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무이산에서 / 사방득

샌. 2021. 1. 19. 10:53

집으로 돌아갈 꿈 10년 동안 안 꾼 채로

푸른 산에 홀로 서서 물가를 바라보네

산 비 뚝, 그치고 나니 온 천지가 적막한데

몇 생애를 더 살아야 매화가 될까 몰라

 

十年無夢得還家

獨立靑峰野水涯

天地寂寥山雨歇

幾生修得到梅花

 

- 무이산에서(武夷山中) / 사방득(謝枋得)

 

 

사방득(謝枋得, 1226~1289)은 남송 시대의 문인으로 원나라가 침략하여 나라가 망하자 무이산으로 들어가 협력을 거부하고 저항한 인물이다. 내용으로 볼 때 10년 동안 무이산에 숨어 사는 기간 중에 쓴 시로 보인다. 지조를 지키며 살려고 한 사방득의 결기와 고독이 동시에 느껴진다. 결국 사방득은 스스로 곡기를 끊으면서 목숨을 버렸다고 한다.

 

"몇 생애를 더 살아야 매화가 될까 몰라[幾生修得到梅花]." 이런 시를 읽으면 사는 게 무엇인지 아득해진다. 곧 남도에서 매화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그저 눈으로 보는 꽃구경이 아니라 이 시의 한 구절이나마 음송하면서 매화를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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