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서울 80

의릉 향나무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의 의릉 뒤편에 있는 향나무다. 의릉(懿陵)은 옛 중앙정보부가 위치한 곳이라 일반인에게 개방이 늦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다른 능에 비해 이름이 생소하다. 경종(1688~1724)과 선의왕후(1705~1730)가 잠들어 있다. 연도를 보니 경종은 37살, 부인은 26살에 세상을 떠났으니 두 분 모두 단명한 셈이다. 의릉 주위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이 향나무는 능 뒤편 산책로 옆에 있다. 두 줄기가 V자 형으로 뻗었는데 지면의 큰 줄기 둘레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수령은 약 200년 정도다. 왼쪽 줄기에는 잎이 나지 않으니 고사한 것으로 보인다. 오래되어 노쇠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지팡이도 없고 꿋꿋이 버티는 모습이 대견한 향나무다.

천년의나무 2021.02.01

도봉동 느티나무

도봉산 입구 광륜사(光輪寺) 앞에 있는 느티나무다. 수령은 200년 정도로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옆에 비슷한 나이의 은행나무가 있고, 인근의 도봉서원 터에는 더 오래 된 느티나무가 있다. 아마 옛날에는 이 주변에 고목들이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산악박물관 등 등산 관련 시설이 여럿 들어서 있다. 사람들에게 길을 양보하느라 옹색하게 자리 잡은 느티나무가 쓸쓸해 보인다. 보호수 팻말이 있지만 눈길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차라리 자리를 좀 더 확보하고 나무 밑에 쉼터를 만들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무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3.8m다.

천년의나무 2020.10.08

능동 향나무

서울시 광진구 능동에 있는 향나무다. 능동(陵洞)은 능이 있던 마을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1904년에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의 비인 순명왕후 민씨가 세상을 뜨자 이곳에 묘를 만들고 유강원(裕康園)이라 했다. 지금 어린이대공원이 있는 자리다. 뒤에 순종이 승하하자 금곡에 있는 유릉(裕陵)으로 옮겨가 합장했다. 유강원의 석물은 어린이대공원 안에 전시되어 있다. 수령이 450년인 이 향나무는 능과는 무관하게 오랜 세월 동네 주민들의 당산목 노릇을 해 왔다. 매년 2월과 10월 초하루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치제를 이곳에서 올린다고 한다. 향나무 주위는 정자마당으로 아담하게 조성되어 있다. 향나무의 높이는 13m, 줄기 둘레는 2.2m다.

천년의나무 2020.01.14

소격동 비술나무

비술나무는 느릅나무과의 큰키나무로 자주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다. 서울에는 세 곳에 비술나무 보호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중에서 이곳 소격동 비술나무가 서울을 대표하는 비술나무라 하겠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에 있다. 겨울에 보니 비술나무는 미끈하게 잘 생겼다. 키 크면서 날씬한 미인 나무다. 궁궐에 심는 이유를 알 듯도 싶다. 소격동 비술나무는 세 그루가 나란히 서서 삼 형제처럼 사이좋게 자라고 있다. 세 그루 모두 수령(100년 정도)이나 크기가 비슷하다. 나무는 경복궁 쪽으로 기울어져서 가지를 철주가 지탱해주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9.12.22

소격동 소나무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종친부 터에 있는 소나무다.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동편 자리다. 종친부는 왕가와 관련된 일과 행사를 보던 기관이다. 기무사와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자리를 뺏겼다가 다시 복원되고 있다. 이 소나무는 수령이 1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오래된 나무는 아니지만 종친부를 상징하는 나무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무 높이는 4.5m, 줄기 둘레는 1.9m다.

천년의나무 2019.12.22

명륜당 은행나무(3)

동료와 단풍 든 창경궁을 산책한 뒤 명륜당 은행나무 앞에 왔다. 이 나무를 보러 올 때마다 설렌다.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나무지만 만날 때마다 감흥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가을이 되어 샛노랑으로 물들 때다. 지금은 녹색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중간에 있다. 가만히 바라보니 이 색깔 또한 매력이 있다. 나무 아래서는 단체로 온 여고생들이 성균관과 은행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명랑하다. 이제 갓 피어나는 청춘은 이 가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오래된 은행나무에는 유주(乳柱)가 생긴다. 마치 종유석을 닮았다. 명륜당 은행나무에도 유주가 뚜렷이 보인다. 유주는 주로 숫나무에 생긴다는데 그렇다면 명칭이 어울리지 않..

천년의나무 2019.11.06

관훈동 회화나무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에 있는 회화나무다. 나무 높이는 20m, 수령은 400년 정도로 추정한다. 이곳은 율곡 이이 선생이 살았던 집터라고 한다. 지금은 사방으로 빼곡하게 빌딩이 들어서 있고, 회사원들이 휴식시간에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쉼터다. 나무를 보호한다고 돌로 울타리를 쳤지만, 나무의 생육 환경으로는 최악의 조건이다. 안내문에는 이곳 터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에 이 일대가 '독녀혈(獨女穴)'로 묘사되어 있는데, 과부가 많이 생기는 좋지 않은 땅이라고 한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방법 중 하나로 큰 나무를 심었는데, 이 회화나무도 그런 의미로 봐야 한다는 해설이다. 큰 인물이 살거나 높은 건물이 들어서는 것도 효과가 있다. 지기(地氣)가 나쁜 땅이라도 대응 여하에 따라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풍..

천년의나무 2019.05.09

예장동 은행나무, 느티나무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 자락에 두 그루의 고목이 나란히 서 있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다. 이곳은 일제 시대 때 통감 관저가 있던 장소다. 1910년 8월 22일 3대 통감 데라우치와 이완용이 강제 병합 조약을 조인한 경술국치의 현장이다. 두 나무는 우리의 부끄러웠던 그때의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고 있었을 터이다. 두 나무는 수령이 약 400년 정도 되었다. 약 100년 전에 찍은 사진에도 두 나무는 지금과 비슷한 모양으로 나온다. 나무 사이를 지나는 도로도 똑 같지만 통감 관저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기억의 터로 조성되어 있다.

천년의나무 2018.02.24

이현궁터 은행나무

서울 종로구 인의동에 있었던 이현궁(梨峴宮)은 광해군이 왕이 되기 전에 살았던 궁이다. 지금은 작은 표석만 있을 뿐 빌딩 숲으로 변해 궁의 어떤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원래 1만 평 정도의 넓이였다니 상당한 크기였던 것 같다. 인조 이후에는 행궁이나 왕족의 집, 군영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이현궁터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다. 수령이 500년 정도 되었다. 1500년대 후반에 광해군이 살았으니 그 즈음에 심어진 나무로 보인다. 나무 높이는 17m다. 길의 반 이상을 나무에게 내어주고 있지만, 은행나무는 높은 건물 사이에 끼어 옹색해 보인다. 나무는 남아 있어도 500년 전 이현궁의 모습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천년의나무 2018.02.14

명륜당 은행나무(2)

아직 초록색이 남아 있다. 때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산에는 단풍이 질 때지만 도시는 이제야 시작이다. 나무에 관심이 없는 친구도 감탄할 정도로 이 나무의 위용과 아름다움은 대단하다. 두 그루 중 왼쪽에 있는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중종 때 성균관 대사성으로 있던 윤탁이 심었다고 전해지니 500년이 되었다. 이곳에서 꿈을 키우던 조선 시대 유생들과 일상을 함께 했던 은행나무로 역사성이 깊다. 나무도 분위기를 닮는지 선비의 기품이 느껴지는 나무다. 이 나무 앞에서는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완전히 노랗게 물든 모습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천년의나무 2017.11.09

원터골 굴참나무

청계산 등산로 입구인 원터골에 있는 굴참나무다. 옛날에는 두 그루였는데 지금은 한 그루만 남았다. 옆에 있던 나무는 아마 병사한 듯하다. 남아 있는 나무도 가지가 많이 잘려나가고 줄기 밑둥에는 약재 처리된 비닐이 감겨 있다. 참나무마름병이라고 한다. 인간의 도움으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이 굴참나무는 수령이 200년이 넘었다. 참나무 종류가 200년을 넘게 살았다는 것은 굉장한 고목이다. 나무 높이는 27m, 줄기 둘레는 3.8m다. 부디 건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란다.

천년의나무 2017.09.06

방학동 은행나무(2)

이 은행나무를 첫 대면했던 때는 꼭 10년 전이었다. 전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찾아갔었다. 이번에는 서울둘레길을 걷다가 자연스레 지나치게 되었다. 10년만의 만남이 반가웠다. 안내문에 보니 2013년에 방학동 은행나무는 보호수에서 서울시 기념물로 상향 조정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그리고 정밀 조사를 했더니 이 나무의 수령이 550살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에는 800살로 예상했었다. 바로 옆에 연산군 묘가 있는데 550년 전이면 묘를 조성했던 시기와 대략 비슷하다. 경복궁 증축 당시 이 나무도 징목 대상이었으나 마을 주민들이 흥선대원군에게 간청하여 제외되었다는 일화도 새로 적혀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대감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무 높이는 25m, 줄기 둘레는 10.7m인 거목이다. 서울시 기념물 제..

천년의나무 2016.09.05

호압사 느티나무

서울 금천구 시흥동 삼성산 자락에 있는 호압사(虎壓寺)는 조선 개국과 더불어 세워졌다. 한양에 궁궐을 지을 때 관악산의 불 기운과 삼성산(호암산)의 호랑이 기운이 위협이었다고 한다. 삼성산의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산의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자리에 창건한 절이 호압사다. 절 이름에 그런 의도가 분명이 드러나 있다. 경내에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창건할 때 심었다면 수령은 500년이 넘었을 것이다. 안내문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나무 줄기는 많이 상해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지만 푸른 잎만은 싱싱하게 피워내고 있다. 키는 각각 11m, 7m, 줄기 둘레는 3.6m, 4.2m다.

천년의나무 2015.09.08

학림사 소나무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남쪽에 위치한 학림사(鶴林寺)는 신라 문무왕 때인 671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주변 산세가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학포지란(鶴抱之卵)의 형국이라고 해서 학림사라 명명되었다 한다. 서울에 가까이 있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절이다. 학림사 대웅전 옆에 노송 한 그루가 있다. 절을 품에 안고 있는 듯한 기품이 대단한 소나무다. 소나무 옆 돌의자에 앉아 절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고요하고 편안해진다. 안내문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수령이 삼사백 년은 넉넉히 돼 보인다. 학림사의 보물 같은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4.07.30

진관동 느티나무

수령 200년 전후의 느티나무 네 그루가 모여 있다. 주변은 '은평 한옥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넓은 공터다. 진관사 들어가는 입구인데 집터로는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몇 년째 빈터로만 남아 있는 걸 보니 사업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오래된 느티나무로 보아 옛날에는 이곳에 큰 마을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진관사가 흥했던 시절이었다면 사하촌이 있었을 법도 하다. 새 주택단지를 만들겠다고 옛 흔적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고, 쓸쓸한 느티나무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4.03.31

경희궁 느티나무

경희궁공원에 있는 느티나무로 생김새가 흥미롭다. 나무줄기의 가운데는 사라졌고 한쪽 껍질 부분만 남았다. 평면으로 된 2차원 모양이어서 기이하게 느껴진다. 철제 버팀대로 무거운 몸을 지탱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종로구의 아름다운 나무라고 되어 있는데, 아름답다기보다는 안스러운 측면이 강하다. 수령은 400년가량 되었다. 다시 복원되고 있는 경희궁 고난의 세월을 이 나무가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4.03.02

올림픽공원 은행나무(2)

넓은 잔디밭과 하늘을 배경으로 덩그마니 자리 잡고 있는 나무다. 도심에서 만나는 색다른 풍경이다. 예전에는 여기에 마을이 있고, 다른 나무도 함께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말끔하게 공원으로 단장되었고, 이 은행나무만 살아남았다. 500년의 연륜을 존중해준 탓일까? 평범하지 않은 풍경에는 자꾸 눈이 가게 된다. 극진한 보호를 받는 이 은행나무는 사람들의 주목을 즐거워할까, 아니면 외로움을 느낄까?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보호구역의 인디언이 떠오른다. 모뉴먼트밸리에서 지프를 몰던 주름살 굵게 패인 그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천년의나무 2013.06.30

국립현충원 수양벚나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경내만큼 수양벚나무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보지 못했다. 대개 벚나무들 사이에 한둘씩 끼어 있지만 여기서는 대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나무가 제일 크다. 얼마나 큰지 카메라를 최대 광각으로 해도 잘 잡히지 않는다. 다른 수양벚나무는 어느 정도 높이로 자란 뒤에는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는데 이 나무는 위로 힘차게 뻗어 올랐다. 수양벚나무에도 여러 품종이 있는 것 같다. 수양벚나무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이 나무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나무 옆에 있다 보면 지나는 사람들이 감탄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야, 희한하게 생겼다. 꼭 수양버들 같애." 수양벚나무라는 이름도 그 모양에 어울리게 잘 지은 것 같다. 수양벚꽃이 달린 늘어진 가지가 봄바람에 하느작거리는 ..

천년의나무 2013.04.26

석파정 소나무

서울시 부암동 인왕산 자락에는 대원군 별장이었던 석파정(石坡亭)이 있다.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金興根)의 소유였으나 집이 욕심난 대원군이 반강제로 빼앗았다. 집을 빌려 고종을 머물게 한 뒤 주인이 들어갈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왕이 머문 집은 신하된 도리로 들어갈 수 없는 게 당시의 관례였다고 한다. 이러니 권력을 쥐려고 그렇게도 야단을 치는가 보다. 석파정 마당에 멋지게 생긴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이곳에 처음 별장을 만든 사람이 심은 나무일 것이다. 수령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300년은 되어 보인다. 대원군을 비롯한 여러 선비들이 이 나무를 완상하며 그늘에서 쉬기도 했을 것이다. 새롭게 단장된 석파정에서 그나마 가장 눈길을 끄는 명품 반송이다.

천년의나무 2012.12.20

독립공원 미루나무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독립공원은 옛 서대문형무소 자리에 있다. 형무소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한쪽 구석에는 담으로 둘러싸인 사형장도 있다. 사형장 입구에는 사형장을 만들 때 심었다는 미루나무가 있어 '통곡의 미루나무'라고 불린다.일본 강점기 때는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생의 마지막으로 이 나무 아래를 지나며 피눈물을 뿌렸을 것이다. 이곳은 1980년대까지 사형이 집행되었던 슬픔의 장소다. 안내문에는 미루나무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이곳의 미루나무는 1923년 사형장 건립 당시 식재되어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순국선열들이 조국의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한(恨)을 눈물로써 토해낼 때 붙들고 통곡했던 것으로 '통곡의 미루나무'라고 이름 지어졌다. 또한 사형장 안에 있는 또 한 ..

천년의나무 2012.05.19

현저동 위성류

위성류를 아시나요? 나무에 별 관심이 없으면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만나기 어려운 나무다. 나도 용주사에선가 딱 한 번 보았을 뿐이다. 그런 위성류가 서울에 있다. 위성류(渭城柳)는 한자 이름을 풀면 '위성의 버드나무'라는 뜻이다. 이별을 노래한 왕유(王維)의 시에 위성의 버드나무가 나온다. 渭城朝雨읍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위성의 아침비는 가볍게 먼지를 적시고 여관의 버드나무는 더욱더 푸르고 싱싱하네 권하노니 다시 한 잔을 다 드시게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친구가 없으리니 위성(渭城)은 중국 장안의 북쪽 교외에 있던 도시였다.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멀리 여행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던 곳이다. 길 떠나는 사람에게 버드나무를 건네주는 것은, 버드나무 류..

천년의나무 2012.04.30

방화동 느티나무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일대는 옛 지명이 능말이었다. 오래전부터 자연부락이 있었는데 김포에 있는 장능(원종왕능)이 이곳에 터를 잡으려 했다가 협소하여 자리를 바꾼 것에서 능말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는 400년 이상 능말과 함께 해 온 거목이다. 조선 중종 때의 정승 심정(沈貞)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안내판에 보면 느티나무의수령이 480 년, 은행나무는 435 년이라고 나와 있다. 키도 17 m인 느티나무가 11 m인 은행나무보다 더 높다. 그러나 줄기 둘레는 은행나무가 더 굵다. 느티나무가 형뻘이 되는 셈인데 오랜 세월을 이웃하며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는 친구처럼 느껴지는 두 나무다. 두 고목 옆에는 나이가 어린 느티나무 두 그루가 함께 자라고 있어 한 가족 같이도 보인다. 주..

천년의나무 2011.10.20

올림픽공원 나홀로나무

올림픽공원에 작고 귀여운 나무가 하나 있다. 넓은 잔디밭에외롭게 서 있어 '나홀로나무', '왕따나무'로 불린다. 푸른 하늘, 초록색 잔디와 잘 어우러져 사진 찍는 사람들의 좋은 피사체 역할을 한다. 하늘의 구름만 잘 만나면 나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것 같다. 이 나무는 올림픽공원 9경 중 제 6경에 속한다. 아쉽게도 나무에는가까이 갈수 없다. 그러나 덕분에 시원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나무에 대한 정보는 아는 게 없지만,수종은 겉모양으로 보아 향나무로 추정된다. 아래 사진은 전에 찍었던 것이다. 2002. 9. 20 2005. 2. 13

천년의나무 2011.09.23

올림픽공원 은행나무

올림픽공원 몽촌토성 위에 큰 은행나무가 있다. 초록 잔디밭 위에 홀로 서 있어 더욱 위풍이 당당하다. 그러나 어떤 때는 쓸쓸하게 보이기도 한다.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나무는 고립된 섬이다. 이 나무를 관리하는 체육진흥공단에 부탁한다. 나무 쪽으로 길을 내주고 나무 밑에는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를 마련해주면 좋겠다. 그런다고 나무의 성장에 지장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연인들의 속삭임을 듣고,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주며, 나무도 흐뭇해 할 것 같다. 이 나무는 키가 17.5 m, 줄기 둘레는 6 m다. 나이는 500 살이 넘었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 자태가 멋진, 올림픽공원의 랜드마크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1.09.23

잠원동 뽕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뽕나무 고사목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다. 대략 조선 초기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잠실이라는 명칭이 넓게 사용된 것으로 보아 한강 남쪽은 양잠이 성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조선시대 왕가에서 누에를 기르고 보급하기 위한 신잠실(新蠶室)이 있던 곳이다. 서울시로 편입되기 전 지명이 경기도 시흥군 신동면 잠실리였다. 원래 뽕나무는 죽어 두 줄기의 형태만 남아 있다. 아이를 가지길 바라는 어느 여인네의 촛불로 인해 나무가 화마를 입었다 한다. 그러나 역사적 의미 때문에 서울시 기념물 1호로 지정되어 있다. 주위에는 '나무 사랑' '문화재 보호'같은 팻말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바로 옆에서 자라는 뽕나무는 연대가 훨씬 뒤지만 그래도 상당한 크기다. 옛날에는 뽕나무 숲이었을 ..

천년의나무 2011.09.21

석촌동 회화나무

줄기는 대부분 인공수피로 매워져 있다. 가지도 몇 개 남아있지 않다. 사지가 절단된 채 중환자실에서 겨우 연명하는 환자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 나무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있는 백제초기적석총 안에 있다.지금은 유적지 공원으로 잘 조성되어 있지만 전에는 민가들이 산재해 있었다고 한다. 이 회화나무는 사람들의 시달림을 너무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대로 뒀다면 이미 생을 마쳤을 것이다. 나무 높이는 12 m, 줄기 둘레는 2.3 m이다. 수령은 250 년 정도로 추정된다. 이 정도 나이면 회화나무로서는 한창 장년으로 멋진 수형을 자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파의 고통이 너무 컸다. 남아 있는 몸이나마 잘 건사해서 이곳의 맏형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주길 바란다.

천년의나무 2011.07.14

문정동 느티나무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문정동(文井洞)은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인조 임금이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가다가 이곳에서 우물물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 물맛이 매우 좋았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당시 이 고을에 많이 살고 있던 문(文)씨와 우물 정(井)자를 합하여 문정(文井)으로 기억하기로 한 것이 마을 이름으로 정해진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연화동(蓮花洞)으로 불리었다. 경기도 광주에 속했던 문정동은 1963년에 서울시로 편입되었고 1980년대의 구획정리사업으로 마을의 옛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은 상가 건물에 둘러싸인 채 자라고 있는 600년 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이곳이 옛 마을터였음을 전해주고 있다. 나도 문정동에서 10년 넘게 살았었다. 집 부근에 있었던 이 나무를 그때는 전혀 몰랐..

천년의나무 2011.07.05

올림픽공원 느티나무

올림픽공원에서 제일 유명한 나무는 넓은 잔디밭에 홀로 서 있는 향나무일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왕따나무라고 부른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예전에 찍었던 왕따나무 사진이 놓여 있다. 그러나 나이로 치면 올림픽공원을 대표하는 것은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하나는 구릉 지대 높은 곳에 있어 사람들 눈에 잘 띄지만 다른 하나인 이 느티나무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두 나무의 수령은 비슷한데 대략 450년 정도 되었다. 몽촌토성의 역사에 비하면 일천하지만 이곳이 오랜 역사의 고장임을 말해주는 건 역시 고목이다. 그래서 오래된 나무가 별로 없는 이곳에서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귀하다. 이 동생 느티나무는 두 줄기가 V자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키가 한쪽 줄기는 12.5 m, 다른쪽 줄기는7.5 m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1.06.17

청와대 반송

청와대 앞을 지날 때마다 반송(盤松)이 제일 눈에 들어온다. 정문 진입로 양편으로 20여 그루의 반송들이 도열해 있다. 뒤의 북악산, 청와대 건물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이 집의 주인은 들고날 때마다 아름다운 반송의 환영을 받는 셈이다. 반송은 소나무의 품종 중 하나로 원줄기 없이 여러 개의 줄기가 부챗살처럼 퍼져 있다. 그래서 만지송(萬枝松)이라는 별칭이 있다. 재미있는 건 반송 종자를 발아시키면 15% 정도만 반송의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유전적인 형질은 아닌가 보다. 청와대 반송은 모양도 아름답고 건강하다. 수령은50년에서 100년 사이 쯤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가 볼 수는 없다. 정치도 이 나무들처럼 아름답고 멋지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년의나무 201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