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410

황사가 찾아오다

전국에 황사주의보가 내려졌다. 올들어 우리나라에 찾아온 다섯 번째 황사라는데 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사는 아무래도 봄의 불청객이다. 몇 가지 유익한 점도 있다고 하지만 그러나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1시간 정도 시내에 나가 있었는데 눈이 따갑고 목도 칼칼하다. 테크노마트 9층에서 바라본 한강과 강남 지역이 온통 뿌연 먼지로 덮여 있다. 보통날 같으면 멀리 관악산까지도 보이는데 오늘은 강 건너에 있는 빌딩들만 겨우 보인다. 그리고 바람까지 세차서 절로 호흡이 가빠진다. 우리나라가 이런데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의 사막지대는 과연 어떠할까? 중국 내륙 지방의 사막화가 점점 심화된다고 하는데 앞으로 그에 대한 대가를 점점 더 심하게 치러야 될 것 같다. 나에게는 저 바람과 먼지가 자연의경고..

사진속일상 2005.04.20

대화

지난 15일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리영희 선생님의 신간인 ‘대화’ 출판을 기념한 독자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가까이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참석했었는데, 100여 명이 모여서 몸이 불편한 선생님에게 존경의 마음을 나타내었다. 넓은 홀의 자리는 많이 비었지만 대중성 없는 이런 모임에 그래도 이만한 인원이 참석했다는 결코 실망할 일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선생님과 무슨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시절에 선생님의 글을 읽고 감명을 받은 바도 없지만, 독재에 저항한 올곧은 한 길의 삶이 멀리서 늘 외경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현실에 야합하고 변절하는 사람이 원로 행세를 하며 큰소리치는 지금의 세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5년 전에 선생님은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지금은 많이 회복되시어 예의 꼬장꼬..

길위의단상 2005.04.20

작은 풀꽃

교정에 있는 나무 중에서는 가장 먼저 산수유와 목련이 꽃을 피웠다. 매화나무도 한 그루 있지만 이곳 기후에 적응을 못해선지 꽃을 제대로 피워내지 못한다. 목련도 자라는 위치에 따라 피는 순서가 다르다. 양지 쪽에 있는 것은 벌써 꽃이 떨어졌는데 음지 쪽에서 자라는 것은 이제야 꽃잎을 열었다. 지금은 진달래, 개나리가 한창이다. 그 사이에서 하얀 앵두나무 꽃도 화사하고 명자나무도 바알간 색깔로 물들고 있다. 살구나무는 이미 꽃이 졌다. 한창일 때는 살구꽃이 너무나 아름다웠다.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얗게 피어난 살구꽃은 모든 사람들의 눈을 홀리게 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풀꽃들이다. 늘 손질을 하는 탓에 꽃이 자라날 여건이 되지 못하지만 ..

꽃들의향기 2005.04.19

감자를 심다

밭에 감자와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옥수수는 몇 해째 심어 왔지만 감자는 처음입니다. 동생이 강원도 씨감자를 구해 주었고, 전주에서도 붉은 감자를 줘서 두 종류를네골에 심었습니다. 옥수수도 네 골 심었습니다. 경운기로 골을 만드는 것을 로타리를 친다고 하지요. 이 말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괭이로 골을 만들고 있는데 이웃집에서 보시고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드셨는지 경운기를 몰고 와서 이렇게 훤하게 일을 해 주셨습니다. 기계의 힘이란 역시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하루 종일 할 일을 30분 만에 마칠 수 있었으니까요. 하얀 싹이 나오기 시작하는 감자 눈을 따내서 그걸 흙에다 심는 작업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흙을 만지는 자체가 즐거운 일일 뿐만 아니라, 거기에 생명을 기르는 의미가 곁..

참살이의꿈 2005.04.18

똥 누고 가는 새 / 임길택

물들어가는 앞산바라기 하며 마루에 앉아 있노라니 날아가던 새 한 마리 마당에 똥을 싸며 지나갔다 무슨 그리 급한 일이 있나 처음엔 웃고 말았는데 허허 웃고만 말았는데 여기저기 구르는 돌을 주워 쌓아 울타리 된 곳을 이제껏 당신 마당이라 여겼건만 오늘에야 다시 보니 산언덕 한 모퉁이에 지나지 않았다 떠나가는 곳 미처 물을 틈도 없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지워버리고 가버린 새 금 그을 줄 모르고 사는 그 새 - 똥 누고 가는 새 / 임길택 독도 문제로 나라가 소란하더니, 이젠 동아시아 3국이 비슷한 열기에 휩싸여 있다. 그에 편승해 다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하나인 땅에다 금을 그어 놓고는 내 것, 네 것을 따지며 싸움박질을 하는 인간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민중을 부추기며 ..

시읽는기쁨 2005.04.15

수선화

두 조각의 빵을 가진 자는 그 하나는 수선화와 바꾸라. 빵은 육체의 양식이나, 수선화는 마음의 양식이다. 수선화를 바라볼 때면 마호메트가 했다는이 말이 늘 연상된다. 이슬람교의 창시자가 사랑한 꽃이라는데, 그래선지 이 꽃에서는 탈속적이고 종교적인 향기가 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미소년 나르시스가 죽어서 변한 꽃이라고 한다. 어느 날 밖에 나간 나르시스는 목이 말라 샘물을 마시다가 물에 비친 얼굴을 보고 그 모습에 사랑을 느낀다. 마침내는 너무나 연모하게 되어 물에 빠져 죽게 되는데,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수선화라고 한다. 아마 나르시스는 지금 식으로 얘기하면 꽃미남이었는가 보다. 왕자병에 걸린 꽃미남을 말릴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을 것 같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 사랑' 또는 '자아 도취'..

꽃들의향기 2005.04.14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1 성적을 비관한 과학고 학생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오전 1시50분쯤 서울 노원구 J아파트 주차장 인도에서 이 아파트 7층에 사는 S과학고 학생회장 이모(18. 3학년)군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 이모(63)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이군이 이날 자정께 주방 식탁에서 공부하던 중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가자 한 시간 뒤 친구 3~4명에게 '먼저 간다. 잘 지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베란다 창문을 열고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때 학급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우등생이었던 이군은 과학고에 진학한 뒤에도 수학과 지구과학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또 평소 '..

길위의단상 2005.04.13

값싼 은혜

며칠 전 개신교계의 지도적 목회자들이 모여서 참회 기도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날 여의도에 있는 한 대형 교회의 목사는 이런 내용의 고백과 다짐을 했다고 한다. "47년 목회 활동을 했다. 목회 활동을 하면서 70에 이르니 회한이 많다. 그동안 값싼 은혜를 가지고 살아왔다. 옳은 것을 옳다 말 못하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지적 못하며 사회악에 침묵했다. 나는 죄인의 괴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자연과 우주 모두를 위해서 십자가를 들었지만, 나는 사람만 사랑했다. 지금이라도 사회악을 교정하고, 진실된 은혜를 실천하며 살아가겠다." 원로 목사님의 이런 모습은 아름답고 신선하다. 이런 일을통해 한국 교회가 새로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는 참회가 행동으로 이어질지에 ..

읽고본느낌 2005.04.12

행복한 나무 심기

나무를 심는 일은 행복합니다. 일년생 작물을 심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과 보람이 거기에는 있습니다. 십 년 앞을 내다보고 세운 계획을 십년지계(十年之計)라고 하는데 이는 곧 나무를 심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 됩니다. 이렇듯 나무심기는 당장의 이익이 아닌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일입니다. 꿈을 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은 멀리를 내다보는 마음이고, 눈 앞의 이(利)를 탐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봄을 맞아 터에다 나무를 심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매년 조금씩 심어나가자고 작정한 대로 올해도 읍내의 나무 시장에 가서 눈에 드는 것들을 사왔습니다. 땅을 파니 오랜만에 맡는 흙의 향기가 좋습니다. 부드러운 촉감도 새롭습니다. 봄비를 맞아가며 이번에 심은 나무는..

참살이의꿈 2005.04.11

꽃길

선운사 주위의 산길은 가볍게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절집도 좋지만 나무와 계곡이 있는 이 산책로를 나는 사랑한다. 선운사에 갈 때는 절을 지나 선운산으로 난 이 길을 가 보기를 권하고 싶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선운산을 오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선운산 정상은 두 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이 산길에 지금 현호색이 한창이어서 꽃길을 이루고 있다. 길 가운데에도 꽃이 피어있어 발을 디디기가 조심스럽다. 산수유, 매화, 벚꽃 등 눈을 화려하게 하는 봄꽃의 향연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몰려 다지지만, 이렇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발밑에서도 작은 꽃들의 잔치가 한창이다. 현호색 외에도 댓잎현호색, 제비꽃, 양지꽃, 산자고, 자주괴불주머니, 개불알풀, 개별꽃, 냉이꽃, 꽃다지 등이 눈에..

사진속일상 200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