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회 77

중국 여행 - 쿤위산

쿤위산(923m)은 연태 근교에 있는 화강암 산이다. 우리로 치면 북한산과 닮았다. 산세가 우람하면서 빼어나다. 일부는 골프장으로 가고, 나머지는 쿤위산 등산에 나섰다. 그러나 정상에 다녀오는 데는 일정에 무리가 있어 1시간여 걸리는 산책 코스를 택했다. 전날 태산에 비해 훨씬 여유있고 한가한 산행이었다. 안내판을 통해 코스 설명을 듣다. 한국 사람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는지 중국어, 영어, 한국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 등산로 초입의 계류가 맑고 깨끗했다. 등산로도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바위 사이에서 귀엽게 돋아난 아기 소나무. 중국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소풍을 나왔다.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가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구룡지(九龍池)와 구룡폭포. 안내판에는 구룡지 전설이 이렇게 적혀 있다. ..

사진속일상 2012.08.05

중국 여행 - 태산

밤새 시끄러운 중국 사람들 목소리로 잠을 설쳤다. 태산 일출을 보기 위해 4시 모닝콜이 되어 있었으나 이미 그 전에 잠이 깼다. 문을 열어서야 왜 그렇게 시끄러웠는지를 알았다. 호텔 복도와 로비는 온통 텐트로 가득 차 있었다. 산을 올라온 사람들의 임시 숙소였다. 더 놀라운 광경은 호텔을 나섰을 때였다. 사람들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밤새 태산을 걸어 올라온 행렬이었다. 인민군복 같은 두꺼운 코트를 걸치고 꾸역꾸역 정상으로 밀려 올라가는 광경은 나그네의 눈에는 낯설고 기이했다. 귀기(鬼氣)마저 서리는 풍경이었다. 종교적 순례 행렬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일부는 그냥 길바닥에서 비박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대부분이 젊은이들이었다. 어떤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6.25 때 인해전술로 밀..

사진속일상 2012.08.04

중국 여행 - 곡부

인류의 스승, 공자의 고향인 곡부(曲阜)를 찾아가는 날이다. 연태에서부터 고속도로를 7시간 넘게 달려야 닿는 먼 거리다. 아침 5시에 숙소를 나섰다. 버스를 교체하는 소동을 겪으며 오후 2시가 되어서야 곡부에 도착했다. 중국의 여름 날씨는 무척 뜨거웠다. 인구 10만 정도의 소도시인 곡부에는 세 개의 대표적인 공자 유적지가 있다. 삼공(三孔)이라 부르는 공묘(孔廟), 공부(孔府), 공림(孔林)이다. 공묘는 공자를 기리는 사당이고, 공부는 공자의 후손들이 살던 지역, 공림은 공자 묘가 있는 숲이다. 삼공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셋을 거의 달리기 하듯 훑어보는데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삼공 인근의 거리 모습. 곡부 전체가 온통 이런 기념품 가게들이다. 곡부는 공자로 먹고 산다고 해도 ..

사진속일상 2012.08.03

중국 여행 - 연태

대학 동기 아홉명이 중국 연태와 곡부, 태산을 다녀왔다. 연태 한국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를 만날 겸 동기들의 친목 해외여행이었다. 산동성에 있는 연태(煙台)시는 한국과 거리가 가까워인지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고, 골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다.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12시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중국 동방항공편을 이용했다. 연태까지 가는데 꼭 1시간이 걸린다. 제주도에 갈 때 걸리는 시간과 비슷하다. 공항에서 바로 연태 한국학교를 방문했다. 방학중이라 아이들은 없고 교무실에는 일직 근무하는 선생님 두 분만 계셨다. 이 학교는 교민 자녀를 위해 약 10년 전에 세워졌다. 현재 12학년 24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한국에서..

사진속일상 2012.08.02

봄눈과 함께 걸은 영장산

어제부터봄비가 내리더니 산에 오르니 눈세상이 되어 있었다. 3월 하순이니 아마 올해의 마지막 눈이 될 것 같다. 25차 물리회 산행으로 친구와 둘이서 영장산(靈長山)에 올랐다. 바람이 세게 불고 쌀쌀한 날씨였다. 분당 이매역에서 출발했는데 영장산에 이르는 길은 산을 돌고돌아 꽤 길다. 대신힘든 구간이거의 없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정상 바로 전에서 잠깐 숨을 가쁘게 한다. 멀리 보이는 남한산성이 하얀 눈을 이고 있는 게 마치 히말라야의 설산 같았다. 봄에 보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그러나 산 아래서 볼 때보다 흰색이 많이 사라졌다. 눈 녹은 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틀 전 고량주와 소주로 과음을 한 탓에 어제는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산길을 걸으니개운해졌다. 마음이 괴로운..

사진속일상 2012.03.24

강동그린웨이를 걷다

물리회 스물네 번째 산행은 강동그린웨이를 걸었다. 아침 9시 30분, 고덕역에 네 명이 모였다. 날은 잔뜩 흐렸다. 고덕역 4번 출구에서 조금 나가면 명일근린공원에 닿는다. 여기서부터는 야트막한 야산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안내 표시판이 잘 되어 있어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다. 이곳은 녹지가 잘 보존되어 있다. 서울과 하남의 경계선을 따라 길은 실처럼 이어진다. 천호대로를 지나면 일자산공원에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왕래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를 오른쪽에 끼고 걷는다. 둔촌동(遁村洞)이란 지명은 이집(李集, 1327-1387)의 호인 둔촌(遁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집은 고려말의 학자였는데 공민왕 17년(1368)에 신돈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 은거했다고 ..

사진속일상 2012.02.25

눈 내린 산길을 걷다

밤새 살짝 눈이 내렸다.셋이서 아차산과 용마산, 망우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었다. 적당히 싸늘한 날씨가 걷기에 좋았다. 스물세 번째 물우회 산행이었다. 망우리 공동묘지를 지나며 방정환 선생 묘소에 들렀다.묘비석 뒷면에 단 네 글자가 적힌 글귀가 간결했다. '동무들이' 세웠다는 뜻이다. 아침 9시 30분부터 산길을 4시간 가까이 걸었다.아차, 용마, 망우, 3개의 산을 지났다. 오랜만에 선배와 만나서 2차까지 하고 나오니길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외버스 유리창에 비친 불빛이 아늑했다.

사진속일상 2011.12.24

친구와 남한산성 성곽길을 걷다

친구와 남한산성 성곽길을 한 바퀴 돌았다. 두 주 만에 걷는 걸음이었다. 산에 오르니 바람이 찼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뿌릴 듯 잔뜩 흐렸다. 원래 대학 동기들 22차 산행일이었으나 날씨가 추워선지 둘밖에 모이지 않았다. 이러다간 홀로 산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남문을 중심으로 해서 성을 일주하는데 세 시간이 걸렸다. 성곽길은 언제라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약간은 부족한 듯한 이 정도가 내 체력에도 맞다. 걸으면서 퇴직 후의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아직 현직에 있는 친구의 버킷 리스트가 재미있었다.친구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데도 많다. 퇴직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친구의 모습이 멋있었다. 오전에 산길을 걸은 뒤 따뜻한 두부전골로 몸을 녹이고 헤어졌다. 전날 과음..

사진속일상 2011.11.26

어섬에서 경비행기를 타다

경비행기 조종이 취미인 친구가 있다. 오전에는 서울대공원 산림욕로를 걷고, 오후에는 친구를 따라 어섬 비행장에 갔다. 친구가 타는 비행기는 'X-Air'인데 무게가 300 kg밖에 안 나가는 경비행기 중에서도 최경량에 속한다. 엔진과 프로펠러가 위에 달려 있는 특이한 모양이다.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위해 옆 자리에 앉았다. 다른 친구는 끝내 사양했다. 어섬 비행장은 경기도 화성에 있다. 예전에는 바다였지만 시화방조제가 만들어진 후 육지로 변했다. 넓은 간척지를 비행장으로 사용한다. 경비행기 클럽이 여럿 있는데 친구는 한국비행교육원(KFEC)에서 교육을 받았다. 덩치가 작아선지 가볍게 이륙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육지 쪽으로 향했다. 고도는 약 200 m, 속력계는 시속 50 mile을..

사진속일상 2011.09.25

이배재에서 산성역까지 걷다

어제는 잠실에서 약속된 저녁 모임에 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산길을 따라 걸어가기 위해서다. 그동안 너무 비가 자주 내려 걷기에 굶주렸다. 두 달 내내 우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창 뜨거워야 할 8월 더위가 실종되었다. 이배재고개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 형제봉을 거쳐 망덕산에 이른다. 해발 500 m인데 여기서부터는 남한산성까지 산줄기를 따라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어 평지를 걷는 것 같다. 검단산을 지나 남한산성 남문인 지화문(至和門)에 닿았다. 두 시간을 넘게 걸었더니 피로가 밀려왔다. 이럴 때는 막걸리 한 잔이면 생기를 찾을 수 있는데 매점에서는 술을 팔지 않았다. 원래는 마천역으로 내려갈 계획이었으나 시간에 쫓길 것 같아 산성역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남문에..

사진속일상 2011.08.19

검단산에 오르다

물리과 동기들의 19차 정기산행으로 검단산에 올랐다. 하남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앞에서 9시 30분에 네 명이 모였다. 검단산을 추천했던 S는일이 바빠 나오지 못했다. 검단산은 예전에 자주 오른 산이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코스를 택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벗어나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햇살 따갑고 더웠으나 짙은 나무그늘이 보호막이 되어 주었다. 정상 바로 전에 가파른 계단으로 된 불친절한 구간이 있었다. 정상의 넓은 공터에서 간식을 먹고 H가 가져온 진도 홍주를 몇 잔씩 나누었다. 토요일이라 사람들 많았다. 하산길에 전망바위에서 바라보이는 조망이 시원했다. 잠자고 있던 바람도 깨어나 땀을 식혀 주었다. 여기서는 한강과 덕소, 하남, 그리고 멀리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검단산에..

사진속일상 2011.05.28

천마산에 오르다

대학 동기들의 18차 정기산행으로 천마산에 올랐다. 이번부터는 내가 등반대장이 되어 산행지 결정과 안내를 맡게 되었다. 첫 작품으로 천마산을 선택한 것은 친구들에게 봄 야생화를 구경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별꽃, 현호색, 제비꽃, 앉은부채, 산괴불주머니, 얼레지, 미치광이풀, 양지꽃, 노랑제비꽃, 괭이눈.... 그러나 처음에는 꽃이름 하나 외우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산행에는 네 명이 참가했다. 꽃에 관심을 가진 동기는 없다. 다들 관심 분야가 다르다. 그래도 처음 보는 꽃들과 이름에호기심을 보여주어 고마웠다. 호평동 입구에서부터 개별꽃과 점현호색이 반겨주었다. 올해는 꽃 피는 시기가 늦다. 예년 같으면 얼레지가 한창일 텐데 아직 개화를 하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지나야 만개할 것 같다. 산길은 한..

사진속일상 2011.04.24

동기들

나를 아는 것은 나인데 나는 나를 잘 모른다. 혼자서는 나를 제대로 알 수 없다. 동기들을 만난 날, 내가 잘 보였다. 머리에 허옇게 서리가 내린 친구를 보며 나 또한 그러함을 자각한다. 이팔청춘의 신기루가 인정사정없이 걷힌다. 세월은 참 빠르다. 젊음은 담배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시간 점프'가 공상과학 얘기만은 아니다. 그러나 먼 훗날, 이 사진을 본다면 사라진 지금을 또 아쉽게 추억할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나는 늘 늙어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순간 뿐이다. 과거도 미래도 없다. 내가 있는 지금 여기가 가장 아름다운순간, 자리가 아닐까.

사진속일상 2010.10.22

선상 번개팅

어제 저녁에는 대학 동기들의 번개팅이 있었다. Y가 주관하는 행사가 한강에서 있었는데 우리도 초대받았다. 아침에 갑자기 연락이 된 거라 네 명만 나왔다. 유람선을 전세 내어 배 안에서 행사를 갖는 모임이었는데 우리도 같이뷔페 식사를 하며 서울의 야경을 즐겼다.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하류와 상류를 오르내렸는데 반포대교 분수 앞에서는 한참을 서 있었다. 덕분에 세 시간 동안 밤의 유람선도 타보고 호사를 누렸다. 우리가 대학생이었을 때의 일화를 Y가들려주었다. K 형과 내가 너무 자주 예수 얘기를 해서 싫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수업 시간 중에도 둘이서 뒤에서 그랬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는 그것 때문에 Y가 K 형과 한 판 붙었다고 했다. 나도 한때 예수에 미쳤던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였는지는 ..

사진속일상 2010.06.05

남한산성에서 고골로 내려오다

대학 동기들 월례 산행으로 남한산성에 올랐다. 오래 전에 문정동에 살 때는 한 달에도 몇 번씩 오르던 남한산성이었는데 이사를 간 뒤론 뜸해졌다. 그것도 대부분이 차로 올라가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도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마천동에서부터 걸어서오르는 것은 참 오랜만이어서 길은 옛 추억에 젖게 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억지로 데리고 다녔던 길이기도 했다. 산성을 반 바퀴 돈 후 산성두부집에서 두부전골로 뒤풀이를 한 뒤에 헤어졌다. 힘들어 하는 일부는 버스로 내려가고, 나는 가보지 않은 길을걷기 위해 북문에서 고골로 내려가는 방향을 잡았다. 이 길은 하남으로 향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조용한 길이다. 길도 완만한 흙길로 걷기에 무척 부드럽고 좋았다. 우리나라만 해도 아직 가 ..

사진속일상 2009.08.22

청계산 망경대에 오르다

대학 동기들과의 두 번째 정기 산행으로 청계산에 올랐다. 이번에는 여섯 명이 함께 했다. 옛골에서 등산을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왼쪽 능선을 탔지만 우리는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흙길이 경사가 완만하면서 부드러워 걷기에 좋았다. 청계산(淸溪山)은 이름대로라면 맑은 계곡이 있을 법 한데 이름값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우리가 오른 길이 청계산에서 제일 큰 계곡을 끼고 오르는 길이었다. 그 계곡 옆에서 잠시 휴식할 때 주위를 둘러보다가 꿩의바람꽃 군락지를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꽃봉오리 상태였고 일부만 꽃잎을 수줍은 듯 열었다. 급경사를 올라혈읍재에 이르렀다. 혈읍재는세종시대의 유학자 정여창(鄭汝昌, 1450-1504) 선생이 청계산에 은거하고 있었는데 성리학..

사진속일상 2009.03.28

대학 동기들과 대모산 첫 산행

올해부터 대학 동기들이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함께 산행을 하기로 했다. 첫 산행은 대모산과 구룡산을 연결하는 걷기였는데 여덟 명이 모였다. 산을 안 타는 친구 때문에 높은 산은 오르지 못하고 서울 근교의 낮은 산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몇은 무릎을 다쳐 오래 걷는 데는 무리가 된다. 우리 과 정원은 30 명이었는데 일부는 연락이 안 되고 지금은 20 명 가까이 모이고 있다. 같이 산행을 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이가 드니까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고 또 자주 얼굴을 보고 싶어지는가 보다. 10 시에 지하철 수서역에서 모여 대모산을 거쳐 구룡산을 오른 뒤 양재동으로 내려왔다. 약 3 시간 정도 걸렸다. 거북이 등산회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함께 하는 자체가 기분 좋고 즐거웠다. 간식거리..

사진속일상 2009.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