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공 34

논어[296]

음악 선생 면이 만나려고 왔을 때 층계에 이른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층계입니다." 앉는 자리에 이른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앉는 자리입니다." 모두들 앉은즉, 선생님은 그에게 일러주기를 "아무개는 여기 있고, 아무개는 여기 있습니다." 음악 선생 면이 나간 후에 자장이 묻기를 "그것이 음악 선생과 함께 이야기하는 도리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렇다. 본시 음악 선생은 도와 드려야 하는 거다." 師冕見 及階 子曰 階也 及席 子曰 席也 皆坐 子告之曰 某在斯某在斯 師冕出 子張問曰 與師言之道與 子曰 然 固相師之道也 - 衛靈公 34 여기 적힌 내용으로 볼 때 음악 선생 면은 장님이 분명하다.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공자학당에 찾아왔을 것이다. 공자는 손수 안내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을 설명해 준다..

삶의나침반 2018.07.03

논어[295]

선생님 말씀하시다. "길이 다르면 서로 의논할 것도 없다." 子曰 道不同 不相爲謨 - 衛靈公 33 인생에는 수없이 많은 길이 있다. 타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모든 길은 옳다. 어느 길로 가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며, 다만 선택에 따른 과보는 감내해야 한다. 개인의 가치관이나 집단의 이데올로기 차이가 서로 다른 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면서 공동체를 이루는 게 민주사회다. 내 생각만이 바르고 내 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파쇼적 폭력일 뿐이다. "길이 다르면 서로 의논할 것도 없다"는 공자의 말씀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가능하다. 우리는 각자 제 길을 가면서 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삶의나침반 2018.06.28

논어[294]

선생님 말씀하시다. "교육하면 차별은 없다." 子曰 有敎無類 - 衛靈公 32 전에 근무했던 학교 현관에 들어서면 '有敎無類'라 적힌 액자가 제일 먼저 맞았다. 그때는 이 말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공자님이 학생을 들일 때 신분이나 빈부의 차별을 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 면에서 현대의 보통교육은 유(類)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공자 시대보다는 확실히 진일보했다. 그러나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현 체제의 교육은 차별을 심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사이는 물론이고, 배운 사람 또한 줄 세우기 하는 현실이니 말이다. 부와 권력의 세습에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본다. 약육강식의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지나 않는지.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공..

삶의나침반 2018.06.20

논어[293]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왕을 섬길 때는 제 직분에 충실하고 봉급 문제는 뒤로 미룬다." 子曰 事君 敬其事 而後其食 - 衛靈公 31 8천 명이 넘는 후보자가 출마한 6.13 지방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왕조시대와 비교할 때 섬기는 대상은 다르지만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파의 이익이나 개인의 욕심을 떠나 내 고장과 이웃을 위해 조용히 진정으로 일해 줄 사람이 많이 뽑혔으면 좋겠다.

삶의나침반 2018.06.08

논어[290]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들이 사람 구실하는 것을 물불보다도 더 무섭게 안다. 물불에 뛰어들다가 죽는 사람을 나는 보았지만, 사람 구실 하는 데 뛰어들다가 죽은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子曰 民之於仁也 甚於水火 水火 吾見蹈而死者矣 未見蹈仁而死者也 - 衛靈公 28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 구실[仁]'하며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한다. 이웃에 폐를 끼치며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게 인(仁)의 기본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심이 소중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명심해야 한다. 그러자면 제 이기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인만 아니라 가족이나 국가 이기주의도 마찬가지다. 이기성에서 벗어난 마음이 선(善)이다. 인과 선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손해보더라도 착하게 살라고 자식을 교육하는 부모는 드물다. ..

삶의나침반 2018.05.20

논어[289]

선생님 말씀하시다. "훌륭한 인물은 잔일은 잘 모르지만 큰 일은 맡을 수 있다. 하찮은 사람은 큰 일을 맡아서는 안 되지만 잔일은 잘 안다." 子曰 君子不可小知 而可大受也 小人 不可大受 而可小知也 - 衛靈公 27 큰 그릇과 작은 그릇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만들어지기보다는 타고나는 품성 중 하나다. 여기 나오는 '소지(小知)'는 '단편적인 지식'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제 좁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재단하는 사람이 소인이다. 큰 일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살이에서는 소지(小知)와 소인(小人)도 필요하다. 잔일을 아는 사람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자가 군자와 소인을 구분했지만 하나를 차별하고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군자로만 이루어진 세상이 이상향은 아니다. 군자와 소인이 제 역할을 하며..

삶의나침반 2018.05.15

논어[288]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혜는 넉넉하지만 사람 구실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비록 얻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잃고야 만다. 지혜도 넉넉하고 사람 구실로 뒷받혀졌더라도 엄격한 태도로 대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존경하지 않는다. 지혜도 넉넉하고 사람 구실로 뒷받혀졌고 엄격한 태도로 대하더라도 질서있게 백성들의 활동을 도와주지 않으면 잘된 일은 못된다." 子曰 知及之 仁不能守之 雖得之 必失之 知及之 仁能守之 不莊以리之 則民不敬 知及之 仁能守之 莊以리之 動之不以禮 未善也 - 衛靈公 26 여기 나오는 지(知), 인(仁), 엄정(莊), 예(禮)를 정치인이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과연 이렇게 실천되는 정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민주정이 되었지만 정파의 이익에 휘둘리는 것이 현실 정치다. 지금의 대의 민주주의를 공자가..

삶의나침반 2018.05.07

논어[287]

선생님 말씀하시다. "쓸모 있는 인간은 자기의 나갈 길을 찾지, 먹고 사는 일은 꾸미지 않는다. 밭갈이 하되 배고픈 것은 그 속에 있거든. 학문을 닦으면 식록은 그 안에 있고. 참된 인간은 나갈 길을 걱정하지,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 거야." 子曰 君子謀道不謀食 耕也 뇌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 君子憂道 不憂貧 - 衛靈公 25 인간의 가치는 먹고사니즘을 넘어서는 데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것이 군자의 화두다. 삶의 길을 공부하다 보면 식록은 따라온다.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군자는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 "君子憂道 不憂貧" - 이 구절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한때 "부자 되세요"가 국민적 인사말이 된 적이 있었다. 누가 누구를 나무랄 것인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겠다.

삶의나침반 2018.05.02

논어[286]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진종일 먹지도 않고 온 밤을 꼬박 새워가며 생각해 보아도 별것 없었다. 공부하는 것만 못하다." 子曰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無益 不如學也 - 衛靈公 24 학(學)의 중요함이야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사(思)를 폄훼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학과 사는 나란히 굴러가는 수레의 두 바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학과 사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 제일 적확한 듯 싶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운다고 이곳저곳으로 열심히 쫓아다녀도 제 생각으로 깊어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배우지 않고 제 생각에만 빠져 있다면 편협해지고..

삶의나침반 2018.04.26

논어[285]

선생님 말씀하시다. "허물을 고치지 않는 그것이 잘못인 거야." 子曰 過而不改 是謂過矣 - 衛靈公 23 선생 노릇 할 때 자주 써먹었던 말이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네 죄를 알렷다! 그런데 아이들은 제가 한 일이 잘못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무심코 던지는 돌에 맞는 개구리의 비명을 듣지 못한다. 잘못이라는 걸 깨우치게 되면 행동이 변한다. 문제는 잘못인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경우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법률 위반까지는 안 가더라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히는 걸 알면서도 거리낌 없이 살아간다. 현실에는 이런 인간들이 의외로 많다. 허물인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여기에 타성이 젖으면 안 될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8.04.20

논어[284]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이 길을 넓히는 것이지, 길이 사람을 넓혀 주는 것이 아니다." 子曰 人能弘道 非道弘人 - 衛靈公 22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수가 없습니다." 이 예수님 말씀과 비교해 보면 둘의 차이가 명확하다. 아니, 비교하는 게 무리일지 모른다. 하나는 믿음의 세계고, 다른 하나는 신념의 세계다. 공자 철학은 인간 중심이다. 그 무엇도 인간을 떠나서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길[道]'도 인간을 통해서 발현될 뿐이다. 절대적인 진리가 외부에 존재해서 인간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길을 만들어 나간다. 공자가 초월적인 존재를 부정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인간사에 간섭하는 인격신은 아니었다. 인간의 힘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 수 ..

삶의나침반 2018.04.13

논어[283]

선생님 말씀하시다. "대중이 싫다 하더라도 반드시 조사해 보아야 하고, 대중이 좋다 하더라도 반드시 조사해 보아야 한다." 子曰 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 - 衛靈公 21 사람은 출생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경상도냐, 전라도냐에 따라 정치적 성향도 달라진다. 어느 국가에서 태어나느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시대 집단 관념의 지배를 받는다. 넓은 시각에서 보면 우리의 견해는 대부분 편견이다. 상식적인 편견이냐, 아니냐만 있을 뿐이다. 대중의 견해가 다수라고 해서 옳을 수는 없다. 가장 부화뇌동하기 쉬운 것이 대중심리다. 성찰이 없는 확신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어떤 사안이든지 여러 관점에서 검토가 되어야 한다.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정치만 아니라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늘 자신을 ..

삶의나침반 2018.04.05

논어[282]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런 듯이 꾸며대면 인격을 손상하고, 작은 일을 못 참으면 큰 일을 그르친다." 子曰 巧言 亂德 小不忍 則亂大謀 - 衛靈公 20 작은 일을 못 참아서 큰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강력한 대권 후보였던 사람도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어디 그 사람뿐이겠는가. 드러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본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자의 호기라고 용인되었던 부분도 많았다. 손가락으로만 찍어도 알아서 대령하는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권력을 가졌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 꾸며대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큰일을 도모하는 사람일수록 처신을 삼가할 것, 진실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삶의나침반 2018.03.29

논어[281]

선생님 말씀하시다. "우리 때만 해도 역사의 기록에 빈 데도 있었다. 망아지를 가진 사람은 남을 주어 타게도 했다. 요새는 그런 일이 없구나!" 子曰 吾猶及史之闕文也 有馬者 借人乘之 今亡矣夫 - 衛靈公 19 "우리 때만 해도~"라는 말을 공자도 쓰는구나. '역사의 기록에 빈 데도 있었다'는 표현은 인간미가 있고, 순박했던 시대였다는 뜻일까. 현실이 각박할수록 과거는 아름답게 보인다. 과거 사람은 그 전 과거를 또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면서 역사는 진보해 나간다.

삶의나침반 2018.03.23

논어[280]

자공이 묻기를 "한 마디로 평생을 지켜 나갈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것은 미루어 생각하는 것일 거야!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 子貢問 曰 有一言 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 衛靈公 18 에 나오는 황금률이다. 자공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을 말을 묻자 공자는 '서(恕)'라고 했다. 서(恕)는 상대 입장에서 헤아려주는 마음일 것이다. 예수님도 말씀 하셨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무엇이든지 사람들이 여러분을 위해 해 주기 바라는 것을 그대로 그들에게 해 주시오. 이것이 율법과 예언자들의 정신입니다." 무릇 가르침의 핵심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함이다.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나에게 해 주기 바라..

삶의나침반 2018.03.06

논어[279]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정의를 바탕으로 삼고, 예법으로 행동하고, 겸손하게 말을 꺼내며, 신의로 매듭을 맺으니, 참된 인간이지." 子曰 君子 義以爲質 禮以行之 孫以出之 信以成之 君子哉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자신의 무능을 뼈아프게 생각하지, 남이 자기를 몰라주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子曰 君子 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之也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죽게 될 때까지 칭찬받을 만한 이름을 남기지 못함을 뼈아프게 생각한다." 子曰 君子 疾沒世而名不稱焉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사람값을 제게서 찾고, 하찮은 사람은 그것을 남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子曰 君子 求諸己 小人 求諸人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기품을 높이나 싸우지 않고, 어울리기는 하나 끼리끼리 짝..

삶의나침반 2018.03.02

논어[278]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종일 모여 앉아서 옳은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잔재주 부리기만 좋아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 子曰 群居終日 言不及義 好行小慧 難矣哉 - 衛靈公 16 인간은 무리에 섞이기를 좋아한다. 초기 인류에게 외톨이가 된다는 것은 곧 죽음이었다. 현대인에게도 그런 유전적 본능이 있어서 모임을 만들고 그 일원이 되면서 안전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모임들이 얼마나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모여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아무 의미 없는 내용이다. 시장 바닥의 소음과 다를 게 별로 없다. 가끔 수다가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소인(小人)은 소혜(小慧)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삶의나침반 2018.02.19

논어[277]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子曰 不曰如之何 如之何者 吾末如之何也已矣 - 衛靈公 15 자신이 처한 상태에 대한 부정과 비판을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 단순히 현실에 대한 만족을 행복이라 할 수는 없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그러므로 유아적 낙관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그런 사람은 공자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삶의나침반 2018.02.10

논어[276]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기 자신을 깊이 뉘우치면서 남의 허물을 가볍게 여기면 원망을 사지 않을 거야." 子曰 躬自厚 而薄責於人 則遠怨矣 - 衛靈公 14 예수님도 말씀하시다. "왜 당신은 형제 눈 속의 티는 보면서도 당신 눈 속의 들보는 깨닫지 못합니까? 보시오, 당신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당신 형제더러 '가만 있게, 자네 눈에서 티를 빼네 주겠네' 하고 말하겠습니까? 이 위선자, 먼저 당신 눈에서 들보를 빼내시오. 그 때에야 당신은 똑똑히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것입니다." 타인을 향하는 잣대로 자신을 본다면.....

삶의나침반 2018.02.05

논어[275]

선생님 말씀하시다. "할 수 없구나! 나는 아직 계집 좋아하듯 곧은 마음씨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으니!" 子曰 已矣乎 吾未見 好德如好色者也 - 衛靈公 13 호색(好色)이 대개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공자의 말에서는 자연스런 느낌이 난다. 이성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생명체의 본성으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지만 덕(德)에 대한 갈망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호색하듯 자연스럽게 덕을 사모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닌,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이 공자의 말에 묻어 있다.

삶의나침반 2018.01.30

논어[274]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이란 앞일을 생각지 않으면 코앞 걱정이 있게 마련이거든." 子曰 人無遠慮 必有近憂 - 衛靈公 12 살아보니 아무리 앞일을 생각해도 코앞 걱정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같은 범인은 앞일을 너무 재다가 도리어 걱정거리를 만들어낸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바둑 격언 그대로다. 염려한다고 세상사가 쉬이 풀리지는 않는다. 심사숙고한 것이 오히려 쥐약인 경우도 흔하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 유원려(有遠慮)가 꼭 무근우(無近憂)는 아니다.

삶의나침반 2018.01.25

논어[273]

안연이 나라 다스리는 방법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나라 책력을 쓰고, 은나라 수레를 타고, 주나라 관복을 입고, 음악은 소무곡이어야 하며, 정나라 소리를 버리고, 아첨하는 인물을 멀리해야 한다. 정나라 소리는 음란하고, 아첨하는 인물은 위험하다." 顔淵問 爲邦 子曰 行夏之時 乘殷之輅 服周之冕 樂則韶舞 放鄭聲 遠녕人 鄭聲淫 녕人殆 - 衛靈公 11 과거에서 배우는 것은 마땅하다. 막된 나라라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여기 나오는 소(韶)는 순임금 시절의 음악이다. 이 곡을 처음 듣고 석 달 동안 고기맛을 잊었다고 한 바로 그 음악이다. 무(舞)는 주 무왕 시절의 음악이다. 반면에 정나라 소리는 음란하다며 멀리하라고 했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음악의 중요성이 상당했던 것 같다. 정나라 소리가 어떻길..

삶의나침반 2018.01.20

논어[272]

자공이 사람 구실하는 방법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공장이가 제 구실을 잘 하자면 먼저 연장을 잘 단속해야 한다. 그 나라에 있을 때는 그 나라 대부 중에 잘난 이를 섬기고, 그 나라 벼슬아치 중에 사람다운 사람과 사귀어야 한다." 子貢問 爲仁 子曰 工欲先其事 必先利其器 居是邦也 事其大夫之賢者 友其士之仁者 - 衛靈公 10 자공에게 스승이 주는 실제적인 가르침이다. 현명한 사람을 섬기고, 어진 사람과 벗하라는 말은 자신을 낮추고 끊임없이 배우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자의 독선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특히 지도자의 아집은 본인만 아니라 나라까지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능력이 출중했던 자공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8.01.14

논어[271]

선생님 말씀하시다. "뜻이 굳은 선비나 사람다운 사람은 살기 위해서 사람 구실을 버리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사람값을 하고야 말지." 子曰 志士 仁人 無求生以害人 有殺身以成仁 - 衛靈公 9 살신성인(殺身成仁)이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 '남한산성'이 잘 그린 것처럼 최명길은 역적 소리를 들어가며 더 큰 참화를 막았다. 역사에 오명을 남긴다는 걸 본인도 알았을 것이다. 물론 역사를 보는 관점에 따라 인물의 평가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믿는 대의명분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전쟁터로 내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살신으로 보이는 것이 아집일 수 있고, 그 반대가 오히려 살신으로 인을 이루기도 한다는 말이다.

삶의나침반 2018.01.09

논어[270]

선생님 말씀하시다. "이야기함직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않으면 사람을 잃고, 이야기해서는 안 될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면 말을 잃는다. 지혜 있는 사람은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子曰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 不失人亦不失言 - 衛靈公 8 '이야기함직한 사람[可與言]'과 '이야기해서는 안 될 사람[不可與言]'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가르키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같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과 말을 섞기 싫은 사람은 있다. 공자의 말씀이 단순히 성격 차이에 의한 나누기로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살면서 사람을 잃거나 말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사실이다. 대부분 말이 원인이다. 술자리에서 쏟아낸 말을 다음날 깨고나서는 후회했던 적이 자주 있었다. 이것도 말을 잃은..

삶의나침반 2018.01.05

논어[269]

선생님 말씀하시다. "곧구나! 사어는. 나라의 질서가 섰을 때도 화살 같고, 나라가 어지러울 때도 화살 같지. 참된 인물이지! 거백옥은. 나라의 질서가 섰을 때는 벼슬 살고,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걷어치워 감추어 버릴 수도 있지." 子曰 直哉 史魚 邦有道如矢 邦無道如矢 君子哉 거伯玉 邦有道則仕 邦無道則可卷而懷之 - 衛靈公 7 고수는 부드럽다. 유연하다. 정형화된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사어와 거백옥의 행동은 겉으로 보기에는 모순된다. 그러나 공자는 두 사람 모두를 칭찬한다. 사어는 곧아서 아름답고, 거백옥은 때를 맞출 줄 알아서 아름답다. 내면의 진실된 마음에서 둘은 다르지 않다.

삶의나침반 2017.12.29

논어[268]

자장이 통할 수 있는 길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말씨가 믿음직스럽고 행동이 착실하면 되놈의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지만, 말씨가 미덥지 못하고 행동이 착실하지 못하면 제 고을에선들 통할 수 있을까. 섰을 때는 멍에 멘 망아지가 눈 앞에 있는 것이 보이고, 수레 안에 앉았을 때는 수레가 멍에에 의지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되어야 어디나 통할 수 있는 것이다." 자장이 이를 큰 띠에 적었다. 子張問行 子曰 言忠信 行篤敬 雖蠻貊之邦行矣 言不忠信 行不篤敬 雖州里行乎哉 立則見其參於前也 在輿則見其倚於衡也 夫然後行 子張書諸神 - 衛靈公 6 "말은 믿음직스럽고 행동은 경건해야 한다[言忠信 行篤敬]." 한 해를 마감하며 나를 돌아보는 말씀이다. 더 줄이면 '신(信)'과 '경(敬)'이다. 삿됨이 없는 겸..

삶의나침반 2017.12.24

논어[267]

선생님 말씀하시다. "가만히 있어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순임금인가! 대체 무엇을 했을까! 몸을 공손히 하고 왕위에 앉아 있기만 했던 것이다." 子曰 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 - 衛靈公 5 에서 무위(無爲)를 만나니 반갑다. '몸을 공손히 하고 왕위에 앉아 있기만 했다'는 표현은 도가의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유가와 도가가 앙숙이 되기 전에는 이렇듯 서로 공통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공자는 무위의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 반면, 노자나 장자는 끝까지 무위에 매달렸던 점이 다른지 모른다. 어쨌든 공자도 무위지치(無爲之治)를 최고의 다스림으로 본 것은 분명하다.

삶의나침반 2017.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