직 꽃잎을 열지 않았다. 그래도 이만한 노루귀를 만났으니 감사한 일이다. 며칠 ..

꽃들의향기 2011.03.26

수리산 변산바람꽃

올해도 어김없이 변산바람꽃과 만나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백마를 들고 수리산을 찾았다. 아직 새 카메라에 익숙치 않아 변산아씨를 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계곡 그늘에 바람까지 심해 더욱 힘들었다.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태반이 초점도 못 맞추었고 흔들렸다. 사진은 엉망이었다. 평일인데도 변산아씨를 보러 온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사람 발길이 잦다 보니 변산아씨도 수난이다. 5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보다 개체수가많이 줄었다. 넓은 군락지는 사라졌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꽃을 가만 두지 않은 탓이다. 사진에 방해가 된다고 낙엽을 긁어내는 경우는 다반사다. 여럿이 있으면 꽃사진 찍는데도 경쟁이 붙는다. 그런 것들이 불편하고 민망하다. 사진은 마음에 안 들지만 변산아씨를 만난 것으..

꽃들의향기 2011.03.15

만주바람꽃

처음 야생화를 찾아다닐 때 광덕산에서 만주바람꽃을 본 적이 있었다. 벌써 15 년 전의 일이다. 그뒤로는 만주바람꽃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천마산에서 넓은 군락지를 만났다. 꽃은 정점을 지나 시들어가고 있었으나 계곡 물가를 따라 점점이 피어 있는 만주바람꽃은 그래도 무척 반가웠다. 만주바람꽃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꽃잎의 흰색은 빛나지도 화사하지도 않다. 도리어 그러함이 친근감이 더 드는 꽃이다. 꽃 이름에 붙은 만주라는 말도 투박하지만 강인한 느낌을 들게 한다. 꽃에 지역 이름이 붙어 있으면 최초로 발견된 곳을 의미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만주바람꽃도 아마 만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것이다. 여러 바람꽃 종류 중에 제일 먼저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이 피고 뒤이어서 만주바람꽃이 핀다. 셋은 생긴 모양도 ..

꽃들의향기 2010.04.21

천진암의 너도바람꽃

천진암 계곡 비탈에서 너도바람꽃을 우연히 발견했다. 약 10여 개체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작은 동네였다. 이곳에서 보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 놀라웠다. 그저께는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보았는데 올해는꽃들을 많이 만날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 나에게 봄은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을 타고 온다. 두 꽃이 보이면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동안 너도바람꽃은 천마산에서만 만났는데 이렇게 의외의 곳에서 보게 되니 더욱 반가웠다. 잘 몰라서 그렇지 너도바람꽃은 우리나라 전국에 흔하게 분포하는 것 같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내와 같이 천진암을 찾았다. 천진암은 예전 모습과 거의 변화가 없었고, 넓은 터에는 작년 행사를 알리는 플랭카드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바람도 부드러워졌고 대기에는 봄..

꽃들의향기 2009.02.26

2009년의 변산 아씨

견우와 직녀라도 되는 양 일년에 한 번씩 꼭 이맘 때 쯤이면 변산 아씨와의 재회가 있다. 오늘도 예외없이 우리만의 비밀스런 장소인 수리산 계곡에서 변산 아씨와 데이트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K 형 외에 두 명이 함께 했다. 그동안 날이 따스해서 변산 아씨가 일찍 개화하리라 예상했지만 때가 일렀다. 앞으로도 일주일이상이 지나야 제대로 핀 변산바람꽃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몇몇 아씨들 덕분에 그녀들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날은 잔뜩 흐리고 간간이 가는 비가 뿌렸다. 변산 아씨와 만난 후에는 수리산 줄기로 올라가 능선을 따라 산길을 걸었다. 도중에 K 형이 재미난 얘기를 해 주어서 즐거웠다. 8.8과 9가 있었는데 8.8은 늘 0.2가 모자라서 9에게 핍박을 받았다. 그..

꽃들의향기 2009.02.24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만나다

계곡에는 아직 얼음이 남아있고 산은 낙엽으로 덮여있는데 변산바람꽃은 무엇이 급한지 먼저 꽃대를 올리고 희고 여린 꽃을 피운다. 3 월이지만 아직 겨울의 한기가 남아있는 산속에서 제일 먼저 피어나는 변산바람꽃의 모습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어제는 사무실에서 일찍 나와 수리산의 그곳으로 가서 변산바람꽃을 만났다. 찾은 때가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늦었는데도 변산바람꽃은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아직 대부분이 작은 꽃봉오리 상태였다. 늦은 오후여서인지 스산하기까지 한 초봄의 산속에서 꽃잎을 연 몇 아씨들의 모습은 전에 만났을 때의 생기와 아름다움에는 못 미쳤다. 올해의 변산아씨는 더욱 여리고 안스럽게 보였다. 변산바람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하기에는 부족했지만 같이 간 동료는 처음 ..

꽃들의향기 2008.03.12

변산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다

내 한 해는 변산 아가씨와의 데이트로 시작된다. 변산 아가씨는 통상 변산바람꽃을 부르는 애칭이다. 오늘도 Y 형과 같이그녀와의 수리산 속 밀회 장소로 나갔다. 작년보다는 10여 일 정도 빠른 편이다. 이미이곳도 소문이 난 탓인지 여러 사람들이 그녀와의 눈맞춤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고운 맵시는 여전했다. 그러나 왜 하필 등산로 바로 옆에 터를 잡았는지 오가는 사람들의 등쌀에 그녀의 모습이 올해는 더욱피곤해 보였다. 옆에서 Y 형이 꽃잎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꽃받침이라고 일러주었다. 꽃잎은 보일락 말락하며 따로 달려있다. 꽃을 심미적으로 감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대로 아는 것도 이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담으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대단하다. 예쁜 꽃이 있으면 좀체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

꽃들의향기 2007.03.01

천마산에서 너도바람꽃을 보다

너도바람꽃을 만나러 아내와 같이 천마산을 찾다. 이맘 때쯤이면 천마산을 찾아가는 것이 이젠 연례행사로 되었다. 너도바람꽃은 천마산에서 가장 일찍 피는 꽃이다. 대략 3월 초순에서 시작해 하순경까지도 볼 수 있는데, 벌써 몇 해째 가고 있지만 만개하기 전 꽃이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 아직 맞추질 못했다. 너무 이르든가 아니면 너무 늦었는데, 이번에도 때가 늦어 꽃잎은 이미 시들고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다시 내년을 기약해 보지만 솔직히 너도바람꽃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한량없이 기쁜 일이다. 일년에 한 번씩 이렇게 같은 장소에서 매번 귀하고 예쁜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작년에도 느낀 일이지만 천마산 입구인 호평동은몇 년사이에 너무나 많이 변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어수선하기 이를 데..

꽃들의향기 2006.03.19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은 1993년에 전북대학교 선병륜 교수님이 변산반도에서 발견해 한국 특산종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변산반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제주도로부터 설악산까지 우리나라 전국에서 볼 수 있다. 다만 자라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고 개체수도 적어서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보존 가치가 높은 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 인터넷에는 남녘 제주도에서부터 변산바람꽃을 봤다는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 꽃은 봄이 오며 가장 먼저 피는 꽃일 것이다. 사람들은 아리따운 변산 처녀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사뭇 사진으로만 접하다가 나도 올해는 직접 변산처녀와 해후를 했다. 수리산에도 변산바람꽃이 핀다는 정보를 접하고 무작정 찿았던 수리산에서 정말 우연히 등산로에서 만난 것이다. 그것도 예정했던 코스에서..

꽃들의향기 2006.03.17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보다

변산바람꽃을 보기 위해Y 형과 같이 수리산을 찾았다. 사진으로만 접한 변산바람꽃이 너무나 예뻐서 지난 달에는 변산까지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는데 다행히 서울에서 가까운 수리산에도 변산바람꽃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찾아간 것이다. 어제 과음을 한 탓에 몸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아서 높이가 500m에도 못 미치는 수리산을 오르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올들어 처음 황사가 나타났고, 안개까지 자욱하게 끼여 시정 또한 좋지 않았다. 슬기봉에 오른 뒤 동막골을 향해 내려가는 계곡길에서 정말 바람같이 나타난 변산바람꽃 군락지를 만날 수 있었다. 4시간여 산길을 걷는 동안 꽃이라고는 유일하게 만난 것이다. 어디서 피는지도 전혀 알지 못하고 찾은 산이었기에 더욱 기뻤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둘이서 악수를 나누며 환호 하였다...

꽃들의향기 2006.03.11

천마산의 너도바람꽃

봄꽃을 보러 천마산을 찾다. 산 속에 드니 봄은 아직 멀리 있다. 계곡은 얼음으로 덮여 있고, 산길도 녹지 않은 눈으로 미끄럽다. 작년보다도 봄이 늦게 찾아오고 있음을 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맘때 쯤 천마산에서 만날 수 있는 봄꽃은 너도바람꽃, 노루귀, 복수초이다. 나는 이들을 3월의 천마산 3총사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 너도바람꽃이 가장 먼저 핀다. 아마 예년 같으면 지금쯤 너도바람꽃은 졌을 때인데 올해는 지금이 한창이다. 대신에 노루귀는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 복수초는 이제 갓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천마산 '꽃의 계곡'의 너도바람꽃 군락지는 정말 대단하다. 너도바람꽃이 쉽사리 볼 수 있는 꽃이 아닌데 유독 여기서는 엄청나게 많이 피어난다. 맑은 눈요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 천마산에 오르는 ..

꽃들의향기 2005.03.28

꿩의바람꽃

꿩의바람꽃은 시원하게 뻗은 꽃잎과 순백의 색깔이 특징이다. 아기자기한 다른 바람꽃들과는 달리 생김새부터가 시원시원하다. 그래서 꿩의바람꽃이 피어나면 숲이 환해진다. 어느 해의 맑은 봄날이었다. 광덕산을 찾은 날, 꿩의바람꽃이 햇빛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래쪽에 드리워진 그림자도 따라서 흔들렸다. 이 사진을 보면 그 날의 따스한 햇살과 고요한 숲의 평화가 그대로 전해진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느낌은 당사자에게는 유달히 각별할 수가 있다. 꽃과 나누던 눈짓, 설레던 마음까지도 이 사진에 함께 찍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절로 미소가 인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그 날의 기억이 도심의 사무실에 있는 내 마음을 여전히 설레게 한다.

꽃들의향기 2004.03.23

너도바람꽃

매년 첫 꽃을 보기 위해 천마산을 찾는다. 학생 수련원을 오른쪽으로 끼고 조금 더 올라가면 내가 `꽃의 계곡`이라 부르는곳이 나온다. 봄이면 다양하고 많은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언제 가 보아도꽃을 보러 온 사람들과 꽃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이 너도바람꽃이다. 작년에 갔을 때 마침 너도바람꽃이 만개해 있었다. 군데 군데 얼음이 남아 있고 아직바람이 차가운데, 그리고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때에마른 낙엽들 사이로 이 꽃은 하얗게 피어난다. 저렇게 작고 여린 꽃이 찬 기운을 뚫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모습은 경이롭기만 하다. 그러나 올해는 아무래도 이 꽃과 만나지 못 할 것 같다. 너무 바쁘고 무거운 ..

꽃들의향기 2004.03.08

바람꽃

봄의 광덕산은 야생화들의 꽃밭이 된다. 봄이 오면두 시간 이상씩 북쪽으로 자동차를 달려 이 산을 찾곤 했다. 광덕고개 정상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환상적인 야생화의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특히 바람꽃 종류가 많았다. 쌍둥이바람꽃,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너도바람꽃, 회리바람꽃...... 꽃 속에 파묻혀 도감과 비교하며 이름을 익히고 사진을 찍고했던 시간이 제일 행복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그 자리에는또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올 봄에는그 옛 자리로꼭 다시 찾아가 보고 싶다.

꽃들의향기 2004.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