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세 7

장자[33]

산(山) 나무는 스스로 적을 부르고 등잔불은 스스로 몸을 태운다. 계피는 먹을 수 있으므로 베이고 옻은 쓸 수 있으므로 쪼개진다. 사람들은 모두 유용한 것을 쓸 줄 알지만 무용한 것을 쓸 줄은 모르는구나! 山木自寇也 膏火自煎也 桂可食 故伐之 漆可用 故割之 人皆知有用之用 而莫知無用之用也 - 人間世 7 장자가 살던 시대는 약육강식의 난세였다.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제 수명을 다하지도 못하고 무수히 죽어갔다. 장자의'無用之用' 사상은 아마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잉태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장자가 모든 '有用'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의 쓸모에 얽매여 더 큰 쓸모를 희생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고 본다. 또는 관점의 전환이다. 자신이나 세상의 이즘이나 신념에 속박되어 심신을 상하는 것보다는, ..

삶의나침반 2008.08.09

장자[32]

송나라에 형씨들의 소국이 있었는데 가래나무, 잣나무, 뽕나무가 많아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그것이 한두 줌 이상 크면 원숭이 말뚝으로 베어 가고, 서너 아름이 되면 고관집 용마룻감으로 베어 가고, 일고여덟 아름이 되면 귀인 부잣집의 널판잣감으로 베어 간다. 그래서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중도에 도끼에 찍혀 죽고 만다. 이것이 쓸모 있는 재목들의 환난이라는 것이다. 宋有荊氏者 宜楸栢桑 其拱把以上者 狙후之익者斬之 三圍四圍 求高名之麗者斬之 七圍八圍 貴人富商之家 求전傍者斬之 故未終其天年 而中道已夭於斧斤 此材之患也 - 人間世 6 이명박 정부의 슬로건이 실용주의다. 효율과 경쟁을 통해 국가 이익을 최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잘못 하다가는 천박한 장사꾼적 셈법으로 나라를 운영할 위험이 크다. 든든한 도덕적 바탕이 없는 ..

삶의나침반 2008.08.06

장자[31]

그대는 저 사마귀를 모릅니까? 그놈이 성을 내면 팔을 벌려 마차를 막으려 합니다. 자기가 당해 내지 못할 것을 알지 못하는 겁니다. 이것이 그의 재능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경계하고 삼가십시오! 사마귀처럼 그대의 장점을 자꾸 자랑하면 그를 범하는 것이니 위태롭습니다. 汝不知夫螳螂乎 怒其臂以當車轍 不知其不勝任也 是其才之美者也 戒之愼之 積伐而美者 以犯之幾矣 - 人間世 5 장자 철학도 시대의 산물이다. 장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당시의 사회에 대한 비판 및 살아남기 위한 방법, 그리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사회를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장자는 내적 초월을 통해서 인간의 길을 찾으려 했고, 현실 참여보다는 정신의 자유를 중요시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하..

삶의나침반 2008.07.27

장자[30]

그가 어린아이가 되면 그와 더불어 어린아이가 되십시오! 그가 분수 없으면 그와 더불어 분수 없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가 허물없이 굴면 그와 더불어 허물없이 구십시오! 그와 소통하여 병통이 없는 경지로 들어야 합니다. 彼且爲영兒 亦與之爲영兒 彼且爲無町畦 亦與之爲無町畦 彼且爲無崖 亦與之爲無崖 達之入於無疵 - 人間世 4 성품이 나쁘기로 소문한 위나라 태자의 스승으로 임명된 안합(顔闔)이 거백옥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한다. 이에 거백옥이 답한 내용 중 일부분이다. 어린아이가 되면 같이 어린아이가 되고, 분수 없이 놀면 같이 분수 없이 놀고, 허물없이 굴면 같이 그렇게 하라는 내용이다. 이것은 자유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무엇에도 거리낌 없고, 무엇과도 잘 어울린다. 마치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근..

삶의나침반 2008.07.20

장자[29]

인력으로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아 운명처럼 편안히 하는 것이 덕의 지극함입니다. 남의 신하와 자식이 되는 것은 진실로 그것을 벗어던질 수 없는 것이니 일을 행함에 자기 몸을 잊는 것입니다. 어느 겨를에 삶을 즐기고 죽음을 싫어하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또한 만물을 타고 마음에 노닐며 멈추게 할 수 없는 순리에 맡기면 무위자연의 중앙을 보양함이 지극할 것입니다. 어찌 인위로 지어내서 보고하겠습니까? 천명을 이루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知其不可奈何 而安之若命 德之至也 爲人臣子者 固有所不得已 行事之精而忘其身 何暇至於悅生而惡死 夫子其行可矣 且夫乘物而遊心 託不得已 以養中至矣 何作爲報也 莫若爲致命 此其難者 - 人間世 3 섭공 자고(子..

삶의나침반 2008.07.12

장자[28]

인적이 없는 닫힌 문을 보라! 빈 방에 문틈으로 햇살이 비친다. 길하고 상서로움이 머문다. 대저 가기만 하고 멈추지 않으면 앉아서도 달리는 자라고 말한다. 瞻彼결者 虛室生白 吉祥止止 夫且不止 是之謂座馳 - 人間世 2 이 구절이 좋아 한때는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매일 음송하기도 했다. '텅 빈 방에 환한 햇살'로 표현된 마음 상태는 내가 이르고 싶었던 이상이었다. 심재(心齋)란 마음을 비우는 것이고, 그렇게 세상과 자신과의 울타리를 헐 때 빛과 하나가 된다. 그런 연후에 세상에 나가 무슨 일이든 해도 무방하다고 공자는 안회에게 가르친다. 즉, 두려움이나 개인적 야망에서 벗어난 근본적인 마음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안회의 정치 참여를 두고 시작된 말이지만 공자를 통해 장자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마음 비움'..

삶의나침반 2008.07.06

장자[27]

안회가 말했다. "감히 마음의 재계에 대해 묻습니다." 공자가 답했다. "너의 뜻을 전일하게 하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으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정기로 들으라. 듣는 것은 귀에 그치고 마음은 징험(徵驗)에 그친다. 정기라는 것은 비어 있어 사물을 모사한다. 오직 도는 빈 곳에 머무는 것이니 비우는 것이 마음의 재계다." 回曰 敢問心齋 仲尼曰 一若志 無聽之以耳 而聽之以心 無聽之以心 而聽之以氣 聽止於耳 心止於符 氣也者 虛而待 物者也 唯道集虛 虛者心齋也 - 人間世 1 안회가 공자에게 폭군이 다스리는 위 나라로 가서 정의를 펴 보겠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공자와 안회의 긴 대화가 이어지는데, 결론은 심재(心齋)하라는 것이다. 여기 나오는 심재는 장자 사상를 나타내는중심 단어 중 하나다. .직역하면 '마..

삶의나침반 2008.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