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44

화성 한 달 살기

어젯밤 10시 33분에 있었던 스타십 시험 발사를 유튜브를 통해 지켜보았다. 미국 현지시간으로는 아침 8시 33분이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가 마지막 30여 초를 남기고 중단되어 또 연기되나 싶었는데 다행히 몇 분 뒤 재개되었다. 스타십(Starship)은 화성으로 가기 위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야심차게 시도하는 프로젝트다. 추진체인 부스터와 우주선인 스타십의 2단으로 구성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높이가 120m에 달하며 추진력이 7,500t에 달하는 이제까지 인류가 만든 로켓 중 가장 크고 강하다. 우리나라의 누리호 추력이 300t이니 스타십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 수준이다. 스타십에는 승객 100명과 화물 100t 이상을 실을 수 있다. 머스크는 스타십을 이용하여 2050년까지 화성에 10..

길위의단상 2023.04.21

엔드 오브 타임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면 항상 두 가지 감정에 휩싸인다. 하나는 엄밀한 과학 법칙의 지배를 받는 우주의 맹목성에서 오는 무의미함과 공허다. 현재의 과학 지식으로 우주의 미래는 열역학적 죽음으로 귀결한다. 결국은 모든 것이 암흑의 차가움 속에 사라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곳에서 가냘픈 생명으로 살아가는 경이와 기쁨이다. 우주의 관점으로 보면 참으로 하찮은 존재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지적 능력은 우주의 태초부터 미래까지를 그려 보일 수 있다. 우주와 함께 인간 자체도 경외롭다. 은 부제가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이다. 지은이인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은 초끈이론을 대표하는 물리학자면서 저서와 방송을 통해 과학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인물이..

읽고본느낌 2022.12.30

개기월식이 만든 붉은 달

어제저녁에 개기월식이 있었다. 부분월식까지 포함하면 3시간 40분간 진행되었는데, 개기월식은 19시 16분부터 20시 41분 사이에 일어났다. 개기월식이 시작하고 나서 집 밖에 나가보니 흐릿한 붉은 달이 남동쪽 하늘에 떠 있었다. 달이 지구 그림자 속에 숨는 개기월식이지만 지구 대기층에서 산란과 굴절(+회절)을 한 빛의 영향으로 달은 붉은색을 띤다. 서양 사람들은 '블러드 문(Blood Moon)'이라 부르면서 불길한 징조로 여긴다. 환하던 보름달이 붉게 변하면서 어두워지니 충분히 그렇게 상상할 만하다. 사진을 몇 장 찍어봤는데 오랜만의 동작이라 영 서툴렀다. 위의 사진은 개기월식이 최정점에 달한 19시 59분에 찍은 것이다. 데이터는 f5.6, 1s, ISO800이었다. 달만은 밋밋해서 확대 촬영한 달..

사진속일상 2022.11.09

제임스 웹이 찍은 수레바퀴은하

우주의 풍경 앞에서는 가슴이 뛴다. 요사이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조차 잊은 처지지만, 우주망원경이 보내오는 사진이 있어 허전함을 달래준다. 작년에 하늘로 올려진 제임스 웹은 허블보다 더 선명한 이미지를 선물하고 있다. 얼마 전에 제임스 웹이 찍은 수레바퀴은하가 공개되었다. 아름다운 은하나 성운이 많지만 수레바퀴은하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원 이름은 'ESO 350-40'인데 생긴 모양에서 통상 '수레바퀴은하(Cartwheel Galaxy)'라 불린다. 수레바퀴은하는 우리은하에서 5억 광년 떨어져 있고, 지름은 15만 광년이다. 원래는 나선은하였는데 다른 은하와 충돌하면서 생긴 충격파가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고리 모양을 만들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호수에 돌이 떨어질 때 생기는 파문과 비슷하다. 충..

길위의단상 2022.09.14

제임스 웹이 보는 우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드디어 활동을 시작해서 첫 사진이 공개되었다. JWST는 지구에서 150만 km 떨어진 지점(지구와 달 사이의 약 4배 거리)에 떠서 우주를 관측하는 망원경이다. 허블보다 100배 정도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제임스 웹'은 나사의 2대 국장을 지낸 분의 이름이다. 허블은 가시광선 영역을 촬영했지만 제임스 웹은 근적외선 영역이어서 심우주를 관측하는데 더 유리하다. 팽창하는 우주에서는 먼 천체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는데 적색편이 현상 때문에 빛은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변한다. 먼 우주의 천체를 관측하자면 적외선 파장이 필요하다. 이번에 처음 공개한 사진은 지구에서 46억 광년 떨어진 SMACS 0723 은하단이다. 은하들..

길위의단상 2022.07.17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

'외계 생명체를 찾아 떠나는 과학 여행'이라는 부제대로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는 과학계의 현황과 전망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을 쓴 제프리 베넷은 생물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분야의 적임자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철저히 과학적인 관점에서 외계 생명체에 관한 여러 논쟁을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은 고등학생만 되어도 충분히 이해할 정도로 평이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쓰여 있다. 태양계에서는 미생물 형태의 생명체가 곧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후보는 화성이고, 그다음으로 목성이나 토성의 위성에서 우리는 지구 밖 생명체를 볼 지 모른다. 지구에서도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미생물이 있으며, 지구의 첫 생명체도 심해 분화구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서 생명체를 찾는다면 ..

읽고본느낌 2021.02.19

우주정거장에서 본 지구

국제우주정거장 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는 16개국이 참여하는 하늘에 떠 있는 다국적 우주 기지다. 크기는 축구 경기장만 하며 지상 400km 높이에서 하루에 지구를 15바퀴 정도 돈다. 400km라면 대략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다. 지구를 사과 정도 크기로 축소하면 우주정거장은 사과 껍질에서 2m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맨눈으로도 쉽게 보이고, 성능 좋은 망원경이면 형체까지 뚜렷이 볼 수 있다. 승무원은 여섯 명인데 평균 6개월 정도 체류한다. NASA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봤다. 우리는 중력에 의해 지구 표면에 갇혀 있다. 지구 전체를 조망하는 넓은 시각을 갖고 있지 못하다. 숲을 보자면 숲 밖으로 나가야 한다. ..

길위의단상 2021.01.25

우주를 만지다

물리학자인 권재술 선생의 과학 에세이다. 통상의 과학책과 달리 물리학과 인문학의 따스한 만남을 시도해서 특이하다. 인문학적 소양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일 것이다. 특히 글의 갈피마다 직접 쓴 시가 실려 있어 딱딱한 과학 내용을 적절히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작가인 권 선생님은 대학 선배시다. 학부 때 조교이시던 선배한테 가르침을 받았다. 따스하고 겸손하신 분이었다. 후에는 대학 교수가 되시고 총장까지 하셨다. 대개 이과생은 세상을 보는 눈이 좁고 논리가 거친데 선배는 달랐다. 글을 잘 쓰신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는 처음 만났다. 다만 당구 실력은 나와 비슷해서 재작년인가에는 하수끼리 같이 시합을 한 적도 있었다. 책에서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을 읽고 아차, 하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교단에서 ..

읽고본느낌 2021.01.24

2020 천체사진

영국 그리니치천문대에서는 매년 천체사진을 공모한다. 전 세계에서 출품한 우수한 사진을 많이 볼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다. 올해 수상작 중에서 눈에 띄는 몇 작품을 골라 보았다. 1. 오로라 부문 - Lone Tree under a Scandinavian Aurora(Nikon D850, 15mm, ISO 1000, 13s) - Hamnoy Lights(Nikon Z7, 17mm, ISO 800, 10s) 요사이 사진에 푹 빠진 친구가 아이슬란드로 오로라 사진을 찍으로 간다고 한다. 원래는 올 겨울이었는데 코로라 때문에 내년으로 미루어질 것 같다. 나도 그 팀에 끼워달라고 부탁해 놓았다. 2. 태양 부문 - Total Solar Eclipse, Venus and the Red Giant Betel..

길위의단상 2020.12.06

2020년 부분일식

하지인 오늘(6월 21일) 우리나라에서는 부분일식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가 일식 사진을 시도해 보았다. 구름이 살짝 태양을 가려주기를 기대했으나, 구름 한 점 없이 완전히 쨍한 날이었다. 이렇게 되면 태양과 하늘이 너무 밝아서 주변 풍경과 조화를 맞추기 어렵다. 오늘 일식은 오후 3시 53분부터 6시 4분까지 2시간 11분 동안 관찰할 수 있었다. 오후 5시 2분에 태양의 45%가 가려지는 최대식이었다. 카메라를 만지다 보니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번에 인도, 중국 남부, 대만을 잇는 긴 띠 모양의 지역에서는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대만은 가까우니 개기일식을 보러 작년에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엄두도 낼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0년 뒤인 2..

사진속일상 2020.06.21

나는 농담이다

우주를 소재로 사용한 게 흥미롭다. 책 표지에도 우주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서가에서 책을 뽑을 때 표지 그림이 이 책을 선택하게 했다. SF가 아닌 소설에서 우주가 등장하는 것은 드물다. 는 초기 화성 탐사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김중혁 작가의 소설이다. 송우영과 이일영이라는 두 남자가 주인공이다. 송우영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인데 어머니가 죽으면서 남긴 편지를 주인(이일영)에게 돌려주려 한다. 이일영은 사고로 우주 미아가 된 상태다. 통신이 두절되고 산소가 점점 희박해져 가는 가운데 관제센터를 향해 메시지를 남긴다. 송우영과 이일영은 어머니가 같지만 아버지는 다른 형제다. 는 싱겁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등장하는 인물도 희한하다고 해야 할까, 뚜렷한 색깔이나 개성이 없이 흐릿하다. 이 소설이 말하려는 바도 마..

읽고본느낌 2020.04.15

머스크의 테러

어느 분이 얼마 전에 찍은 별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사진 가운데로 낙서를 한 것처럼 흰 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분의 설명으로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여러 대가 열을 지어 이동한 흔적이라고 했다. 사진을 못 쓰게 만들었으니 그분 입장에서는 '머스크의 테러'라고 부를 만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야심을 가진 사업가다. 그가 꿈꾸며 실행하는 스케일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 불허다. 그중 하나에 '스타링크 프로젝트(Starlink Project)'가 있다. 인공위성으로 세계 전역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프로젝트다. 2027년까지 지상 550km의 우주 궤도에 인공위성 12,000개를 올려서 사막이나 극지방 등 지구 어디서라도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

길위의단상 2020.03.30

지구 - 창백한 푸른 점

인간이 만든 물체 중 가장 멀리 나아가고 있는 것이 보이저 1호다. 보이저 1호(Voyager 1)는 1977년 9월에 발사되어 1990년에 명왕성을 지났고, 지금은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공간을 여행 중이다. 현재 위치는 지구에서 약 150AU(220억km) 떨어져 있다. 태양계 지름의 두 배에 해당하는 거리다. 보이저 1호는 명왕성을 지날 때 태양계 끝에서 본 지구 사진을 찍었다. 1990년 2월이었으니 꼭 30년 전이다. 지구에서 60억km 밖에서 본 우리 지구 사진인데, 이 희미하게 빛나는 영상을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명명했다. 촬영 30주년을 맞아 이 사진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NASA에서는 옛 사진을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보정하여 다시 발표했다. 보일..

길위의단상 2020.02.22

블랙홀의 그림자

지난달에 인류가 최초로 찍은 블랙홀 사진이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할 뿐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으니 직접 볼 수는 없다. 주변에 있는 물질이 블랙홀의 영향을 받아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 방출하는 전자기파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유추한다. 간접적으로 볼 수 있으니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부른다. 바로 이 사진이다. 이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M87이라는 은하 중심에 있다. 붉은색이 블랙홀 주위를 회전하는 원반이고, 가운데 보이는 검은 영역이 블랙홀이다. 블랙홀에서는 '사건의 지평선'과 '특이점'이라는 용어를 알아두면 편하다. 고밀도로 압축된 천체는 중력이 엄청 강해서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그래서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게 되는데 그 경계..

길위의단상 2019.05.03

달 착륙 조작이 가능한가

과거에 물리 선생을 하다 보니 현장에 있을 때 아이들로부터 달 착륙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실제 달 착륙을 생중계로 지켜본 나로서는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딘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무엇이건 의문을 품고 검증하는 것은 좋지만,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너무 쉽게 가짜로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달에 갔다 오는 자체가 워낙 기적 같은 일이다 보니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조작이라고 믿어버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달 착륙 조작이 과연 가능할까. 아폴로 11호부터 17호까지 달에 간 우주인이 열 명이 넘는다. 그들과 직접 관계된 사람이 수백 명은 될 것이다. 음모론자 주장대로 달 착륙 장면이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다면 그 과정에 관..

길위의단상 2018.11.29

퍼스트 맨

인간이 달에 첫발을 디딘 지 50주년이 되는 해가 내년이다. 아폴로 11호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1969년 7월, 인류가 최초로 달에 갔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신문에 난 아폴로 기사를 모두 스크랩하면서 나는 우주과학자가 되는 꿈을 꾸었다. 7월 20일, 암스트롱이 달에 내려서는 모습을 TV로 보던 흥분은 잊히지 않는다. 이 영화 '퍼스트 맨(First Man)'은 최초로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과 아폴로 11호 이야기다. 우주 경쟁에서 소련에 뒤진 미국은 국력을 집중하여 달 정복에 나선다. 1961년에 케네디 대통령은 선언한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 이 장면이 영화에도 나오는데, 달에 가는 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

읽고본느낌 2018.11.28

2018 그리니치 천체사진

매년 천체사진을 공모하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올해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11개 분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중에서 '사람과 우주(People & Space)' 부문 수상작만 소개한다. 1등, Transport the Soul Nikon D810, 14mm, ISO 2500, 20 sec 2등, Living Space Sony ILCE-7S, 28mm, ISO 6400, 15 sec 3등, Me versus the Galaxy Nikon D810, 20mm, ISO 5000, 10 sec 입선, Catching the Moment of Owe Sony ILCE-7S, 24mm, ISO 6400, 1/160 sec 입선, Expedition to Infinity Canon EOS 6D, 24mm, ISO..

길위의단상 2018.10.29

우주에서 본 개기일식

지난 21일에 미국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99년 만의 개기일식에 전 미국이 떠들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기일식을 보기 위한 여행단이 꾸려지기도 했다. 지갑만 두툼하다면 나도 욕심을 내봤을 것이다. 부분일식은 몇 차례 보았지만, 개기일식은 일생에 한 번 만나기 어려운 진귀한 현상이다. NASA 홈페이지에 우주정거장에서 본 달그림자 사진이 나와 있어 흥미롭다. 저 그림자 가운데 있는 사람은 개기일식을 보고 있을 것이다. 지상에서 해가 사라지는 광경도 신기하지만, 우주에서 보는 달그림자도 그에 못지않을 것 같다. 아래 지도는 2021년부터 2040년까지 지구에서 생길 일식 지역을 보여준다. 파란색이 개기일식, 붉은색이 금환일식이 일어날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8년 뒤인 2035년이 되어야 개기일식을 볼..

길위의단상 2017.08.28

2016 그리니치 천체사진

매년 그리니치 천문대에서는 천체사진을 공모하여 시상한다. 얼마 전에 올해의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대상은 개기일식을 연속 촬영한 '베일리의 목걸이(Baily's Beads)'가 차지했다. 아이디어가 참신한 작품이다. 언제 보아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하는 우주의 풍경을 소개한다. (1) 태양 부문 1등, Baily's Beads * Yu Jun(China) * Canon 5D Mark2 + Sigma DG OS HSM 150-600mm f/5-f/6.3 lens, 600mm f/10 at ISO 100 with multifle 1/1600 second * '베일리의 목걸이(Baily's Beads)'란 개기일식이 일어나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기 직전에 좁은 초승달 모양의 태양빛이 달 가장자리의 불규칙한 ..

길위의단상 2016.10.05

이명현의 별 헤는 밤

지은이인 이명현 선생은 전파천문학을 전공한 연세대 교수님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이 읽어도 좋을 정도로 아주 쉽고 흥미롭게 우주를 소개하고 있다. 밤하늘을 사랑하는 선생의 열정이 글에 녹아 있다. 소개에 보면 선생은 어린 시절에 이미 별세계에 빠졌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외국의 천문잡지를 구독했고, 아마추어 천문가 모임의 주요 멤버였으며, 고등학교 때는 유리알을 직접 갈아 망원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동시에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글도 꾸준히 썼다.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천문학도로 성장한 것이다. 선생은 칼 세이건을 존경한다는 데, 한국의 칼 세이건이 될 소질이 충분히 갖추어진 것 같다. 에 나오는 글을 봐도 그 실력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별에 꽂혔던 내 옛날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읽고본느낌 2016.09.17

엑시덴탈 유니버스

지은이인 앨런 라이트먼의 경력이 특이하다.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론물리학자면서 소설가이다. 매사추세츠공대에서는 과학과 인문학에서 이중으로 강의를 맡기도 했다. 통섭적 인간의 대표라 할 만하다. 이 책 는 과학과 인문학의 색깔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과학 지식을 기초에 깔면서 예술과 문학의 눈으로 우주를 바라본다. 우리가 우주를 대하는 일곱 가지 관점을 정리했다. 1. 우연의 우주[The Accidental Universe] 2. 대칭적 우주[The Symmmetrical Universe] 3. 영적 우주[The Spiritual Universe] 4. 거대한 우주[The Gargantuan Universe] 5. 덧없는 우주[The Temporary Universe] 6. 법칙의 우주[The L..

읽고본느낌 2016.07.04

마지막 3분

스티븐 와인버그가 쓴 은 빅뱅 이후 3분 동안에 우주에서 일어난 일을 보여준 책이다. 그 시기에 우주를 구성하는 수소와 헬륨 핵이 만들어졌으므로 우주의 기본 틀은 이때 완성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 우주의 시작에 관한 책이라면, 폴 데이비스가 쓴 은 우주의 마지막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질문은 우주의 시작과 끝에 관한 의문과 연관되어 있다. 놀랍게도 양자론과 상대성이론에 바탕을 둔 현대 과학은 이런 호기심에 일정 부분 대답을 해 주고 있다. 물론 변수가 많아 불확실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우주가 점점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우주의 '열 죽음'이라는 암울한 종말로 귀결된다. 모든 별의 불은 꺼지고 우주의 온도는 절..

읽고본느낌 2016.04.11

WR124

우주에는 온갖 종류의 별들이 모여 산다. 그중에서 울프-레이예(Wolf-Rayet) 별이라 불리는 매우 극적인 삶을 사는 별이 있다. 울프-레이예는 태양 질량의 20배가 넘는 거성으로 뜨겁고 격렬하게 에너지를 방출한다. 표면 온도가 수만 도에 이르는데 거센 항성풍이 별의 물질을 우주로 흩날린다. 손실량이 태양의 10억 배나 된다. 그래서 별의 수명은 수백만 년에 불과하다. 보통 별 수명의 천분의 일밖에 안 된다. 사람으로 치면 한 달도 못 사는 셈이다. 울프-레이예는 별 중에서 가장 굵고 짧게 산다. 최후는 장렬한 초신성 폭발로 막을 내릴 것이다. WR124는 울프-레이예 별에 속한다. 별에서 날아간 물질들이 별 주위에 성운을 이루고 있다. 지금도 초속 수천 km의 속도로 팽창 중이다. 성운의 지름은 6..

길위의단상 2015.12.21

그리니치 올해의 천체사진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주관하는 2015년의 천체사진 공모전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특수한 장비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보통의 카메라로도 찍을 수 있는 게 천체사진이다. 특히 지상의 풍경이 포함된 천체사진은 일반 카메라로도 충분하다. 요사이는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져서 웬만한 DSLR이면 ISO 감도를 높여서 은하수나 별 하늘을 넉넉히 찍는다. 이번에 수상한 하늘 풍경 부문 1등과 2등 작품이 좋은 예다. 이런 사진을 보면 가슴이 뛴다. 우리가 실제 보는 것보다 카메라는 몇 배나 더 아름답게 묘사해 낸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밤하늘을 찾아가고 싶다. 그러나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얼마만 한 열정이 필요한지를 알기에 감히 발걸음을 떼어놓지 못하겠다. 젊음이 좋다는 건 앞뒤 재지 않고 우선 시도해 ..

길위의단상 2015.09.23

뭔지 모르지만

아주 아주 오래전 빅뱅이 있었대. 지금 우주에 있는 수소는 전부 그때 만들어졌지. 내 몸에 들어 있는 수소의 나이가 무려 137억 년이래. 무한대의 수명을 가진 재료로 된 육체지만 우리는 고작 백 년밖에 못 살아. 뭔지 모르지만.... 수소가 뭉쳐서 별이 되었지. 핵융합이 일어나는 내부는 원소를 만드는 공장이야. 헬륨부터 차례로 만들어졌어. 아주 오래전 큰 별 하나가 뻥 하고 터졌지. 우주의 불꽃놀이였어. 별의 물질들은 차가운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어. 뭔지 모르지만.... 50억 년 전 어떤 요동이 있었을 거야. 태양이 생기고 주위로 행성들이 모이고 가족이 되었어. 세 번째에 지구가 있었지. 아주 아주 특별했어. 수많은 화합물이 생성 소멸하는 가운데 생명이 탄생했대. 뭔지 모르지만.... 진화의 사닥다리..

길위의단상 2015.02.24

한 장의 사진(20)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잊히지 않는 사진 한 장이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 탐사에 나섰던 1970년대에 찍은 사진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40여 년쯤 전일 것이다. 위치로 볼 때 달 궤도를 도는 우주선에서 찍은 것 같다. 사진의 구도는 단순하다. 달 지평선이 화면을 1/2로 가르고 그 위에 지구가 떠 있다. 달은 회색이고 하늘은 새까만데 지구는 푸른색으로 반짝인다. 흰 구름이 있고, 대륙 모양도 보인다. 태양은 머리 위에서 약간 뒤쪽에 떠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준 충격이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는 외계로 나가 지구를 본 것이 처음이었다. 물론 지구가 어떻게 보일지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 사진을 통해 본 지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주의 보석과 같았다. 우리가 아는 한 이 넓은 우주에서 ..

길위의단상 2015.02.04

야구 중계를 볼 때 "결대로 밀어쳐서 좋은 안타가 되었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결대로 밀어친다'는 게 뭘 뜻하는지 알 것이다. 바깥으로 들어오는 공을 억지로 당기지 않고 부드럽게 갖다 맞히는 걸 말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움직이는 야구공에 '결'이 있다는 표현이 참 좋다. '결'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나무, 돌, 살갗, 비단 따위의 조직이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라고 적혀 있다. 모든 사물에는 고유한 결이 있다. 나무의 결은 나이테고, 물의 결은 물결이다. 살결도 있고 비단결도 있다. 그런데 야구공을 결대로 밀어쳤다는 것은 공 자체가 아니라 운동할 때 나타나는 특징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결도 있는 것이다. 이 '결..

참살이의꿈 2014.11.04

그리니치 천체사진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에서는 매년 올해의 천체사진을 발표한다. 깊은 우주, 지구와 우주, 태양계, 특별상, 젊은 천체사진가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잘 찍은 천체사진을 보면 가슴이 뛴다. 사진은 밤하늘을 실제로 바라보는 이상의 감동을 준다. 디지털이 되면서 하늘 촬영 기술도 점점 진보하는 것 같다. 천체사진 찍기가 얼마나 힘들다는 걸 짧았던 경험에서 잘 안다. 기상이나 환경 등 조건이 맞는 날이 일 년 중 얼마 안 된다. 거기에 사진가의 열정이 더해져야 한다. 장비만 구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쏟아야 할 연구와 노력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올해 사진전의 입상작 중에서 몇 개를 골라 보았다. 빙산과 오로라[지구와 우주 부문] Canon 5D, 33mm f/3.2, ISO 1000, 10..

길위의단상 2014.10.04

특이점이 온다

8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담고 있는 내용도 그만큼 충격적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이만큼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분석한 책도 드물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진화가 인류를 어떻게 변모시킬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 준다. 특이점이란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깊어서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시기를 말한다. 블랙홀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물질과 에너지를 끌어당기며 그 패턴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특이점은 생물학적 사고 및 존재와 기술이 융합해 이룬 절정으로서, 생물학적 근원을 훌쩍 뛰어넘은 세계를 탄생시킬 것이다. 특이점 이후에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 물리적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 특이점이 임박한 시기에 ..

읽고본느낌 2014.07.28

100조분의 1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남자는 1회 사정할 때 약 2억 마리의 정자를 방출한다. 평생으로 따지면 2,000억은 된다. 반면 여자는 평생 500개의 난자를 생산한다. 그러므로 부모에 의해서 태어날 수 있는 인간의 수는 100조가량 된다. 내가 이 세상에 나올 확률은 100조분의 1이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는 불교 설화가 있다. 어떤 사람이 구멍이 하나 있는 판자를 바다에 던졌다. 바다에는 눈먼 거북이가 살고 있는데 백 년에 한 번씩 물 위로 고개를 내민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러야 거북 머리가 우연히 판자 구멍에 들어가게 될까?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는 게 그만큼 어려운 확률이라는 설명이다. 이 확률도 계산해 보자. 지구 표면적..

길위의단상 201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