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38

첫눈(2020/12/13)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은세계로 변해 있다. 창 밖으로 눈 내리는 풍경을 오래 구경하다. 어딘가 쓸쓸해져서 우산을 받쳐 들고 동네 산책에 나서다. 눈 위에 내 발자국이 처음 찍히는 길이 많다. 산길에 드니 앞서 고라니가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다. 고라니 걸음은 붓으로 찍은 듯 부드럽다. 같이 보조를 맞추어 걷다. 얼마간은 마음이 포근해지고 따스해지다. 2020년 12월 13일, 첫눈 내린 날....

사진속일상 2020.12.13

가을 속 우리 동네

어딜 가든 울긋불긋 단풍색이 고운 때다. 집 주변을 산책만 해도 다양한 가을 색깔을 즐길 수 있다. 이웃 동네로 넘어가는 작은 고개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 고갯길 주변 단풍이 볼 만하다. 내년이면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한다. 예정대로 공사가 시작되면 올해가 마지막 단풍이 될 것 같다. 이 나무도 다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랫동안 슬픈 눈으로 지켜봐야 하겠지.

사진속일상 2020.11.01

동네 한 바퀴(7/7)

구름이 낄 때를 기다려 동네 한 바퀴에 나섰다. 산이라면 몰라도 햇볕이 쨍한 날의 동네길 걷기는 아무래도 무리다. 고등학교 동기들은 요사이 하루 만 보 걷기가 유행이다. 결과를 모아 가을에 시상을 한다고 한다. 방에 들어가 보면 각자가 올린 하루에 걸은 통계가 가득하다. 많이 움직이는 사람은 하루에 3만 보 이상씩 걷고 있다. 과유불급이 아닐까, 내가 괜히 걱정된다. 나는 사흘에 한 번 정도 바깥출입을 할 뿐이니 감히 도전을 못하고 있다. 작은 고개를 넘으면 이웃 마을로 넘어간다. 걷는 길 주변은 텃밭과 주택이 혼재하고 있다. 사람들은 조각만한 땅이라도 알뜰살뜰 뭔가를 심는다. 어느 집 마당에서는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오수를 즐기고 있다. 장마철이지만 큰비가 아직 오시지 않아 목현천은 개울물 정도로 졸..

사진속일상 2020.07.08

집 주변의 풀꽃

오가다 만난 집 주변의 꽃이다. 같은 장소라도 매년 우세종이 다르다. 그런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 봄맞이꽃, 이태 전만 해도 하얀 꽃밭을 이뤘는데 지금은 몇 개체만 남았다. 봄맞이는 봄에 어울리는 예쁜 꽃으로, 청순하고 맑다. ▽ 꽃마리, 꽃 가운데 있는 노란 동그라미 무늬는 봄맞이꽃과 닮았다. 바라볼수록 앙증맞고 귀여운 꽃이다. ▽ 서양민들레, 반갑게 만나던 우리 민들레는 작년부터 눈에 띄지 않는다. ▽ 흰제비꽃, 올해 제일 많이 늘어난 건 흰제비꽃이다. ▽ 남산제비꽃 ▽ 잔텰제비꽃 ▽ 졸방제비꽃 ▽ 왜제비꽃 ▽ 둥근털제비꽃

꽃들의향기 2020.04.20

동네길에서 만난 봄꽃

굳이 멀리 쏘다닐 필요가 없다. 현관만 나서면 온통 꽃 만발한 계절이다. 느릿느릿 걸으면서 발 주변만 잘 살피면 된다. 동네길을 산책하면서 새로 피어난 꽃들과 눈맞춤을 했다. 길 옆에 산소가 있어 들어가 봤더니 역시나 할미꽃이 피어 있다. 한참만에 보는 할미꽃이 반가웠다. ▽ 광대나물 ▽ 제비꽃 ▽ 개나리 ▽ 현호색 ▽ 진달래 ▽ 벚꽃 ▽ 목련 ▽ 산수유 ▽ 별꽃 ▽ 꽃다지 여기저기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웃분이 뙈기밭 한 귀퉁이를 줬는데 과연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내는 고추와 상추 정도만 심어보자 한다. 텃밭의 재미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꽃들의향기 2020.03.29

우리 동네 산수유

코로나19 때문에 한 달째 동네 밖을 안 나가고 있다. 집 안에 머무는 날이 많고, 가끔 집 주위로 산책하러 다니는 정도다.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나를 위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 친구는 지금 제주도를 여행중이라고 연락이 왔다. 개인의 선택이니 뭐라 할 순 없지만, 내 좋아하는 것이라도 조금은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집 주변 산수유에도 꽃이 피었다. 인간 세상은 시끄러워도 자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봄이 오고 생명은 약동한다. 인간의 호들갑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자연이 듬직하다. 빼앗긴 들이라도 봄은 찾아와야 한다. 코로나19가 좀 더 진정되면 봄꽃 피는 가까운 산이라도 찾아봐야겠다.

꽃들의향기 2020.03.14

야시장

동네에 야시장이 찾아왔다. 간이 놀이기구도 있고 축제장이 옮겨온 듯하다. 한가해지면 이렇게 일반 동네에도 들리는 것 같다. 누구보다 아이들이 제일 신났다. 어른 대상 가게는 한산하지만 아이들을 상대하는 곳은 문전성시다. 요사이야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나지만 가끔은 이런 분위기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아파트에서는 주민이 함께하는 행사가 부족하다.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문화 이벤트도 기획되었으면 좋겠다. 재작년에 동네 도서관에서 안도현 시인을 초대한 강연회가 딱 한 번 있었다. 방이 가득 찰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음악회, 시 낭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이다. 중앙 정부나 시에서도 동네 단위의 행사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생색을 내는 대규모 행사보다 이런 게 오히려 알차고 효과가 ..

사진속일상 201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