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목 8

장자[130]

양자가 송나라에 가서 여인숙에 묵었다. 여인숙에는 첩이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미인이요, 하나는 못생겼다. 그런데 주인은 못생긴 첩은 위해 주고 미인 첩은 천대했다. 양자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주인이 말했다. "미인 첩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므로 나는 그가 아름다운 것을 느끼지 못하오. 못생긴 첩은 스스로 못생긴 줄 알고 있으므로 나는 그가 못생긴 것을 느끼지 못하오." 양자가 말했다. "제자들아! 기억해 두어라! 행실이 어질지라도 스스로 어진 행실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그러면 어디를 간들 사랑받지 않겠느냐?" 楊子之宋 宿於逆旅 逆旅有妾二人 其一人美 其一人惡 惡者貴 而美者賤 楊子問其故 逆旅小子對曰 其美者自美 吾不知其美也 其惡者自惡 吾不知其惡也 楊子曰 弟子記之 行賢 而去自賢之行 安往而不愛哉 - 山木 8 ..

삶의나침반 2010.08.08

장자[129]

장자가 조릉의 울타리를 거닐다가 부엉이 한 마리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날개의 넓이는 칠 척이요, 눈의 크기는 직경 일 촌이었다.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에 앉았다. 장자는 투덜댔다. "이런 새가 다 있나? 날개는 큰데 높이 날지 못하고 눈은 큰데 나를 보지도 못하다니!" 바지를 걷고 뛰어가며 화살을 잡았으나 발길을 멈추었다. 마침 매미 한 마리가 좋은 그늘을 얻어 제 몸을 잊고 있었다. 그 곁엔 사마귀가 나뭇잎에 숨어 매미를 잡으려고 먹잇감을 노려보느라 제 몸을 잊고 있었다. 그 부엉이는 그 틈을 이용하여 잇속을 차리려고 제 본성을 잊고 있었다. 장자는 슬픈 듯이 말했다. "오호! 만물은 본래 서로 얽혀 있어 다른 종류들이 서로 불러들이고 있구나!" 장자는 화살을 버리고 되돌아 달렸다..

삶의나침반 2010.08.01

장자[128]

장자는 옷은 많이 헐었으나 잘 기워 입었고 띠를 단정하게 매고 신발은 떨어졌으나 끈으로 잘 묶고 위나라 혜왕을 알현했다. 혜왕이 물었다. "선생은 어찌 이리도 고달픈 신세가 되었습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가난할 뿐 고달픈 것은 아닙니다. 선비가 도와 덕을 행할 수 없으면 고달픈 것이고, 옷이 해지고 신발이 구멍 난 것은 가난일 뿐 고달픈 것은 아닙니다. 가난은 이른바 때를 만나지 못한 것입니다." 莊子衣大布而補之 正혈 係履 而過魏王 魏王曰 何先生之憊邪 莊子曰 貧也非憊也 士有道德不能行憊也 衣弊履穿貧也 非憊也 此所謂非遭時也 - 山木 6 장자의 행적에 대해서는 기록된 게 거의 없다. 사마천의 에도 짧은 한 문장으로, 장자의 이름은 주(周)며 송나라 몽(蒙) 지방 사람으로 칠원(漆園)에서 말단 관리를 했다는..

삶의나침반 2010.07.25

장자[127]

상호 선생이 말했다. "그대는 가나라 사람이 도망간 이야기를 못 들었단 말이오? 임회라는 자가 나라가 망하자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쳤는데, 혹자가 물었소. '돈으로 따진다면 갓난아기는 값어치는 작고 짐으로 따진다면 갓난아기는 거추장스러운 짐인데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치니 어인 까닭이오?' 임회가 답하길 '구슬은 이(利)로써 결합되는 것이지만 아이는 천륜(天倫)으로 묶여 있다'고 했소." 子桑호曰 子獨不聞假人之亡與 林回棄千金之璧 負赤子而趨 或曰 爲其布與 赤子之布寡矣 爲其累與 赤子之累多矣 棄千金之璧 負赤子而趨 何也 林回曰 彼以利合 此以天屬也 - 山木 5 이(利)의 관점에서 본다면 천금의 보물을 버리고 갓난아이를 업고 도망친 임회는 어리석어 보였을 것이다. 장자가 살았던..

삶의나침반 2010.07.10

장자[126]

한결같이 한가할 뿐 무리하게 설치하려 하지 않습니다. 제가 듣기로 깎고 쪼았거든 다시 자연의 소박함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一之間無敢設也 奢聞之旣彫旣琢 復歸於朴 - 山木 4 위나라 영공을 위해서 북궁사(北宮奢)가 종과 종각을 만드는 공사를 맡았는데 석 달만에 힘들이지 않고 완성했다. 왕자 경기(慶忌)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수월하게 할 수 있었는지 물은 데 대한 북궁사의 답변이다. 큰 일을 치렀는데도 한결같이 한가할 뿐이었다고 하는 게 특이하다. 물론 마음이 그렇다는 말이다. 장자 전자방 편에는 이런 얘기도 나온다. 송나라 원군이 화가를 모집하는 광고를 냈다. 수많은 화가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림을 그리라고 하자 다들 붓을 꺼내고 먹을 갈았다. 그런데 늦게 도착한 한 사람은 숙소로 돌아가 옷을 벗고..

삶의나침반 2010.07.06

장자[125]

마침 배로 황허를 건너는데 빈 배가 다가와 내 배를 부딪친다면 아무리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도 성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에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소리치며 밀고 당기고 했을 것이다. 한 번 불러서 듣지 않으면 두 번 부르고, 그래도 듣지 않아 세 번째 부를 때는 반드시 악담이 따를 것이다. 앞서는 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노하는 것은 앞서는 배가 비었고[虛] 지금은 배가 찼기[實] 때문이다. 사람이 능히 자기를 비우고 세상에 노닐면 그 누가 그를 해칠 것인가? 方舟而濟於河 有虛船來觸舟 雖편心之人不怒 有一人在其上 則呼張흡之 一呼而不聞 再呼而不聞 於是三呼邪 則必以惡聲隨之 向也不怒 而今也怒 向也虛 而今也實 人能虛己以遊世 其孰能害之 - 山木 3 노나라 임금에 대한 의료(宜僚)의 충고가 계속된다. 임금은 선왕의..

삶의나침반 2010.06.23

장자[124]

남월에 한 고을이 있는데 이름을 건덕이라 합니다. 건덕의 백성은 어리석고 순박하며 사심이 없고 욕심이 적었으며 경작할 줄은 알지만 사유(私有)할 줄은 모르며 남에게 주는 것은 알지만 보답을 구하지 않고 의에 따르는 것도 모르고 예에 순종하는 것도 모릅니다. 제멋대로 함부로 해도 결국은 대도로 나아갑니다. 살아서는 즐겁고 죽으면 장사 지냅니다. 南越有邑焉 名爲建德之國 其民愚而朴 少私而寡欲 知作而不知藏 與而不求其報 不知義之所適 不知禮之所將 猖狂妄行 乃蹈乎大方 其生可樂 其死可葬 - 山木 2 장자가 그리는 이상사회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노자나 장자가 생각하는 이상사회는 거의 성인들의 공동체에 가깝다. 어떤 간섭이나 통치도 없고 사람들은 선한 본성에 따라 산다. 체제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그리..

삶의나침반 2010.06.12

장자[123]

장자가 산길을 가다가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보았다. 벌목꾼도 그 옆에 머물지만 베지 않았다. 그 까닭을 물으니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 했다. 장자가 말했다. "이 나무는 재목이 못 되어 천수를 다할 수 없구나!" 선생은 산에서 나와 친구의 집에 묵게 되었다. 친구는 반가워 더벅머리 종에게 거위를 잡아 삶으라고 명했다. 종이 물었다. "한 놈은 잘 울고, 한 놈은 울지 못하는데 어느 놈을 잡을까요?" 주인이 답했다. "울지 못하는 놈을 잡아라!" 이튿날 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어제는 산속의 나무가 재주가 없었기에 죽지 않고 천수를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으나 오늘은 주인집 거위가 재주가 없었기에 손님 음식상에 올려져 죽었습니다. 선생은 도대체 어찌 처신하라는 것입니까?" 莊子行於山中 見大木枝葉盛茂..

삶의나침반 201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