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34

습지생태공원의 늦은 연꽃

시내에 나간 길에 잠깐 습지생태공원에 들렀다. 올 여름 들어 습지생태공원에 들른 것은 처음이었다. 이곳 연꽃이 늦게 핀다는 소문대로 넓은 연밭에는 연꽃이 만개해 있었다. 한창때가 지나기는 했으나 8월 하순에 이 정도의 연꽃을 볼 수 있다니, 감사했다.    공원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길에 떨어진 낙엽만 봐서는 벌써 가을이 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쨌든 맹위를 떨치던 무더위도 많이 수그러들었다.   "너는 오늘도 참 예쁘다!"가만히 따라서 속삭여본다. 입술에는 살포시 미소가 감돈다.

꽃들의향기 2024.08.28

2024 세미원 연꽃

올해 세미원 연꽃은 끝물에 가서인지 시원찮았다. 넓은 연밭에서 제대로 형태를 갖춘 연꽃을 찾기 힘들었다. 꽃이 그래선지 세미원 관리도 엉성해 보였다. 아내와 같이 가서 세미원에서 두물경까지 왕복 걸음을 했다.  수련, 빅토리아연, 빗물 담은 연잎.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다. 장마철이어선지 팔당호 주변은 쓰레기로 지저분했다.   두물머리 느티나무 앞 벤치에 귀여운 조형물이 생겼다. 양평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봄처럼 따스한 양평'이라는 뜻의 '양춘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손에 핫도그를 들고 있다. 옆에 앉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포근한 모델이다.

꽃들의향기 2024.07.23

덕진공원 연꽃(2022)

여름에 전주에 오면 덕진공원은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올해는 공원을 재정비해서 훨씬 깔끔해졌고, 연꽃도 더욱 탐스럽게 피어났다. 때를 잘 맞추었는지 이제까지 본 덕진공원 연꽃 중에서 올해가 제일 화려했다. 이곳은 500여 년 전부터 넓은 늪이 있어 연당(蓮塘)의 향기가 감쌌으며 단오절이면 각지에서 아낙네들이 모여들어 머리를 감으며 즐기는 유서 깊은 경승지였다고 한다. 현대적인 공원으로 조성된 건 1974년이었다. 내가 처음 덕진공원에 간 때가 1980년이었는데 호수를 가로지르는 현수교와 정자가 있었다. 뱃놀이를 하는 오리 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넓은 호수 대부분이 연꽃으로 덮여 있다. 정오가 되니 너무 뜨거워서 구경 나온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손주는 한 바퀴를 돌더니 시원한 아이스크림만 찾..

꽃들의향기 2022.07.29

2022 세미원 연꽃

세미원(洗美苑)은 집에서 가까워 연꽃이 피는 시기에는 꼭 찾아가 보는 곳이다. 오늘은 아내와 강상면에 다녀오는 길에 세미원에 들렀다. 평일인데 여느 해와 달리 주차장은 만차였고, 매표소에서도 줄을 서야 했다. 느린 걸음으로 연꽃을 구경하며 세미원을 한 바퀴 돌았다. 매년 연꽃을 찍어보지만 10년 전 사진이나 올 사진이나 별 차이가 없다. 답답하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든 테크닉이든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참 어렵다. 노력한다고 인간의 심성이 달라지지 않는 것과 닮았다. 인간은 각자가 받은 틀을 평생 간직하며 한 세상을 살아가게 되나 보다. 연꽃밭에서 든 생각이다. 금년 들어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셀카놀이를 하게 된 것이다. 순전히 재미가 있어서다. 남한테 부탁해도 되지만 셀카가 훨..

꽃들의향기 2022.07.22

양평 나들이

정체전선이 한반도에 머물며 연일 비가 내린다. 이틀 전에는 태풍 오마이스가 남부 지방을 지나갔다. 여름의 끝자락에 궂은 날씨가 이어진다. 비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함께 양평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이웃의 지인이 양평 강상면에 마련한 터에 들리고, 천서리에서 점심으로 막국수를 먹었다. 양평으로 가는 길은 예전에 밤골 생활을 할 때 어지간히 오갔던 길이다. 어느덧 20년 전인데, 이 코너를 돌면 무슨 음식점이 있었고 어떤 맛이었는지, 길을 달리니 옛 기억이 오롯이 떠올랐다. 무엇에 홀려 그렇게 올인했는지, 지나 보니 씁쓰레한 꿈이었다. 두물머리를 찾았을 때는 다행히 비가 멎었다. 산책로를 따라 1시간 정도 걸었다. 평일이고 날씨가 궂어 사람이 없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두물머리 느티나무 주변은 바람 쐬러 ..

사진속일상 2021.08.26

습지공원 연꽃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 있는 호수는 여름이면 연밭으로 변한다. 그런데 연꽃은 볼 품이 없다. 듬성듬성 필뿐 아니라 백련 일색이라 단조롭다. 이름난 연꽃 명소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래도 올해는 다른 때보다 연꽃을 많이 볼 수 있다. 해가 지날 때마다 조금씩 풍성해진다. 내년이면 더 나아지리라 기대해 본다. 공원 건너편 경안천 연꽃이 훨씬 더 화려하다. 그런데 저기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서는 금개구리를 가끔 만난다. 금개구리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특별히 보호 관리하는 종이다. 초록색 몸체에 눈 뒤로 난 금빛 줄이 선명하다.

꽃들의향기 2021.07.22

봉선사 연꽃

작년 8월 초에 봉선사에 갔을 때는 연꽃이 져 버린 끝물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열흘 정도 빨리 찾아가 봤지만,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는 연꽃 축제가 이미 25일에 끝나 있었다. 그래선지 피어 있는 연꽃이 듬성듬성했다. 다음에는 7월 중순으로 날짜를 잡아야 할 것 같다. 봉선사에는 다른 연밭에 비해 백련이 많다. 백련의 꽃말은 '순결하고 청초한 마음'이라고 한다. 홍련과 달리 순백의 색깔에서 순수하면서 고귀한 품성이 느껴지는 꽃이 백련이다. 찾아간 날은 장마 와중이라 비가 오락가락한 날씨였다. 우리나라에서 연꽃의 개화 시기는 장마와 겹친다. 연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목탁을 치는 듯 묘한 울림을 준다. 연(蓮)과 비는 서로 잘 어울리는 연분 같기도 하다.

꽃들의향기 2020.07.29

물안개공원 연꽃

장맛비 속에 탁구팀과 물안개공원을 찾았다. 코로나 때문에 여섯 달째 탁구를 쉬고 있다. 나는 고작 한 달에 한 번 나가는 정도였지만, 매일 운동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과연 언제쯤 되어야 실내 운동을 할 수 있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기약이 없다. 물안개공원 입구에는 굉장히 넓은 연밭이 있다. 그런데 연꽃은 없다. 지금이 연꽃이 한창일 시기인데 여기는 침묵 속에 잠겨 있다. 그 연유가 궁금하다. 안에 들어가면 작은 연꽃밭이 있다. 이 연꽃이 없었다면 무척 서운할 뻔했다. 그리고, 연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홀리다.

꽃들의향기 2020.07.24

관곡지 연꽃(2020)

11년 만에 찾아간 시흥 관곡지(官谷池) 연꽃... 관곡지는 역사가 오래된 연못이다. 조선 전기의 농학자인 강희맹이 세조 9년에 명나라에 다녀오면서 남경의 연꽃씨를 채취해 이곳 연못에 심었다고 한다. 관곡지는 아직 연꽃이 만개하지 않은 듯하다. 꽃보다는 봉오리 상태가 훨씬 많았다. 올 7월에는 양평 세미원, 전주 덕진공원, 부여 궁남지, 시흥 관곡지 등 연꽃으로 유명한 네 군데를 모두 다녀 보았다. 아기자기한 면에서는 궁남지 연꽃이 최고였다. 그에 비하면 관곡지는 좀 밋밋한 편이다.

꽃들의향기 2020.07.21

궁남지 연꽃(2020)

전주에서 올라오는 길에 연꽃을 보러 부여 궁남지에 들렀다. 3년 만이다. 며칠간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반가운 얼굴을 보여준 날이었다. 궁남지(宮南池)는 백제 사비시대에 만든 인공 연못이다. 에 보면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물을 20여 리나 되는 수로로 끌어들였으며, 물가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에 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때에도 연꽃을 심었는지는 모르겠다. 궁남지 연꽃은 주변의 버드나무와 어울리면서 꽃밭 사이로 산책로가 잘 나 있어 연꽃을 즐기기에는 조건이 좋다. 연꽃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에는 똑딱이를 가지고 주로 하늘을 배경으로 해서 찍어 보았다.

꽃들의향기 2020.07.18

덕진공원 연꽃(2020)

장마중에 전주 덕진공원을 찾았다. 계속 내리는 비로 개화한 연꽃은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게 드물었다. 새로 피어나는 꽃봉오리만 변함 없이 씩씩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에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덕진공원 연꽃은 호수 전체를 뒤덮고 있다. 옛날에는 호수에서 보트놀이를 했는데 이제는 그럴 공간이 사라졌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게 있다. 덕진공원 호수 가운데를 가르지르는 연화교가 철거되고 새 다리가 건설중이다. 옛 다리는 너무 노후해서 현대적 디자인의 새 다리를 만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0.07.17

2020 세미원 연꽃

연꽃이 필 때면 매년 세미원을 찾는다. 비 예보가 있는 날, 2020년의 연꽃을 보러 세미원에 갔다. 연꽃을 감상하는 데는 맑은 날보다는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더 낫다. 연꽃밭에서 한가로이 앉아 차라도 한 잔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세미원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북적인다.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이날도 휴일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곱기로 치면 발그레 익어가는 연꽃 색깔에 비길 꽃이 있을까?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묻는다. "아수라의 늪에서 / 오만 번뇌의 진탕에서 / 무슨 / 저런 꽃이 피지요?"

꽃들의향기 2020.07.10

비에 젖는 세미원 연꽃

장마 속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세미원에 가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바로 출발했더니 사람이 적어 좋다. 연꽃은 한창 때를 지난 것 같다. 피어 있는 꽃보다는 이미 져 버린 게 많다. 그래도 꽃봉오리가 계속 올라오니 8월까지는 아쉽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꽃은 굵은 눈물방울을 머금고 있다. 꽃이라고 서러움이 없겠는가. 오히려 꽃이기에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외로움과 슬픔이 있으리라. 연잎이 넓은 이유는 떨어지는 꽃잎을 고이 받아주기 위해서인가 보다. 한 생을 마친 꽃잎이 연잎 품에서 안식을 취한다. 연꽃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단체 관광객이 다가온다. 약 40명 정도는 되어 보인다. 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까이 있어도 너무 조용하다. 조곤조곤 말하는 일본어가 들린다. 역시 일본 ..

꽃들의향기 2019.07.26

성호저수지 연꽃

이천 성호저수지 한쪽에 아담한 연꽃밭이 있다. 세미원이나 관곡지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이곳은 연꽃보다 개개비를 찍으러 오는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다. 개개비는 몸집이 작은 여름 철새다. 그러나 재재거리며 짝을 찾는 소리는 들판을 울린다. 내가 갔을 때도 연꽃밭에 개개비 노랫소리가 요란했다. 그러나 개개비를 두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한낮이라 햇볕이 너무 따가워 연꽃밭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규모는 작지만 주민들이 예쁘게 가꾸려는 정성이 느껴지는 연꽃밭이었다.

꽃들의향기 2017.07.16

채련곡 / 허난설헌

秋淨長湖碧玉流 蓮花深處繫蘭舟 逢郎隔水投蓮子 或被人知半日羞 - 採蓮曲 / 許蘭雪軒 해맑은 가을 호수 옥처럼 새파란데 연꽃 우거진 곳에 목란배를 매었네 물 건너 님을 만나 연밥 따 던지고는 행여나 누가 봤을까 한나절 부끄러웠네 - 채련곡 / 허난설헌 허난설헌이 지었을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요염하다. 중국풍의 느낌도 난다. 여인의 연정과 수줍음이 연꽃을 소재로 잘 그려져 있다. 때는 가을, 연꽃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미 연밥이 여무는 호수다. 호수에 배를 띄운 여인은 물 건너 사랑하는 낭군을 보고는 연꽃 열매를 따서 던진다. 남녀칠세부동석의 조선 시대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나절이나 부끄러웠을까? 아마 몰래 배 위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 것은 아닐까? 그래야만 더 어울릴..

시읽는기쁨 2017.07.01

세미원 연꽃

답답해하는 아내를 위해 세미원으로 연꽃 구경을 갔다. 장마중이라 비가 오락가락했다. 세미원에서는 연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꽃 풍년이 되면 오히려 빨리 식상해진다. 어렵게 꽃을 찾아내는 기쁨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도 말했다. "꽃이 많으니 그게 그거고, 심드렁해지네." 만약 이 넓은 데서 연꽃 한 송이만 피어 있다면 얼마나 애지중지 지켜볼 것인가. 꽃은 여일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하늘에 별이 많으면 별을 찾기 어렵고, 땅에 꽃이 많으면 꽃에 감탄하기 쉽지 않다.

꽃들의향기 2014.07.27

덕진공원 연꽃

전주에 처음 갔을 때 소개 받은 곳이 덕진공원이었다. 30여 년 전이었다. 대개 첫 기억은 선명히 뇌리에 남아 있어 지금도 전주라는 말을 들으면 덕진공원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덕진공원은 여름 연꽃이다. 넓은 덕진호를 가로지르는 현수교와 팔각정도 그때와 같은 모습이다. 너무 많은 게 빨리 변하는 도시에서 늘 여전한 풍경으로 남아 있다는 건 드물다. 사연이 어떠하든 가끔씩 전주를 찾아 추억을 반추해 보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전주 시민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다. 보수하며 옛 모습을 지켜 나가는 것이 어쩌면 더 귀할지 모른다. 연꽃은 현수교를 기준으로 한 쪽 호수를 가득 채우고 있다. 보통 같으면 지금이 한창 때지만 올해는 이미 절정을 지나고 연밥이 여물기 시작한다. 그래도 시차를 두고 피어나는 늦둥..

꽃들의향기 2014.07.18

빅토리아연꽃

빅토리아연은 잎이 특이하다. 물 위에 떠있는 넓은 잎 가장자리가 수직으로 서 있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큰 접시처럼 생겼다. 처음 본 사람들은 연잎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인공물로 오해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꽃도 마찬가지다. 꽃은 밤에만 피는데 이틀간 왕관 모양의 꽃을 보여주고는 물속으로 사라진다. 이 꽃을 보기 위해 밤을 새우는 사람도 있다. 관곡지에서 빅토리아연꽃을 보았다. 낮에 꽃봉오리가 닫혀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신기했다. 빅토리아연은 꽃이 아니라 잎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끈다. 가시연꽃과 비슷하지만 잎의 앞면에는 가시가 없다. 넓은 잎은 부력이 좋아 사람이 앉아도 가라앉지 않는다고 한다. 빅토리아연은 1800년대에 아마존에서 발견되었다. 원이름이 아마존수련이지만 영국 여왕의 이름을..

꽃들의향기 2009.08.04

관곡지의 연꽃

성남에 간 길에 관곡지에 들러 연꽃을 보다. 네 안에 내가 있다고 금세 주먹만한 눈물 쏟아낼 듯 울먹이는 너를 보면서 믿을 수 없었다 보내지 않으려고 집착 같은 투정이라고 애써 외면하고 떠나온 길 관곡지 연꽃 속에서 마주 한다 얼마를 더 아파야 껍질을 뚫고 나온 저 황홀한 가시연꽃처럼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여린 듯하면서도 단숨에 잡아채는 빛깔에 넋을 잃는다 - 가시연꽃 / 한명숙

꽃들의향기 2009.08.03

세미원 연꽃과 호명호수

오랜만에 아내와 드라이브를 나갔다. 햇빛는 났지만 다행히 그리 더운 날씨는 아니었다. 먼저 양수리에 있는 세미원에 들러서 연꽃을 구경했다. 세미원에는연꽃,노랑어리연꽃, 열대수련, 수련이 주종이다. 세미원에는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입장료를 받는 등 전과는 달라졌지만 연꽃은 3 년 전 모습과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래도 세미원은 연꽃 속에서 마음껏 행복해질수 있는 장소다. 나 역시 오랜만에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달고서 연꽃들을 찍어 보았다. 연꽃 구경을 마친 뒤 북한강변에 있는쌀밥집에서 점심을 맛나게 먹은 후 호명산으로 향했다. 작년에 가평 양수발전소를 개방했다고 해서 산 위에 있는 호명호수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발전소 고개에 차를 세우고 산 능선을 따라 호명호수까지 걸었다. 산길은 약 2 km 정..

사진속일상 2009.07.23

가시연꽃

가시연은 한해살이식물인데 불과 몇 달 사이에 엄청난 넓이로 자란다. 지름이 2m 되는 것도 있다고 하니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이 아닐까 싶다. 어떤 가시연은 어린 아이가 앉아도 가라앉지 않는다고 한다. 잎은 거북등같이 투박하고 가시가 나있어 앉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지만, 멀리서 보면 물 위에 마치 방석이 떠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진한 자주색의 작은 꽃은 잎은 뚫고 나와서 핀다. 활짝 핀 모습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감출 것이 많은지 내가 보았을 때는 늘 수줍은듯 오무리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가시연의 특징은 꽃대와 잎에 나있는 가시들이다. 이 가시연이 연꽃의 원시종이라면 진화의 초기 단계에서는 이런 가시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도리어 거추장스럽지나 않은지..

꽃들의향기 2007.10.02

비 오는 날 관곡지에 가다

경기도 시흥에 있는 관곡지(官谷池)가 연꽃으로 유명하다는 얘기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초가을 비가 내리는 날 찾아가 보게 되었다. 평일인데도 성산대교를 건너 시흥으로 가는 길은 정체길이 길게 이어졌다. 관곡지는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맹 선생과 인연이 있는 연못이라는데, 세조 6년(1463)에 중국을 다녀올 때 연꽃씨를 채취하여 가지고 돌아와 이곳에서 처음 재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여기에 큰 연꽃밭을 조성해 놓아서 수도권 사람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관곡지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더욱 굵어져 연꽃길을 산책하려는 계획은 포기해야만 했다. 연꽃의 때도 지난 데다 날씨마저 궂어 찾은 사람도 적었다. 그러나 빗속의 연꽃밭 풍경은 색다른 맛이 있었다. 넓은 연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아..

꽃들의향기 2007.09.07

세미원의 연꽃

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세미원에 들렸다. 양수리의한강변에 자리한 세미원은 작년에 비해 규모도 커졌고 훨씬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연꽃의 아름다움이 주변의 한강 풍경과어울려서 아주 분위기 있는 곳이 되었다. 위로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과 여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폐장이 될 때인 저녁 무렵에 찾아가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돌며 눈에 띄는대로 연꽃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연꽃에는 뭔가 탈속적이고 고결한 이미지가 느껴진다. 피안의 세계를 향한 희구랄까, 이곳 이름이 세미원(洗美苑)인 것도 연꽃의 그런 이미지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꽃들의향기 2006.08.18

연꽃

고창에서 해리로 가다 보면 길옆에 작은 연못이 있다. 지금 이곳은 연꽃이 만개하고 있어서 무심코 지나가는 나그네가 ‘아-’하고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안쪽에는 정자도 있고, 더 들어가면 산 아래에는 농촌 마을이 있는데 이 연꽃 연못으로 인하여 마을은 다른 곳과 달리 뭔가 예술적인 분위기가 난다. 저 마을에는 연꽃의 운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불교의 아름다운 설화인 염화시중(拈花示衆)의 이야기에 나오는 꽃은 아마 연꽃이었을 것이다. 부처님이 말없이 연꽃 한 송이를 들자, 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또한 처염상정(處染常淨), 연꽃은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자라면서도 그 꽃만은 맑고 깨끗해서 번뇌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정신을 나타낸다. 그러나..

꽃들의향기 200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