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96

산책길에 만난 봄꽃

원래 허약한 체질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나마 건강이 유지되는 것은 평소 생활에서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음을 하게 되면 반드시 며칠 동안은 푹 쉰다. '골골 팔십'이라는 옛말이 있듯 몸이 약한 사람은 무리를 할래야 할 수가 없으므로 도리어 건강한 사람보다 장수하게 된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냉정하다고 말하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건강을 생각한다기보다는 몸이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이가들면 주량도 줄어드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겠다. 전날 고량주 두 병과 맥주 한 병을 마신 것에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만취가 되었다. 덕분에 연휴 이틀을 집에서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밝은 봄햇살의 유혹 또한 ..

꽃들의향기 2008.03.22

뒷산을 산책하다

지난 가을부터 거의 운동을 하지 않고 지냈다. 테니스를 몇 번 해 본 것이 고작이고, 좋아하던 걷기도 못했다. 그만큼 게을러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몸은 최고의 체중을 기록하며 둔중해지고 있다. 오랜만에 뒷산을 산책했다. 이러니 좁은 계단을 오르는 데도 힘이 들었다. 처음 이사왔을 때는 자주 찾아와 건강을 지키리라 다짐했었지만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집 뒤가 바로 산인데 가까이 있으니 도리어 멀어지는 진리를 여기서도 확인하고 있다. 도시 한 가운데 있는 자그마한 산이라 걷기에 그리 좋은 길은 못되지만 그나마 가까이에 이런 산길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일부터는 매일 산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오랜만에 흙을 밟으며 걸으니 몸이 가뿐해졌다. 산길은 동작동 국립묘지와 접해 있는데 보기..

사진속일상 2008.01.04

남산길을 산책하다

어제 오후에는 남산길을 산책했다. 1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충무로역에서 내려 한옥마을을 지나 올라가면 산책로에 들어갈 수 있다. 어제는 날씨는 청명했지만 바람이 차고 세게 불었다.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기에 좋은 때이지만 날씨 탓인지 산책하는 사람들은 드문드문 눈에 띌 뿐이었다. 올해 단풍은 어디에서나 선명하지 못하다. 남산 단풍도 마찬가지였다. 산책길에는 낙엽이 이러 저리 바람에 날리고 있다. 북쪽 산책길은 그늘이 져서 더욱 을씨년스럽다. 한참을 걸어가면 산 위로 오르는 계단길이 나타난다. 옛날부터 이 길은 남산으로 오르는 주통로였다. 벌써 40년 가까이 되었다. 처음 서울에 와서 남산 구경을 따라 나섰던 길도 이 길이었다. 그때는 계단이 아닌 흙길이었고, 벚꽃 만발한 길가에는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파..

사진속일상 2006.11.15

덕수궁을 산책하다

비 없는 가을이 계속되고 있다. 사무실 벽을 덮고 있는 담쟁이덩굴이 제대로 붉은 단풍을 뽐내지도 못하고 말라죽어가고 있다. 대기도 건조해서 바람이 부는 날이면 모래 먼지가 운동장을 휩쓸고 지나간다. 그런데 어제는 모처럼 맑고 파란 가을 하늘이 나타났다. 창 밖 풍경이 문득 야외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들길을 걷고 싶었다. 조금 일찍 자리를 떠서 덕수궁을 찾았다. 문 하나만 들어서면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가을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한가로이 경내를 거닐고 있었다. 사람들 표정에서는 가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이 배어 있으면서도 뭔가 원숙하고 내성적인 분위기가 고궁과 잘 어울렸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느릿느릿 산책을 하기도 했다. ..

사진속일상 2006.10.13

산책길의 동방신기

어제 저녁에는 아내와 같이 산책을 나갔다. 한강변의 늘 걷던 길을 벗어나 광진교를 건너 잠실 쪽으로 갔다. 가을 강바람은 시원했고, 서울의 야경 또한 볼만했다. 강북 쪽 강변에는 그런 여유 공간이 없지만, 강남 쪽 둔치는 자리가 넓어 여기 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가을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은 무엇을 축하하는지 작은 불꽃을 밤하늘로 쏘아 올렸다. 우리도 강가에 앉아 조금은 소란한 그런 풍경을 재미있게 구경했다. 잠실교를 건너 돌아오려다가 좀더 걸어 내려갔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으니 아마 10km 정도는 걸었지 않았나 싶다. 아내가 발이 아프다고 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종합운동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운동장 안에서 무슨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지 안에는 여학생들의 환호성과 빛과 ..

사진속일상 2006.10.01

어린이대공원 산책

주일 미사를 드리고 아내와 어린이대공원을 산책하다. 결혼 초 공원 가까이에 살 때,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온 곳이다. 하나는 유모차에 태우고, 하나는 손을 잡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인데, 그때로부터 세월은 훌쩍 20년이 지났다. 아이들은 다 커서 각자 제 갈 길로 가고, 두 부부만이 옛날을 회상하며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제 무대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와서 그만 또래의 아이들을 데리고 똑 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다. 긴 시간이 지난만큼 많은 것이 변했다. 아이들로부터 해방된 자유가 좋지만, 허전함 또한 없지 않다. 그것은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을 골라 다녔지만, 이젠 둘이의 취향을 찾아 즐길 수 있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사람들의 ..

사진속일상 200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