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22

동네 매화

우리 동네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남녘 매화 축제는 보름 전에 열렸지만, 여기는 이제 꽃봉오리가 벌어지고 있다. 이곳까지 찾아와 준 봄이 기특하고 고맙다. 동네에서 만나는 매화는 아파트 단지 안에 조경수로 심은 것이다. 백매가 제일 많고 홍매와 청매가 한 그루씩 있다. 그중에서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홍매다. 수줍은 듯 발갛게 물든 색깔이 곱다. 올해 각 지자체에서 벚꽃 축제를 잡았지만 꽃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요사이 흐리고 비 오는 날이 계속되어 벚꽃 개화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벚꽃 축제를 일주일 연기하면서 이런 사죄 문구를 올렸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제 열흘 뒤면 총선이다. 집권당의 답답함도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싶다. "죽을죄를 졌습..

꽃들의향기 2024.03.29

봉은사 홍매

봉은사 홍매는 서울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피었다. 지금이 만개 상태인데 색깔은 예상보다 선명하지 못했다. 지난 1월의 강추위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봉은사에는 꽃 구경하며 산책하며 두 시간 정도 머물렀다. 홍매 외에도 백매, 산수유도 활짝 폈고 제비꽃도 눈에 띄었다. 봄한테서 기습 공격을 받은 느낌이었다. 참새들이 홍매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놀고 있었고, 옆의 나무 높은 곳에서는 흰꼬리수리(?)가 먹잇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을 다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시골 학교 운동회의 만국기를 보는 것처럼 설레었다. 사월 초파일 부근에 다시 한번 찾아와봐야겠다. 20여 년 전 봉은사 옆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했을 때는 점심을 먹고 나면 봉은사 숲길..

꽃들의향기 2023.03.14

통도사 자장매

경남 양산 통도사(通度寺)에 있는 홍매다. 1600년대에 통도사의 스님들이 사찰을 창건한 자장율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심었다고 해서 자장매(慈藏梅)라고도 불리운다. 그렇다면 300년이 넘은 매화나무다. 지난 22일에 찾아보았는데 막 만개한 상태였다. 그런데 붉은 색깔이 바랜 듯 선명하지 못해 살짝 아쉬웠다. 부근에 있는 다른 홍매와 차이가 두드러졌다. 어쨌든 딱 알맞은 때에 통도사 자장매를 만나게 되어 기뻤다. 다른 일정에 쫓겨 통도사 홍매만 만나고 돌아선 날이었다.

꽃들의향기 2023.02.24

강릉 대도호부관아 매화

대관령으로 눈을 보러 가다가 강릉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1월 중순에 강릉에서 매화를 볼 수 있다니, 눈이 번쩍 뜨이는 얘기였다. 강릉 시내에 있는 대도호부관아에 들어서니 멀리서도 하얗게 핀 매화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담장을 따라 심어진 매화나무 대여섯 그루에서 매화가 활짝 피었다. 가슴 설레면서 매화나무 아래를 거닐었다. 강릉 대도호부(大都護府)관아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중앙의 관리들이 강릉에 내려올 때 머물던 건물이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 태조 19년(936)에 만들어졌다. 객사문은 고려시대 건축물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있다는데 매화에 홀리는 바람에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외 여러 건물들이 잘 복원되어 있었다.

꽃들의향기 2023.01.19

시드는 창덕궁 홍매

아직까지 창덕궁 홍매가 절정인 때는 보지 못했다. 늘 조금씩 시기가 틀어졌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은 홍매(紅梅)인데 지금은 때가 지나 탁해진 살구색이다. 밑에 있는 화사한 연분홍 진달래 색깔에 치인다. 그래도 나름의 기품이 있다. 꼭 절정만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빠르면 빠른대로, 늦으면 늦은대로 그 시기의 매력이 있는 법이다. 사람 또한 다르지 않으리라. 창덕궁 삼삼와(三三窩) 앞에 있는 이 매화는 겹꽃이다. 그래서 별칭이 만첩홍매(萬疊紅梅)다. 내년이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너의 가장 화려한 반짝임을 볼 수 있는 때가.

꽃들의향기 2022.04.08

히어리

흥미로운 이름을 가진 꽃이다. 순수한 우리말이라는데 무슨 뜻인지는 검색해 봤지만 분명하지 않다. 귀한 꽃이었지만 요사이는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선지 이른 봄이면 흔하게 볼 수 있다. 더 일찍 피는 납매와 많이 닮았다. 해여림 빌리지에서 봤다. 올괴불나무꽃.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수변공원에는 산수유가 한창이었다. 매화는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꽃들의향기 2022.03.29

화엄사 홍매

어머니와 고흥에서 올라오는 길에 화엄사에 들렀다. 홍매를 보기 위해서였다. 재작년 봄에 직장 동료들과 가서 처음 만난 화엄사 홍매가 워낙 인상에 남았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주가 화엄사 홍매의 절정기다. 화엄사 홍매는 나무의 자태와 함께 꽃 색깔이 유난히 붉고 진하다. 오죽하면 흑매(黑梅)라는 별칭이 있을까. 누구나 이 나무 앞에서 한두 번의 감탄사로는 부족하리라.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셔서 나는 30분 정도의 여유밖에 없었다.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사진 찍느라 분주하기만 했다. 반면에 느릿느릿 걸으시며 지긋이 눈으로 바라보시는 분이 계셨다. 그 모습이 꽃만큼 아름다웠다. 사진을 왜 찍는가, 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어딜 가면 카메라부터 챙기는 걸 보니 나도 어지간히 중독된 모양이다.

꽃들의향기 2021.03.19

우리 동네에도 찾아온 봄

멀리서 전해오는 꽃소식만 들었는데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봄이 찾아왔다. 여기는 서울보다 위도가 낮지만 기온은 이삼 도 정도 낮은 지역이다. 봄이 늦게 찾아온다. 며칠 만에 밖에 나섰더니 집 주변은 꽃들로 환하다. 언제 이렇게 폭발하듯 나타났는지 신기하다. 봄까치꽃, 제비꽃, 산수유, 매화, 민들레를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만났다. 봄까치꽃의 원래 이름은 개불알풀이다. 이름이 민망하다고 봄까치꽃으로 부른다. 전해지는 이름에는 나름의 이유와 정서가 녹아 있는데 쉽게 바꾸는 데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불알풀은 일본명을 직역한 것이라 변경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시냇가에 앉아서 다리도 쉬고 ..

꽃들의향기 2021.03.14

무이산에서 / 사방득

집으로 돌아갈 꿈 10년 동안 안 꾼 채로 푸른 산에 홀로 서서 물가를 바라보네 산 비 뚝, 그치고 나니 온 천지가 적막한데 몇 생애를 더 살아야 매화가 될까 몰라 十年無夢得還家 獨立靑峰野水涯 天地寂寥山雨歇 幾生修得到梅花 - 무이산에서(武夷山中) / 사방득(謝枋得) 사방득(謝枋得, 1226~1289)은 남송 시대의 문인으로 원나라가 침략하여 나라가 망하자 무이산으로 들어가 협력을 거부하고 저항한 인물이다. 내용으로 볼 때 10년 동안 무이산에 숨어 사는 기간 중에 쓴 시로 보인다. 지조를 지키며 살려고 한 사방득의 결기와 고독이 동시에 느껴진다. 결국 사방득은 스스로 곡기를 끊으면서 목숨을 버렸다고 한다. "몇 생애를 더 살아야 매화가 될까 몰라[幾生修得到梅花]." 이런 시를 읽으면 사는 게 무엇인지 아..

시읽는기쁨 2021.01.19

집에서 보는 매화

밖에 나갔다 온 아내가 작은 매화나무 가지를 하나 꺾어왔다. 매화 보러 멀리 못 나가는데 집에서라도 꽃을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수병에 꽂아두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했다. 코를 갖다대니 향기도 제법이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풍경이다. 전국의 꽃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현지에서는 제발 방문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그래도 찾아가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진해 벚꽃 구경을 아직 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다고 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는 조용할 것 같은 이번 기회에 진해에 한 번 가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진해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시절에 찾아오는 외지인이 반가울 리 없다. 역지사지로 헤아려 보면 누구나 알 ..

꽃들의향기 2020.03.22

분매(盆梅) / 임영

백옥당 안에서 어느 날 문득 피어난 매화여! 벗님과의 술자리에서 고결한 미소를 짓누나 온 천지에 눈 내리고 찬 바람 휘몰아치는데 그대, 짙은 향기를 풍기며 어디메서 왔는가? 白玉堂中樹 開花近客杯 滿天風雪裏 何處得夫來 - 분매(盆梅) / 임영(林泳) 올해는 남도 지방에서 몇 그루의 고매(故梅)를 만났다. 매화는 선비가 지켜야 할 정신을 상징하는 꽃이었음을 이번 길에서 확인했다.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는 말이 나타내듯, 어떤 가난과 고난에도 선비는 지조를 꺾을 수 없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꽃을 피워내는 매화를 보며, 옛 선비들은 위안을 받고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한 다짐을 했을 것이다. 임영(林泳, 1649~1696)은 조선조의 문신이다. 경전과 역사서에 정통하였고, 제자백가..

시읽는기쁨 2019.03.27

화엄사 흑매와 야매

홍매화 종류지만 너무 붉은색이 진하니 흑매(黑梅)라고 부른다. 전남 구례 화엄사에 있는 매화나무다. 수령은 3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봄이 되면 이 매화의 색깔 때문에 화엄사 스님들 마음에 파문이 일 것 같다. 그러다가 파문 당하는 일은 없겠지, 설마. 나무의 맵시 또한 고혹스럽다. 화려하면서도 곱게 성장(盛裝)한 여인네의 단심(丹心)이 이러하리라. 이번 탐매 여행에서 유일하게 꽃 때를 맞춘 매화나무다. 그런데 매화나무 옆 건물을 보수공사하느라 사진을 제대로 담을 수 없어 아쉬웠다. 내년에 다시 한 번 들러야겠다. 흑매의 개화 시기는 3월 20일 경이다. 화엄사 뒤편에 길상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여기까지 올라오지 않는다. 길상암 앞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가 있다. 야매(野梅..

천년의나무 2019.03.24

백양사 고불매

우리나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가 네 그루 있다. 그중 하나가 이 백양사 고불매(古佛梅)다. 백양사에서는 1700년경부터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고 한다. 그때 심은 매화나무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매화나무다. 분홍색 꽃이 피는 홍매로, 수령은 350년가량 되었다. 장성 백양사는 고불총림(古佛叢林)이라 불린다. 총림(叢林)은 선원, 강원, 율원 등을 갖춘 사찰로,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를 5대 총림이라 한다. 1947년에 백양사에서는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을 따르자는 뜻으로 고불총림을 결성했다. 그래서 이 매화를 고불매라 부른다. 고불매는 대웅전을 바라볼 때 뜰 왼편 통로에 있다. 줄기에서 가지가 셋으로 갈라졌는데, 전체적인 모양새가 단아하고 품위 있다. 우리가 찾아갔..

천년의나무 2019.03.23

남사마을의 오래된 나무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 있는 남사마을은 고가가 잘 보존되어 있는 전통 마을이다. 옛 담이 아름다워 '예담촌'이라고도 한다. 마을을 둘러볼 때 전통 가옥과 함께 오래된 나무를 만나보는 즐거움이 크다. 제일 유명한 나무는 '원당매'지만, 다른 오래된 나무도 여러 그루 있다. 1. 남호정사 매화나무(이씨매) 백매(白梅)로 희고 맑은 꽃이 핀다. 은은한 향기와 품격 있는 모습으로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며 사랑을 받는 매화나무다. 수령은 150년 되었다. 2. 하씨고가 감나무 고려말 원정공 하즙(河楫)의 손자 하연이 어릴 때 심은 나무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수령이 600년이 넘는다. 안내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라 적혀 있다. 얼마나 믿어야 할지는 의문이다. 3. 선명당 매화나무(정씨매) 남사마을에서 가..

천년의나무 2019.03.22

수양매화

제주도 '노리매'에는 수양매화가 많이 심어져 있다. 수양벚꽃은 자주 봤지만 수양매화가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가지에 매화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수양버들과 매화가 만난 교배종이리라. 매화에 대한 고전적 이미지가 강한 탓일까, 수양매화 스타일은 어색하다. 코디가 안 된 옷을 입은 느낌이다. 수양벚꽃은 잘 어울린다 여겼는데, 수양매화는 그렇지 못하다. 매화는 굳고 꺾인 매화나무 가지에 피어야 제 맛이 난다. 어쨌든 흥미로운 매화의 한 종류다.

꽃들의향기 2019.03.08

올해 첫 매화

천리포수목원에서 올해 첫 매화를 보았다. 굉장히 일찍 피는 품종인 것 같다. 가지가 꽈배기처럼 꼬불꼬불 비틀어진 모양이 특이하다. 꽃봉오리가 많은 걸 보니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듯하다. 실은 납매를 보러 천리포수목원에 찾아갔다. 4년 전 기억을 더듬어서다. 바람도 쐴 겸 아내도 동행했다. 납매는 매화 느낌이 나지 않지만 향기는 닮았다. 나무 가까이 서 있으면 매화 향기가 진동한다. 2월 하순에는 남쪽 지방으로 매화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통도사 홍매, 화엄사 흑매, 산청 삼매 등 찾아볼 매화가 여럿 있다. 중요한 건 때를 맞추는 일인데 얼마나 개화 시기와 맞을 지는 모르겠다.

꽃들의향기 2019.01.29

납매

한겨울에 피는 꽃, 납매(臘梅)다. 중국 원산으로 '당매(唐梅)'라고도 불리고, 추위를 뚫고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에 비유하여 '한객(寒客)'이라 불리기도 한다. '납매'란 음력 섣달에 꽃을 피운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풀이하면 '섣달 매화'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화 종류는 아니고 녹나뭇과에 속한 활엽 교목이다. 천리포수목원에서 이 납매를 만났다. 납매는 안쪽에 붉은 무늬를 가진 연노란 꽃잎이 앙증맞게 귀엽다. 납매의 특징은 진한 향기다. 향기에 끌려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 납매가 있었다. 벌 나비가 없는 겨울에 무엇으로 수분을 하는가 싶었더니 자세히 보니 꽃 사이를 기어다니는 곤충이 있었다. 귀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납매는 이렇게 진한 향기를 내뿜는가 보다. 향기란 "나 여기 있어!"라는 꽃의 외침에 다..

꽃들의향기 2015.01.28

서대문독립공원 홍매

산청의 정당매(政堂梅)가 고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고매화(古梅花)를 감상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 서대문독립공원을 산책하다가 홍매를 만났다. 탐매 행렬에 끼여 남녘까지 달려가진 못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매화도 색달랐다. 어쩜 색이 이리 고울 수 있을까. 매화는 가까이서보다는 약간 떨어져서 볼 때 더 운치 있다. 눈이라도 살포시 덮인다면 금상첨화이리라.

꽃들의향기 2014.03.24

만첩홍매화

홍매화 중에서도 꽃잎이 겹으로 피어나는 만첩홍매화는 눈부시게 화려하다. 너무나 밝고 붉어서 가까이 가면 불에 데이는듯 뜨거운 열기에 휩싸일 것만 같다. 그래서 고전적인 매화의 이미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은은하고 담백한 맛과는거리가 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화려하고 원색적인 꽃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꽃은 가까이서보다는 멀리서 볼 때면 그런 대로 괜찮다. 그러고보니 매화라고 불리는 꽃에도 종류가 많다. 색깔에 따라 이름이 붙었는데, 흰매화, 청매화, 황매화, 홍매화에 겹꽃들까지 보태진다. 어느 색깔이든 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다만 꽃을 바라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오의 감정이 다를 뿐이다. 꽃은 사람을 의식해서 자신을 이쁘게 단장하는 것이 아니다.

꽃들의향기 2008.04.26

매화

우리 조상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은 꽃은 매화일 것이다. 특히 선비들이 매화를 숭상하고 귀하게 여겼다. 다른 꽃들이 피기 전에 맨 먼저 피어나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매화는 선비정신의 표상이 되어 정원에 심어 완상하였으며 시나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였다. 매화는 난(蘭), 국(菊), 죽(竹)과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로, 연꽃을 보태 오우(五友)로 불리기도 한다. 매화의 원산지는 중국 사천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고구려 대무신왕 24년(41년) 8월에 ‘매화꽃이 피었다’는 기록이라고 한다. 일본에는 백제 사람 왕인(王仁)이 매화를 약용으로 일본에 가져갔다는 설이 있다. 매화나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동지 전에 피는..

꽃들의향기 2007.03.30

매화 / 한광구

창가에 놓아둔 분재에서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 뭐라고 하시는지 다만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여네 이쪽 길인가요? 아직 추운 하늘 문을 열면 햇살이 찬바람에 떨며 앞서가고 어디쯤에 당신은 중얼거리시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 하나가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이쪽 길이 맞나요? - 매화 / 한광구 사람이 아름다운 건 생김새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서 풍겨져 나오는 향기 때문이다. 꽃이 아름다운 건 눈길을 끄는 색깔 때문이 아니라, 그 꽃을 통해 하늘의 말씀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한겨울을 견뎌낸 마른 나무가지에서 매화꽃 한 송이 피어날 때 그건 하늘이 들려주는 말씀이다. 그 들리지 않는 소리를 보러 사람들은 꽃나무 아래로 찾아간다. 일상의 때 묻은 마음을 씻어줄 큰 한 말씀 들..

시읽는기쁨 200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