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 10

예봉산의 봄맞이

다시 찾아온 봄을 맞으러 예봉산에 들었다. 계곡의 노루귀가 제일 궁금했고, 다른 꽃들과도 눈맞춤할 생각에 들떴다. 지난 가을 이후 산행은 다섯 달만이다. 예봉산은 높이가 683m지만 능선의 경사가 급해 만만찮은 산이다. 이번에는 계곡을 타고 올라가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기로 한다. 산은 진달래가 한창이고 초입에는 제비꽃을 비롯해 많은 야생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들을 구경하면서 느릿느릿 정상에 올랐다. 등산객이 놓아준 먹이에 곤줄박이는 신이 났다.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먹이를 물고 날아갔다가 눈치를 봐서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새로서는 엄청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나마 곤줄박이니까 가능하지 다른 새들은 감히 접근을 못한다. 예봉산 정상은 조망이 좋다. 북서 방향으로는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멀리 ..

사진속일상 2024.04.03

봄꽃과 동무하며 예빈산에 오르다

어느 산에 갈까 망설였는데 문득 예봉산 계곡이 떠올랐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산행을 하면서 꽃도 보면 좋을 것 아닌가. 자세히 살핀 것은 아니지만 예봉산과 예빈산 사이에 있는 계곡에는 산에서 피는 봄꽃이 많다. 작년에는 노루귀도 만났다. 예빈산의 명물은 이 소나무다. 예빈산에는 능선을 따라 자라는 멋진 적송들이 볼 만하다. 예빈산 정상은 수도권에서 전망이 제일 빼어난 산이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여기서 찍은 일출과 일몰 광경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비슷한 높이의 직녀봉과 견우봉이 나란히 있다. 이날은 시야가 흐려서 조망이 별로였다. 북쪽으로는 예봉산이 보인다. 꼭대기에 강우 레이더를 갖춘 기상관측소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곱 군데(임진강, 예봉산, 가리산, 소백산, 비슬산, 서대산, 모후산)의 강우 ..

사진속일상 2023.03.29

예빈산 소나무

예빈산 직녀봉으로 가다가 만난 소나무다. 모습이 범상치 않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산에서 이런 소나무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나무는 몸통에서 줄기가 셋으로 갈라져서 지면과 나란히 퍼졌다. 땅 경사와 비슷한 게 흥미롭다. 나무에 대한 설명이 없어 수령은 알 길이 없으나 최소 100년은 넘어 보인다. 보호수로 지정해도 마땅할 것 같다. 소나무 주변에는 남산제비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

천년의나무 2022.04.20

예빈산에 오르다

팔당의 예빈산(禮賓山)은 예봉산과 마주 보고 있다. 직녀봉과 견우봉의 두 봉으로 되어 있는데, 주봉인 직녀봉의 높이가 590m다. 예전 같으면 예봉산과 예빈산을 연계해서 걸었을 텐데 이젠 하나만 고른다. 일흔이 넘으니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 분수를 알아야지 욕심 내고 무리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딘데, 하며 스스로 대견해한다. 와부제4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산에 든다. 계곡은 예봉산과 예빈산을 가르는 경계다. 입구에서부터 여러 봄꽃들이 반겨준다. 예봉산은 꽃이 많이 피는 산이다. 꽃을 살피느라 발걸음은 느리다. 예빈산 정상부에는 아직 진달래가 한창이다. 북쪽으로 예봉산의 강우 관측 레이더가 보인다. 디지털 30배로 레이더를 당겨 보았다. 화면 가득 담기지만 ..

사진속일상 2022.04.20

예봉산 노루귀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노루귀를 발견했다. 이런 걸 횡재라고 해야 하겠지. 지금 시기에 예봉산에서 노루귀를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똑딱이가 있어서 부족하나마 고운 자태를 담아 보았다. 친구에게 예봉산에서 노루귀를 만난 얘기를 했더니 이런 시를 보내 주었다. 유년 시절의 고향 동무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지리산 형제봉이 또렷이 보이는 강 언덕에 앉아 눈시울에 방울방울 맺힌 추억을 양지바른 언덕에 두고 왔더니 겨울을 잘 견딘 청노루귀가 보송보송 그리움의 솜털 꽃대를 올려 자줏빛 울음을 운다네 자줏빛 울음을 운다네 - 청노루귀 / 정순영

꽃들의향기 2022.04.04

13년 만에 예봉산에 가다

예봉산은 집에서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어쩌다 보니 다시 오르는 데 13년이 걸렸다. 왜 그렇게 잊어버렸는지 나도 모르겠다. 10년이 넘으니 예전에 걸었던 산길은 까마득히 멀어져 갔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처음 찾아온 길인 것 같다. 와부제4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 들머리로 향했다. 날은 맑았지만 시야는 뿌옇게 흐렸다. 중턱을 넘었을 때 시야가 트인 곳이 나왔다. 밑에 팔당역과 팔당대교가 보이고, 강 건너편은 하남시다. 산 정상에는 강우 관측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다. 산 아래와 관측소를 연결하는 궤도가 깔려 있어 차량이 운행한다. 인접한 관악산에도 기상 레이더가 있는데 서로 기능이 다른가 보다. 어쨌든 환경 훼손은 피할 수 없다. 북쪽으로 보이는 서울은 흐릿했다. 재미로 셀카를 찍어보았다. 새..

사진속일상 2022.04.04

운길산에서 예봉산까지 종주하다

국수까지 중앙선 전철이 연장되어 운길산 가는 길이 편리해졌다. 마침 직장 등산팀의 운길산 산행에 함께 한 길에 나는 예봉산까지의종주에 나섰다. 다른 사람들은 새재고개를 넘어 도곡리로 하산했다. 전철 운길산역에서 마을길을 따라 20 분 정도 걸으면 운길산 들머리다. 여기서부터 운길산 정상에 이르는 산길은 여러 갈래가 나 있다. 나는 수종사를 거쳐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오르는 중에등산로 옆에 게시해 놓은 '알아두면 재미있는 토막 산림 상식'이라는글이 재미있었다. *나무와 풀의 구분은? - 겨울동안 지상부가 땅 위에 남아 있으면 나무, 없으면 풀. * 모든 나무에 꽃이 필까요? - 나무는 모두 꽃이 있음. 무화과는 꽃이 자방 속에 숨어 피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송화가루가 꽃가루임. * 세..

사진속일상 2009.02.25

동료들과 예봉산에 오르다

직장 동료들과 예봉산에 올랐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였다. 벌써 12 월 중순으로 접어드는데 한 번의 추위를 제외하고는 봄처럼 따스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는 아마 '겨울답지 않게'라는 표현도 사라질지 모른다. 아니면 '겨울답지 않게 추웠다'라는 낯선 표현이 등장할지도... 예봉산은 서울 근교에 있는 산으로 처음 그 이름을 듣는 사람은 '날카로울 예'[銳]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예절 예'자를 쓰는 예봉산(禮峯山)이다. 산은 이름대로 부드럽고 넉넉하다. 경사가 완만해서 오르기도 그다지 힘들지 않고, 흙산이라 길은 부드럽다. 높이도 683 m로 가벼운 등산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일행은 승용차로 팔당역까지 가서 계곡을 따라 올랐다. 나는 여러 번 예봉산에 올랐지만 계곡길로 오르기는 처음이었다...

사진속일상 2008.12.11

예봉산에 오르다

팔당까지 전철이 연장되어 예봉산 가는 길이 가까워졌다. 토요일 오전의 팔당행 전철은 전부 등산객들 뿐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길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길이 사람을 불러 모은다. 그러니 아무리 길을 만들어도 그 길은 곧 포화 상태에 이르기 마련이다. 서울 근교에 있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한적했던 예봉산이 전철이 이어진 이후로 몸살을 앓는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지만 예전에 버스 타고 갔었던, 사람이 드물었던 예봉산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줄을 잇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니 더욱 그렇다. 아침에 K 형에게 연락하여 같이 에봉산을 올랐다. K 형은 전화만 하면 언제나 OK다. 오늘도 방콕할 예정이었다며 반가이 나와주었다. 둘은 혹시나 이른 봄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일부러 계곡..

사진속일상 2008.03.08

겨울 산길을 걷다

어제는 직장 동료들과 예봉산(禮峰山)을 올랐다. 예봉산은 경기도 남양주군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683m이다. 옛날에는 겨울 한양의 땔감을 대부분 이 산에서 벌채해 한강을 따라 날랐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큰 나무는 별로 없고, 다만 군데 군데 눈에 뜨이는 노거목들이 그 때의 정황을 전해주고 있다. 산의 이름이나 생김새는 다르지만 산에 들면 그런 구별은 사라지고 어느 산에서나 공통된 마음의 넉넉함과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이런 마음의 여유일 것이다. 그것은 아직 우리가 이해하기 못하는 산의 정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산 기운이 우리 마음을 순화시키고 세상의 욕망을 잠재워 준다고 말이다. 바닥에서 아웅다웅 다투며 속 끓이고 하던 것들이 산길을 걸으면 기이하게도 봄 ..

사진속일상 200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