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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좋은 거야

추석이 다가왔다. 고향에 노모가 계시니 명절이 되면 찾아뵙는 문제로 고민한다. 동생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니 명절이 되면 근심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다. 올 추석은 내가 내려가야 할까 보다. 지금까지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 친구는 아주 드물다. 대부분은 찾아오는 자식들과 단출하게 추석을 보낸다. 연휴를 이용하여 가족이 함께 놀러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일순위가 어머니이니 자식들과의 만남은 뒤로 미루어진다. 지난 몇 차례는 동생이 어머니와 있어준 덕분에 예외가 있기는 했다. 어제 친구들 모임에서 추석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노모를 뵈러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 경우는 나밖에 없었다. 언제 내려가고 언제 올라올지 교통 정체도 걱정이다. 이런저런 넋두리를 ..

참살이의꿈 2024.09.13

사친(思親) / 사임당

산 첩첩 내 고향은 천리건만 자나 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파 한송정 가에는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는 한 줄기 바람 갈매기는 모래톱에 흩어졌다 모이고 고깃배들은 바다 위로 오고 가리니 언제나 강릉길 다시 밟아가 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할꼬 千里家山萬疊峰 歸心長在夢魂中 寒松亭畔雙輪月 鏡浦臺前一陳風 沙上白鷗恒聚散 海門漁艇每西東 何時重踏臨瀛路 更着斑衣膝下縫 - 사친(思親) / 사임당(師任堂) 사임당은 이원수와 혼인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홀로 남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각별했을 것 같다. 원래 다정다감한 성품인지라 어머니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남달랐으리라. 사임당은 열아홉에 혼인을 한 뒤 7남매를 키우며 파주와 한양에서 살았다. 쪼들리는 살림을 꾸리고 시어머니를 봉양하는 동안 ..

시읽는기쁨 2023.12.24

넉 달만에 어머니를 찾아뵙다

코로나 일 확진자 수가 여러 달째 수십만 명대를 기록하며 발을 묶었다. 노모를 찾아보려고 해도 혹시 감염을 시킬까 불안해서 가지를 못했다. 다행히 파고의 정점이 지나고 이번 달부터는 야외 마스크 쓰기도 해제되었다.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다. 넉 달만이었다. 이제 고향은 어릴 때의 그 포근하고 넉넉했던 품이 아니다. 시간이 얼마나 만상을 쇠락시키는지 확인시켜주는 쓸쓸한 공간이다. 열역학 제2법칙을 고향만큼 명료하게 보여주는 곳이 있을까. 새로워지는 것도 분명 있으련만 과거를 붙잡고 있는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병들고 낡고 스러지는 안쓰러운 모습으로 가득한 곳이 고향이다. 동네 어귀에서 보면 소백산 옥녀봉이 여일하게 가깝다. 올해는 좋은 소식이 있을려나. 동생 집에 제비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 ..

사진속일상 2022.05.09

의좋은 형제

비록 사진이지만 1960년도 초반에 사용된 국민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를 봤다. 시기를 맞춰 보니 내가 썼었을 교과서여서 감회가 깊었다. 책 내용 중에 '의좋은 형제'가 있었다. 60년 전이라 가물하지만 이 이야기를 국민학생일 때 접했던 기억은 난다. 그런데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었다는 건 새롭게 알았다. 철부지 시절에 이 일화가 주는 의미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을까. 그 옛날의 나를 떠올리며 다시 읽어본다. 옛날 어느 시골에 형제가 의좋게 살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같은 논에 벼를 심어서 부지런히 김을 매고 거름을 주어 잘 가꾸었습니다. 벼는 무럭무럭 자라서 가을이 되자 곧 벼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형님. 벼가 잘 되었지요. 이렇게 잘 여물었어요." "참 잘 되었다. 언제 곧 베어야 할 거야." 누..

참살이의꿈 2022.03.19

작별 일기

노약한 부모를 실버타운에 모신 뒤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의 3년(2016~2018)의 기록이다. '삶의 끝에 선 엄마를 기록하다'가 부제다.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하면서 구술생애사 작가면서 딸인 최현숙씨가 썼다. 에는 부모가 늙고, 병들고, 죽음에 이르는 일반적이며/특수한 과정이 애틋하면서 또한 담담하게 잘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특이하게 눈에 띄는 점이 작가의 죽음에 대한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 그리고 작가를 포함한 남매들의 지극한 효도와 우애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이 집 남매들의 우애와 부모에 대한 정성은 각별하다. 지은이는 2008년부터 가난한 노인을 돌보는 일을 맡아왔다. 그 경험이 본인 부모를 케어하는 과정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동시에 ..

읽고본느낌 2021.11.19

어머니 생신 모임

이번에 어머니가 구순을 맞으셨다. 예전에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였다. 지금은 백세시대라지만 그래도 구십이라는 나이는 쉽게 주어지는 혜택은 아니다. 비록 작은 동네긴 하지만 고향에서는 현재 어머니가 최고령이시다. 내가 나가는 한 모임의 회원 열 명 중에는 현재 생존하신 부모님이 딱 두 분 계신다. 확률이 10%인 셈이다. 원래는 이모와 고모, 그리고 조카까지 초대하는 모임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코로나라는 변수가 생겼다. 어머니는 이런 판국에 무슨 생일 행사냐고 손사래를 치셨지만 자식 처지에서는 모른 척 넘길 수 없었다. 형제만 함께 하는 간소한 모임으로 축소하고 펜션 독채를 빌렸다. 손주도 오라 하지 않았다. 음식점에서의 외식 대신 펜션 안에서 모든 걸 해결했다. 청풍호반 케이블카도 예약했다가 마..

사진속일상 2020.06.29

효도와 우애

해외 패키지여행에서는 가족과 함께 오는 팀이 제일 많다. 주로 부부나 자매이고, 모녀 사이도 자주 눈에 띈다. 여행도 여자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다. 지난 스페인 여행에서는 남자 삼 형제가 부부끼리 함께 왔다. 여러 차례 패키지여행을 했지만 형제 부부가 함께 다니는 건 처음 보았다. 식사 시간에는 같은 식탁에 앉을 기회가 많았는데 형제와 동서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부러웠다. 50대 후반과 60대 초반의 나이들인데 마치 어릴 때 사이좋은 형제들처럼 우애가 있었다. 형제끼리 자주 여행을 다니고, 한국에서도 가까이 살며 자주 만난다고 했다. 그 비결을 배우고 싶었지만 가르쳐 준다 한들 내 능력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많은 집안에서 형제간에 갈등이 있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자랄 때 형제이지 커서..

참살이의꿈 2019.12.25

논어[350]

증자가 말했다. "나는 선생님에게서 들었는데 '맹장자의 효도 중에 다른 것은 할 수 있으나 아버지의 신하를 갈지 않고 아버지의 정책을 바꾸지 않는 그 점은 본받기가 힘들다'고." 曾子曰 吾聞諸夫子 孟莊子之孝也 其他可能也 其不改父之臣 與父之政 是難能也 - 子張 12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효(孝) 사상이 자리잡고 있다. 부모의 뜻을 거스리는 일은 천륜에 어긋난다. 머리카락도 잘라내지 못하니 구한말 단발령 소동이 생겼다. 위정자의 경우 아버지가 편 정책은 바꾸지 말고 이어가야 한다. 여기 나오는 맹장자는 노나라 대부였다. 좋은 제도라면 계승하는 게 맞다. 그러나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조상과의 연결된 고리의 일부로 보느냐, 아니면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체로..

삶의나침반 2019.08.19

외국 사는 자식이 효자다

올해는 손주 돌보는 일에 매이게 되었다. 제 어미가 자격증을 따기 위한 교육을 1년간 받게 되어 손주를 유치원에 보내고 맞는 일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버스에 태워 보냈다가 오후 3시에 받으면 저녁 시간까지 맡아봐야 한다. 부부가 함께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손주 돌보미는 우리 나이 또래가 대부분 겪는 일이다. 자식이 맞벌이를 하면 제일 크게 부딪히는 문제가 육아다.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데가 조부모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잊을 만하면 TV에서 보모의 아동 학대 영상을 보여주니 도무지 남에게 맡길 수 없다 한다. 자식의 요청에 거절할 수 있는 부모가 있겠는가. 겉으로는 손주가 이뻐서 괜찮다지만 과연 속까지 그럴까. 며칠 전 지인이 하는 불평을 들었다. 딸이 쌍둥이를 뱄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

길위의단상 2019.04.19

2019 설날

내려가는 길은 심란했다. 지난가을부터 몇 차례 회오리바람이 지나갔다. 고향 가는 길이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적도 없었다. 설 차례를 지내고 올라오는 길은 다소 안심이 되었다. 동생도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했다. 일단은 일단락된 듯 보인다. 정성 들여 차린 설음식을 나는 거의 먹지 못했다. 며칠 전부터 속병이 다시 심하게 나타났다. 지난가을 이래로 반복되는 증상이다. 나에게는 스트레스를 직격탄으로 받는 부분이 위와 장이다. 무심한 듯 감추려 해도 위장은 너무 솔직해 탈이다. 좀 둔하면 좋으련만.... "나는 괜찮다. 잘 지낸다." 겉으로는 미소를 짓지만, 부모의 속마음을 자식이 얼마나 헤아릴까.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게 제일 큰 효가 아니겠는가. 다른 무엇보다도. 설날 아침에 증손자와 장난..

사진속일상 2019.02.06

효도에 / 마광수

어머니, 전 효도라는 말이 싫어요. 제가 태어나고 싶어서 나왔나요? 어머니가 저를 낳으시고 싶어서 낳으셨나요. '낳아주신 은혜' '길러주신 은혜' 이런 이야기를 전 듣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와 전 어쩌다가 만나게 된 거지요. 그저 무슨 인연으로, 이상한 관계에서 우린 함께 살게 된 거지요. 이건 제가 어머니를 싫어한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제 생을 저주하여 당신에게 핑계 대겠다는 말이 아니에요. 전 재미있게도, 또 슬프게도 살 수 있어요. 다만 제 스스로의 운명으로 하여, 제 목숨 때문으로 하여 전 죽을 수도 살 수도 있어요. 전 당신에게 빚은 없어요 은혜도 없어요. 우리는 서로가 어쩌다 엃혀 들어간 사이일 뿐, 한쪽이 한쪽을 얽은 건 아니니까요. 아, 어머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난 널 기르..

시읽는기쁨 2018.10.14

논어[175]

선생님 말씀하시다. "'효성스럽지! 민자건은'이란, 제 부모 형제들의 말이지만 트집 잡을 수가 없군." 子曰 孝哉閔子騫 人不間於其父母昆弟之言 - 先進 4 기록된 민자건의 효행은 이렇다. 민자건을 낳은 어머니가 죽은 뒤 새 어머니가 들어와서 아들 둘을 낳았다. 어느 겨울날에 민자건이 아버지를 위해 수레를 몰다가 말고삐를 놓쳤는데 아버지가 아들의 손을 보니 동상이 걸려 있었다. 입고 있는 옷도 무척 얇았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가 보니 후처 소생의 두 아들은 두툼한 옷을 따스하게 입고 있었다. 아버지는 후처와 헤어지려 했다. 이때 민자건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계시면 한 아들만 홑옷을 입지만, 어머니가 떠나시면 세 아들이 추위에 떨게 됩니다[母在一子單 母去三子寒]." 아버지는 감동하여 이혼하지 않..

삶의나침반 2015.12.25

논어[56]

선생님 말씀하시다. "부모의 잘못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여쭈어 가면서 그래서는 안 될 뜻만을 보이며, 공경하는 마음에 틈이 나서는 안 된다. 고되더라도 원망해서는 안 되는 법이야." 子曰 事父母幾諫 見志不從 又敬不違 勞而不怨 선생님 말씀하시다. "부모가 계시면 먼 길을 떠나지 말아야 하며, 나서게 되면 반드시 가는 곳이 이러저리 안 되도록 하라." 子曰 父母在不遠遊 遊必有方 선생님 말씀하시다. "삼 년 동안 아버지의 법도를 뒤집지 않으면 효자라 해도 좋지." 子曰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선생님 말씀하시다. "부모의 나이는 알아두어야 한다. 한편 기쁘기도 하려니와 한편 두렵기도 하지." 子曰 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 - 里仁 16 효(孝)에 관한 공자님 말씀이다. 그러나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

삶의나침반 2013.11.13

정란의 목각

옛날 얘기 하나 해 줄께. 옛날 후한(後漢) 대에 정란(丁蘭)이란 사람이 있었어. 부모를 일찍 여의어 봉양할 수 없는 걸 평생 슬프게 여겼지. 그래서 생각 끝에 나무를 아로새겨 사람 모양으로 만들고 그것을 진짜 어머니로 알고 섬기기로 했지. 밤이면 목상한테 가서 정성으로 "어머님 안녕히 주무셔요" 하고, 아침이면 또 "안녕히 주무셨읍니까?" 하고, 어디 갈 일이 있으면 들어가서 "저 어디 갔다 오겠습니다" 해서 허락하는 기색이 보여야 가고, 근처에서 무슨 물건을 빌리러 오면 "저 아무개가 무엇무엇을 빌리러 왔는데 주랍니까?" 하고 품(稟)해서 허락하는 안색이 나타나 뵈야 빌려주었대. 하루는 근처에 사는 장숙(張叔)이라는 사람의 아내가 와서 정란의 아내 보고 무슨 물건을 좀 빌려달라 했대. 정란의 아내는 ..

참살이의꿈 2013.06.23

똥꽃

이 책을 쓴 전희식 선생은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를 모시고 산다. 시골 빈집을 구해서 어머니의 몸 상태에 맞게 직접 수리했다. 그리고 도시 아파트에서 형과 함께 살고 있던 노모를 모시고 왔다. 귀도 멀고 똥오줌도 못 가리는 어머니가 계실 곳은 결코 도시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사시사철 두 평 남짓한 방에서만 지내면서 밥도 받아먹고 똥오줌도 방에서 해결하는 것은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편할지 몰라도 여든여섯 노쇠한 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가두는 것으로 생각했다. 선생이 생각하는 모심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우선하는 직접 돌봄이다. 치매 노인이라도 품위와 존엄을 지켜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족과도 떨어져 어머니와 둘이서 지낸다. 똥오줌을 직접 받아내고, 진지를 해 드리고, 같이 놀아주고, 그러면서 농..

읽고본느낌 2013.04.30

논어[15]

맹의자가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번지가 마차로 선생님을 모시고 갈 때 선생님은 그에게 "맹손이 내게 효도에 대해 묻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라' 했다." 한즉, 번지가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살아 계실 적에도 예의로 섬기고, 장례도 예법대로 치르고, 제사도 예법대로 모셔야 한다." 맹무백이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부모는 그대의 병만을 걱정하신다." 자유가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요즈음 효도란 봉양만 잘하면 되는 줄 안다. 그것쯤이야 개나 망아지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존경하지 않는다면 다를 데가 없지 않나!" 자하가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얼굴빛이 문제다. 일이 있을 ..

삶의나침반 2013.01.28

논어[7]

선생님 말씀하시다. "아버지 살아 계실 적엔 그의 뜻 받들고, 아버지 돌아가시면 그의 하신 일을 본받되, 삼 년 동안 아버지의 법도를 뒤집지 않으면 효자라 해도 좋을 거야!" 子曰 父在觀其志 父沒觀其行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 學而 7 통치하는 자가 효에 대해 물었던 것 같다. 살아계실 적에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고, 돌아가신 뒤에도 삼 년 동안은 그 법도를 뒤집지 않는 것이 효라고 답하고 있다. 이를 지금의 시각으로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공자의 보수적 태도가 드러나는 말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를 바라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시정을 건의하고 고치는 게 현대적 의미의 효다. 인민이 고통받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의 법도라 하여 바꾸지 않는다면 이는 도리어 불효다. 공..

삶의나침반 2012.12.15

논어[2]

유자가 말하였다. "효제의 도를 아는 사람은 윗사람에게는 함부로 굴지 않을 거야! 윗사람에게 함부로 굴지 않는 사람이 난리를 꾸민 예는 절대로 없다. 참된 인물은 근본 문제를 다루거든. 근본이 서야 길이 트이기 때문이다. 효제의 도가 바로 사람 구실 하는 길의 근본인 거야!" 有子曰 其爲人也孝弟 而好犯上者鮮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悌也者 其爲仁之本與 - 學而 2 사람 구실의 기본은 효제(孝悌)에 있음을 말한다. 효(孝)는 부모를 섬기는 것이고, 제(悌)는 형이나 연장자를 섬기는 것이다. 인(仁)의 실천은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유자가 효제를 강조하면서 걱정한 것이 '윗사람에게 함부로 구는 것'[犯上]과 '난리를 꾸미는 것'[作亂]이다. 이건 당시의 혼란한 사회상과 ..

삶의나침반 2012.11.21

아흔 개의 봄

'역사학자 김기협의 시병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아흔 노모를 돌보고 있는 아들의 기록이다. 2007년 6월에 갑자기 쓰러진 선생의 모친은 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내는데, 선생은 집과 시설을 오가며 극진히 보살펴 드린다. 책에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2년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어머니의 상태를 전하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잡지에 연재되면서 책으로까지 출판하게 되었다. 선생은 4남매 중 셋째 아들로 어머니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첫째와 둘째만 편애한다고 생각했고, 어머니를 위선자라고 여기며 불화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쓰러지고 난 뒤부터 간병하는 과정을 통해 어머니와 화해하기 시작한다. 이 기록은 모자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또 ..

읽고본느낌 201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