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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 소나무

제천에 있는 의림지(義林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용 저수지다.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니까 거의 2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충청도를 호서(湖西), 전라도를 호남(湖南)이라고 부르는데, 그 호수가 바로 의림지를 가리킨다는 설마저 있을 정도다. 저수지 둘레는 1.8km인데 제방 위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원래는 버드나무도 많았다는데 지금은 몇 그루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종인 적송이고 수령은 대략 100년에서 300년 사이로 보인다. 주로 남쪽 제방을 따라 서거나 눕거나 하며 다양한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의림지 제방을 따라 걸으며 소나무의 사열을 받는 것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천년의나무 2024.03.14

경포호 솔숲

강릉,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소나무와 동해 바다다. 강릉에서는 어디를 가나 쭉쭉 뻗은 소나무를 볼 수 있다. 강릉시에서도 '솔향 강릉'이라는 네이밍으로 강릉을 알리고 있다. 강릉에 갈 때면 자주 들리는 곳이 경포호 솔숲이다. 경포호와 허난설헌 생가 사이에 잘 생긴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곳이다. 솔향을 맡으며 미인송 사이를 산책하면 기분이 상큼해진다. 강릉의 소나무는 고려 시대 때부터 심기 시작했다는데 나무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이런 멋진 품종의 소나무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산불이 소나무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 되었다. 올해도 경포해변의 소나무를 비롯해 인근 산의 소나무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과거 기후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텐데 이만한 숲이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이 고..

천년의나무 2023.06.15

숲의 즐거움

우석영 선생의 숲에 관한 철학 산문집이다. 숲을 산책하며 느끼고 사유한 사색의 단상들이 묵직한 무게로 담겨 있다. 숲은 '수풀'이라는 단어에서 왔는데, 수풀은 '수(樹)'와 '풀'의 합성어다. 숲은 나무와 풀만 아니라 온갖 생물이 살아가는 다(多)세계의 총합이다. 또한 숲은 여러 삶의 주체들이 각자의 삶을 공생의 문법 속에서 살아가는 모두의 집이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인간 태초의 고향인지 모른다. 우리는 숲을 거닐며 마음의 고요를 회복하고 우주와 하나가 된다. 은 숲 산책의 행복을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몇 새로운 단어를 발견해서 기뻤다. 그중 하나가 '유산(遊山)'이다. 옛 사람들은 마음 내키는 대로 산의 숲길을 거니는 일을 유산이라고 불렀다. 거니는 전통이 소멸되면서 지금은 유산 ..

읽고본느낌 2022.05.12

수원 노송지대 맥문동

수원시 장안구에 노송지대가 있다. 정조가 현륭원의 식목관에게 1천 냥을 하사하여 소나무 500주와 능수버들 40주를 심게 한 곳이다. 그때 심은 소나무들 중 일부가 남아 있다. 정조는 사도세자 능을 참배하러 갈 때 이 길을 지나갔을지 모른다. 여름이 되면 노송지대에 맥문동이 활짝 핀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경이 멋지다. 수원시가 노송지대 복원 사업을 벌이고 맥문동을 심은 결과 아름다운 장소로 변신했다. 노송지대 총 길이가 5km라는데, 전체가 복원될 날을 기다려 본다.

꽃들의향기 2020.08.20

백양사 비자나무 숲

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되어 있는 비자나무 숲이다. 전남 장성군 북하면에 있는 백양사 주변 산에 7천 그루 정도가 자생하고 있다. 이 숲은 고려시대 진각국사(眞覺國師, 1270~1355)가 당시 구충제로 사용되던 비자나무 열매를 주민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비자나무 열매는 구충제와 같은 의약 재료나 식물성 기름으로 사용되고, 목재는 탄력이 좋고 무늬가 예뻐 건축과 가구재, 바둑판 등에 많이 쓰인다. 비자나무는 추위에 약한 난대성 상록침엽수라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백양사 비자나무 숲은 산감(山監) 스님을 둘 정도로 절에서 정성들여 관래한 탓에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천년의나무 2019.03.20

금당실 송림

예천군 용문면에 있는 금당실(金塘室) 마을의 자랑으로 천연기념물 469호인 송림이다. 금당실 서북쪽 오미봉에서 용문초등학교까지 800m에 걸쳐 소나무 500여 그루가 긴 띠를 이루며 자라고 있다. 하천 범람에 따른 수해와 겨울철 북서풍을 막기 위하여 마을 주민들이 조성했다. 19세기 후반 동학혁명 당시에 노비 구출 비용 마련을 위해 소나무 벌채가 심했을 때는 당시 법무대신이던 이유인이 이곳에 거주하면서 숲을 보호했다고 한다. 소나무 숲이 조성될 때 원래 길이는 2km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반 이상 없어진 셈이다. 소나무 수령은 100~200년이고, 높이는 13~18m 정도 된다. 남은 나무는 건강하게 자연스럽게 잘 자라고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어 1시간 정도 잡으면 끝까지 갔다 돌아..

천년의나무 2018.08.22

우이동 솔밭공원

도봉산을 오갈 때 버스를 타고 이 앞으로 지나다녔다. 지날 때마다 창밖으로 보인 솔밭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서울둘레길을 걸으면서 안을 통과하게 되었다. 공원으로 말끔하게 단장된 것이 옛날과 다른 점이었다. 그때는 아무 시설 없이 소나무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이곳은 원래 사유지였는데 서울시에서 매입하여 소나무를 지킬 수 있었다. 한때는 아파트 개발지로 계획되어 솔밭이 훼손될 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1만 평이 넘는 땅에 수령이 50~100년생 소나무 천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소나무밭을 찾기는 어렵다. 이렇게 균일한 소나무로 보아 백 년 전에 여기에 소나무를 심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분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후손에게 소중한 유산을 남겨준 셈이 ..

천년의나무 2016.09.02

2016 제주도(2) - 곶자왈

제주도 말로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자갈을 가리킨다. '곶자왈'이란 화산암 바위 덩어리와 나무, 이끼, 덩굴식물이 어우러진 숲이란 의미다. 제주도의 특유한 풍경 중 하나다. 이번 여행에서 곶자왈은 두 군데를 찾아 보았다. 교래곶자왈과 화순곶자왈이다. 거문오름 탐방 때 지난 곶자왈과 비자림을 포함하면 총 네 군데다. 교래곶자왈은 한라산 동쪽 중산간지대에 있는데, 교래자연휴양림이라는 이름으로 개방되고 있다. 큰지그리오름까지 다녀오는 왕복 8km의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흙길은 부드럽고 폭신하다. 오름 아래까지 이런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서귀포는 따스했는데 산간지대인 이곳은 싸늘하고 흐린 날씨다. 대신 찾는 사람이 적은 장점은 있다. 돌, 나무에는 이끼가 자욱하다. 색다른 풍경이다. 작년에 ..

사진속일상 2016.01.16

원대리 자작나무 숲

알록달록 단풍도 좋지만 하얀 자작나무 숲의 가을도 아름답다. 자작나무를 보러 강원도 인제까지 먼 길을 달렸다. 가는 길에 잠시 용문사에도 들렀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이제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평일인데도 원대리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한 시간 정도 임도를 따라 오르면 인공 조림한 이 자작나무 숲에 이른다. 자작나무 하면 백두산에 갔을 때 버스로 관통해 간 자작나무 숲이 잊히지 않는다. 본 고장의 자작나무와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만하면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에 넉넉하다. 이곳은 자작나무 숲을 중심으로 네 개의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어 다양한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원정임도, 1코스, 3코스, 원대임도를 돌아오는 짧은 코스를 택했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2코스와 4코스를 포함하는 트레킹을 ..

사진속일상 2015.10.29

경포호 소나무숲

강릉에는 멋진 소나무가 많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소나무숲만 알고 있었는데 이곳저곳에 여럿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강릉을 대표하는 슬로건이 '솔향 강릉'이다. 많은 지자체가 영어를 사용하는데 우리말로 지은 이름이어서 더 예쁘다. 예를 들면, 평택은 'Super Pyeongtaek', 익산은 ' Amazing Iksan', 고양은 'Let's Goyang', 내 사는 동네는 'Clean Gwangju'다. 외국어를 쓰면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경포호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이 소나무숲을 만났다. 금강송으로 미끈하게 뻗은 미인 소나무들이었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소나무숲이 훨씬 더 넓었으리라 짐작된다. 아름다운 소나무숲은 강릉의 귀한 자산이다. 이젠 강릉하면 소나무가 떠오르게 될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5.03.17

숲의 인문학

지은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보다가 중간쯤 읽고서야 여자인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 왜 당연히 남자라고 판단했던 것일까? 되돌아 생각해 보니 이 책은 지은이가 효소 재료를 채취하고 약초를 캐러 산을 돌아다닌 이야기니 응당 남자 일이라 여겼던 것 같다. 다른 하나는 글에 있었다. 소설가 김훈이 떠오르는 간결한 단문형 문체는 여성이 쓴 글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김담과 김훈, 외글자 이름도 닮았다. 누군가 생선가시 같다고 했던 이런 문체를 나는 좋아한다. 을 읽으면서 군더더기 없는 짧은 문장의 매력에 빠졌다. 특히 사투리가 어우러진 우리말이 감칠맛을 더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이다. "산뽕나무 아래서 이제 막 익기 시작한 녹두알만 한 오디들을 나뭇가지를 끌어 잡고 바로 입을 대고 따서..

읽고본느낌 2013.07.30

금굴리 송림

보은 금굴리에 있는 소나무 숲이다. 마을 앞 길과 논에 난 둑을 따라 소나무 87그루가 자라고 있다. 수령이 200 ~ 300년 사이의 나무들이다. 누가 이 소나무 숲을 조성했는지 자료가 없지만 지금은 명품 숲이 되었다. 이웃에 있는 임한리 송림은 한 곳에 모여 있는데 비해, 여기 소나무들은 길을 따라 서 있다.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 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둑으로는 나무 데크를 설치했다. 여기 있는 나무 전체가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 마을의 다른 이름은 '은사뜰'이다. 한자로는 은사평(隱士坪)이라고 쓰는데 숨어 지낸 선비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 소나무 숲이 마을의 품격을 올려 놓았다. 처음 소나무를 심었던 사람의 혜안이 돋보인다. 소나무 길에는 비슷한 나이의 왕버들 5그루도..

천년의나무 2012.08.24

임한리 송림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林閑里)는 구병산 아래 너른 들판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이름에 '수풀 림[林]'자가 들어있는 걸 보아 나무가 많았던 마을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수령이 200년 내외 된 소나무 100여 그루가 숲을 이루며 남아 있다. 충북의 명품 자연환경 100선에 들어 있을 정도로 풍광이 좋다. 여름철이어선지 송림 안은 잡초가 우거져 다닐 수가 없었다. 바깥 울타리를 따라 한 바퀴 돌며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잘 단장해 놓으면 경주 왕릉에 있는 솔숲에 비길 수 있을 정도로 멋진 소나무들이 많았다. 가을에 벼가 노랗게 익을 때면 훨씬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줄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2.08.24

지금 저 앞산 나뭇잎들이 반짝반짝 뒤집어지는 이유는 / 이정록

갓 깨어난 새들과 시소 놀이해봤냐고 어린 나뭇가지들이 우쭐거리기 때문이다 잠든 새들 깨우지 않으려 이 악문 채 새벽바람 맞아본 적 있냐고 젊은것들이 어깨를 으쓱거리기 때문이다 겨울잠 자는 것들과는 술래잡기하지 말라고 굴참나무들이 몇 개월째 구시렁거리기 때문이다 지금 저 앞산 나뭇잎들이 반짝반짝 뒤집어지는 이유는 애벌레들의 발가락 때문에 간지러워 죽겠는데 꽃까지 피었으니 벌 나비들의 긴 혀를 어쩌나 가을 되면 겨드랑이 찢어질 텐데 어쩌나 어쩌나 철부지들이 열매 걱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 허튼 한숨에 다람쥐며 청설모들이 입천장 내보이며 깔깔거리기 때문이다 딱따구리한테 열 번도 더 당하곤 목젖에 새알이 걸려 휘파람이 샌다고 틀니를 뺐다 꼈다 하는 늙다리 소나무 때문이다 딱따구리는 키스를 너무 좋아해, 나이테깨..

시읽는기쁨 2011.05.24

십리포 소사나무숲(2)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라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인천시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에 있는 소사나무숲을 보면서 시의 그 구절이 떠올랐다.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비틀리고 굽고 한 쪽으로 누운 나무들을 키운 건 팔할 이상이 바람이었다. 대부도에 간 길에 일부러 영흥도까지 나가 보았다. 십리포에 있는 소사나무숲을 보기 위해서였다. 5년 만이었다.그러나 이번에는 겨울 칼바람에 잠시 서 있기도 힘들었다. 겨우 사진 몇 장 찍고 뒤돌아나왔다. 척박한 모래밭에서 이런 매운 해풍을 맞으며 100년 이상의 삶을 살아온 이 나무들의 생명력은 도대체 얼마만큼 질긴 것일까? 섬사람들은 해풍을 막기 위해 바닷가를 따라 소사나무를 심었다. 다른 나무도 심었지만 다 죽고 결국 소사나무만 살아 남았다. 130년 전 일이었..

천년의나무 2011.01.29

만송정 솔숲

안동 하회마을 부용대 쪽 강변을 따라있는 소나무숲이 만송정 솔숲이다. 조선 선조 때 겸암(謙菴) 류운용(柳雲龍) 선생이 부용대의 기를 누르고 바람과 모래를 막기 위한 다목적용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만송정(萬松亭)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솔숲에 정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이 숲은 400 년이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보는 소나무들은수령이 백년 내외가 된다. 따라서 후대에 다시 조성한 소나무일 것이다. 하회16경(河回十六景) 중에 송림제설(松林霽雪)이 있는데 이는 눈 덮인 만송정의 솔숲을 가리키는 말이다. 꼭 겨울이 아니더라도 이 솔숲은 하회마을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 솔숲이 없다면 마을이 얼마나 썰렁할지는 부용대에 올라 바라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더..

천년의나무 2010.01.22

남산 소나무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남산하면 소나무가 연상되는 것은 이런 애국가의 가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남산에는 철갑을 두른 듯한 울창한 소나무 숲은 없다. 그래도 남쪽 기슭을 중심으로 일부가 남아있는데, 남산의 소나무가 사라진 것은 대부분이 일제 강점기 때 남벌한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 남산의 소나무 숲 자체가 인공적으로 조림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때에 장정 수천 명을 동원해 남산을 중심으로 20일 동안 1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궁궐 건축 등을 위한 목재 수요의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 뒤로 소나무의 벌채를 금하면서 남산은 숲이 울창해져 산적이 출몰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소나무가 지금은 전체의 20..

천년의나무 2009.10.07

담양 관방제림

관방제림(官防堤林)은 담양읍을 지나는 담양천 제방에 조성된 인공림이다. 읍내쪽의 남쪽 둑을 따라 평균 300 년 정도 되는 고목 177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 숲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1600 년대 중반인 조선 인조 때에 부사 성이성(成以性)이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무마다 명찰이 달려있는데 푸조나무를 가장 많이볼 수 있다. 전체의 반 이상이 푸조나무이고, 그 다음으로는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많다. 모두 아름드리 거목들이다. 읍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 보인다. 그 무엇보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이야말로 이 숲이 지닌 진정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처음 이 숲을 구상한사람들은 자신들이 심은 나..

천년의나무 2008.08.28

함양 상림

고향이함양인 동료로부터 상림 자랑을 들은 차에 주말을 기다려 애마의 방향을 그쪽으로 돌렸다. 상림은 천년이 넘은 인공숲이라는 것, 우리나라 최고의 아름다운 숲이라는유혹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상림(上林)은 함양읍내 위천(渭川) 강가에 있는 숲으로 신라 말기인 진성여왕 때(재위 887-897)에 당시 태수였던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만들었다고 한다.무려 1100년이 넘는 인공숲이다. 수많은 나무들이 죽고나고를 반복하며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기만 하다. 100m 안팎의 폭으로 길게 조성된 상림의 면적은 현재 약 6만 평이고, 100여 종이나 되는 2만여 그루의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주된 수종은 낙엽활엽수인 참나무와 서어나무 종류라고한다. 상림의 특징은 인..

천년의나무 2007.08.27

소수서원 솔숲

소수서원이 고향집에서 가까이 있어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들렀지만 주변 솔숲은 최근에 들어서야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기사 서원 자체에 대해서도 그동안은 별로관심이없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내 사는 땅에 대해서는 의외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친구들이 부석사를 찬탄할 때 거기의 무엇이 그렇게 대단한지 의아스럽게 생각되기도 했었다. 한국인에게 소나무의 의미는 각별하다. 예로부터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로서 선비정신을 대표하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원이나 향교에서는 소나무를 흔히 심었다. 소나무는 선비들이 곁에 두고 아꼈던 나무였다. 소수서원 둘레에 소나무숲이 조성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수서원 둘레의 솔숲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지금도 곧게 뻗은 소나무 줄기에서 ..

천년의나무 2007.08.15

백련사 동백림

백련사 옆에 있는 이 동백림은 약 4천평의 넓이에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빽빽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나무의 수령은 잘 알 수 없으나 키는 보통 5 - 6 m에 이른다. 수치상으로는 굉장히 넓은 면적이고 숫자도 많으나 숲속에 들어가면 숲 전체의 모습을가늠하긴 어렵다. 이번 여행에서는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서 동백림의 일부만 들여다 보았다. 동백이 진지는 한참이 되었으나 아직도 땅에는 시든 동백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놈들은 아마 아주 늦게 핀 동백일 것이다. 한 달 전 쯤만 왔어도 낙화한 동백의 처절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동백은 나무에 핀 모습보다는 땅에 떨어진 풍경이 훨씬 더 눈길을 끈다. 붉은 꽃송이째 툭툭 떨어져 땅을 뒤덮은 풍..

천년의나무 2007.05.10

하동 송림

섬진강을 찾아간 길에 하동 송림에 들렀다. 이곳 소나무숲은 조선 영조 21년(1745년)에 당시의 도호부사(都護府使)였던 전천상(田天祥) 공이 섬진강변의 바람과 모래를 막기 위해 소나무를 심은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약 8천평의 면적에 1000 그루 정도의 소나무가 강변을 따라 숲을 이루고 있다. 오래된 소나무는 수령이 30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곳 송림은 섬진강의 넓은 모래사장과 조화를 이루어 말 그대로 백사청송(白沙靑松)의 절경이다. 바닷가에서는 방품림을 흔히 볼 수 있지만 강변의 이런 대규모의 멋진 방품림은 처음이다. 특히 주차장 가까이에 서 있는 한 그루 소나무의 S자로 휘어진 자태는 매혹적이었다. 송림은전체적으로 철책이 둘러처져 있다.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모양새가 영 볼..

천년의나무 2007.03.07

죽녹원 대나무숲

죽녹원은 대나무의 고장인 담양군에서 조성한 대나무 숲이다. 밖에서 보이는 모습은 작은 동산 정도지만 안에 들어서면 빽빽한 대나무숲이 우리 같은 북쪽 지방 사람들에게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이렇게 풍성한 대나무 잔치는 처음이었다. 여기서 자라는 대나무는 왕대다. 왕대(Giant Timber Bamboo)는 참대, 늦죽, 고죽(古竹), 진죽(眞竹)으로 불린다는데 중국이 원산이고줄기는 청록색을 띠며 줄기와 가지는 거의 직각을 이룬다고 한다. 대나무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곧게 뻗은 줄기와 그 줄기가 활처럼 휘어지며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대나무 잎이 서로 몸을 부비며 사각이는 소리는 자연의 소리 중에서도 일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 대나무숲의 단점이라면 너무나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는 것..

천년의나무 2007.03.04

의림지 제방숲

오래 전에 아이들을 인솔하고 제천 의림지에 들린 적이 있었다. 20년도 더 된 훨씬 전의 일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던 차에 이번에 제천을 지나게 될 때 짬을 내어 의림지를 찾아보았다. 의림지(義林池)는 김제의 벽골제와 함께 원삼국시대에 축조된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의 우륵이 쌓았다고 하는데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호수가 유명하다는 것은 충청도를 가리키는 호서(湖西)라는 말이 이 호수의 서쪽지방이라는 의미이고, 제천의 옛 이름인 내제[큰 제방]이라는 의미도 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의림지는 세종 때에 정인지에 의해 두 차례 수축되었고, 1972년 장마에 둑이 무너져 이듬 해에 복구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호수 둘레는 약 1.8km에 이른다. 제방 둑에는 영호정 등..

천년의나무 2007.02.16

청령포 소나무 숲

한국인을 말할 때 '소나무에서 나고 소나무에서 살다 소나무에서 죽는다'고 한다. 그만큼 소나무는 한국인과 가깝다. 모든 한국 사람은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태어나 푸른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을 치고 지상에서의 첫날을 맞는다. 자라면 소나무 우거진 솔숲이 놀이터가 된다. 봄이면 물오른 솔가지를 꺾어 송기를 갉아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솔 연기를 맡으며 살다 소나무관 속에 육신을 묻는다. 그리고 무덤가엔 둥그렇게 솔을 심어 저승의 집을 꾸민다. 한국의 솔은 흔히 부르는 이름인 '소나무'와 '곰솔' 두 종류로 나눈다. 그리고 소나무의 대표적 수종으로는 육송, 적송, 반송, 금강송 등이 있고, 곰솔은 보통 해송(海松)이라 불리며 바닷가를 따라 자라고 있다. 전세계의 소나무는 100 종 가까이 된다는데 우리나라 만큼소나..

천년의나무 2007.02.09

마량리 동백나무 숲

서천군 서면 마량리의 서해화력발전소를 돌아가면 이 동백나무 숲을 만난다. 서해 바다와면한해식절벽 위에 동백정이라는 정자가 서있고, 육지 쪽으로 비스듬한 경사면을 따라 수령이 300년 정도 된 85주의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다. 나이에 비해 동백나무의 키는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아마도 여기가 동백나무의 북방한계선 쯤 되고 바다의 해풍을 바로 맞아야 되는 지리적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언덕에 있는 마량당집에 적힌 안내문에 보면 여기에 동백숲이 조성된 경위가 나와 있다. 옛날 이 마을 사람들은 뗏목을 타고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였는데 바다에 휩쓸려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남편과 자식을 잃은 한 노파가 앞바다에서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용왕을 잘 위해야 화를 면하리라 생각하..

천년의나무 2007.01.04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 프로스트

이 숲이 누구의 것인지 알 것 같아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 그는 내가 여기 멈추어 서서 눈 덮인 자기 숲을 보는지 모를 거야 내 작은 말도 이상한가 봐 숲과 꽁꽁 언 호수 사이 농가 없는 이곳에 멈춰 서다니 그것도 올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마구의 종을 흔들어 그는 뭐 착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묻는 듯 그밖에 다른 소리는 잔잔한 바람소리와 떨어지는 눈송이들 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어 하지만 난 아직 지켜야 할 약속과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지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

시읽는기쁨 2006.12.28

십리포 서어나무

영흥도에 있는 십리포 해수욕장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서어나무(소사나무) 군락지가 있다. 약 150여 년 전에 마을 사람들이 해풍을 막기 위해 심은 방풍림으로, 해안가를 따라 천 평 가량의 터에 300여 그루의 서어나무가 자라고 있다. 지금은 보호 울타리를 쳐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만 구경할 수 있다. 나무의 보호를 위해서는 잘 된 일이지만 탐스런 줄기를 만져볼 수 없음은 안타깝다. 이곳의 서어나무는 곧게 뻗지 못하고 구불구불 줄기가 휘어져 있다. 사나운 해풍에 시달린 탓이리라. 년수에 비해서는 크게 자라지도 못했다. 나무에게는 인고의 흔적이겠지만 보는 사람에게는그것이 시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해 준다. 찾아간 날은 이미 잎도 많이 떨어졌는데 구불구불한 줄기와 가지들이 가을의 쓸쓸한 바다 분위기와 잘 어울렸..

천년의나무 2006.11.08

숲 / 정희성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숲 / 정희성 도시의 나무들은 '더불어 숲'을 이루지 못한다. 아니, 숲을 이루지 못하는 나무는 더 이상 나무가 아니다. 광화문 지하도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은 메마른 사막의 모래알처럼 서걱거리는 소리만 낸다.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시읽는기쁨 2006.03.16

새천년비자나무

북제주군 구좌읍에있는 비자림을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그동안 몇 번의 제주도 패키지 여행에서는 한 번도 소개받지 못한 곳이었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비자림은 놀라움과 신비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예전에 여기 왔더라도 나무에 관심이 없었을 때니 그저 심드렁했을지도 모른다. 비자나무 하면 최고급 바둑판으로 사용되는 정도로알고 있던 게 전부였다. 물론 이제껏 비자나무를 직접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비자나무 숲 속에서 최고의 호사를 누린 것이다. 이 숲 속에 들면어떤 신비스러움과 경외감에 사로잡히게된다. 숲에서 나오는 알지 못하는 기운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걸음은 느려지고 입은 다물어지며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이 지역 마을 사람들 또한 비자림을 ..

천년의나무 200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