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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폐쇄? 다 받아주어라!

세상이 어수선하다. 세상을 진단하는 사람들의 소리에는 날이 서있다. 모두들 나라를 걱정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텐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서로를 불신하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오늘 아침 신문에 가톨릭계 원로라 할 수 있는 J 신부의 강연 내용이 실렸다. 노 정권의 정책 방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중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종교는 순교(殉敎)의 정신이 있기 때문에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 끝까지 반항할 것이다." "이 법의 개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하느님 앞에서 신자 자격이 없다." 정권을 비판하거나 특정 법의 개정에 대해서 찬성, 반대의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신자 자격 운..

길위의단상 2004.11.10

저녁

저녁 어스름이 좋다. 이때는 낮과 어둠의 경계선에 있는 짧은 순간이다. 서산으로 해가 저물면서 사물들은 시시각각 어둠 속에 잠긴다. 낮 동안 색깔을 현란하게 뽐내던 존재들이 이제는 자신의 숨결을 거두고 동일한 회색 톤으로 변해간다. 너와 나의 구별이 없이 똑같이 어둠 속으로 녹아든다. 이때는 돌아감의 시간이고 휴식의 시간이다. 세상의 일들로 소란스러웠던 내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점점 짙어지는 어둠을 보며 창 앞에 선다. 멀리 앞집에서 아까부터 저녁 연기가 피어오른다. 느릿느릿 흰색 연기가 처음에는 옆으로 퍼져 나가더니 지금은 곧장 위로 올라가며 십자 모양을 만든다. 아마도 김씨가 사랑방에 군불을 넣고 있을 것이다. 처음 터에 자리 잡았을 때 자주 찾아와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었는데 지금은 조금 ..

참살이의꿈 2004.11.09

반계리 은행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라는 반계리의 은행나무이다(천연기념물 167호). 마침 터에 가까이 있어서 찾아가 본 날, 가을 아침 햇살 아래서 노랗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멋진 자태가 그 명성에 걸맞게 아름다웠다. 원주에서 여주 방면으로 옛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이 나무가 있다. 행정지명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이다. 나이는 8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35m, 줄기둘레 17m, 옆으로 퍼져있는 길이만도 38m에 달한다. 안내문에 보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속에 커다란 흰 뱀이 살고 있어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긴다고 한다. 어떤 책에서 은행나무는 외로운 나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은행나무과에서 오직 일 속, 일 종만 있으며, 저희들끼리도 숲을 이루지 못하는 독립수..

천년의나무 2004.11.08

두물머리

터에 가는 길에 두물머리에 잠시 들리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양서면 양수리에 해당되는 곳이다. 그동안 차로 지나다니기만 했지 내려서 강변에 나가보기는 처음이다. 사람이없는 곳을 찾아서 강가에 서니 갈대를 비롯한 수생식물들이 강을 가득 덮고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강에도, 산에도 가을이 잔뜩 익었다. 바로 머리 위를 지나가는 고가도로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음만 아니라면 몇 시간이고 이 고즈넉한 풍경과 같이 있고 싶어진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지만 도시인의 탁한 눈이 맑게 씻어짐을 느끼며 자리를 뜬다. 인근에 세미원(洗美苑)이라는 수련 전시장이 있다. 이미 철 지난 연못에는 한 생을 마친 연잎이 마른 몸을 물 위에뉘고 편히 쉬고 있다. 오후의 가을 햇빛이 눈부시다. 실..

사진속일상 2004.11.07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 장석주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 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 보지 못한 느림! -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 장석주 빨리 빨리가 미덕이 되었고, 분주함은 일상이 되었다. 어떤 때는 나 자신이 현대 문명의 속도전에 이유도 모른채 내몰린 힘없는 병사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쁜 일상의 틈 사이로 언뜻 비치는 그런 느낌...... 저녁 어스름, 고향의 초가 지붕 위로 느릿느릿 피어오르던 연기를 떠올리면 나는 슬프다. 바삐 달려오기만 한 내 이 자리는 어디인가?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시읽는기쁨 2004.11.06

작은 전시회

저녁부터 가을비가 내리다. 그림을 그리는 동료의 작품 전시회에 가다. 찻집의 한쪽 벽면을 이용한 작은 전시회이다. 전시된 작품은 다섯 점인데 모두 생소한 기법으로 제작되어 있다. 액자의 유리 표면에도 물감을 칠해서 효과를 낸 것이 인상적이다. 소재는 전원 풍경과 현대 도시의 구조물들이다. 그러나 가장 좋았던 것은 간소하고 작은 전시회인 것이다. 보통 생각하는 미술 전시회라면 입구에 화환이 늘어서 있고, 부담을 주는 큰 방명록도 펼쳐져 있고, 그리고 관람객의 기를 죽이는 넓은 홀과 환한 조명이 연상된다. 그런 곳에서 나 같은 사람은 괜히 의기소침해진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는 작은 찻집의 벽면을 이용했다. 작품 밑에서 차를 마시며 부담 없이 얘기를 나눈다.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른다. 작가가 아닌 보통 사..

사진속일상 2004.11.05

라마크리슈나 어록

갈등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분열과 투쟁을 일으키는 파괴적인 성향도 가지고 있다. 지금 시대는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표출되면서 몹시 불안정하다. 이때는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기보다는 같음을 찾아서 인정하고 공존하는 방향으로 상호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데올로기나 이념이 생명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 입장에 서있는 상대방은 나를 비쳐보는 거울이 될 수 있다. 특히 종교의 세계에서 그럴 필요를 더욱 느낀다. 보편적 종교의 지혜는 시간, 장소, 교리의 차이를 떠나 인간 영혼에 공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손을 맞잡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나만의 진리 독점주의는 우리 모두를 파멸시킨다. ..

읽고본느낌 2004.11.04

교정의 가을

가을비가 지나가니 가을 색이 더 깊어졌다. 가을 교정은 빨강, 노랑, 초록의 빛깔로 가득하다. 나무는 물론 땅도 사람 얼굴도 온통 단풍물이 들었다. 가을의 아름다움을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11월 초순의 짧은 한 때, 스쳐가듯 우리 마음을 흔들며 가을의 정령이 지나가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 떨어진 낙엽이 곱고도 포근하다. 복자기나무에도 빨간 물이 들었다. 건물 벽에 매달린 담쟁이 덩굴도 대부분 떨어지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밑에서 올려다 본 층층나무 잎도 은은하게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사진속일상 2004.11.03

대한민국은 공사중

대한민국은 공사중이다. 도시나 농촌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땅을 파고 산을 뚫고 시멘트 구조물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이젠 깊은 산 속 골짜기까지도 굴삭기가 들어가 길을 내고 터를 닦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경치가 좋은 곳이면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어떤 경우는 공사가 목적이 아니라 마치 건설 장비를 놀리지 않기 위하여 일을 꾸미고 있는 느낌마저 있다. 최근에 읽은 신문에서는 나라의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제일 효과가 있다면서 대규모 공사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 공사라는 것이 자연을 망치고 아름다움을 깨뜨리게 되니 문제가 있다. 애꿎은 산허리가 잘려나가고 들판이 시멘트로 덮혀진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 자동..

참살이의꿈 2004.11.02

산국

이젠 산과 들에서 야생화를 보기 힘든 계절이 되었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것이 노란 산국이 아닌가 싶다. 산국(山菊)과 감국(甘菊)은 구별하기가 무척 힘들다. 둘의 차이점을 설명 듣기는 했으나 막상 실전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둘은 너무 비슷해서 정확히 구별하는 것은 포기하고, 산에서 자주 눈에 띄는 노란 꽃은 그냥 산국이라고 부른다. 감국은 흔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화주나 국화차로 이용하는 것은 감국이라고 한다. 산국은 독성이 있다니 조심해야 되겠다. 이 조락의 계절에 저 산 아래 어딘가에는 노란빛의 산국 한 무더기가 아직 남아있어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을 붙들고 있을 것이다.

꽃들의향기 200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