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25

닷새만에 회복하다

지난주에 무리를 했던 것 같다. 세 번의 모임이 있었고, 연이어 고향에 내려가 산소 일을 했다. 그 뒤부터 목이 따끔거리며 몸살기가 나타났다. 두통이 동반되고 콧물도 나왔다. 다행히 심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에어컨이 문제였다. 특히 기원에서 바둑을 둘 때 냉기가 심했다. 늘 갖고 다니던 팔 토시가 그때는 없어서 에어컨의 찬 바람에 오래 노출되었다. 여기에 피로가 겹치니 몸살감기가 생긴 것이다. 스스로 돌아보는 자가 진단이다. 한 달 넘게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고생하는 분이 이웃에 있다. 나도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빨리 가라앉고 있다. 몸살이 시작되면 증세가 심해지다가 사나흘 뒤 정점을 찍고 서서히 사라진다. 내 경우는 통상 두 주 정도는 걸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작 단계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다..

길위의단상 2023.09.15

금주 1년

술을 끊은 지 꼭 1년이 되었다. 그동안 단 한 방울의 술도 마시지 않았으니 철저하게 지킨 셈이다. 50년이 넘는 주사(酒史)를 칼로 무 베듯 단절한 결행이었다. 가끔 폭주(暴酒)하는 게 문제였다. 젊었다면 영웅담이 될 수도 있겠으나, 늙어서 부리는 주취(酒醉)는 꼴불견이 아닐 수 없었다. 언젠가 녹음된 술 취한 내 목소리를 듣고 크게 쇼크를 받은 적이 있다. 광마(狂馬)를 본 것이다. 금주한 뒤 나타난 육체적 변화는 속/위장이 편해진 것이다. 젊었을 때부터 수시로 속이 부글거리고 소화가 안 되는 증상에 시달려 왔다. 주원인이 스트레스와 알코올이었다. 두 가지가 제거되니 제일 반기는 부위가 위장인 것 같다.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증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신경 쓰지 않게 침묵하는 위장은 나로서는 생..

길위의단상 2023.08.03

노화의 종말

"노화는 질병이다"라고 이 책의 지은이는 단언한다. 질병이므로 치료할 수 있다. 노화를 막을 수 있다면 죽음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가 더 이상 인간의 숙명이 될 수 없다. 이 책 은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이자 노화와 장수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D. A. Sinclair) 박사가 썼다. 지은이는 현재 과학자들이 찾아낸 노화 현상의 연구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지은이가 정의하는 노화란 세포의 상해와 손상에 대응하는 후성유전 신호 전달자들이 과로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생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태초의 생명체가 극한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장착한 '생존 회로'가 노화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생존 회로는 DNA가 끊겼음을 알아차렸을 때 세포 분열과 번식을..

읽고본느낌 2023.07.17

병원에 안 가려는 이유

일주일 전부터 오돌토돌한 붉은 반점이 팔에 돋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퍼지더니 사흘째에는 다리에도 나타났다. 원인은 모르지만 두드러기인 것 같다. 우선 보기에 엄청 징그럽다. 다행히 간지러움은 심하지 않다.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을 먹으면 금방 낫겠지만 그냥 견디기로 한다. 며칠 더 고생하고 병원 신세를 안 지는 쪽을 나는 선택한다. 한 달 전에는 앞니 하나에 이상이 생겼다. 건드리면 아파서 양치질도 피해서 했다. 음식 먹는데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치과에 가는 대신 기다려보기로 했다. 날이 지나니 통증이 가라앉고 많이 진정되었다. 지금도 정상이 아니지만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 아마 치과에 갔다면 깔끔하게 임플란트를 하자고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이빨로 가능하면 버틸 수 있는..

참살이의꿈 2023.07.04

괭이눈 핀 뒷산

뒷산에서 가장 일찍 피는 풀꽃은 괭이눈(흰털괭이눈)이다. 올해는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는 빠른 것 같다. 3월 중순인데 벌써 앙증맞은 노란 꽃이 피었다. 낮 기온은 15도까지 올라서 완연한 봄날씨다. 오전에 뒷산을 올라갔다 왔다. 봄기운이 산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파트 화단에는 이미 제비꽃, 꽃다지, 냉이꽃, 개불알풀꽃 등이 피어났다. 조금 더 있으면 봄맞이꽃도 보일 것이다. 내 곁에 성큼 다가온 봄에 어리둥절하다. 뒷산에는 생강나무가 많다. 진달래는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은 어치를 자주 만났다. 지저귀는 소리가 특이해서 귀여겨들었다. 건너편 산자락을 따라 서울-세종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자꾸 연기되더니 내년 중반이 되어야 개통할 수 있다고 한다. 길이 열리면 북쪽으로는 포..

사진속일상 2023.03.18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빛 공해를 다룬 책이다. 빛 공해란 인공적인 빛에 의해 밤이 밝아져서 생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다. 건물의 과도한 조명, 낮보다 더 환한 쇼윈도, 자동차 전조등, 마당과 골목 구석구석을 밝힌 전등으로 도시를 말할 나위도 없고 농촌에서도 어둠을 몰아냈다. 문명은 환한 밤을 만들었다. 환한 밤은 동식물의 생태 변화로 나타났다. 철새들은 본래의 경로에서 이탈했고, 곤충 수십억 마리는 가로등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식물들은 계절 감각을 잃어버렸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빛은 전통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찰과 계몽, 순수의 표상이다. 반면에 어둠은 공포, 범죄, 무지와 연결된다. 하지만 빛의 과잉은 여러 문제점을 낳는다. 이웃간의 분쟁의 소지도 된다. 내가 편리하기 위해 밝힌 빛이 다른..

읽고본느낌 2023.03.04

금주 100일

금주 100일이 되었다.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그 참담했던 감정이 100일을 버틴 힘이 되었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술을 끊은 뒤 생활에 큰 변화는 없다. 금단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알코올에 의존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리라. 다만 정신적으로 짜증과 우울이 늘었다. 전에는 술 몇 잔으로 기분을 업 시킬 수 있었으나 이젠 견뎌내야 한다. 금주는 확실히 정신 건강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다. 밖에 나가서 지인을 만나 술을 하고 돌아오는 밤은 포근하고 아름다웠다. 맨정신일 때는 투덜대고 원망하던 것들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마음도 넓어졌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술에 취하면, 이 세상은 여전히 여기 있지만 아주 잠시 동안은 세상이 당신의 멱..

길위의단상 2022.11.14

까불지 마라

그저께 아침에 일어나는데 휘청했다. 천정과 창문이 빙빙 돌면서 놀이기구에 탄 것 같이 어지러웠다. 다시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한참 있으니 진정되었다. 어지럼증이 처음 나타난 건 8년 전이었다. 에버랜드에서 롤러코스터 등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며 젊은이 흉내를 내다가 식겁했다. 기구에서 내렸는데도 세상이 핑핑 돌며 멀미가 났다. 겨우 집에까지 운전을 하긴 했으나 몇 주 동안 어지럼이 사라지지 않아 혼이 났다. 그 뒤로도 일 년에 두세 차례는 어지럼증이 나타나 몇 주씩 괴롭히다가는 사라지는 게 반복되었다. 병원에 가서 뇌 CT를 찍었으나 이상은 없었다. 결국 이석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다행히 주기적으로는 나타나던 어지럼증은 3년 전쯤부터 소식이 끊겼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찾아온 것이었다. 비슷한..

참살이의꿈 2022.05.18

대상포진 경과

여섯째 날 일어나니 얼굴이 퉁퉁 부어 있다. 특히 눈두덩과 입술 부분이 심하다. 물집은 계속 생겼다 터졌다를 반복한다. 다행히 통증은 약해서 견딜만하다. 진료는 내일이지만 주사라도 미리 맞으려고 병원을 찾았다가 휴원일이라 헛걸음하다. 대상포진 이놈 만만찮다. 일곱째 날 어제저녁 8시에 침대에 들어가서 오늘 아침 8시에 일어났으니 무려 12시간을 잔 셈이다. 얼굴 부기는 여전하고 두통이 다시 나타난다. 두통은 어젯밤에 너무 길게 누워 있던 탓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 병원 진료받다. 얼굴과 엉덩이에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오다. 의사는 대상포진 증세가 이제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한다. 여덟째 날 대상포진에 걸린 이후로 식욕이 엄청 왕성하다. 평상시의 너댓 배는 먹는 것 같다. 아내는 먹을거리를 계속 사 온다..

길위의단상 2021.04.28

내맘대로 건강법

나이가 나이인지라 친구들 단톡방에는 건강 관련 글이 자주 올라온다.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듣는 건강 상식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건강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데다 그 말이 그 말이어서 대부분 보지도 않고 삭제한다. 며칠 전에 한 친구가 허정 박사의 건강 비법이라면서 글을 하나 올렸다. 첫머리의 '자기 몸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기분 좋게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건강의 비법'이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인 건강 상식은 무시하고 생긴 대로 살자는 것이다. 아무거나 잘 먹고, 잘 자고, 내 맘이 내키는 대로 살면 된다는 얘기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 너에게 맞는 식사법이 나에게 맞는 식사법과는 다르다. 획일적인 건강 상식은 없다. 박사의 건강법이 평소의 내 생각과 비슷해서 여기에 옮기며 내 생각을 첨부..

참살이의꿈 2021.03.24

근육 기르는 재미

올해는 산행이나 걷기에서는 낙제점이다. 다른 해에 비하면 활동량이 반 토막이 났다. 대신 헬스장에서 재미를 발견했다. 운동 영역이 야외에서 실내로 바뀌었다고 하겠다. 헬스장 안에 '인바디(InBody)'라는 체성분분석기가 있다. 원리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몸의 체성분, 골격근과 지방, 비만 등을 진단한다. 우연히 그 위에 올라섰는데 골격근과 체지방량이 표준 범위 밖으로 나왔다. 골격근은 뼈에 붙은 근육으로 신체 활동이나 운동과 관계있다. 25kg 이상이 표준인데, 나는 21kg으로 미달이었다. 근육 운동을 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체지방도 표준을 한참 벗어났다. 그래서 목표가 생겼다. 늙을수록 근육이 중요하다는 데 최소한 표준값의 하한치에는 걸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근육 운동을 ..

길위의단상 2019.12.28

헬스에 재미를 붙이다

단지 안에 헬스장이 있다. 입주 초기에는 무료였는데 지금은 출입할 때마다 500원씩 받는다. 사설 헬스장에 비하면 공짜나 마찬가지다. 입주민을 위한 복지 시설 중 하나다. 좋은 시설이 옆에 있지만 작년까지는 헬스장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바깥에서 자연과 벗하며 운동하며 되지, 기계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가까이서 걷기가 필요하면 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 돌면 충분했다. 굳이 러닝머신을 탈 필요가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단련한 근육을 유지하자면 계속 헬스장을 다녀야 한다. 무엇에 매이는 의무감보다는 차라리 근육이 없는 편을 나는 택했다. 요사이는 헬스장에서 진화하여 피트니스 센터라 부른다. 보기 좋은 몸을 만들려고 하면 전문 트레이너의 코치를 받아야 한다. 번거로..

길위의단상 2019.08.14

두 발이 보약

사진은 두 발로 찍는다는 말이 있다. 많이 움직여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 부지런한 사람에게 멋진 장면을 찍을 기회가 자주 찾아오는 법이다. 당연한 말이다. 글도 두 발로 쓴다고 한다. 현장을 찾아가는 직접 경험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걸을 때 헝클어진 생각의 실마리가 풀리기 때문이다. 글이 안 써져 답답할 때 산책을 나가면 저절로 머리가 정리되고 환해진다. 뇌세포가 발바닥에도 있는 것 같다. 허리가 삐끗해서 열흘 넘게 고생을 하고 있다. 안 가던 찜질방에 가서 소금 찜질을 하고 물 샤워도 받아보고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움직이는 것보다는 누워 있는 게 제일 편하다. 그러니 집에서는 주로 침대에서 지낸다. 회복 속도가 아주 느리다. 어제는 안 되겠다 싶어 집 옆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나갔다. 옆구..

길위의단상 2017.08.01

건강에 관한 어떤 생각

이웃 블로그에서 본 글이다. 일본 의사가 쓴 것 같은데 병과 건강에 관한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내용이다. 일부 지나치다 싶은 견해도 있지만 대체로 공감이 간다. 약과 의사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충고다. 특히 암에 대해서는 현대의 치료법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다. 자연 치유라고 할까, 내버려두면 낫는다는 생각에 전체적으로 깔려 있다.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1. 환자는 병원의 돈줄이다. 의료도 비지니스이며, 그것이 의사의 생계 수단임을 알아야 한다. 2.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일수록 빨리 죽는다. 40여 년간 의사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환자를 지켜본 결과, 장기를 절제해도 암은 낫지 않고 항암제는 고통을 줄 뿐이다. 3. 노화 현상을 질병으로 봐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면 혈관은 탄력이 떨어지고 딱딱해지..

길위의단상 2017.07.21

부러워라

12박 13일 동안 패키지로 유럽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있다. 너무나 원기왕성한 친구다. 이 친구는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집에 짐을 풀자마자 차로 한 시간 거리인 텃밭으로 달려가 땅을 고르고 채소를 심었다. 다음날은 시제를 지내러 KTX를 타고 목포로 내려갔다. 올라와서는 꽃 보러 산에 같이 가자고 한다. 먼 나라 여행을 다녀왔으면 피곤해서 며칠 쉬어야 정상이 아닌가.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다. 천생이 약골인 나는 이런 체력을 보면 너무 부럽다. 해외에 나갔다 오면 두 주일 정도는 헤매는 게 보통이다. 시차 부조화로 잠자는 시간이 흐트러지니 밤낮없이 약 먹은 병아리처럼 비실거린다. 도시 외출할 기운이 생기지 않는다. 이번에 뉴질랜드에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회복되는 듯하여 바깥 걸음을 했다..

길위의단상 2017.04.12

까불지 마

허리가 삐끗해서 열흘째 바깥나들이를 못 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겪는 연례행사다.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로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불시에 찾아온다. 이젠 내 나름대로 통증에 대처하는 방법도 가지고 있다. 이놈이 오면 모든 게 올스톱이다. 다리 근육이 땅기고 허리에 힘을 못 쓰니 정상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심하면 세수하기도 어렵고 똥 눌 때 힘을 주지도 못한다. 그래도 디스크로 고생했을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며칠간 결근을 했지만 백수인 지금은 걱정할 게 없다. 그저 누워 있으면 된다. 전에는 병원도 다니고 침도 맞고 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는 걸 터득했다. 낫는 데 걸리는 기간은 대동소이하다. 좀 짜증 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떠나간다. 정상으로 돌..

길위의단상 2016.07.24

대신 뒷산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처음이다. 트레커에서 충주에 있는 계명산 등산을 하기로 했는데 눈을 떠보니 벌써 만나는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알람을 해 놓지 않은 불찰이었다. 대신 혼자 뒷산에 올랐다. 요사이는 몸이 좋지 않다. 몇 주째 계속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다. 어렸을 때 연탄가스에 중독되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히말라야에 갔을 때 경험했던 고산증세와도 비슷하다. 산길을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그나마 기분은 좀 나아진다. 밀폐된 집안에서만 생활해서 생긴 산소 부족증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행이겠다. 무조건 밖에 나가 매일 두세 시간 정도는 산책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일주일 정도 실천해 보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올해는 유난히 몸이 말썽을 부린..

사진속일상 2015.12.19

노화 현상입니다

몇 달 전에 머리에 작은 혹이 생기더니 점점 커져갔다. 영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대로 자란다면 내년쯤에는 도깨비 머리에 달린 뿔처럼 될지 몰랐다. 망설이다가 피부과에 찾아갔다. 피부암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레이저로 지지면 된다고 했다. 살 타는 냄새를 맡으며 누워 있었다. 왜 이런 게 생기느냐고 물었더니 의사 대답은 간단했다. "노화 현상입니다." 초여름에는 눈에 멍울이 맺힌 걸 발견했다. 흰자위에 물방울처럼 생긴 게 볼록하게 솟아 있었다. 색깔이 없으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혹시 시력을 잃지 않는가 싶어 바로 다음 날 안과에 갔다. 불안한 내 마음과 달리 의사는 태평하게 말했다. "노화 현상입니다." 보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그..

길위의단상 2015.11.23

제 분수도 모르고

작년에 아내와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 이 나이에 놀이공원에 가는 게 마뜩잖았지만 오랜만에 신나는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움직였다. 롤러코스터를 비롯해서 마구 흔들어주는 기구가 너무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성장한 뒤로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지금도 기회만 되면 번지점프를 해보고 싶은데 그림으로나 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다. 반대로 아내는 탈 것에는 질색이다. 예전에도 자유입장권을 끊으면 아내가 손해 본 걸 만회하려는 듯 나 혼자서 몇 번씩이나 타곤 했다. 에버랜드에 간 날은 소원대로 젊은이들 틈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것도 맨 앞자리에 앉았다. 안내원이 괜찮겠느냐고 묻길래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롤러코스터의 단점은 단 하나, 너무 짧다는 것이다. 그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허락만 한..

길위의단상 2015.11.02

삼관

노년 행복의 조건이 '삼관'이라고 한다. 삼관은 관절, 관계, 관심거리다. 즉, 튼튼한 관절, 원활한 대인관계, 즐거운 관심거리가 있어야 노년의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관절이 튼튼하다는 건 본인이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는 걸 뜻하니 넓게 말하면 건강하다는 뜻이다. 관절에 이상이 없어도 병석에 누워 있다면 아무 소용 없다. 어느 경우든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즐거움의 반은 포기한 셈이다. 나는 특히 걷기와 산을 좋아하니 행복의 조건으로 관절을 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가고 싶은 산을 다리 때문에 못 간다고 생각하면 더없이 불행해질 것 같다. 그래서 미래를 위하여 산길을 걸을 때는 조심한다. 특히 내려갈 때는 발을 세게 디디지 않도록 한다. 스틱이 없더라도 주의만 한다면 크게 문제..

참살이의꿈 2015.08.29

관절은 누구 편일까

관절을 무척 조심하는 친구가 있다. 무릎 연골이 닳는다고 산에도 잘 가려 하지 않는다. 건강은 미리 대비해 두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등산을 즐기는 친구는 많이 사용해야 관절이 튼튼해진다고 열심히 걷는다. 하루 예닐곱 시간의 산행은 보통이다. 누구 말이 맞을까? 무릎을 조심하는 친구는 사용하면 닳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가능하면 아껴서 오래 쓰자는 주의다.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평생을 농사일로 무릎을 혹사한 어머니는 여든 중반이 되어도 넉넉히 밭일을 할 정도로 성성하다. 반면에 도시 생활을 한 장모는 무릎 수술을 여러 차례 받고 지팡이가 아니면 걷지를 못한다. 무릎을 사용한 밀도로 치면 어머니가 장모보다 수십 배는 될 것이다. 오히려 장모는 운동 부족..

길위의단상 2015.07.12

헬스장에 가다

올겨울은 눈이 잦다. 날씨도 추워 바깥 출입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히 몸이 굼뜨게 된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외면하던 헬스장을 찾아갔다. 단지 안에 무료 헬스장이 있는데 이때껏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기계의 도움을 빌어 운동한다는 것, 특히 머신 위에서 걷기를 해야 한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다. 학교 운동장에 나가 흙을 밟으며 걸으면 되지, 지하 실내에서 기계 소음에 둘러싸여 헉헉거리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요사이 내 몸 상태는 하한가다. 체중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잠은 줄여야 하고 몸은 더 움직여야 하는 게 급선무다. 눈과 추위로 길 걷기는 마땅치 않다. 어쩔 수 없이 아내 뒤를 따라 헬스장에 갔다. 처음으로 러닝머신과 자전거를 타 보았다. 선입견에 비해서는 괜찮았다. 며칠째 매일 나가고 ..

사진속일상 2014.12.24

아내의 다짐

아내는 몸이 많이 부실하다. 5년 전의 큰 수술 후 더 나빠졌다.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여진이 끝나지 않았다. 어제는 구토가 나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종일 누워있어야 했다. 뇌에 이상이 온 건 아닌지 병원 진료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선지 아내는 요사이 부쩍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 요가를 하고, 장신대에서 하는 자연치유 강좌에도 나간다. 거기서 권해 준 방법을 집에서도 열심히 실천한다. 애쓰는 게 보이지만 나아지는 속도는 거북이보다 느리다. 노란 스티커에 써 놓은 아내의 메모를 보았다. 혼자의 시간 - 산 복식호흡과 여유 의식적으로 웃기 밤에는 다른 일 하지 않고 잠자기 위한 준비 아파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볼 때면 무력감을 느낀다. 고통은 온전히 아픈 사람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 옆에 ..

길위의단상 2013.07.23

소식소동(小食小動)

겨울이 되니 몸을 덜 움직이게 된다. 추운 날씨가 바깥 걸음을 망설이게 한다. 걷는 시간이 다른 계절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겨울은 활동보다는 휴식의 계절이다. 동물도 먹이를 구하는 때 외에는 활동을 자제하고 아예 겨울잠을 자기도 한다. 나무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인간도 겨울에는 적게 활동하는 게 자연의 순리에 맞는 일이다.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산 옛날 농부들은 겨울 한 철을 농한기라고 하여 쉬었다. 그런데 적게 움직여도 먹는 양은 그대로니 살이 찌는 게 문제다. 아침 공복 상태에서도 체중계에 올라가면 지금은 65kg을 훌쩍 넘는다.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전에는 항상 62kg 사이를 오르내렸다. 그때가 몸 상태가 제일 좋다. 몸무게를 줄이자면 음식을 절제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집에서 노니 ..

길위의단상 2012.01.06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네팔의 주식인 ‘달밧’은 접시에 밥과 반찬이 함께 나오는데 네팔 사람들은 오른손으로 밥과 반찬을 섞어서 먹는다. 그런데 한국인의 입맛과는 잘 맞지 않아 달밧을 먹기가 쉽지 않다. 쌀알은 훅 불면 날아갈 듯 퍼석퍼석하고 반찬도 특이한 향기 때문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히말라야에서 두 주일 가까이 생활한 우리 일행 중 누구도 달밧을 먹지 못했다. 다만 한 사람 예외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나였다. 처음에 달밧 한 그릇을 말끔히 비웠더니 모두들 신기한 듯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뒤에도 가끔 달밧을 시켜 먹었는데 맛보다는 양이 너무 많아 남길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히말라야 체질이라며 그냥 눌러 살라고 놀리기도 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은 내 몸이 자랑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이다. 나는 아무 음식이나 ..

길위의단상 2009.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