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22

해리스 vs 트럼프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인 해리스(Kamala Harris)와 트럼프(Donald Trump)의 미국 대통령 선거 TV 토론이 어제 있었다. 우리 시간으로 아침 10시에 시작했는데 생중계를 보느라 처음부터 끝까지 TV 앞을 지키고 있었던 건 처음이었다. 남의 나라 정치 쇼에 내가 왜 이렇게 관심이 큰지 나 스스로도 의아했다. 해리스라는 새로 등장한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컸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트럼프는 워낙 비호감이라 해리스를 응원하며 토론을 지켜봤다. 노회한 트럼프를 여유 있게 상대하면서 토론을 주도해 나가는 해리스가 멋있었다. 부드러우면서 강인해 보이는 이미지도 좋았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해리스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국내 정책에 대한 논쟁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

길위의단상 2024.09.12

나는 투표했다 / 류시화

나는 첫 민들레에게 투표했다 봄이 왔다고 재잘대는 시냇물에게 투표했다 어둠 속에서 홀로 지저귀며 노래값 올리는 밤새에게 투표했다 다른 꽃들이 흙 속에 잠들어 있을 때 연약한 이마로 언 땅을 뚫고 유일하게 품은 노란색 다 풀어 꽃 피우는 얼음새꽃에게 투표했다 나는 흰백일홍에게 투표했다 백 일 동안 피고 지고 다시 피는 것이 백일을 사는 방법임을 아는 꽃에게 투표했다 부적처럼 희망을 고이 접어 가슴께에 품는 야생 기러기에게 투표했다 나는 잘린 가지에 돋는 새순의 연두색 용지에 투표했다 선택된 정의 앞에서는 투명해져 버리는 투표용지에 투표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와 '네가 틀릴 수도 있다' 중에서 '내가 틀릴 수도 있다'에 투표했다 '나는 바다이다'라고 노래하는 물방울에게 투표했다 나는 별들이 밤하늘에 쓰..

시읽는기쁨 2022.06.02

이해한다

고등학교 동기 친구가 있다. 편의상 G라고 부르겠다. 우리는 시골에서 같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했으니 인연이 남다르다. 네 명이 올라왔는데, 둘은 일찍 세상을 뜨고 G와 나만 남았다. 그러니 각별한 사이가 아닐 수 없다. G는 나를 대부로 삼고 가톨릭 영세를 받았으니 종교적 끈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소원한 이유는 서로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견해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G는 경상도 출신을 벗어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보수이고, 나는 반대편이다. 정치 얘기가 나올 때마다 티격태격한다. 상대를 잘 아니까 조심하기 하지만 얘기를 하다 보면 정치가 화제에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G는 문재인 대통령을 너무 싫어한다. 몇 년 전에 G의 집에 가서 하룻밤 자..

길위의단상 2022.03.11

누구를 탓하랴

어제 보도된 사진 한 장에 깜짝 놀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열차를 타고 이동하며 구두를 신은 채로 앞 좌석에 두 발을 올려놓고 있는 모습이다. 옆에는 선대위 관계자들이 앉아 있다. 다른 사람이 앉는 자리에 구두를 신은 발을 그대로 올려놓을 수 있을까. 내 상식으로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납득이 안 된다. 구두를 벗고 발을 올려놓아도 옆 사람이 있다면 민망할 터인데 이 무슨 꼴불견이란 말인가. 윤석열 후보는 평생 피의자를 다루는 검사로 살았고, 최고 직위인 검찰총장까지 오르며 영화와 권위를 누렸다. 그런 특권 의식이 부지불식간에 드러난 모습이 아닌가 싶다. 인간에 대한 예의나 존중은 찾아볼 수 없으며, 국민을 피의자 대하듯 오만불손하다. 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중도덕이 ..

길위의단상 2022.02.14

빈곤을 보는 눈

며칠 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최근 3년간의 국가 행복지수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OECD 37개 국가 중에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35위였다. 우리 밑으로는 그리스와 터키만 있었다. 상위권을 차지한 나라는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이었다. 우리나라의 빈곤율 수치도 행복지수와 마찬가지로 하위권이다. 빈곤율은 약 15% 정도 되는데 우리 아래로는 미국과 일본 정도가 있다. 특히 노인의 빈곤율은 40%가 넘어서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은 경제 규모만 그렇다 뿐이지 삶의 질은 형편 없다. 나라는 부자여도 국민은 힘들게 살아간다. 자칭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이 정권에서도 빈부격차나 빈곤율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지고 있다. 부동산 폭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읽고본느낌 2021.05.22

짜릿한 개표 방송

어제 실시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163석, 통합당이 84석, 정의당이 1석, 무소속이 5석을 얻었다. 민주당의 압승, 통합당의 참패다. 어느 선거나 결과가 조마조마하지만 이번 총선은 유례없는 진영 대결이 벌어져 더 흥미로웠다. 선거에서는 국민이 심판관이다. 이번 총선은 국민이 확실하게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통합당의 정치 행태에 환멸을 느낀 국민이 많았다는 얘기다. 민심이 어떠한지 통합당은 잘 성찰해야 할 것이다. 제발 우리나라 정치도 한 단계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도 사라져야 한다. 이번에 그런 의원들 대부분이 낙선한 건 다행한 일이다. 이래서는 표를 못 받겠구나, 하는 경각심을 줬다고 생각한다. 21대 국회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

길위의단상 2020.04.16

희망사항

보통 진보와 보수를 나눌 때 민주당은 진보, 통합당은 보수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내 기준으로는 민주당이나 통합당이나 모두 보수다. 민주당은 약간 진보적 색채를 띤 보수당이고, 통합당은 오른쪽으로 치우친 보수당이다. 진보라고 하면 정의당이나 녹색당, 민중당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나 통합당은 기득권층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민주당보다는 통합당이 훨씬 심하지만, 통합당과 다르다고 민주당을 진보라고 하기는 어렵다. 재벌이나 부동산을 대하는 엉거주춤한 자세, 특히 성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보면 그렇다. 진보라면 사회가 다소 혼란을 겪더라도 복지나 평등, 정의의 문제에서 원칙을 견지하고 적극적으로 싸워야 한다. 말이나 구호만이 아니라 정치인이 살아가는 삶의 방향도 마땅..

길위의단상 2020.04.13

보고 싶은 것만 본다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다. 이번 선거는 좀 싱겁다. 한 후보가 워낙 독주를 하고 있어서 이미 몇 달 전에 결정이 났다. 타 후보들이 큰소리를 치긴 하지만 허장성세로 들린다. 막판에 걱정스러웠던 반대 진영의 단일화 변수도 없었다. 이제 몇 시간 뒤에 내 판단을 확인하는 절차만 남았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친구들은 대부분 강도만 다를 뿐 보수적 경향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고향 학교 동문 단톡방은 유별나다. 거의 문자 폭력 수준으로 극우적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온건한 보수는 말없이 조용히 있다. 일부 극렬한 인간들이 단톡방을 점령하고 제 정치적 견해를 강요한다. 자제시키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같은 하늘 아래 사는데 이렇게 세상을 보는 게 다르구나, 참 신기할 뿐이다. 사람은 제 보고..

길위의단상 2017.05.09

서프러제트

100년 전 영국에서 일어났던 여성 참정권을 얻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인 '모드 와츠'는 남편과 함께 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당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여성은 아직 참정권도 얻지 못했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였다. 모드는 우연히 거리에서 서프러제트의 시위 장면을 보고 차별적인 현실에 눈을 뜬다. 서프러제트인 동료 노동자의 권유로 집회에 참석하면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에게 딸이 있다면 그 딸은 어떤 세상을 살까요?"라고 남편에게 하는 질문에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모드는 서프러제트의 일원이 되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폭력 시위에 나선다. 감옥에도 가고 단식투쟁도 한다. 그 결과 집에서도 쫓겨..

읽고본느낌 2016.09.10

진보 교육감에 기대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체 17개 지자체 중 13곳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승리했다. 대단히 기쁘다. 한국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결과에는 행운도 따랐다. 특히 서울 교육감으로 당선된 조희연 후보 같은 경우는 보수의 분열과 자중지란의 덕을 보았다. 지지율 4%의 낮은 인지도에서 출발하여 극적인 역전승을 했다. 13:4의 승리에는 세월호 참사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 교육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앵그리 맘'은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바랐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분명한 반대 표시인 것이다. 학부모의 이기적인 의식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도 반갑다. 더구나 13명 중에서 8명이 전교조 출신..

길위의단상 2014.06.06

선거의 추억

제18대 대선이 끝났다. 박근혜 후보가 51.6%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비록 내가 선택하지 않은 분이지만 축하를 보낸다. 당신을 지지하지 않은 14,950,303명이 있음을 잊지 말고, 낮고 겸손한 마음으로 나라를 이끌어 주길 부탁드린다.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 민생, 민생 하는데 그것보다 민본(民本)이 우선이다. 나에게도 선거에 대한 직접적인 추억이 있다. 어렸을 때 일이다. 4.19 직후 시행된 지방자치제에 따라서 면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는데 선친이 거기에 출마한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즈음이었는데 집안이 갑자기 사람들로 북적거린 정도와 선거 마지막 날 장면이 기억난다. 투표가 끝나고 선친은 졌을 거라며 술을 드시고 일찍 귀가해서 잠이 들었다. 개표 결과를 볼 필요도 없다고 포기..

길위의단상 2012.12.23

[펌] 도올의 혁세격문

혁세격문(革世檄文) 지금 조선의 들판이 혁명의 불길로 붉게 타오르고 있다. 지금 조선의 먼동은 "다시 개벽"의 눈부신 햇살을 발하고 있다. 자고 있는 자들이여, 모두 깨어나라! 새 시대, 새 정치의 함성이 그대를 부른다. 깨어난 4천만의 유권자들이여, 남녀노소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투표장으로 가라! 19일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혁명의 물결이 이 아사달 신시를 휘덮으리라! 조선의 깨인 자들이여! 남김없이 혁명의 대오에 어깨를 엮어라! 환인 하느님께서는 이 신시에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거룩한 건국 치세이념을 내리셨다. 그런데 지금 어떠한가? 지금 우리는 홍익(弘益)이 아닌, 홍해(弘害), 홍살(弘殺)의 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해치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길위의단상 2012.12.17

Daughter of Dictator

우연히 어제 날짜 'Asianews'에서 여당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씨를 'the daughter of a dictator'(독재자의 딸)로 소개하고 있는 걸 보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통상적으로 외국 언론들은 그렇게 쓰고 있었다. 'Dictator's Daughter', 'Daughter of Dictator'가 전형적인 표현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박정희는 'President'로 보다는 'Dictator'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언론은 좀 더 자세히 'Military Dictator'(군인 독재자), 'Assassinated Dictator'(암살된 독재자)로 적고 있다. 영어 사전에서 'dictator'를 찾아보면 예문에는, 독일의 히틀러, 스페인의 프랑코, 튀니지의 벤 알리, 리비아의 가다피..

길위의단상 2012.11.02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지난 4.11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을 색깔로 표시한 지도다. 부끄러운 우리의 현주소다. 내가 선거권을 가지고 투표를 시작한 이래 동쪽 지역은 언제나 이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할 세월이 흘렀는데도 똑같다. 패거리 의리도 이만하면 알아줄 만하다. 그나마 서쪽은 알록달록 물이 들고 있다.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 뭘까를 생각한다. 나도 고향이 동쪽이지만 고향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인물론이나 정치적 냉소주의는 핑계다. 단순한 지역색 이상의 무엇이 인간을 좌우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인간은 떼로 움직이게 되면 멍청해지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모른다. 지역, 파벌, 민족으로 갈라져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역사는 수도 없이 많다. 선거만 끝나면 뒤를 덜 보고 나온 것처럼..

길위의단상 2012.04.24

제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아세요?

19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고 희망하며 투표를 했다. 그러나 투표로 얼마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회의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선거란 어쩌면 그들의 지배를 합법적으로 용인해주는 절차인지도 모른다. 서민을 위한다는 권력자를 골라 뽑는다고 서민의 정의가 이루어질까? 그래도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하자. 과거의 경험과 현실의 암담함이 투표장으로 나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침묵과 무관심은 불의의 세력에 대한 암묵적인 찬동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당한 분노와 참여가 그나마 세상을 바꾸어 나간다고 믿기에.... . . . . . . . . "제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아세요?" "제가..

참살이의꿈 2012.04.11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이번 총선에서 서울 지역에서의 국회의원 의석 48개 가운데 여당이 40석을 싹쓸이한 것은 뉴타운에 대한 기대가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있다. 지역구에 여당 국회의원이 있어야 개발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 후에 서울시장이 더 이상의 뉴타운 지정은 없을 것이라고 해서 개발 공약만 믿고 한나라당 후보에 표를 찍은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긴 뉴타운으로 개발한다는 풍문만 돌아도 땅값이 몇 배나 뛰니 환장할 노릇이긴 하다. 속았다는 한탄이 나올 만도 하게 생겼다. 그러나 이런 코미디 같은 세태를 보면서 한없이 서글퍼지고 연민이 생기는 걸 어찌할 수 없다. 표를 모으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후보자들보다도 자신의 이익만 좇아 부화뇌동하는 대중들의 어리석음과 탐욕이 더 밉다..

길위의단상 2008.04.23

정과 정의 대결

어제는 제 18대 총선일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곳은 정동영 씨와 정몽준 씨가 출마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은 지역구였다. 덕분에 TV로만 보던 두 사람과 악수도 해 보았다. 가까이서 본 그분들은 선거 운동에 지쳐서인지 무척 안스럽게 보였다.워낙 유명인들이라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과는 뭔가가 다르리라는 선입견이 무의식 중에 있었는데 그저평범한 이웃 사람의 모습이어서 조금은 의외였다.그분들을 통해서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유명인들에 대한 환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사람 대결의 승패는 여론조사에서부터 예상된 것이었다.지역구민들이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는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은 지역의 일꾼을 뽑는 측면이 강하므로힘 있는 여당 의원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당선된 정몽준 씨..

길위의단상 2008.04.10

잔치 뒤의 씁쓸함

대선 잔치판이 끝났다.오후 여섯 시, 투표가 끝난 뒤 예측 발표를 듣고는 기분이 우울해져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 와중에도 잠이 오는 것이 신기했다. 대통령 자리는 하늘이 점지해줘야 하는가 보다. 정권교체와 경제가 화두인 시대에서 이명박 같은 사람이 당선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야속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민심이 천심이라지만 나로서는 거의 절반에 이르는 득표로 그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이 도시 이해되지가 않는다. 이번 선거판에서 최대의 화두는 경제였고, 이 문제 앞에서 모든 이슈는 묻혀 버렸다. "잘 살게만 해 주면 됐지, 다른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아침에 출근하면서 버스의 라디오로 들린이 한 마디가 나를 더욱 섬찟하게 한다. 우리의 가치관이 언제 이렇게 형이하학적..

길위의단상 2007.12.20

문국현의 출사표

새 세상에 대한 갈망이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한다. 정치판에서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것이 지금껏 증명되고 있지만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정치가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데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한 정치적 좌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며칠 전 문국현이라는 분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들의 잠들어 있는 의식을 깨우는 태풍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의 미풍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분의 발언을 들으며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내용에 눈이번쩍 뜨이는 느낌을 받았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아직 멀고, 그리고 여나 야나 기성 정치 노선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진 나 같은 사람들이라면 주목할 만한 후보 출현..

길위의단상 2007.08.29

선거 이틀 전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분위기가 전에 비해 차분해진 것 같다. 신문이나 TV를 통해서만 선거일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생활에서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평소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도 정치 얘기 한 두 마디는 거들 정도는 되었다. 역시 선거는 바람을 잘 타야하는 건지 무슨 풍, 무슨 풍에 민심이 왔다갔다해서 종잡을 수가 없다. 한 때는 구태의연한 썩은 정치판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이대로는 안 된다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도 했다. 특히 탄핵 사태의 충격이 그런 바람에 불을 지펴서 그 열기는 전국을 휩쓸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고개를 드는 지역주의 앞에서 촛불의 빛도, 변화의 바람도 슬그머니 사그라지는 느낌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의 의식 수준을 넘을 수 없다..

길위의단상 200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