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126

한 여인의 죽음

장맛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한 여인의 죽음이 내 마음을 아프고 무겁게 짓누른다. 새만금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계화도 어민 류기화 님이 불의의 사고로 별세했다는 소식 때문이다.갯벌의 그레질로 생계를 이어오던 님은 여느 때처럼 백합을 잡기 위해 갯벌에 나갔다가 깊은 곳에 빠져 변을 당했다고 한다. 님에 대해서는 새만금 반대운동이 한창일 때 어느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마 그때 프로그램 제목이 '새만금의 여전사'였다고 기억하는데, 야성적인 모습으로 새만금 반대운동에 앞정서는 모습을 감명 깊게 보았다. 동시에 방관자로 남아있는 나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럽게 느껴졌었다. 새만금 방조제 둑이 완성되면서 바다 물길이 달라지고 군데군데 뻘이 생겨, 님은 이같은 뻘에 빠져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사진속일상 2006.07.15

신비체험과 임사체험의 불가사의

인간의 신비한 정신 현상 중에서 특히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종교적 신비체험과 임사체험이 아닐까 싶다. 종교의 창시자들이나 성인들, 그리고 유명한 종교 지도자들에게서는 그들이 경험한 종교적 신비체험이 늘 따라다닌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하늘로부터 권위를 받은 것으로 암시되기도 한다. 불교에서 돈오(頓悟)라고 부르는 깨달음의 순간도 이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이런 종교적 체험은 모든 종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힌두교의 요가 수행자들에게서는 이런 체험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도 한다. 오랜 침묵이나 기도, 또는 은둔과 고행을 통한 감각의 제어에서 그런 체험은 순간적으로 강력하게 찾아오는 것 같이 보인다. 이런 신비체험에서는 주로 빛과 소리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된다. 이런 종교적 신비체험의 특징은 체험 후에 완전..

참살이의꿈 2006.04.27

품위 있는 죽음

동료의 부친 되시는 분이 암 진단을 받았는데 수술을 마다시고 5개월여 생존하시다가 돌아가셨다. 일흔이 넘으신 연세에 그분은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신 것이다. 아마 수술을 했다면 몇 년은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자식들이야 수술 하시기를 강권했지만 본인이 극구 반대하셨다고 한다. 암 말기의 고통은 진통제로 완화시키며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셨다. 어느 집 어머니가 역시 암에 걸리셨다. 역시 많은 연세 탓에 수술 여부로 말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자식들이 수술을 시켰고, 어머니는 지금 두 해째 계속 항암 치료를 받고 있지만 거동도 못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간병 문제로 자식간에 알력이 생겨 지금은 형제간의 의에 금이 가버렸다. 수술을 강력히 희망했던 딸들도 이젠 나 몰라라 하고, 어머니는 본..

길위의단상 2005.12.27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 귀천 / 천상병 당신이 떠나시고 나서야 당신의 자리가 컸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이 떠나시고 나서야 당신의 사랑이 지극했음을 압니다. 당신이 떠나시고 나서야 당신의 인품이 온화하고 따스했음을 압니다. 자식들에 대한 그 사랑을 어찌 버려두고 가실 수 있었나요? 다시 못 올 먼 길을 어찌 그리 빨리 재촉해 떠나셨나요? 남은 우리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그래도 당신은 행복했었다고 얘기합니다. 병고에무너져 내리는 당신을 보며 유약하다고 탓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당신..

시읽는기쁨 2004.10.19

처남의 10주기

꼭 10년 전이었다. 강릉에 살고 있던 처남이 위독하다는 연락이 왔다. 평소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이었기에 설마 하는 심정으로 달려갔다. 처남은 병원 응급실에서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고 있었다. 미동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연구실에있다가 갑자기 숨이 막히며 쓰러졌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병명도 원인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기를 며칠, 위험하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앙병원으로 이송하였다. 역시 응급실에 있으면서 종합 검진을 받았다. 의사들도 처음에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으나 나중에는 급성 폐암으로 진단이 나왔다. 너무나 악화된 상태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손바닥에 글씨를 쓰며 의사 소통을 하기도 했으나곧 혼수 상태로 빠져 들었다. 가운으로 갈아입고 만났던 짧은 면회 시간, 귀..

길위의단상 2003.10.22

산다는게 뭔지

가을은 떠나가는 계절인가 보다. 일주일 사이에 지인 세 사람의 부음을 들었다. 오늘 새벽에는 친구의 장례 미사에 다녀왔다. 앞 자리에 앉은 검은 상복을 입은 가족들의 처진 어깨가 더욱 슬펐다. 지금까지도 기분이 우울하고 스산하다. 나도 언젠가는 앞자리에 앉아 가까운 이를 떠나 보내는 이별 의식을 치러야 하리라. 그리고 또 언젠가는 나 자신이 이 의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리라. 나는 언젠가는 죽어야 할 존재이다. 가장 분명한 이 사실을 또 대부분 가장 무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마치 이 지상에서 영원히 살아갈 듯이 말이다. 늘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지만 산다는게 뭔지 정말 모르겠다. 이런 걸 보면 뭘 얻었다고 기뻐하고, 뭘 잃었다고 슬퍼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은데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온나는 이내 과거의..

길위의단상 200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