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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와 숭례문

어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 화가들'이라는 전시회를 관람했다. 야수주의 탄생 100 주년을 기념해서 열리는 전시회였는데 마티스를 비롯해서 대표적인 야수주의 작가들의 유화 작품이 100여 점 이상 전시되고 있었다. 야수파들은 자연의 색을 보이는 대로 표현하는 대신 감성에 의해 보고 싶은 대로 또는 보여주고 싶은 대로 현실과 다소 무관한 색채를 이용하는 새로운 회화세계를 열었다고 한다. 전시회에 갔지만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므로 미술사적으로 야수파가 가지는 의의를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 전의 경향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고 독특한 것인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을 색채의 마술사라는데 그런 특징 또한 내 눈에는 다른 작가의 작품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아서 답답했다. 사람들..

읽고본느낌 2006.03.06

베짜타 못

‘얼마 뒤에 유다인의 명절이 되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 가셨다. 예루살렘 양의 문 곁에는 히브리말로 베짜타라는 못이 있었고 그 둘레에는 행각 다섯이 서 있었다. 이 행각에는 소경과 절름발이와 중풍병자 등 수많은 병자들이 누워 있었는데 (그들은 물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의 천사가 때때로 못에 내려와 물을 출렁거리게 했는데, 물이 출렁거린 맨 먼저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어떤 병에 걸렸든 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삼십팔 년이나 앓고 있는 병자도 있었다. 예수께서 그 사람이 거기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아주 오래된 병자라는 것을 아시고는 그에게 "낫기를 원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병자는 "선생님, 그렇지만 저에겐 물이 움직여도 물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가..

참살이의꿈 2006.03.04

[펌] 우리들의 아파트

요즘 도심의 초고층 유리건물은 오피스 빌딩이 아닌 아파트로 넘어간 지 꽤 오래되었다. 공실률(空室率)이 늘어나면서 오피스 빌딩 공사는 침체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기업 활동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다. 반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돈이 200조니 300조니 하다 보니 이들의 주머니를 노린 새로운 건물 유형이 등장하게 되었다. 초고층 아파트이다. 형식은 오피스텔이다 주상복합이다 해서 구실을 갖추었지만 실상은 아파트 투기를 대규모화해서 판돈을 키운 것뿐이다. 오피스텔처럼 오피스 기능을 함께 집어넣든지 주상복합처럼 저층부를 상업시설로 하면 주거전용 제한을 안 받기 때문에 아파트 건물을 높이, 심지어 60층까지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을 안 고치고도, 뇌물을 먹이지 않고서도 합법적으로 60층짜리 아파트를 지..

길위의단상 2006.03.03

궁리 소나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서산방조제 방향으로 가다보면 방조제를 거의 다 간 길 옆에서 이 소나무를 볼 수 있다. 지명으로는 홍성군 서부면 궁리이다. 나무가 크고 모양이 특이해 차로 지나가다 보면 누구라도 이 나무에 시선을 뺏기게 된다. 여유가 된다면 차를 세우고 내려서 나무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며 구경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안내문에 보면 예전에 방조제가 세워지기 전에는 바닷물이 여기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 아래서 쉬고 음식물을 먹으며 해수욕을 즐겼고, 음력 정월이면 마을의 안녕과 풍랑을 막아달라고 기원하는 풍어제를 올리던 당상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 앞 바다가 너른 들판으로 변했다. 이 소나무도 4차선 넓은 도로에 의해 마을과 차단되고, 파도소리..

천년의나무 2006.03.02

기도 / 십자가의 성요한

보다 쉬운 것보다 보다 어려운 것을 보다 맛있는 것보다 보다 맛없는 것을 보다 즐거운 것보다 차라리 덜 즐거운 것을 쉬운 일보다도 고된 일을 위로되는 일보다도 위로 없는 일을 보다 큰 것보다도 보다 작은 것을 보다 높고 값진 것보다 보다 낮고 값없는 것을 무엇을 바라기보다 그 무엇도 바라지 않기를 세상의 보다 나은 것을 찾기보다 보다 못한 것을 찾아라 그리스도를 위하여,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하여 온전히 벗고, 비고, 없는 몸 되기를 바라라 모든 것을 맛보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맛보려 하지 말라 모든 것을 얻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얻으려 하지 말라 모든 것이 되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되려고 하지 말라 모든 것을 알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말라 맛보지 못한 것에 다다르려면, ..

시읽는기쁨 2006.03.01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오랜만에 한 후배에게 전화를 했더니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 나오는데 가슴이 짠해졌습니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김광석의 '일어나'가 벨소리로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전에 수 년간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후배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에 후배가 선택한 이 노래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를 나름대로 짐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배는 자신의 일 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공이 생물이기에 환경 단체를 조직하고 꾸려나가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살리는 일에 온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후배지만 그가 존경스러운 점은 생각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행일치가 말은 쉽지만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보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참살이의꿈 2006.02.28

길은 어둡고 멀다

내 안에 숨어있는 칼날이 날카롭습니다. 그 칼날이 나를 찌릅니다. 많이 아픕니다. 길이 어두울수록 칼은 더욱 시퍼렇게 날을 세웁니다. 제멋대로 내 안을 휘젓고, 밖을 돌아다니며 상채기를 냅니다. 상처에서 나오는 선혈이 낭자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될까요? 그 길을 찾았다 싶으면 곧허방에 빠집니다. 다시 오리무중입니다.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은 고통입니다. 그러나 고통은 또 다른 달콤한 환상으로 이어집니다. 시지프스의 운명처럼 나는 늘 새로운 환상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끝없이 추락하는 바위를 지켜보아야만 합니다. 가야 할 길은 어둡고 멉니다.

참살이의꿈 2006.02.27

꽃지 해넘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 시간에 맞추어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 들렀다. 몇 번을 놓친 할매할배바위에서의 해넘이 사진을 찍고 싶어서였다. 시간이 남아 아내와 같이 물 빠진 넓은 백사장을 오가며 해지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날씨는 맑았다. 때가 되니 목 좋은 자리에는 사진사들로 가득 찼다. 뒷 자리 한가한 곳에 자리를 잡고 경탄할 짬도 없이 렌즈를 바꾸어가며 열심히 샤터를 눌렀다. 사진을 찍어보니 해넘이에는 두 단계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해가 보이는 풍경인데, 이 때 절정의 순간은 1-2분 정도 지속된다. 그 날의 대기 상태에 따라 언제 절정의 순간에 도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여러 컷을 찍어놓고 보면 나중에는 확연히 구분되어진다. 또 하나는 해가 지고 난 뒤 나타나는 저녁 노을이다. 나에게는 사실 이 ..

사진속일상 2006.02.25

올해 첫 봄꽃을 보다

고창에 내려간 길에 내변산으로 변산바람꽃을 보러 갔다. 내소사 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그녀를 찾았지만 장소를 잘못 잡았는지, 아니면 때를 잘못 맞추었는지 그녀의 흔적도 만나지 못했다. 대신에 복수초와 노루귀만 풍성하게 만나고 왔다. 세봉 아래 산 중턱에는 복수초와 노루귀의 군락지라고 할 만큼 많은 수의 꽃이 피어 있었다. 노루귀는 평소에 서울 근교에서 보던 것과는 크기도 작고 아기자기했다. 아직 이른 철이었는지 꽃잎이 만개하지 못하고 대부분이 반쯤 열려 있었다. 산을 내려와서 곰소항에 들렀다. 전에 '포구기행'이라는 책에서 곰소항에 대해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번성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한 쓸쓸한 포구를 연상하고 찾아갔지만 바닷가를 따라 밀집한 상가들과 횟집들에서 그런 분위기를 ..

꽃들의향기 2006.02.25

서광다원 차나무

중국에서 시작된 차(茶)문화는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7세기 주나라 때에 이미 차를 마셨고, 기원전 2세기에는 차나무의 재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선덕여왕 때에 당나라에서 들여와 즐겨 마셨다고 하니, 차나무는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 동안 인연을 맺으며 함께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차나무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고려 시대 때 궁중에 차를 공급하는 관청을 ‘다방(茶房)’이라고 했다는데, 우리나라에서 차는 승려나 왕족 등과 같은 상류 계급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조선 시대에 들어서는 불교가 쇠퇴하며 더욱 위축되었는데 차를 마시는 습관이 서민층으로 확대되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의 차문화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발달되지 못한 이..

천년의나무 2006.02.22