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 24

논어[331]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이 사십이 되어도 미움만 받게 되면 인제 그만이지." 子曰 年四十而見惡焉 其終也已 - 陽貨 24 사십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사십은 인생의 분기점으로, 공자는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자신이 걸어갈 인생길의 푯대가 분명해지는 때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오십이 넘어서야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십을 전후해서 정신적 사춘기(思春期)가 있었고, 오십을 전후해서 사추기(思秋期)를 길게 겪은 뒤였다. 분명한 사실은, 혹(惑)에 깊게 빠져야 불혹(不惑)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회의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혹도 없다.

삶의나침반 2019.03.02

논어[330]

선생님 말씀하시다. "아무래도 계집애와 심부름꾼은 취급하기가 곤란해. 가까이하면 멋대로 하고, 멀리 하면 투덜거리거든." 子曰 唯女子與小人 爲難養也 近之則不孫 遠之則怨 - 陽貨 23 공자 역시 가부장적 봉건 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 이런 발언을 하면 공동체에서 뭇매를 맞으리라. 지금의 잣대가 아닌 공자가 살았던 시대의 기준으로 봐야 할 발언이다. 허나, 아껴주면 기어오르는 게 여자(女子)와 소인(小人)만이겠는가. '불가근 불가근(不可近 不可遠)'의 원칙은 모든 인간, 모든 타자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삶의나침반 2019.02.22

논어[329]

자공이 말했다. "참된 인간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미워하는 일이 있지. 남의 허물을 도리어 칭찬하는 자를 미워하고, 밑바닥에 깔린 사람이 윗사람을 헐어 말하는 자를 미워하고, 용감할 뿐 예법을 모르는 자를 미워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으면서 숨막히는 짓을 하는 자를 미워한다." "사야, 너도 미워하는 것이 있느냐?" "남의 말을 받아서 제 것인 체하는 자를 미워하고, 함부로 하는 것을 용기인 양 여기는 자를 미워하고, 남의 잘못을 들추되 곧은 일을 하는 양하는 자를 미워합니다." 子貢曰 君子亦有惡乎 子曰 有惡 惡稱人之惡者 惡居下流而산上者 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 曰 賜也 亦有惡乎 惡요以爲知者 惡不孫以爲勇者 惡알以爲直者 - 陽貨 22 사제간에 쿵짝이 잘 맞는다. 우리는 군자, 어..

삶의나침반 2019.02.14

논어[328]

자로가 말했다. "지도적 인물도 용기를 숭상합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도적 인물은 정의를 으뜸 삼지. 지도적 인물이 용기만 뽐내면서 정의감이 없으면 반란을 꿈꾸고, 덜된 인간이 용기만을 뽐내면서 정의감이 없으면 도둑질을 한다." 子路曰 君子尙勇乎 子曰 君子義以爲上 君子有勇而無義 爲亂 小人有勇而無義 爲盜 - 陽貨 21 자로가 용기[勇]를 물은 건 자로에 어울리는 질문이다. 군자는 정의[義]를 으뜸으로 삼는다고 공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선지 정의를 내세우지 않는 무리가 없다. 부글거리는 욕망을 가리는 명분으로 정의만 한 게 없다. 전두환 독재 정권 때는 모든 관공서에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표어가 걸려 있었다. 한때 높이 들었던 정의의 깃발 또한 젊음의 객기나 멋있어 보이기 위한 만용이 아니었는..

삶의나침반 2019.02.07

논어[327]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종일 처먹기만 하고 아무것도 뜻이 없는 인간은 할 수가 없다. 장기나 바둑 같은 것도 있지 않느냐? 그런 것을 하는 것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단 말이다." 子曰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猶賢乎已 - 陽貨 20 향상을 위한 노력! 공자가 제일 강조하는 내용이다. 빈둥거리느니 차라리 장기나 바둑이라도 두란다. 바둑이나 장기 놀이 역시 공자는 마땅찮게 본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무 뜻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허나 쓸데 없는 데 '용심(用心)'을 쓰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인간의 행위 중에 순수하게 내적 향상을 위한 마음씀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이 제 이익을 챙기려는 분투가 아니던가. '용심(用心)'의 해석에 따라 다..

삶의나침반 2019.01.30

논어[326]

재아가 물었다. "삼년상은 너무 기한이 긴 듯합니다. 웃자리에 있는 분이 삼 년 동안 예법을 그만두면 예법이 시들어지고 삼 년 동안 음악을 그만두면 음악이 부스러집니다.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햅쌀이 나오면 불씨도 새로 갈아넣게 마련이니, 일 년이면 좋지 않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처럼 쌀밥을 먹고, 그처럼 비단옷을 입어도 너는 괜찮으냐?" "괜찮습니다." "네가 괜찮거든 그대로 하려무나! 대개 성실한 인물들은 상 중에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고,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고, 집안에서도 편안한 줄 모르므로 그렇게 않는 것이다. 네가 괜찮거든 그렇게 하려무나!" 재아가 나간 후에 선생님 말씀하시다. "재아는 사람 구실을 못하는 아이다. 사람이 나면 삼 년이 지난 뒤라야 부모의 품에서 멀어지게 되므로..

삶의나침반 2019.01.21

논어[325]

유비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다. 선생님은 병을 핑계로 거절했다. 전갈하는 사람이 문을 나가자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불러 그가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孺悲欲見孔子 孔子辭以疾 將命者出戶 取瑟而歌 使之聞之 - 陽貨 18 이 대목은 읽을 때마다 고개가 갸웃해진다. 병을 핑계로 거절했으면 됐지, 굳이 노랫소리를 듣게 해서 놀릴(?) 필요가 있었을까. 아픈 사람이 거문고를 타며 노래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모욕적인 대우를 받은 셈이다. 병을 핑계 댄 것은 거짓이고, 실제는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매몰찬 공자의 모습이다. 유비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대우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공자는 호오(好惡)가 분명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얼버무리지는 않았다. 일부 무리..

삶의나침반 2019.01.16

논어[324]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이 말씀을 안 하시면 우리들은 무엇을 받아서 전하오리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사시는 오고 가고, 만물은 거기서 자라는데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子曰 予欲無言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 陽貨 17 노자의 불언지교(不言之敎)가 떠오른다. 가르침은 말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말의 한계 또한 공자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말이 많아지면 핵심에서 멀어진다. 나아가 말로 전해질 수 없는 것도 있다. 이 대목에서는 왠지 공자의 지친 모습이 보인다. 공자의 제자라고 해서 하나 같이 가르침 대로 따르기만 했을까?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선생으로서 공..

삶의나침반 2019.01.07

논어[323]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줏빛이 붉은 빛을 흐리게 하는 것이 싫다. 정나라 음란한 음악이 참된 음악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 싫다. 말재주로 나라를 뒤엎는 것이 싫다." 子曰 惡紫之奪朱也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之覆邦家者 - 陽貨 16 공자는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 불의를 만나면 화를 낸다. 호오(好惡)를 구분 못하고, 화를 내야 할 때와 안 내야 할 때를 분간 못하는 건 소인(小人)이다. 공자의 이 말씀은 지금도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다. 사람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사이비가 얼마나 횡행하는가. 그 바탕에는 사이비의 활약을 부추기는 대중의 무지가 있다. 많이 안다고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다.

삶의나침반 2018.12.30

논어[322]

선생님 말씀하시다. "옛날 백성들에게는 세 가지 병통이 있었는데, 시방은 그것마저 없어진 것 같다. 옛날 이상주의자는 멋대로 했는데, 요즈음 이상주의자는 갈팡질팡한다. 옛날 고집통이는 못난 짓을 했는데, 요즈음 고집통이는 억지만 쓴다. 옛날 어리석은 패는 고지식했는데, 요즈음 어리석은 패는 속셈만을 따진다." 子曰 古者民有三疾 今也或是之亡也 古之狂也肆 今之狂也蕩 古之矜也廉 今之矜也戾 古之憂也直 今之憂也詐而已矣 - 陽貨 15 골칫덩이[狂, 矜, 憂]도 진화하는가. 옛날 '미친 자[狂]'는 제멋대로긴 하지만 중심은 있었는데, 요즈음은 줏대가 없다. 옛날 '고집통이[矜]'는 모나긴 했어도 바른 대로 따랐으나, 요즈음은 억지만 쓴다. 옛날 '어리석은 자[憂]'는 곧기라도 했으나, 요즈음은 속셈이 따로 있다. 한..

삶의나침반 2018.12.24

논어[321]

선생님 말씀하시다. "비루한 인간과 함께 군왕을 섬길 수 있을까! 지위를 못 얻으면 몹시 서둘고, 얻은 후에는 놓칠까 걱정하고,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못하는 짓이 없지." 子曰 鄙夫可與事君也與哉 其未得之也 患得之 旣得之 患失之 苟患失之 無所不至矣 - 陽貨 14 이런 '비루한 인간[鄙夫]'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게 공자 시대뿐이겠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도찐개찐이다. 인간의 성정상 이런 인간은 늘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지금이 훨씬 교활해진 게 아닐까. 덕치(德治)를 좀먹는 이런 인간을 공자는 노골적으로 경멸한다.

삶의나침반 2018.12.19

논어[320]

선생님 말씀하시다. "길가에서 들은 말을 길가에서 지껄이는 것은 제 인격을 짓밟는 짓이다." 子曰 道聽而塗說 德之棄也 - 陽貨 13 요사이 말로 바꾸면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를 마구 퍼 나르는 짓에 해당하겠다. 단톡방에는 시도 때도 없이 그런 글과 사진이 올라온다. 시사와 건강에 관한 내용이 많고, 미담이나 교훈적인 얘기, 유머도 있다. 대부분 다른 데서 베껴 옮긴 것이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시사 내용은 편견이 엄청 심하다. 특히 고향이 경상도인 동창들 단톡방은 문재인 대통령 욕하는 것밖에 없다. 짜증이 나서 탈퇴하고 싶어도 인간관계를 쉬이 끊을 수 없어 참고 있다. 그래서 떴다 하면 보지도 않고 삭제해 버린다. 되지 않는 소리라도 제발 제 목소리로 말했으면 좋겠다. 남의 주장 뒤에 숨는 것은 ..

삶의나침반 2018.12.14

논어[319]

선생님 말씀하시다. "근엄한 체하는 사람은 곧은 인격을 좀먹는 무리들이다." 子曰 鄕原德之賊也 - 陽貨 12 "향원은 덕을 훔치는 도적이다." 직역하는 게 더 분명하게 이해된다. 공자가 제일 싫어한 무리가 향원이다. 마치 예수가 바리새인을 비난하는 것과 비슷하다. 향원(鄕原)은 겉과 속이 다른 사이비 지식인이다. 표리부동의 위선자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군자인 체하지만 속으로는 제 잇속만 차린다. 악인은 차라리 경계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향원은 타인의 존경을 유도하고 무장해제시키면서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향원이 많아지고 득세하면 나라가 혼란해진다. 꼭 그런 놈들이 권력을 잡으려 하니 문제다.

삶의나침반 2018.12.09

논어[318]

선생님 말씀하시다. "볼품만은 위풍을 갖추면서 속으로는 꿍꿍이 셈을 꾸미는 것을 못된 인간에게 비긴다면 아마도 담 구멍을 뚫는 좀도둑이라고나 할까!" 子曰 色려而內荏 譬諸小人 其猶穿유之盜也與 - 陽貨 11 언뜻 떠오르는 게 정치인들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 꿍꿍이 셈은 전혀 딴판이다. 돈과 권력을 탐하는 속내를 숨기려면 교언영색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정치인이 득세하는 것은 속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속아 넘어가는 어리석은 대중이 있기 때문이다. 좀도둑에게 살림을 맡기니 나라 꼬락서니가 어떻게 되겠는가.

삶의나침반 2018.12.01

논어[317]

선생님 말씀하시다. "예법이니 예법이니 하지만 구슬이나 비단인 줄 아느냐? 음악이니 음악이니 하지만 종이나 북인 줄 아느냐?" 子曰 禮云禮云 玉帛云乎哉 樂云樂云 鐘鼓云乎哉 - 陽貨 10 예법에는 구슬이나 비단이 필요하고, 음악에는 종이나 북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구슬과 비단을 가지고 싸우고, 어떤 종과 북을 쓸지를 놓고 다툰다. 내용은 사라지고 껍데기를 가지고 논쟁을 하는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바라보는 격이다. 조선 시대의 예송논쟁이 대표적이다. 결국은 반대 정파를 숙청하는 논리로 써먹기도 한다. 무엇이든 고유 정신을 잃으면 위기가 찾아온다. 썩은 웅덩이에 물꼬를 트는 것이 혁명이고 개혁이다. 인간 정신의 역사도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게 아닐까.

삶의나침반 2018.11.25

논어[316]

선생님이 백어에게 말씀하시다. "'주남'과 '소남'의 시를 공부했느냐? 사람이 '주남'과 '소남'의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마치 담장에다 낯을 맞대고 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子謂伯魚曰 女爲周南召南矣乎 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 - 陽貨 9 '주남'과 '소남'은 의 한 부분이다. 아들에게 하는 말을 통해 시 공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앞에서 시 공부의 실용적인 이득을 말했다면, 여기서는 부정적인 측면을 밝힌다. 시 공부를 안 하면 담장에다 낯을 대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자기 눈이 생기지 않는다. 앞에서 '詩可以觀'이라 한 부분과 연결된다. 지식으로 아는 것은 남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시나 예술을 포함한 인문적 소양만이 자기 눈을 뜨게 한다.

삶의나침반 2018.11.18

논어[315]

선생님 말씀하시다. "애들은 왜 시를 배우지 않느냐? 시는 정서를 일깨워 주고, 뜻을 살펴볼 수 있고, 벗들을 모이게 할 수 있고, 하소연할 수도 있고, 가까이는 아비를 섬기고, 멀리는 군왕을 섬기며, 새나 짐승이나 풀이나 나무들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되는데...." 子曰 小子何莫學夫詩 詩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 陽貨 8 시를 배울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열거하고 있다. 시 공부를 제자들이 소홀했던가 보다. 당장 쓸모 있는 분야가 아닌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자는 군자가 갖추어야 할 소양으로서 시적 감수성을 높게 평가했다. 지금도 옛 시를 인용하는 중국 정치인을 자주 보는데 기저에는 이런 전통이 깔려 있지 않나 싶다. 맹자가 지도자의 덕목으로 내세우는..

삶의나침반 2018.11.08

논어[314]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야! 너는 여섯 마디 말에 여섯 가지 폐단이 있다는 말을 들었느냐?" 대답하기를 "못 들었습니다." "앉아라. 내가 일러주마. 사람 구실만 내세우지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은 데 있다. 지혜만 내세우지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멋대로 하는 데 있다. 미더운 것만 내세우고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잔인하게 되는 데 있다. 곧은 것만 내세우고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꼬이는 데 있다. 용감한 것만 내세우고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지럽게 되는 데 있다. 꿋꿋한 것만 내세우면서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마구 덤비는 데 있다." 子曰 由也 女聞六言六蔽矣乎 對曰 未也 居 吾語女 好仁不好學 其蔽也愚 好知不好學 其蔽也蕩 ..

삶의나침반 2018.11.04

논어[313]

필힐이 부른즉, 선생님이 가고 싶어 하였다. 자로가 말했다. "언젠가 제가 선생님께서 '자신이 저질러서, 좋잖은 짓을 한 자의 틈에 참된 인간은 끼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필힐이 중모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도 선생님은 가시려고 하니 어찌된 일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렇다. 그렇게 말한 일이 있다. '단단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갈아도 닳지 않으니.... '희다'고 말하지 않는가! 검게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으니.... 나는 어찌 조롱박이던가? 대룽대룽 매달려서 먹지도 못하는 물건인가?" 佛힐召 子欲往 子路曰 昔者 由也 聞諸夫子曰 親於其身爲不善者 君子不入也 佛힐 以中牟畔 子之往也 如之何 子曰 然 有是言也 不曰堅乎 磨而不린不曰白乎 涅而不緇 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 - 陽貨 6 앞에 ..

삶의나침반 2018.10.25

논어[312]

자장이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세상에서 다섯 가지 일만 잘하면 사람 구실이 되지." 자세한 것을 물은즉 '공손하고, 너그럽고, 미덥고, 민첩하고, 인정이 있어야 한다. 공손하면 업신여기지 않고, 너그러우면 많은 사람이 따르고, 미더우면 일거리를 맡기고, 민첩하면 공을 세우고, 인정이 있으면 사람을 잘 부릴 수가 있다." 子張問仁於孔子 孔子曰 能行五者於天下 爲仁矣 請問之 曰 恭 寬 信 敏 惠 恭則不侮 寬則得衆 信則人任焉 敏則有功 惠則足以使人 - 陽貨 5 뒤에 나올 요왈(堯曰) 편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인(仁)의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공손함[恭], 너그러움[寬], 믿음직함[信], 부지런함[敏], 베품[惠]의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이는 정치만이 아니라 완성된 인간의 ..

삶의나침반 2018.10.20

논어[311]

공산불요가 비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킨 후 선생님을 부른즉, 선생님이 가고 싶어했다. 자로가 언짢게 여겨 말하기를 "그만 두셔야지요. 하필 공산 씨에게로 가실 게야 있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를 부르는 것이 어찌 공연한 일일까! 만일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한 번 동쪽 주나라처럼 만들어 볼까!" 公山弗擾 以費畔 召 子欲往 子路 不悅 曰 末之也已 何必公山氏之之也 子曰 夫召我者而豈徒哉 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 - 陽貨 4 자로의 반응으로 봐서 반란을 일으킨 공산불요는 평판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공자는 공산과 손을 잡고 싶어 했다. 공자는 그만큼 절박했는지 모른다.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주나라가 동쪽에 있던 시절을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공자에게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삶의나침반 2018.10.13

논어[310]

선생님이 무성 지방에 가서 풍류 소리를 들으셨다. 선생님은 방긋이 웃으면서 "닭 잡는 데 소 칼을 내두르다니!" 자유가 대답하기를 "전에 제가 선생님께 듣자옵기를 '참된 인물이 도리를 배우면 사람들을 사랑하고, 하찮은 사람이 도리를 배우면 부리기 쉽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얘들아! 언의 말이 옳다. 앞서는 거저 농담으로 한 말이다." 子之武城 聞弦歌之聲 夫子莞爾而笑曰 割鷄焉用牛刀 子游 對曰 昔者偃也 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子曰 二三者 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 - 陽貨 3 상황을 정리하면 이럴 것이다. 공자 제자인 자유가 무성 지방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스승이 방문했다. 제자가 잘 다스리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칭찬해주고 싶었으리라. 그런데 무성의 풍류 소리를 듣고는..

삶의나침반 2018.10.07

논어[309]

선생님 말씀하시다. "인간성은 비슷비슷하고 습관은 서로가 딴판이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뚫어지게 아는 이와 깜깜한 먹보와는 서로 어쩔 수 없다." 子曰 性相近也 習相遠也 子曰 唯上知與下憂 不移 - 陽貨 2 30년 넘게 교단에 서면서 수많은 아이를 만났다. 인간은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누차 확인하는 시기였다. 공자가 말하는 습(習)의 차이일 것이다. 한편 성(性)은 눈에 띄지 않는다. 어렴풋이 감지할 뿐이다. 불교에서 모든 인간은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는 보는 것도 공통된 인간성의 한 단면이리라. 인간은 배움을 통해 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공자도 보았음이 틀림없다. 넓은 습의 스펙트럼에서 어찌할 수 없는 양극단도 존재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상지(上知)가 있는가 하면, ..

삶의나침반 2018.09.30

논어[308]

양화가 공자를 만나고 싶어하였으나 공자는 만나주지 않았다. 공자께 돼지를 보내왔다. 공자는 그가 없는 틈을 타서 사례를 하려고 나섰다. 도중에 그를 만난즉, 공자더러 말하기를 "오십니까! 나하고 이야기 좀 해 보십시다." 하고는 "보물을 간직하고서도 나라의 혼란을 그대로 두는 것이 사람다운 일일까요?" "옳지 않지요." "일하기를 좋아하면서도 때를 놓치는 것이 슬기로운 일인가요?" "옳지 않지요." "날과 달은 덧없으니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공자 말씀하시다. "옳습니다. 나도 쉬 벼슬살아 보겠습니다." 陽貨欲見孔子 孔子不見 歸孔子豚 孔子時其亡也而往拜之 遇諸塗 謂孔子曰 來 予與爾言 曰 懷其寶 而迷其邦 可謂仁乎 曰 不可 好從事 而기失時 可謂知乎 曰 不可 日月逝矣 歲不我與 孔子曰 諾 吾將仕矣 ..

삶의나침반 2018.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